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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의지교(布衣之交)
베옷을 입을 때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벼슬을 하기 전 선비 시절에 사귐 또는 그렇게 사귄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布 : 베 포(巾/2)
衣 : 옷 의(衣/0)
之 : 갈 지(丿/3)
交 : 사귈 교(亠/4)
출전 : 사기(史記) 인상여열전(藺相如列傳)
삼 껍질에서 뽑아낸 실로 짠 삼베는 목화솜을 자아 만든 무명과 함께 가난한 서민들의 옷을 만든 주재료였다. 그것이 포의(布衣)인데 포의한사(布衣寒士), 포의지사(布衣之士)란 말대로 벼슬이 없는 선비를 일컬었다. 누에고치에서 뽑아 만든 명주실의 비단(緋緞)은 촉감이 좋고 광택이 나는 것이 부자나 고관들의 전용이었다.
베옷을 입고 다닐 때의 사귐이라는 이 성어는 평민의 교제를 뜻하기보다 벼슬에 오르기 전의 선비시절에 맺었던 우정, 신분이나 지위를 초월한 막역함을 가리켰다. 우정에 관한 많은 성어 중에서 거립지교(車笠之交), 백아절현(伯牙絶絃), 수어지교(水魚之交), 저구지교(杵臼之交) 등이 귀천을 초월했다.
베옷 선비의 사귐이란 말은 인상여(藺相如)가 한 말에서 유래했다.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우정을 말할 때 문경지교(刎頸之交)를 떠올리는데 주인공이 인상여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를 굳건히 지킨 명신으로 화씨지벽(和氏之璧)을 보존한 완벽(完璧)의 공신이기도 하다.
신분 귀천을 넘은 사귐을 말하는 앞의 성어는 대부분 상대되는 인물이 등장하고, 목을 내걸 정도의 우정도 장군 염파(廉頗)가 처음 잘못을 뉘우친 뒤 맺어졌다. 반면 벼슬 없는 선비의 사귐은 인상여가 강조한 말에서 나왔다. 사기(史記) 염파인상여 열전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조나라 왕이 화씨벽을 얻게 되자 강국 진(秦)나라에서 열다섯 개의 성을 떼어줄 테니 구슬과 바꾸자고 했다. 보물을 빼앗을 욕심을 알아챈 조왕은 출신은 미천해도 지혜가 뛰어난 인상여를 사신으로 진나라에 보냈다.
진왕이 화씨벽을 보고 돌려줄 생각을 않자 흠이 있다며 받은 뒤 화를 내며 인상여가 말한다. "일반 백성의 거래에서도 서로 속이지 않는데 하물며 큰 나라 사이에 어찌 그리하겠습니까(布衣之交尚不相欺 況大國乎)?"
그러면서 억지로 뺏으려하면 머리와 함께 구슬을 기둥에 부딪쳐 깨뜨리겠다고 했다. 체면을 구긴 진왕은 고이 보낼 수밖에 없었고 인상여는 조나라에 온 뒤 상경에 올랐다.
어린 시절에 잘 지냈던 친구와 평생을 우애롭게 지낼 수 있다면 그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이렇게 잘 지켜왔던 우정이라도 서로에 대한 양보와 신뢰가 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무너지기는 순간이다. 자라서 재산과 지위에 차이가 생기면 서로가 서먹서먹해진다. 조그만 이해관계에 티격태격하고 삿대질하고 욕하고 원수처럼 갈라서는 사이도 흔하다.
격언집 격언연벽(格言聯璧)의 말을 명심하자.
勢利之交不終年(세리지교부종년)
道義之交可終身(도의지교가종신)
세력과 이익으로 사귄 친구는 한 해를 넘기지 못하며, 정의로 사귄 친구만이 평생 간다.
친구를 사귐에도 반드시 의협심을 가져야 한다
交友 須帶三分俠氣
作人 要存一点素心
벗을 사귐에는 모름지기 세 푼(三分)의 협기를 띠어야 하고,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한 점의 본마음을 지녀야 하느니라.
일상 속에서 맺어 나가는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의 상호이용, 이익교환이다. 그것이 대등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면 이 세상은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 것이 지배적인 사고방식이리라.
그러나 친구 사이에 이익교환이 대등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해서 정말로 우리는 만족할 수 있는 것일까? 이해타산을 떠나 보상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저 사람을 위해서라면 꼭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협기에 넘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친구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진정한 친구간의 교제라면 관포지교(管鮑之交)가 그 귀감이다. 이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중(管仲)은 이런 말을 남기고 있다. "나는 지난날 가난했을 때 포숙아(鮑叔牙)와 동업으로 장사를 한 적이 있다. 이익금은 언제나 내가 더 차지했는데 그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다. 내가 그보다 더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 준 사람은 포숙아이다."
이것이 곧 진정한 교우관계이다. 인간관계에서 협기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순수한 마음인 것이다
친구 사귐의 귀함과 어려움
동양사상에서 친구끼리 믿음과 의리를 지키는 일은 오륜(五倫)의 하나로 그 값과 가치가 매우 높게 여겼던 것도 한 번쯤 생각해볼 일입니다. 진영논리로, 당파싸움으로, 정쟁으로 싸우지 않는 날이 없는 요즘으로 보면 도의(道義)로 친구를 사귀는 일이 얼마나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로 만들어주는 일인가를 바로 짐작하게 해줍니다.
조선에서는 많은 도의의 사귐이 있었지만, 많이 알려진 일에는 율곡과 우계(성혼)의 사귐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류 역사상 그 긴 세월에, 그 많은 인간들의 사귐이 있었지만, 세상에 크게 알려진 사귐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보면, 도의로 친구 사귀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여기에 또 다시 다산은 아들에게 가훈으로 내려준 글에서 친구 사귀는 어려움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먼저 "늙은 아비가 험난한 일을 고루 겪어보아서 사람들의 마음을 아는데, 무릇 천륜(天倫)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도 안 되고 믿을 수도 없다"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온 세상에서 깊은 은혜와 두터운 의리는 부모 형제보다 더한 것이 없는데, 부모 형제를 그처럼 가볍게 버리는 사람이 벗들에게 어떠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이치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그들은 끝내 친구의 은혜를 배반하고 의(義)를 잊어먹고 아침에는 따뜻이 대해 주다가도 저녁에는 차갑게 변하고 만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진짜 친구를 사귀려면 그 사람의 집에 가서 며칠 묵으면서 그가 부모와 형제들에게 대하는 태도와 마음을 살핀 뒤에 사귀라고까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장기와 바둑으로 사귄 친구는 하루를 가지 않고, 음식으로 사귄 친구는 한 달을 못가며, 또 권세와 이익으로 사귄 친구는 1년을 가지 못하는데, 오직 도의로 사귄 친구만은 죽을 때까지 간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착한 일을 권하는 것은 친구 사이의 도리이고 허물이 있는 경우 경계해 주는 것도 당연한 도리인데 자기가 살던 시대에는 친구 사이에 경계해주고 충고해주는 풍조가 없는 야박한 시대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 사이에 우애하는 일이야 인간의 기본 윤리입니다. 이것도 못하는 사람, 친구끼리 착함을 권장하고 잘못을 경계해주는 일은 붕우유신(朋友有信)의 기본 도리인데, 그런 일도 못 하면서 정치지도자가 되어 온갖 막말로 서로를 짓밟는 오늘의 정치판을 구경하다 보면 다산이나 지봉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학교의 동기동창이니, 같은 고향의 죽마고우니, 과거에는 서로의 절친이었다고 자랑하는 정치인들, 진영이 다르고 당파가 다르면 온갖 의리는 모두 내팽개치고 이전투구(泥田鬪狗)에 여념이 없는 행태에서 타락한 세상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오직 정책으로만 대결하고 입이나 몸으로는 싸우지 않아 품격 높은 정치판이 된다면 다산과 지봉은 얼마나 기뻐하겠는가요.
친구의 유형(類型)
몇년전 대만의 시사 잡지사에서 기획한 '미래의 노후 : 친구편'이 큰 호응을 얻는 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장수(長壽)한 사람은 친구 수와 비례한다고 하였다.
미국속담에도 인간생활에 행복과 장수의 요결은 3F(Family 가족, Friend 친구, Faith 믿음)라고 하듯이 나이가 들수록 친구와 가까이 있고, 자주 만나고, 같은 취미면 더욱 좋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의 유형도 4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화우(花友)로 꽃이 피어 예쁠 때는 찬사를 아끼지 않으나 꽃이 지면 돌아보지도 않는, 즉 자기가 좋을 때만 찾는 친구다.
둘째는 칭우(秤友)로 저울이 무게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기울 듯 나에게 이익이 있나 없나를 따져 움직이는 저울 같은 친구다.
셋째는 산우(山友)다. 산이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로 멀거나 가깝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기듯이,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든든한 산과 같은 친구다.
넷째는 지우(地友)다. 땅은 생명의 싹을 트여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조건 없이 베풀듯이 한결같은 미음으로 서로 지지해 주는 땅과 같은 친구다.
친구관계에 관련된 고사성어(故事成語)도 많다.
(1) 관포지교(管鮑之交)이다. 매우 다정하고 허물없는 친구사이를 뜻한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에 집이 가난한 관중(管仲)과 부유한 포숙(鮑淑) 간의 두터운 우정관계로 관중이 ‘나를 낳은 자는 부모요, 나를 아는 사람은 포숙이다(生我者父母, 知我者鮑淑)’이란 말을 할 정도로 절친하였다.
(2) 금석지교(金石之交)이다. 쇠와 돌과 같이 사귐이 굳고 변함이 없는 친구관계다. 조선 중종 때 문신 신숙주의 손자 신용개(申用漑)와 정난종의 아들 정광필(鄭光弼) 간의 관계로 조선조 박동량이 엮은 야사 기재잡기(寄齊雜記)에 나온 말이다.
(3) 금란지교(金蘭之交)로 역경(易經)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서 친구사이가 친밀하여 관계가 쇠보다 굳고 향기가 난초와 같다는 뜻이다.
(4) 문경지교(刎頸之交)이다. 생사를 같이하는 친구다. 조(趙)나라 인상여(藺相如)와 염파(廉頗)장군간의 죽음을 대신할 수 있는 막역한 친구들이다.
(5) 수어지교(水魚之交)이다. 물과 물고기와 관계처럼 서로 떨어져 살수 없는 친밀한 관계를 비유한 말로 후한(後漢)말 유비가 제갈량과 관계를 표현한 말에서 유래되었다.
(6) 지란지교(芝蘭之交)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 15와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말로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처럼 벗 사이가 높고 맑고 향기로운 사귐으로서, 친구 간 좋은 감화를 주고받으며 서로 이끌어가는 고상한 관계를 말한다.
(7) 담수지교(談水之交)이다. 맑은 물 같은 사귐이란 뜻으로 담백하고 변함없는 우정을 지닌 친구관계이다.
(8) 이밖에도 장자(莊子)에 나오는 서로 마음에 거스름 없이 생사와 존망을 같이 할 수 있는 막역지우(莫逆之友), 동진(東晉)의 간문제(簡文帝)때 환온(桓溫)과 은호(殷浩)가 어린 시절 함께 대나무 말을 타고 놀던 친구인 죽마고우(竹馬故友) 또는 죽마지우(竹馬之友) 등이 있다.
그리고 옛 부터 5무(五無)인 사람은 친구로 삼지 말라는 말도 있다.
(1)정이 없는 무정인(無情人), (2)예의가 없는 무례인(無禮人), (3)학문수준 등이 낮아 말이 통하지 않는 무식인(無識人), (4)가는 길도 모르고 도리가 없는 무도인(無道人), (5)능력과 적극성이 없는 무능인(無能人) 등이다.
또한 인간 세상사람 중에는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사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없으면 더 좋은 사람' 같은 세 가지 유형도 있다.
친구의 유형과 고사성어에 나오는 친구에 관해 살펴보면서 친구의 중요성과 그동안 내가 어떤 친구와 사겨 왔는지 절친한 친구, 소중한 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이제는 모두가 서로 믿고 즐길 소중한 좋은 친구를 만드는 나날이 되었으면 한다.
친구 사귐을 위한 10가지 충고
①우리들을 향상시키는 것은 훌륭한 책과 훌륭한 친구임을 잊지 말라
②명랑하고 긍정적인 친구를 가까이 하면 자신도 그렇게 된다
③친구의 얘기에는 성실한 청취자가 되라
④친구에게 질문하고 새로운 사항은 메모하는 관심을 아끼지 말라
⑤친구의 의견에 성급하게 반론을 제기하지 말라
⑥남의 험담을 하는 친구를 권면할 자신이 없으면 그 자리를 떠나라
⑦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말하지 말라
⑧내가 친구를 구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라
⑨모든 일에 책임있고 성실한 모습을 보이라
⑩책임감과 성실함을 갖춘 친구를 만나라
친구의 사귐
석가가 제자인 아난과 길을 가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보고 아난에게 말했다. "아난아, 저 종이를 집어보아라."
아난은 그 종이를 집어 냄새를 맡아보고 "향 냄새가 납니다"고 대답하였다. 석가는 "응, 그 종이는 향을 쌌던 종이로구나."
한참 길을 가다가 석가는 새끼끈을 보고 아난에게 다시 말하였다. "아난아, 저 새끼끈도 맡아보아라." 아난이 새끼끈을 집어서 냄새를 맡아보고는 "비린내가 납니다"고 하였다.
석가는 말하였다. "응, 그것은 생선을 꿰었던 새끼끈이로구나. 아난아, 향을 쌌던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꿰었던 끈에서는 비린내가 나는 이치와 같이, 좋은 친구를 만나면 삶의 훌륭한 발전을 가져오고 나쁜 친구를 만나면 타락의 길을 걷게 되느니라."
석가가 많은 제자들을 거느리고 대중을 가르치는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었다. 비난하고 헐뜯어 듣기가 민망스러운데도 석가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 사나이는 더욱 화를 내면서 욕설을 퍼붓고 행패까지 서슴치 않았다. 보다못한 제자들이 말했다. "저렇게 무례한 사람을 왜 그냥 두십니까? 마땅히 벌을 주어 다스리지 않구요."
석가는 손을 내저으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만약에 누가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한사코 상대방이 사양하면 그 선물은 어떻게 되지?" "그거야 선물을 하려던 사람이 도로 가져가겠지요."
석가가 말했다. "당연한 일이지. 저자가 내게 분별없이 욕설을 퍼부었지만 난 받지 않았다. 그럼 그 욕은 누구에게 돌아가지? 욕이란 하늘에 대고 침을 뱉는것이나 다름없다. 침을 뱉으면 하늘이 더러워 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자기 얼굴에 떨어져 스스로 더럽혀지는 것이다."
친구(親舊)와 붕우(朋友)
초나라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코 끝에 파리 크기만큼의 석회 덩어리를 바르고, 석수장이 친구에게 도끼로 그것을 깎아내도록 하였다. 석수장이는 쌩하고 재빠르게 도끼를 휘둘러 석회 덩어리를 깎아냈지만, 그 사람은 전혀 겁내거나 동요하지 않았고 상처도 없었다.
송나라 임금이 이 이야기를 듣고 석수장이를 불러 시범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석수장이는 지금은 그 친구가 죽어서 시범을 보일 수 없다고 하였다. '장자' 잡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장자가 벗인 혜자의 묘 옆을 지나면서 말한 일화이다.
보통 최고의 경지를 지닌 빼어난 기술자를 비유할 때 사용하는 '운근성풍(運斤成風)'의 고사로 쓰이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신뢰가 쌓인 진정한 벗과의 믿음을 이야기했다고도 할 수 있다. 장자 자신도 석수장이처럼 친한 벗을 잃어서 지금은 더불어 말할 상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백아와 종자기, 관중과 포숙아의 관계에 버금가는 믿음이라 할 수 있다.
예부터 친구의 의미는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는데, 현대 우리는 흔히 사람 사이에 교류가 형성된 동년배를 친구라고 한다. '오랫동안[舊] 친한[親] 사이'로 많은 시간을 공유했기에 친구라고 일컫는 것이다. '옷은 새것이 좋고, 사람은 오랠수록 좋다(衣, 莫若新, 人, 莫若舊)'는 말도 오랜 시간을 함께 공유한 친구가 더욱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리적 시간의 다소(多少)만으로 친구 간에 우정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난 시간만으로 신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시간의 축적보다, 정신적 신의가 축적되는 관계라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친구는 다른 말로 벗을 의미하는 붕우(朋友)라고도 한다. 전한(前漢) 말기의 학자 양웅은 "벗으로서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얼굴만 아는 벗이고, 친구로서 마음을 나누지 못하면 얼굴만 아는 친구이다(朋而不心, 面朋也; 友而不心, 面友也.)"고도 하였다.
여기서 '붕(朋)'과 '우(友)'의 의미를 세분할 필요가 있다. 붕(朋)은 나이와 상관없이 뜻[志]을 함께 하는 사이라면, 우(友)는 비슷한 나이로써 정(情)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지(志)가 정(情)보다 정신적으로 높은 개념이라 하더라도, 붕우는 시(時)만 공유한 친구의 의미보다는 훨씬 신뢰가 형성된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벗을 제2의 나[第二吾], 기운이 다른 형제[匪氣之弟],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아내[匪室之妻] 등으로도 불렀다. 굳이 부연 설명이 없어도 벗의 의미가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친구의 의미가 많이 가벼워져서 우정에 대한 체감온도도 많이 떨어졌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속도와 우열 경쟁에만 치중하다 보니,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변질되면서 그 무게감은 퇴색되고 만 것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말 한마디에 서운해 하고 등을 돌리고 만다. 마음으로 사귀지 않으니, 겉으로만 친한 척하는 가짜 친구만 만들어진다. 뜻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벗이 없으니 앞에서만 아는 척하거나 술만 함께 마시는 친구만 가득하다. 얼굴 많이 마주친다고, 술잔 많이 기울인다고 벗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벗이란 어떤 존재일까? 인디언 속담에는 '내 슬픔을 자기 등에 지고 가는 자'를 벗이라고 한다. 이처럼 벗은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전제로 신뢰의 씨앗을 뿌려서 우정이라는 결실을 맺는 사람이다. 사람의 두 손처럼, 새의 두 날개처럼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벗 우(友)'가 왼손과 오른손을 맞잡아 교차하는 것처럼,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다.
많은 친구를 가진 사람보다 한 사람의 진실한 벗이 더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그저 그렇게 시간만 공유한 친구의 모습인지, 정신적 신뢰를 형성한 벗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당연히 친구보다는 벗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손잡아 주는 이가 친구다
한동네 살던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며칠 지났다. 같이 들었던 아버지가 불렀다. 직장에 다닐 때다. 친구 묘지에 다녀왔느냐고 물었다. 일 핑계 대며 안 가봤다고 하자 불같이 화를 냈다. 화를 낼 만한 일이 10여 년 전에 있었다.
재수해서 본 대학 입시에 낙방했다. 뵐 낯이 없어 술 취해 이튿날 늦게 귀가하자 아버지가 시험 결과를 물었다. 자리를 피하려고 “합격했습니다”라고 둘러댔다. 아버지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집에서 쫓겨났다. 나중에 들은 얘기다. 지인이 아버지에게 내 불합격을 먼저 알리며 앞에 두 명이 있긴 해도 그 학생들이 등록하지 않으면 합격할 수 있다고 상세하게 알려줬다고 한다.
닥치는 대로 가다 보니 도착한 곳이 전남 순천에 있는 선암사(仙巖寺)다. 세상을 하직하려고 하루 종일 헤맸다. 사찰 경내에, 땅에 붙다시피 옆으로 뻗어나간 와송(臥松)의 질긴 생명력을 보고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집으로 가지 못하고 이틀을 굶은 채 구로동 공장에 다니는 친구 자취방을 찾아갔다. 골목을 몇 번이나 헤집어 집을 찾고는 이내 쓰러졌었다고 했다. 그 친구 보살핌 때문에 목숨을 건지고 몇 달 같이 지냈다.
그날 이후 만나지 못했던 그 친구의 부음을 들었을 때 크게 놀랐다. 아버지는 네가 나서 살펴야 했을 진정한 친구라며 책망하고, “‘벗 우(友)’가 왼손과 오른손을 맞잡아 교차하는 것처럼,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친구다”라고 정의했다. 친구는 벗을 뜻하는 붕우(朋友)다. 중국 전한(前漢) 말기 학자 양웅(楊雄)은 ‘벗으로서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얼굴만 아는 벗이고, 친구로서 마음을 나누지 못하면 얼굴만 아는 친구이다’라고 아버지는 설명했다. 이어 “붕(朋)은 나이와 상관없이 뜻(志)을 함께하는 사이다. 우(友)는 비슷한 나이로써 정(情)을 공유하는 사이다”로 구분했다.
빗대 인용한 고사성어가 ‘포의지교(布衣之交)’다. 베옷을 입을 때의 사귐이라는 뜻이다. 벼슬하기 전 선비 시절에 사귐 또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사귄 벗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기(史記) 인상여열전(藺相如列傳)에 나온다. 포의(布衣)는 삼 껍질에서 뽑아낸 실로 짠 삼베다. 목화솜을 자아 만든 무명과 함께 가난한 서민들의 옷을 만든 주재료였다. 벼슬이 없는 선비를 일컫는 말이었다.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를 굳건히 지킨 명신으로 화씨지벽(和氏之璧)을 보존한 완벽(完璧)의 공신인 인상여(藺相如)가 강조한 말에서 나왔다. 고사는 이렇다. 조나라 왕이 화씨벽을 얻게 되자 강국 진나라에서 열다섯 개의 성을 떼어줄 테니 구슬과 바꾸자고 했다. 보물을 빼앗을 욕심을 알아챈 조왕은 출신은 미천해도 지혜가 뛰어난 인상여를 사신으로 진나라에 보냈다. 진왕이 화씨벽을 보고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자, 흠이 있다며 받은 뒤 화를 내며 인상여가 말한다. “일반 백성의 거래에서도 서로 속이지 않는데 하물며 큰 나라 사이에 어찌 그리하겠습니까(布衣之交 尚不相欺 況大國乎).” 그러면서 억지로 뺏으려 하면 머리와 함께 구슬을 기둥에 부딪쳐 깨뜨리겠다고 했다. 체면을 구긴 진왕은 고이 보낼 수밖에 없었고 인상여는 돌아와 상경 지위에 올랐다.
아버지는 출처를 밝히지 않고 친구를 네 가지 유형으로 알려줬다. 첫째가 화우(花友)다. 꽃이 피어 예쁠 때는 다가오지만 꽃이 지면 돌아보지도 않는, 즉 자기가 좋을 때만 찾는 친구다. 둘째는 칭우(秤友). 저울이 무게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기울 듯 내게 이익이 되는지를 따져 움직이는 저울 같은 친구다. 셋째는 산우(山友)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기는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든든한 산과 같은 친구다. 넷째는 지우(地友)다. 땅은 생명의 싹을 트여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조건 없이 베풀듯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 지지해 주는 땅과 같은 친구다.
아버지는 죽은 친구를 ‘지우’라면서 애도했었다. 이 글을 쓰며 그의 묘소를 찾았으나, 이미 오래전에 묵묘(默墓)가 돼 찾을 길이 없다. 그가 묻혔을 먼 산을 바라다보고 내 무심(無心)했음을 빌었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 손을 잡아주는 친구를 사귀자면 어떤 인성이 있어야 할까를. 당연히 정(情)이 있어야 한다. 그 정은 친구와 마음을 같이하는 공감력에서 나온다. 손주가 일어서 넘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서둘러 가르쳐줘야 할 소중한 성품이다.
▶️ 布(베 포/펼 포, 보시 보)는 ❶형성문자로 佈(포)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수건 건(巾; 옷감, 헝겊)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父(부; 한 집안 전체를 거느리는 가장을 뜻함, 포)로 이루어졌다. 넓게 편 천이나 천을 넓게 펴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布자는 '베'나 '펴다', '베풀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布자는 又(또 우)자와 巾(수건 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布자는 본래 '삼베'를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금문에 나온 布자는 몽둥이로 천을 두드리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갈포(葛布)나 마포(麻布)와 같은 의류용 직물을 다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삼이나 칡덩굴로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布자는 직물을 다듬는 모습으로 그려져 '베'를 뜻했다. 그러나 후에 삼을 넓게 펴서 다듬는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펴다'나 '베풀다'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布(포, 보)는 ①베(가늘고 설핀 베) ②돈 ③조세(租稅) ④펴다 ⑤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⑥벌이다 ⑦걸쳐놓다 ⑧드러내다 ⑨벌여놓다 ⑩분포하다 ⑪전파되다, 번지어 퍼지다 ⑫씨를 뿌리다 그리고 ⓐ보시(布施: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보) 따위의 뜻이 있다. 뜻을 가진 한자는 나눌 반(頒)이다. 용례로는 자비심으로 남에게 조건 없이 베푸는 것을 포시(布施), 일의 장래를 위하여 미리 손을 씀을 포석(布石), 전쟁이나 경기를 하기 위하여 진을 침을 포진(布陣), 일반에게 널리 알림을 포고(布告), 종교를 널리 폄을 포교(布敎), 벼슬이 없는 선비를 포의(布衣), 품평회나 상점의 창안에 물건을 진열하여 늘어 놓음을 포진(布陳), 베와 무명을 포목(布木), 베나 무명 등으로 만든 휘장을 포장(布帳), 일반에게 널리 알림을 공포(公布), 두루 나눠 줌을 배포(配布), 세상에 널리 펴 알림을 선포(宣布), 벼슬이 없는 선비와 서민의 교제라는 뜻으로 신분이나 지위를 떠나고 이익 따위도 바라지 않는 교제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포의지교(布衣之交), 벼슬이 없는 가난한 선비를 일컫는 말을 포의한사(布衣寒士), 포의는 서민의 옷으로 비천한 신분을 두고 이르는 말을 포의지위(布衣之位), 계포가 한 번 한 약속이라는 뜻으로 초나라의 계포는 한 번 승낙한 일이면 꼭 실행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음에서 비롯하여 틀림없이 승낙함을 뜻하는 말을 계포일낙(季布一諾), 양포가 외출할 때는 흰 옷을 입고 나갔다가 비를 맞아 검은 옷으로 갈아 입고 돌아왔는데 양포의 개가 알아보지 못하고 짖었다는 뜻에서 겉모습이 변한 것을 보고 속까지 변해버렸다고 판단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양포지구(楊布之狗), 별처럼 펼쳐져 있고, 구름처럼 퍼져 있다는 뜻으로 사물이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있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성라운포(星羅雲布), 별같이 벌여 있고 바둑돌처럼 늘어 놓였다는 뜻으로 물건이 여기저기 많이 흩어져 있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성라기포(星羅碁布),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펼침을 일컫는 말을 제구포신(除舊布新) 등에 쓰인다.
▶️ 衣(옷 의)는 ❶상형문자로 衤(의)는 동자(同字)이다. 옷을 입고 깃을 여민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옛날 상반신(上半身)에 입는 것을 衣(의), 하반신(下半身)에 입는 것을 裳(상), 옷 전체를 의상(衣裳)이라 하였다. ❷상형문자로 衣자는 '옷'이나 '입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衣자는 '윗옷'을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는 옷깃과 양쪽 소매, 그리고 밑자락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衣자의 본래 의미 역시 '윗옷'이었다. 고대에는 상의는 衣로 하의는 裳(치마 상)으로 구분했다. 상의와 하의를 합친 '옷'을 의상(衣裳)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衣자는 이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단순히 '옷'과 관련된 의미만을 전달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衣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衤자로 바뀌기 때문에 示=礻(보일 시)자의 부수자와 혼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衣(의)는 책의(冊衣)의 뜻으로 ①옷 ②웃옷 ③깃털, 우모(羽毛) ④옷자락 ⑤살갗, 표피(表皮) ⑥싸는 것, 덮는 것 ⑦이끼 ⑧옷을 입다, 입히다 ⑨덮다 ⑩행하다, 실천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옷 복(服)이다. 용례로는 옷으로 몸을 싸서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하여 피륙 따위로 만들어 입는 물건을 의복(衣服), 의복과 음식을 의식(衣食), 의복으로 모든 옷을 의상(衣裳), 옷 등속의 총칭을 의류(衣類), 옷과 갓으로 정장의 비유로 의관(衣冠), 옷걸이로 옷을 걸어 두도록 만든 물건을 의가(衣架), 옷을 벗음을 탈의(脫衣), 속옷을 내의(內衣), 삼베로 만든 옷을 마의(麻衣), 죽은 사람을 염습할 때에 송장에게 입히는 옷을 수의(壽衣), 저고리로 상체에 입는 옷을 상의(上衣), 옷을 입음을 착의(着衣), 비단 옷을 금의(錦衣), 속옷으로 겉옷의 안쪽에 몸에 직접 닿게 입는 옷을 츤의(襯衣), 도롱이로 짚이나 띠 따위로 엮어 허리나 어깨에 걸쳐 두르는 비옷을 사의(蓑衣), 여행에 쓰는 옷가지를 객의(客衣),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옷감으로 지은 옷을 문의(文衣), 갑옷으로 예전에 싸움을 할 때 적의 창검이나 화살을 막기 위하여 입던 옷을 갑의(甲衣), 벼슬이 없는 선비를 포의(布衣), 책의 위아래 겉장을 책의(冊衣), 환약의 겉에 입힌 가루를 환의(丸衣), 국경을 지키는 병사를 방의(防衣), 비단옷을 입고 밤길 가기란 뜻으로 출세하고도 고향에 알리지 않음의 비유 또는 아무 보람이 없는 일을 함을 이르는 말을 의금야행(衣錦夜行), 비단옷을 입고 그 위에 안을 대지 않은 홑옷을 또 입는다는 뜻으로 군자가 미덕을 갖추고 있으나 이를 자랑하지 않음을 비유한 말을 의금경의(衣錦褧衣), 비단옷을 입고 고향에 돌아가는 영광이라는 뜻으로 입신 출세하여 고향에 돌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을 의금지영(衣錦之榮), 옷걸이와 밥주머니라는 뜻으로 옷을 입고 밥을 먹을 뿐이지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의가반낭(衣架飯囊), 애써 법을 정함이 없이 인덕으로 백성을 교화시키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일컫는 말을 의상지치(衣裳之治), 옷은 헤어지고, 신발은 구멍이 났다는 뜻으로 빈천한 차림을 이르는 말을 의리폐천(衣履弊穿), 비단옷 입고 고향에 돌아온다는 뜻으로 출세하여 고향에 돌아옴을 이르는 말을 금의환향(錦衣還鄕), 비단옷과 흰 쌀밥이라는 뜻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르는 말을 금의옥식(錦衣玉食), 옷의 띠와 같은 물이라는 뜻으로 좁은 강 해협 또는 그와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가까이 접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일의대수(一衣帶水), 옷을 따뜻이 입고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다는 뜻으로 의식 걱정이 없는 편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난의포식(暖衣飽食), 해어진 옷과 부서진 갓이라는 뜻으로 너절하고 구차한 차림새를 이르는 말을 폐의파관(敝衣破冠), 벼슬이 없는 사람으로 군대를 따라 싸움터에 나감을 백의종군(白衣從軍), 몸에 맞게 옷을 고친다는 뜻으로 일의 처한 형편에 따라 적합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양체재의(量體裁衣)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交(사귈 교)는 ❶상형문자로 䢒(교)는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종아리가 교차해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이 글자에서 咬(교; 씹다), 絞(교; 묶다), 校(교; 학교) 등의 글자가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交자는 '사귀다'나 '교제하다', '엇갈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交자는 亠(돼지해머리 두)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돼지머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交자는 다리를 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交자의 갑골문을 보면 양다리를 꼬고 앉은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交자는 이렇게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사람을 그려 '엇갈리다'나 '교차하다'라는 뜻을 표현한 글자이다. 그래서 交(교)는 ①사귀다, 교제하다 ②오고 가다 ③주고 받다, 바꾸다 ④인접(隣接)하다, 서로 맞대다 ⑤엇걸리다 ⑥맡기다 7넘기다, 건네다 ⑧내다, 제출하다 ⑨섞이다, 교차하다 ⑩성교하다, 교배하다 ⑪되다, 도래하다 ⑫임무를 마치고 보고하다 ⑬교제(交際), 우정(友情) ⑭벗, 친구(親舊), 동무 ⑮무역(貿易), 거래(去來), 흥정 ⑯서로, 상호(相互) ⑰곤두박질, 공중제비 ⑱옷깃 ⑲일제히, 동시에, 함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로 번갈아 드는 사람 또는 그 일을 교대(交代), 통신을 주고 받음을 교신(交信), 2개 이상의 선상의 것이 한 곳에서 마주치는 것을 교차(交叉), 암수 양성의 교접을 교미(交尾), 다른 종류의 암수의 배합을 교배(交配), 벗을 사귐 또는 친구와 교제함을 교우(交友), 섞어 합함을 교합(交合), 서로 맞붙어 싸움을 교전(交戰), 서로 바꿈을 교환(交換), 서로 물건을 사고 팔아 바꿈을 교역(交易), 자리나 역할 따위를 다른 사람 또는 다른 것과 바꿈을 교체(交替), 서로 주고 받음을 교류(交流), 일을 이루기 위하여 서로 의논함을 교섭(交涉), 막힘이 없이 서로 오가는 일을 교통(交通), 서로 사귀어 왕래함을 교유(交遊), 서로서로 어우러져서 뒤섞임을 교잡(交雜), 사귀어 담박하기가 물과 같다는 뜻으로 군자의 교제를 이르는 말을 교담여수(交淡如水), 벗을 사귐에 신의로써 사귐을 일컫는 말을 교우이신(交友以信), 사귄 지는 오래지 않으나 서로 심중을 털어놓고 이야기함을 이르는 말을 교천언심(交淺言深), 벗을 사귈 때에는 서로가 분에 맞는 사람끼리 사귀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교우투분(交友投分), 옛날 중국의 관중과 포숙처럼 친구 사이가 다정함을 이르는 말로 친구 사이의 매우 다정하고 허물없는 교제를 이르는 말을 관포지교(管鮑之交), 단단하기가 황금과 같고 아름답기가 난초 향기와 같은 사귐이라는 뜻으로 두 사람간에 서로 마음이 맞고 교분이 두터워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 나갈 만큼 우정이 깊은 사귐을 이르는 말을 금란지교(金蘭之交),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란 뜻으로 임금과 신하 또는 부부 사이처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이르는 말을 수어지교(水魚之交), 목을 벨 수 있는 벗이라는 뜻으로 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벗을 일컫는 말을 문경지교(刎頸之交),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지초와 난초 같은 향기로운 사귐이라는 뜻으로 벗 사이의 고상한 교제를 이르는 말을 지란지교(芝蘭之交), 맑은 물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담박하고 변함없는 우정이나 교양이 있는 군자의 교제를 이르는 말을 담수지교(淡水之交), 시장과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는 교제라는 뜻으로 이익이 있으면 서로 합하고 이익이 없으면 헤어지는 시정의 장사꾼과 같은 교제를 이르는 말을 시도지교(市道之交), 금석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쇠와 돌처럼 변함없는 굳은 사귐을 이르는 말을 금석지교(金石之交), 아교와 옻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매우 친밀한 사귐을 이르는 말을 교칠지교(膠漆之交)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