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 般若心經 ]
불교경전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가장 많이 유통되는 것이 바로 「반야심경」이다. 정확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서 보통 「반야심경」이라 줄여서 부르고 있다.
「반야심경」은 불과 260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경문이지만, 대·소승 경전의 내용을 간결하고도 풍부하게 응축하고 있어서, 예불이나 각종 의식에는 물론 식사 때에도 지송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초종파적으로 공통으로 독송하는 경전이다. 불교에 입문하지 않더라도 불교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전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기에 앞서 외워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만큼 불교 입문서로서의 대표성도 가지고 있다.
「반야심경」은 많은 번역본이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일반적으로 독송되는 것은 당의 현장이 번역한 것이다.
구법의 동반자, 반야심경
당나라 현장법사는 629년 오랫동안 꿈꾸었던 천축국을 향해 구법의 길에 올랐다. 익주 공혜사에 이르렀을 때, 한 병든 노스님을 만났는데, 그는 험난한 천축길에 만나게 될 갖은 시련을 알려주면서 "삼세제불의 심요(心要) 법문이 여기 있으니 이것을 늘 기억하여 외면 온갖 악귀를 물리치고 안전히 다녀올 수 있으리라" 했다. 그 노스님이 가르쳐준 것은 범어로 된 「반야심경」이었다.
천축을 가는 길은 황량하고 험난해서 나는 새나 짐승도 없고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곳이 며칠씩 계속되기도 했다. 자기 그림자를 벗삼아 고난의 길을 가는 현장에겐 끊임없이 무서움과 괴로움, 편안함을 유혹하는 악귀들이 덮쳐오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경우도 무수히 많았다. 그때마다 현장은 이 「반야심경」을 지심으로 독송했는데, 그때마다 악귀들은 물러나고 길이 저절로 열리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현장은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천축 마가다국 나란타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거기에서 자신에게 「반야심경」을 가르쳐준 병든 노스님을 만나게 되었다. 현장을 본 그 노스님은 흔연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가 이곳에 무사히 도착한 것은 삼세제불의 심요법문을 수지 독송한 덕이니라. 내가 바로 관음보살이다."
그러고는 표연히 떠올라 하늘 높이 사라져버렸다.
그 뒤 현장법사는 귀국하자마자 관음보살이 친히 교수한 「반야심경」을 번역하여 유포했는데, 수지하여 지심으로 독송하는 이마다 「반야심경」의 영험함을 경험했다고 한다.
위대한 지혜를 완성하는 경
경의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하'는 '크다'를 뜻하는 말이고, '반야'는 '지혜'를 뜻하며, '바라밀다'는 '완성'을, '심'은 심장 또는 정수를 뜻하는 말이므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뜻으로 풀어보면 '위대한 지혜의 완성과 그 정수를 담은 경'이 된다. 그래서 어떤 번역본은 「대명도경(大明度經)」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명(明)'은 지혜인 '반야'를, '도(度)'는 피안에 도달한다, 완성한다는 뜻으로 '바라밀다'를 의역한 것이다.
「반야심경」의 범어 원본은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다른 경전들처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여시아문)"로 시작되는 서분(序分)과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歡喜奉行,환희봉행)"로 끝나는 유통분(流通分)이 있는 광본이고, 다른 하나는 이 앞뒤가 없이 다만 정종분(正宗分)만 있는 약본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약본으로서, 부처님이 관자재보살을 예로 들어 사리불에게 반야사상을 설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광본에 따르면 부처님은 왕사성 영취산에서 삼매에 들고, 그 삼매 속에 관자재보살이 옛날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의 힘을 빌어 관자재보살에게 보살이 행할 바를 묻고, 이에 대해 관자재보살이 약본의 내용을 그대로 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부처님의 삼매 속에서 관자재보살이 설법을 행하는 형식인 것이다.
「반야심경」은 흔히 인도의 우수한 학승들이 반야계 경전뿐만 아니라 팔만대장경의 8만 4천 법문을 260자 안에 요약한, 전무후무한 경전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군더더기 하나 없이 불교사상의 정수를 오롯이 담아내었다는 말인데, 음미할수록 한자한자가 놀라운 짜임새로 구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공사상의 핵심을 정교하게 변증하는 앞단계가 있고 이어서 바라밀의 경지를 웅장한 톤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그 결론으로 진언의 내용이 풍부한 울림으로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본문 풀이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密多心經)
-당 삼장법사 현장봉소역(唐 三藏法師 玄奘奉詔譯)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개공 도 일체고액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 五蘊皆空 度 一切苦厄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受想行識 亦復如是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
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無眼耳鼻舌身意 無色聲香味觸法 無眼界 乃至 無意識界
무무명 역무무명진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무고집멸도 무지역무득 이무소득고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無苦集滅道 無智亦無得 以無所得故
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고 심무가애 무가애고 무유공포 원리 전도몽상
菩提薩埵 依般若波羅蜜多故 心無罣碍 無罣碍故 無有恐怖 遠離顚倒夢想
구경열반 삼세제불 의반야바라밀다고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究竟涅槃 三世諸佛 依般若波羅蜜多故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고지 반야바라밀다 시대신주 시대명주 시무상주 시무등등주 능제일체고 진실불허
故知 般若波羅蜜多 是大神呪 是大明呪 是無上呪 是無等等呪 能除一切苦 眞實不虛
고설반야바라밀다주 즉설주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故說般若波羅蜜多呪 卽說呪曰 揭帝揭帝 波羅揭帝 波羅僧揭帝 菩提娑婆訶
우리를 제도하기 위해 스스로 구도자의 지위로 내려서서 보살이타행을 하는 관자재보살에게 전지전능한 반야 지혜를 성취하는 진리의 요체가 있으니, 그것은 모든 생명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오온(五蘊) : 물질(色,색), 감각(受,수), 지각(想,상), 의지와 행함(行,행), 인식작용(識,식))가 뚜렷하게 실재하는 듯 생각되지만 그 본성을 근원적으로 살펴볼 때 그 실체가 아예 없음을 밝은 빛 아래서 명백히 보듯 깨닫는 것이니라.
사리풋타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현상들은 영원불변한 게 없다. 시간의 흐름과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유전할 뿐이니 일정한 실체가 없는 비어 있는 것이니라(空,공). 삼라만상은 물질적인 현상(色,색)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이처럼 실체가 없이 비어 있고(空,공) 그렇다고 텅 비어 있음(空,공)이 물질적인 현상(色,색)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곧 있고 없음이 다름이 아니다. 있음은 없음 그 자체요, 없음은 동시에 있음이로다. 감각(受,수), 지각(想,상), 의지(,행行), 지식(識,식)도 마찬가지여서 있는 것인 양 보이지만 실상은 텅빈 것이요, 텅빔 속에서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나타날 뿐이니라.
사리풋타야,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이처럼 끊임없이 유전하는 것일 뿐 끝내 실체가 없는 것이니, 생겨나거나(生,생) 없어지거나(滅,멸) 할 게 없다. 더럽거나(垢,구) 깨끗할 것(淨,정)도 없고 늘거나(增,증) 줄(減,감) 일도 없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실체가 없음을 명백히 깨달은 이 자리(空,공)에서 보면, 확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물질적 요소(色,색)나 정신적 요소(受想行識,수상행식)나 감각기관(눈(眼,안), 귀(耳,이), 코(鼻,비), 혀(舌,설), 신체(身,신), 의식(意,의))이나 감각(색채(色,색), 소리(聲,성), 냄새(香,향), 맛(味,미), 촉감(觸,촉), 인식(法,법))의 대상도 사실은 없는 것이다. 눈으로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눈의 영역(眼界,안계)부터 귀의 영역(耳界,이계), 코의 영역(鼻界,비계), 혀의 영역(舌界,설계), 몸의 영역(身界,신계), 의식의 영역(意識界,의식계)에 이르기까지 다 실체가 없는 것이니, 따라서 확실한 듯 느껴지는 이 '나'라는 관념도 기실은 없는 것이로다.
그러기에 벗어나야 할 어떤 번뇌(無明,무명)도 본래부터 없는 것이니, 그 번뇌를 벗어나고 말 것도 없느니라. 늙음(老,노)이나 죽음(死,사) 또한 본디 없는 것이니, 그것들을 여의하고 말 것도 없도다. 모든 것은 다 괴로움이라는 진리(苦,고)도 없고, 괴로움의 원인이 번뇌라는 진리(集,집)도 없으며, 괴로움을 없애고 열반에 이른다는 진리(滅,멸)도 없고, 열반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진리(道,도)도 없으니, 지혜(智,지)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그 지혜로 생겨나는 얻음(得,득) 또한 없느니라.
얻을 것(得,득)이 없으므로, 진리를 깨닫고자 만행을 닦는 구도자(菩提薩埵,보리살타)들도 이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기 때문에 그 마음 가운데 조금이라도 무엇을 꺼리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이, 물질이 있느니 오온이 있느니 괴로움이 있느니 하는 중생들의 뒤집힌 생각을 멀리 여의니 영원히 평안하고 즐거움이 넘치는 열반을 얻게 되느니라.
무한한 과거에 계셨던 모든 부처나 무한한 공간에 계신 현재의 모든 부처나 무한한 미래에 계실 모든 부처들도 다 이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기 때문에 위없이 높고 바르고 두루한 전지전능의 큰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한 내용으로 충만한 최상의 주문이요, 무지함과 몽매함을 밝혀주는 광명의 주문이며, 더 이상을 생각할 수 없는 최고의 주문이며, 모든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는 본연의 진리로다.
반야바라밀다의 이 같은 위대함을 비밀한 뜻으로 표현하는 진언(眞言)이 있으니 그 진언은 다음과 같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우리말 반야심경
한역 「반야심경」은 전통적인 불교의식이 배어 있어서 고졸한 맛 그대로 여전히 독송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대중들이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말로 풀이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한문의 뜻을 새기며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말로 읽어 직접 뜻이 와닿을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에서였다. 여기서는 여러 우리말본 가운데 청담스님이 번역한 「우리말 반야심경」을 택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스님만의 독특한 새김이 있어서 여러모로 참고해 볼 만하리라 본다.
큰 지혜로 참 '마음'에 돌아서는 말씀
-청담 번역
관자재보살이 지혜로 도를 닦아 '참마음 자리'를 깨닫고 보니, 물질, 느낌, 따짐, 저지름, 버릇 등의 다섯 가지 '마음'의 고난에서 벗어났느니라.
사리불이여, 물질이 허공과 다르지 않고 허공이 물질과 다르지 않으므로 물질이 바로 허공이며 허공이 바로 물질이니라. 이와 같이 중생들의 느낌과 따짐과 저지름과 버릇들이 바로 부처님의 밝은 지혜이며 부처님의 광명지혜가 바로 중생들의 나쁜 생각이니라.
사리불이여, 이 모든 것들이 없어진 '참마음 자리'는 생겨나는 것도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눈, 귀, 코, 혀, 몸, 생각도 없으며 또한 형상, 소리, 냄새, 맛, 이치도 없으며, 쳐다보는 일도 들어보는 일도 맡아보는 일도 맛보는 일도 대어보는 일도 생각해보는 일도 없으며, 허망한 육신을 '나(自我,자아)'라고 하는 그릇된 생각(無明,무명)도 없고, '나'라는 그릇된 생각이 없어졌다는 생각마저 없으므로 '나'를 위한 움직임(行,행)도 없으며 생멸도 없어지고 주관과 객관의 대립도, 감각, 욕심, 가짐, 업(業), 출생, 사망 등 열두 가지 인연법칙이 모두 없으며, 늙고 죽는 것도 없고 늙고 죽음이 다 없어진 것도 없으며 그 괴로움의 원인과 그 괴로움을 벗어난 것과 그 괴로움을 벗어나는 방법까지도 없으므로 지혜도 없고 또한 얻는 것도 없느니라.
'마음'은 본래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보살'이 반야바라밀이 되어 아무 데도 걸린 데가 없으므로 겁나는 일이 없으며 꿈같이 허망한 생각이 없어서 최후의 열반에 이르게 되며,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도 이 '마음 자리'를 깨달아 가장 높고 바르고 밝은 지혜로써 생사를 초월했고 자유자재한 경지를 성취했느니라.
그러므로 생각의 주체인 이 마음도 아닌 '마음'이 가장 신비하고 가장 밝고 가장 높은 주문이며, 절대 아닌 절대로서 이 마음은 모든 것과는 다르면서 또한 만물과 둘이 아닌 주문이므로 능히 모든 고난을 물리칠 수 있고 진실하며 허망됨이 없느니라. 이에 마음을 깨닫는 주문을 말하리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출처] 반야심경 [ 般若心經 ]|작성자 수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