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다가 보면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그 눈을 치우는 것도 일 중에 참 큰 일이다.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린 오늘 하루종일 눈을 치우면서 눈에 얽힌 이야기들이 생각이 나며 회상에 젖어본다.
내가 목회하면서 눈을 진하게 치워 본 교회는 이천 송곡교회였던것 같다.
교회 부지가 1,000여평 되는 교회였는데 앞마당만 400여평 되었던것 같다.
1989년 송곡교회에 부임했을 때는 교회 마당에 포장이 되어있질 않아서
땅이 얼었다가 녹는 봄이되면 교회 승합차가 마당에서 빠져서 꼼짝을 하지못해
트렉터를 가진 교인이 차를 끌어내 주어야만 했던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져
70미터 옹벽공사를 하면서 내친김에 마당 포장공사까지 해 놓았는데
거기에 배구와 족구를 겸할 수 있는 네트 기둥을 설치하고 야간에까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사방에 외등 설치를 해 놓은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겨울에 눈이 올 때가 문제였다.
콘크리트 포장은 아스콘 포장과 달라서 눈이 내리면 여간해서 녹지 않고
얼어붙기 때문에 얼른 치우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우리 가족은 눈만 내리면
그 눈을 치우느라고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눈만 내리면 3x6짜리 베니어 합판을 가지고 밀어대기 시작을 하는데
찰눈이 내리면 우리 네 식구가 다 달라 붙어도 밀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넉가래를 가지고는 워낙 넓은 마당이라 감당을 할 수가 없었고 합판으로 치워야 했는데
숨이 턱에까지 차 올라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게 될 때쯤되면 나타나주는 해결사가
두 사람 있었으니 그 이름은 이강열집사와 이기운집사였다.
이강열집사는 키가 190센티 몸무게가 110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백두급 씨름선수 출신이고
이기운집사는 허벅지와 애랫 종아리가 얼마나 굵은지 책상다리를 하고 않으면 균형이 맞지 않아
뒤로 넘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꼭 무릎을 꿇고서야만 앉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난 이런 사람을 처음 보았기에 항상 신기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 두사람만 나타나면 우리 식구는 뒤로 물러나도 되었고 문제가 다 해결될 수 밖에 없었는데
우리 네식구가 밀어도 안밀리는 눈이 이 친구들이 밀면 장난하듯이 쓱쓱 밀려 나가는 것이었다.
아내는 얼른 집에 들어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고 눈을 치운 그들은 그 음식을 먹으면서
재미있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눈을 치울까 하고 나갔더니 서재원집사 내외가 눈을 치우러 왔고 이어서 부목사가 출근을 하고
조금 있다가 보니 윤선하권사님이 오더니 힘 좋은 신금배 성도가 가세하고 유숙자권사님과 임영옥권사님이
힘을 보태 우리 가족과 함께 훌륭하게 눈 치우는 봉사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금배성도가 힘이 얼마나 좋은지 옛날 이강열 이기운집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엄청 오랜만에 맛보는 눈치우기 작업을 해 보면서 지난 날들이 불현듯 생각이 났는데
역시 목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교회는 말 많은 사람보다 눈 올때 눈 치우러 오는 사람들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다.
첫댓글 사실은 부럽습니다. 마당이 넓진 않지만 혼자 치우다보면 답답할때도 있는데~물론 성도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요. 집이 멀기도 하고, 직장때문에 시간이 맞지않고, 또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있고...가끔 심술이 나면 안치우고 그냥 놔둘때도 있습니다. 여러 성도가 같이 눈치우는 일~부럽습니다.
이목사님 저 같은 경우는 자기집 눈 치우기 전에 교회 눈 먼저 치워야 한다고 닥달을 하는 편이죠!ㅎㅎ 혼자 치우면 괜히 짜증나잖아요!^^
오늘 저희들도 교회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아끼는 한집사님과 함께 눈을 치우고 교회, 정리를 했습니다. 목사님 교회는 목사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교인들은 말로는 저희 교회, 저희 교회, 하면서도 막상 일이 있으면 가만이 있는 것이 교인입니다, 넓은 마당 눈 치우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금년 한해는 좋은 일들, 큰 부흥이 있길를 기도합니다.
저도 허리가 다 무겁게 느껴질만큼 열심히 치웠답니다. 물론 교우들은 더 열심히 했지만요! 전목사님도 고생 많으셨구요, 이제 길 사정 좀 좋아지면 대전 한번 다녀오고 싶군요.^^ 김정열목사님이랑 오민평목사님이랑 임종만목사님이랑 함께 뵙고 싶어서....
염화칼슘 드릴까요? 소금으로 뿌려도 되는데..수고하셔네요
그 동네는 염화칼슘이 아직도 남았대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