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유명인사의 글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들 중에
유명 인사나 연예인 등이 책을 내면 신문기사화될 정도의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리고 그 유명세는 출판판매량과 이어진다.
그런 것을 노리고,
대리 번역이나 대리 집필 등의 문제점이 작년 한해 출판계를 뜨겁게 달궜다.
그래서 이제 일반 유명인사들이 책을 내면
진짜인가? 하는 시선으로 책을 보게 되는 편견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추천한 언론인 고종석씨는
강금실 변호사의 진정성을 변론하고 있다.
굳이 그런 변론을 하지 않아도
강금실 변호사가 지금껏 행한 것을 잘 아는 이라면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 알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전 신문기사에서 전 법무부 장관 강금실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반가웠고, 당장에 구매했다.
가끔씩 이런 상상을 한다.
열린우리당이 지금처럼 국민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유시민, 강금실, 진대제, 이해찬, 한명숙 등의 쟁쟁하고 개혁적인 사람들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잔치하듯 하고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 말이다.
열린우리당의 실책이 강금실 같은 분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처
평가절하되고 있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
책에 대해서는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정치인 강금실이 아닌, 사람 강금실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다.
1. 서른살
다른 사람의 경험은 나의 삶의 등불이나 나침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보다 앞선 사람들의 경험을 배우려고는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약간은 노골적인 '서른의 당신에게'이다.
서른 즈음의 젊은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적은 글들이다.
나는 서른 즈음이라 우기기에는 버거운 나이이다.
하지만, 서른 즈음이 겪고 있는 고민을 여전히 하고 있다.
나의 서른살을 회상해보았다.
서른살..
사회에 발을 디딘지 얼마되지 않아 정신없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막막하고,
밝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도 되고...
20대 딱지를 떼버리고 나서,
이젠 나의 젊음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런 시절...
그냥 한숨 나오고, 뭘 해도 재미없는 시절....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듣다보면 괜시리 가슴 시린 그 시절.....
그렇게 고민하고 그렇게 아파하고 그렇게 주저앉는 서른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강금실은 책제목을 그렇게 지었나보다.
그런데, 이 책은 굳이 서른살 즈음의 사람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니다.
강금실 변호사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아무나 편히 읽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2. 일기 들쳐보기
남의 일기를 들쳐보는 일은 흥미롭다.
이 책에도 굳이 날짜가 적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기처럼 당시의 강금실 장관의 생활과 생각이 적혀있다.
처음 지방법원에서 판사를 하던 일,
로펌을 개설하여 변호사를 하던 일,
새침떼기 대학생활을 비롯한 학창시절,
불교와 카톨릭을 넘나드는 종교생활,
전 남편과 사랑, 어쩔 수 없는 이혼에 관한 이야기 등
정치인이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물론,
여성으로 처음으로 했던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장관을 그만 두고 다시 변호사를 하던 시절,
변호사를 그만 두고 서울 시장 후보 시절,
지방 선거 낙선 후 다시 변호사로 돌아가며 주위를 둘러보는 시절에
느낀 점들도 적고 있다.
그 외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리고 있다.
안타깝게 짧은 삶을 마친 친구이야기.
힘들 때 자신을 조용히 응원해준 같은 법조계 선배님들.
자신이 변론을 맡았던 사람들...
작은 사연들이지만,
그 작은 사연들에 모두 작은 교훈들이 있었다.
3. 시를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지난 주 TV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금실이 출현했다.
도종환 님의 시하고, 기형도 님의 시를 낭독하기도 하셨다.
그 프로그램에서 조금 놀랜 것이
강금실이 우리 나라 전통 춤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취미 생활이라고 하지만,
평소 TV에서의 이미지로는 상상하기 힘든 전통춤을 즐겨한다고 또 새롭게 보인다.
뛰어난 사람들은 무엇인가가 다른 것 같다.
무엇이든 자신이 흥미로운 일이 있으면
실천을 하고 열심히 하고 어느정도 경지에 오르는 것 같다.
춤 뿐만이랴.
강금실 변호사는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특히 시를 많이 좋아한다.
기형도 시인을 특히 좋아하는 그녀는
이 책에서도 기형도 시인의 인용하여 실기도 하여
간간이 시를 즐길 수도 있었다.
솔직히 나는 시를 즐길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
시를 통해서 시인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을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시를 많이 읽는 편도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몇 편의 시는 가슴을 싸하게 한다.
특히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는
제목만으로 요즘 한숨 자주 내쉬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
그리고 강금실 변호사가 즐기는 음악이야기와 영화이야기도 실려있다.
나도 재미있게 본 <라디오스타>나 <쇼생크탈출>이란 영화도 소개되어 있다.
특히 나는 <쇼생크탈출>을 수십번을 본 사람이라
쇼생크탈출의 장면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강금실 변호사께서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쇼생크탈출>이란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피가로의 결혼 中에서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란 음악은
DJ를 하면서 틀어준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간수의 방문을 틀어 잠그고,
문 밖에서 협박하는 교도소 간수들을 지긋이 쳐다보면서
불법으로 교도소에 울려퍼지게 했던 것이다.
..
하기야 강금실 변호사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니까, 그런 착각은 크게 상관은 없다.
나도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강금실 변호사가 이야기하는
음악의 힘에 절대적으로 지지한다.
4. 사진들
예전에 TV에선가 신문에선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런 말이 기억난다.
누가 했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만일 집에 불이 났다면 당신을 무엇을 들고 나오겠느냐?
질문을 받은 사람이 '앨범(사진첩)이요'라고 답변했다.
그때는 의아했다.
하지만 그 이후 그사람의 답변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것보다 더 귀한 물건이 없을 듯하다.
사진은 자신의 걸어온 길이다.
비록 사진속의 모습이 지금의 나의 모습과 다르지만,
사진의 나는 분명 나이다.
사진 속에 추억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사랑이 있다.
만일 불이 나서 그런 사진들이 다 사라지면,
마치 나의 과거가 모두 사라진 그런 기분이 들 것 같다.
이 책에는 강금실 변호사의 옛사진들이 많이 실려있다.
사회생활을 할때 찍은 사진, 결혼식 때 사진,
대학교 때 사진, 고등학교 때 사진,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의 사진까지...
그녀의 사진을 통해 그녀의 추억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5. 앞으로
강금실은 현재 변호사와 여성 인권대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정치활동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
워낙 열린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외면을 당해 놓은 터라
어떤 훌륭한 사람이 나와도 지금의 판세를 바꾸기 쉽지 않지만,
짧게 보지 말고, 멀리 천천히 보는 정치인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멀리 천천히 보는 사람이 더 넓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재 이전투구하고 있는 딴나라당 후보들의 공통점은
가까이 빨리만 보려고 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좁은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민생민생 노래를 부르는 그들이지만,
최근 민생을 위한 법안에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학법을 들고 협박을 하던지...
결정적일 때는 그들의 본색을 드러내는 것이다.
언론에 속고 있는 우리 백성들을 누가 끄집어 낼 것인가?
우리는 모두 진흙탕 속에 있다.
책제목 : 서른의 당신에게
지은이 : 강금실
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
독서기간: 2007.2.25 - 2007.2.27
페이지: 261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