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작은 서슬이 퍼렇던 5공 시절 발족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하죠?
그 민주산악회에서 몇 번 분화(分化)를 거쳐서 지금의 새마포산악회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그동안 산악회의 사람은 바뀌었겠지만 목요일 산행의 원칙은 지켜지고 있는 겁니다.
이 새마포 산악회에서는 팀을 둘로 나눠 운용하고 있습니다.
한 팀은 산줄기 팀이고 다른 한 팀은 명산 팀입니다.
사실 상 산줄기 팀은 지맥 전문이 되었고 명산 팀은 '오지 산행' 전문 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3년 됐습니까?
3년 전 명산 팀에서 몇 번 산행을 하고는 다시 지맥에 전념 잠시 새마포를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남강기맥(신산경표에서는 진양기맥)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몇 번 참석은 했지만 집안일 때문에 맛만 본 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다음 진행한 산줄기가 영산동지맥과 해남지맥이었는데 다행히 3주 전 월출산 구간만 제외하고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소양지맥에 든다고 하여 저는 개인적으로 이미 그 줄기를 마쳤기 때문에 '명산 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주 연속 개인사로 인해 또 참석을 못하고 있다가 다행히 이번에는 겨우 참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스가 강원도하고도 북쪽인지라 출발은 잠실이군요.
그런데 제 글을 보다보면 낯선 문구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남강기맥이니 영산동지맥, 해남지맥이란 단어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진양기맥, 땅끝기맥 그리고 흑석지맥이라고 하면 바로 이해가 가시지 모르겠습니다.
이 진양기맥, 땅끝기맥 그리고 흑석지맥이라는 산줄기 이름은 신산경표의 저자 박성태 선생님이 명명한 이름입니다.
이는 곧 공식용어가 아니라는 말과 같습니다.
공식용어가 아니라는 말은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검증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산줄기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저 명산이나 찾고 고수들이라고 해봤자 '능선 산행'만 하였습니다.
그런 산꾼들에게 '산경표'의 '대간 + 정맥'의 범위를 확장하여 기맥이니 지맥이니 하는 용어가 등장하였습니다.
순전히 박용수 선생이나 조석필 선생 그리고 이 박성태 선생님의 공功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은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산으로 몰렸고 그들이 산줄기 전파에 혁혁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단시간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 '단시간'이라는 단어는 위에서 언급한 '검증'과도 통합니다.
짧은 시간에 퍼지다 보니 검증 받을 시간이 부족했고 그 실질적인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체 그저 지어준 이름대로 산줄기를 밟기에 바빴던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백두대간이나 정맥을 잊어버리고 태백산맥이니 소백산맥이니 하는 지어준 이름을 가지고 공부한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좀 짚어보고 갈까요?
예를 한 번 들어보죠.
얼마전 새마포와 함께 진행한 영산동지맥과 해남지맥을 봅니다.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신산경표에서는 땅끝기맥이라고 하지만 이는 산경표의 기본 원리인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온당치 않은 부분이 있어 저는 신산경표의 땅끝기맥과 흑석지맥을 영산동지맥과 해남지맥으로 나눠 부르고 있습니다.
어느 부분이 그럴까요?
그 구간으로 돌아가 봅니다.
2017. 4. 27. 목요일입니다.
한편 산경표는 모든 정맥은 10대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야한다는 것을 그 이름으로 말해 주었습니다.
다만 호남정맥과 해서정맥 같은 경우에는 지방 이름을 따긴 했지만 이는 산줄기는 물줄기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물줄기는 곧 산줄기다!
이것이 우리 조상이 산줄기를 쉽게 보았던 이유일 것입니다.
GPS는 말할 나위도 없었고 나침반도 변변치 않았던 조선시대에 어떻게 산경을 그릴 수 있었겠습니까?
눈에 보이는 물줄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산줄기를 보려면 물줄기를 보아야 하고 그 물줄기의 끝만 따라가면 간단하게 그 산줄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걷고 있는 소위 '땅끝기맥'이라는 산줄기는 산경표의 대원칙이라고 할 '산자분수령' 그중에서도 제2법칙인 '합수점'과는 이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산경 즉 산줄기가 길게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간 것에 불과합니다.
물줄기를 떠나서 산줄기를 봤다?
심각한 오류입니다.
물론 물줄기와 관계없는 줄기가 바다의 끝으로 가는 줄기는 예외적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원칙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땅끝기맥을 고려함이 없이 물줄기만 보기로 합니다.
산경표의 호남정맥에 속한 줄기이므로 그 주 물줄기는 당연히 영산강입니다.
여느 물줄기가 그러하듯 영산강과 관련된 산줄기는 좌우측으로 다가옵니다.
서쪽은 이 자리에서 볼 것도 없고 동쪽만 봅니다.
이 영산강의 끝은 어디일까요?
발원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모든 강의 시원始原은 작은 물방울입니다.
그 물방울들이 모여 샘을 이루고, 소沼나 연못을 이루면 그제야 그 물줄기를 발원지라 부르게 되는 것이죠.
그럴 경우 이 영산강의 발원지는 호남정맥의 용추봉 부근의 가마골에 있는 용소라고 합니다.
참고도 #1 영산강의 발원지 용소
그 영산강에서 발원지로 가는 산줄기를 타고 올라가다 호남정맥과 만나는 곳 까지만 가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발원지를 찾는 게 아니라 산줄기가 갈라진 곳을 찾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참고도 #2 영산동지맥
그렇게 그으면 위 참고도 #2의 빨간선이 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람재 지나 갈림봉에서 북진시켜 발원지가 있는 용추봉579.4m까지 끌어올리고 싶지만 산줄기는 그렇게 보는 게 아닙니다.
호남정맥이 버티고 있으니 호남정맥에서 이 줄기가 갈리는 그러니까 우리가 1구간을 시작했던 그 갈림봉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신산경표의 '흑석지맥 + 땅끝기맥 일부 구간(별뫼산465.1m ~ 갈림봉)'이 되어 도상거리 98.4km의 지맥(100km가 되지 않음)이 됩니다.
이름을 붙여야죠.
시종일관 지맥에는 하천이나 강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제 지론을 따를 때 영산강의 동쪽을 싸고 있는 지맥이므로 '영산동지맥'으로 명명하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별뫼산 ~ 땅끝마을까지는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까요?
일반 바다로 가는 산줄기와 같이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 구간 말씀드렸던 바와 마찬가지로 옆에 있는 친구들인 여수지맥이나 고흥지맥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지방 이름을 따서 해남지맥(도상거리64.7km)으로 하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구간 산행기의 이 취지에 어긋나는 내용은 '대한산경표'의 논지에 따라 이 내용으로 정정합니다.
그리고 이왕 발원지 얘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더 할까요?
우리 조상들은 큰 강의 발원지만큼은 신성하게 여겨 이를 보존하였는데 현대인들은 이 취지를 잘못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우리가 영산강의 발원지를 찾을 때 이는 산줄기의 갈림과 무관한 것임은 이미 살펴봤습니다.
즉 발원지와 큰 산줄기의 갈림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이 영산강만 해도 용소가 있는 골짜기를 가마골이라 불렀지 않습니까?
좀 우습고 억지스러운 얘기지만 백과사전이나 관광안내책자 등을 보면 그런 느낌이 더해지기만 합니다.
가마골은 예부터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가마곡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가마골로 굳어졌다. 1998년 용추사로 가는 임도 공사를 하던 중 가마터가 발견되어 지명의 유래가 더욱 확실해졌다. 가마골에서 왼편으로 난 용추사 방면 임도를 따라 용추사에 거의 다다를 즈음 가마터가 하나 남아 있다. 이 가마터는 조선시대 기와가마로 용추사 전용 가마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