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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조직행동론 분야 구루(Guru)인 실비아 앤 휼렛(Sylvia Ann Hewlett) 박사, 커리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멘토보다는 '스폰서(Sponsor)'가 훨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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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힘들 때 멘토(Mentor)를 찾으라고 한다. 멘토는 진실한 조언을 줄 수 있는, 가끔씩 힘들 때는 기대어 울 수도 있는 존재다. 멘토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고, 정글과도 같은 치열한 직업 전선에서 살아남는 데 적지 않은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조직행동론 분야 구루(Guru)인 실비아 앤 휼렛(Sylvia Ann Hewlett) 박사 생각은 다르다.
커리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멘토보다는 '스폰서(Sponsor)'가 훨씬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폰서는 후배(Protege)에게 조언할 뿐만 아니라 후배를 위해 실제 '행동(act)'을 하는 존재다. 반면 멘토가 하는 일은 '조언(advice)'에 그친다. 멘토는 후배가 감정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일 뿐이다. 스폰서와 후배는 상호 윈윈(win-win) 관계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맺는다. 반면 멘토는 후배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존재다.
휼렛 박사는 "스폰서 관계는 서로 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유지되기 어렵다"며 "멘토 관계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휼렛 박사는 기업에서도 스폰서십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실제로 많은 경영자들이 든든한 스폰서십을 바탕으로 성공을 거뒀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대표적이다. 휼렛 박사는 "고위직에 올라가려면 스폰서에게 도움을 받는 한편 남들에게 스폰서가 돼 다양한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휼렛 박사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스폰서는 멘토보다 훨씬 더 능동적이다. 멘토는 조언을 하는 사람인 반면 스폰서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행동으로 실질적인 결과를 이끌어낸다. 스폰서는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후배가 미처 보지 못한 세계를 보게 하고, 이를 커리어상 기회로 연결하도록 돕는다. 위기를 맞았을 때는 엄호하는 일까지 한다. 승진에도 도움을 준다.
-멘토와 스폰서는 도움을 받는 사람, 즉 후배(Protege)와 관계도 다르다고 했는데.
▶멘토와 후배 관계는 일방적이다. 멘토는 후배에게 지혜를 준다.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도 된다. 그러나 후배는 그저 수혜자다. 멘토가 하는 조언을 '듣는' 수동적인 존재일 뿐이다. 또한 멘토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후배를 돕지는 않는다. 후배를 도와서 얻는 게 없기 때문이다. 후배가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도 없다.
하지만 스폰서는 다르다. 스폰서와 후배는 양방향적 관계다. 양측 모두 이익이 되는 관계다. 스폰서는 후배에게 투자를 하고, 그 결과로 이득을 본다. 후배가 성공하면 후광을 누리며 명성을 드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는 커리어를 발전시켜나가면서 자기 영역을 확장한다.
결론적으로, 멘토십이 '선물' 같은 관계라면 스폰서십은 '동맹'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스폰서가 있으면 어떤 점이 좋은가.
▶인재혁신센터(Center for Talent InnovationㆍCTI)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폰서십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발휘한다. 첫째는 연봉 인상, 둘째는 수준 높은 업무효율 달성, 셋째는 승진이다.
스폰서를 얻고 난 뒤에 연봉과 업무 효율이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를 조사한 결과 평균 30% 정도 향상 효과가 있었다. 스폰서가 있다고 답한 대다수는 회사 내 승진도 빨랐다. 회사 생활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 중 상당수는 스폰서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 비중이 남성은 74%, 여성은 68%였다. 반면 스폰서가 없으면서도 회사에서 발전하고 있고, 승진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였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스폰서가 되려고 하지도 않고, 스폰서를 얻는 데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도 내놓았다.
▶여성은 기업에서 '마지팬층(Marzipan Layer)'에 머무르는 사례가 허다했다. 마지팬층이란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 바로 아래 중간 관리층을 의미한다. 그 원인을 스폰서십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그저 일만 열심히 하면 커리어가 발전하고 승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착각이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투자해주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스폰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스폰서는 당연히 자신보다 훨씬 더 나은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고위층이어야 한다. 많은 남성이 스폰서를 통해 성공한 것처럼, 여성들도 그래야 한다. 더 나아가, 여성들 스스로가 고위직으로 성장해 다른 여성 후배들에게 스폰서가 돼야 한다.
-스폰서를 얻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신만의 특별한 장점으로 스폰서를 끌어당겨야 한다. 스폰서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야 한다.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당신 스폰서가 주최하는 콘퍼런스에 당신이 스피치를 하거나, 명망 있는 사람을 끌어오는 것도 방법이다. 스폰서에게 '나는 당신 삶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AT&T가 대표적이다. AT&T는 '우리 시니어 리더들을 챔피언으로 만들자(Championing Our Senior Leaders)'는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선 AT&T는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낸 시니어 리더 20여 명을 추려냈다. 이들 20명은 사내에서 각각 2~3명 정도 가능성이 있고 능력 있는 후배들을 골라냈다. 시니어 리더들은 스폰서로서 후배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후배들과 수시로 만나 도움을 주었다. 후배들은 스폰서에게 도움을 받아 스스로 어젠더를 설정하고 액션플랜을 짜서 실행에 옮겼다. 특히 여성과 다문화 배경을 가진 후배들이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시니어 리더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 후배들에게 스폰서가 됨으로써 앞으로 활용 가능한 인재 풀(Pool)을 확보하게 됐고, 이들에게서 참신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스폰서를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인물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페이스북 스타 셰릴 샌드버그다. 샌드버그 스폰서는 하버드대 전 총장이었던 로런스 서머스였다. 샌드버그는 29세가 될 때까지 세계은행과 미국 재무부에서 서머스의 스태프로 일하며 경력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자기 이름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이후 샌드버그는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눈에 띄게 됐고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서머스 전 총장 역시 샌드버그를 '키워낸' 사람으로서 명성을 드높였다. 사내 스폰서십 가운데 좋은 사례는 케네스 셔놀트 아메리칸익스프레스 CEO다. 셔놀트가 가장 성공한 흑인 CEO가 된 것은 전직 CEO이자 그의 스폰서인 루 거스너 덕분이었다.
-기업이 사내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가 많았나.
▶물론이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나 AT&T는 물론이고 씨티그룹, 크레디트스위스, 딜로이트, 제네텍, 모건스탠리 등이 모두 사내 스폰서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안다.
-스폰서십은 아직까지 새로운 개념인데, 앞으로 중요성은 얼마나 커질 것으로 보나.
▶스폰서십이 기존 멘토십을 대체할 정도다. 물론 멘토가 동시에 스폰서가 되는 방향도 가능할 것이다. 포천 100대 기업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 기업 CEO에게서 'Deep pocket'(우리 말로 직역하면 큰 주머니라는 뜻)이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이 스폰서십을 제공할 정도로 친밀하고 밀착된 관계를 맺은 후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뜻이었다. 스폰서십이 이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고위직에 올라가려면 후배들에게 스폰서가 돼 내 인적 자산을 되도록이면 많이 확보해야 한다.
■ She is …
실비아 앤 휼렛 박사는 경제학자이자 맨해튼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CTI(Center for Talent Innovation) CEO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다국적 기업 75개를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재능을 발휘하고 혁신을 일궈내는지에 대해 컨설팅을 했다. 컬럼비아대학 국제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성별에 따른 정책제안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컬럼비아대 MBA에서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를 선정하는 '싱커스 50(Thinkers 50)'이 선정한 50대 구루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Forget a Mentor, Find a Sponsor(멘토는 잊어라, 스폰서를 찾아라)'라는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