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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카페 게시글
반려견 19년차 찡이 이야기 스크랩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용기
더불어밥 추천 0 조회 266 11.08.31 15:25 댓글 13
게시글 본문내용

8월에 들어설 때쯤부터인가 같다.

찡이가 잠을 잘 못자고, 신음 소리도 가끔 내고, 뭔가 불편해 보였다.

새로운 증상이라 신경이 곤두 섰고

찡이 옆을 지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기는커녕 2주 전부터는 더 심해졌다.

가끔 비명 같은 소리도 내고,

비틀거려도 잘 걷던 녀석이 왼쪽 뒷발에 힘을 못 주면서 자꾸만 옆으로 쓰러졌다.

 

급하게 병원 예약을 잡고

하던 일을 다 멈추고 찡이만 지켰다.

 

진행하던 강아지 교육서는 인쇄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표지와 제목을 원저작권자에게 승인받기 위해 영국으로 보냈는데

휴가랑 겹쳐서 그런지 늦어도 한 달이면 된다더니 한달이 넘게 소식이 없어서

어차피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외에 진행하던 책과 기획하던 책이 있었는데 올스톱.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더 애를 쓰는지

움직이려다가 자꾸만 넘어지는 찡이를

1분에도 몇 번씩 일으켜 세워야 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문밖 출입을 거의 하지 않은지 한 2주는 된 듯.

 

그런데 이렇게 하던 일을 모두 멈추는 게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만나야할 사람들과의 약속도 뒤로 미루고,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도 없으니 진행되던 일도 모두 멈춰졌다.

안 그래도 1년에 꼴랑 2~3권 내던 불량 출판사였는데 그마저 멈춘 것.

남들은 매달 신간을 쏟아내는데 말이다.

 

일뿐만 아니라 만나면 즐거운 사람들과의 약속도 자꾸 미루게되고...

그 중에는 찡이가 아파 만나기 힘들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견 카페 분 중에서 친구들이랑 만나지 못한지 몇년째라는 분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모든 게 현기증날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살면서

이렇게 모든 것을 놓고 

그들과 다른 시간의 속도로 삶을 사는 것은 쉽지가 않다.

나 혼자 뒤처지는 듯한 조급함, 불안함, 두려움 등을 떨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꽉 찬 도심 한 복판에서 웬지 혼자 멀뚱히 서 있는 듯한 느낌.

뭔가 시작하기보다 멈추는데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세상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용기를 내게 해준 것은 역시 찡이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 하라고 용기를 준 이도 찡이였고,

너무나 생소한 출판 일을 시작하게 한 이도 찡이였고,

지금 모든 것을 놓고 멈춰서라고 용기를 주는 이도 찡이다.

역시 용기는 사랑을 먹고 자라는구나.

 

어제 찡이와 병원에 다녀왔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려운 마음에 전날 잠도 설친 상황.

1년 만에 전체 건강검진을 했는데 다행히 우려했던 암같은 소모성 질환은 아니었다.

여전히 높은 면역력과 좋은 영양상태, 

나이든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심장, 간, 신장 등 내부장기의 이상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롭게 나타난 척추질환이다.

1년 전에도 가볍게 나타나기는 했었는데 그새 많이 진행되어서

경추와 요추 4개에 문제가 있었고 그로인해 뒷다리쪽을 잘 쓰지 못하게 되고, 신경에 영향을 끼쳐 통증을 느꼈던 것 같았다.

1년새 그렇게 많이 진행되다니.....나이 든 아이들의 1년은 정말 무섭게 빠르구나.

찡이가 눈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좋아하던 드라이브를 너무 힘들어해서

병원을 좀 멀리 했더니 그새 탈이 났다.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법은 포기하고

약물을 통해 치료하기로 했다. 최대한 약도 용량을 줄여서 투여하기로.

어차피 이젠 드라마틱한 결과는 기대할 수도 없고

단지 심한 통증 없이, 비틀거려도 집안에서는 가고 싶은 데 가면서 그렇게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귀에도 염증이 좀 있고, 피부도 치료가 필요해

병원 다녀와 찡이 관리 스케줄표를 짰더니 하루가 빡빡하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얼마 간은 집밖 출입은 무리이지 싶다....

 

찡이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조금 더 지내보라고 나를 또 시험하는구만.

 

(* 7월 초에 마당에 나가 고양이 친구랑 놀며 늦은 매실을 따던 때의 찡이다.

긴 장마 가운데 잠깐난 햇살이 좋은지 저리 좋아했던 찡.

감나무집 개 찡아, 기운차려서 가을에 감도 따야지. 기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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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8.31 17:16

    첫댓글 척추에 문제가 있으면 뒷다리쪽을 잘 못쓰는군요..궁금이가 경추경화증인데 가끔 뒷다리가 뻣뻣해지는 증상이 있답니다..근데 밥님의 글중에 '수술같은 적극적인 치료법'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이네요..수술로 완치할 수가 있다는 뜻인지 알고 싶습니다..찡이가 아프다는 글에 찡이 위로보다 우리애를 먼저 생각하는 제가 넘 죄송하네요..ㅠㅠ 찡아~기운내서 가을풍경 만끽해야지!!

  • 11.08.31 21:31

    척추쪽은 수술이 가장 좋다고 들었어요. 주변에 닥스훈트 키우시는 몇분들이 디스크같은걸로 수술했는데 약물보다 효과가 좋다네요. 단..완치라는 단어를 쓰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요. 생활하다보면 또 올수가 있어서 늘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 11.08.31 21:30

    .....찡이가 밥님이 절또 울컥하게 만드네요....저 또한 나이많은 애들을 셋 거느리면서 약속은 언제나 주말로 그것도 서너시간으로 잡고 혹시나 긴시간 일이 있으면 항상 동생에게 부탁을 하곤해요. 그게 불편하다 생각한적 한번도 없는데 친구들은 니 인생의 황금기를 개때문에 다 버린다고 욕들하죠....그래도 한때 정말 친했던 친구들이고 서로를 속속들이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는데..그이야길 듣고 마음이 닫혔습니다. 지금은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고 그냥 인간관계가 되버렸지만요.
    척추질환이...사람도 견디기 힘든데..약물효과가 잘 나타나길 바랍니다. 뜸이나 침도 효과가 있다는데..찡이도 약물과 함께 받게하면 어떨까 싶어요

  • 11.08.31 21:58

    찡이가 효자네요. 밥님 일 중독증 걸릴까봐서.....내가 아프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뭐 요런 핑계 조런 핑계 대며 약 먹고 안 쉬쟈녀요, 우리가....그러나 애들 아프면 걱정되고 답답해서 열 일을 제치고 애들 보살피자녀요, 우리가...
    디스크 부실한 사람 허리 못써 눕기 전에 다리부터 당기고 찌르르 한데 아이들도 역시 그런 증세를 보이는군요. 정말 우리는 많이 닮았어요.
    찡아, 앞으로도 씩씩하게, 당당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부탁해~!!

  • 11.09.01 00:07

    저도 예전에 정신없이 바쁜 병동에서 간호사로 근무할적에 차돌이가 아프기시작하면서 일을 그만두고 여유를 찾았답니다. 차돌이 간병에 꼬맹이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이 바쁜나날을 보내고있지만 병원에서 받았던 정신적스트레스는 마니 줄었답니다. 찡이도 잠시 쉬어가라고 신호를 보내나봐요

  • 11.09.01 02:19

    찡... 건강하자....

  • 11.09.01 10:38

    찡아. 힘내자. 뽀뽀

  • 11.09.01 10:42


    저와 같은 증상이네요..
    오랜동안 의 치료가 필요하답니다. 저도 매일 침을 맞는데 조금 나아진듯하면 치료를 빼먹게되어 바로 재발하곤 하네요.

  • 11.09.01 14:13

    찡이가 약물치료 잘 이겨내서 얼른 통증으로부터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 초롱이도 한동안 좀 건강하다 싶더니 언니 일하지 말라는 신호인지 요며칠 여기저기 아픈 증세를 보이네요.. 밥님도 찡이와 함께하시면서 건강도 챙기시고 한숨 돌리세요..

  • 11.09.01 16:45

    더불어밥님 글은 항상 감동입니다.
    기획만 하지 마시고, 저자가 되어보심은 어떠신지요?
    찡이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 11.09.01 21:19

    찡이야~!! 힘내라. 잘이겨낼거라 믿는다 ㅎㅎ

  • 11.09.02 13:52

    에휴~ 찡이가 많이 힘들었네요
    말은 안해도 얼마나 불편 했을까요. 또 맘이 아프네요.
    찡이가 앞에 있다면 꼭 한번 안아주고 싶어요. 시러할라나~
    찡아 아프지 말자

  • 11.09.04 22:51

    찡아~~~~찡아~~~~아줌니 맘이 넘 아프다~~~울 찡이~~꼭 치료 효과 보고 잘 걸어다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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