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회사원 조희정(29)씨는 아침을 거르기 일쑤였다.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 먹겠다는 다짐만 수십 번. 하지만 일어나기도 바쁜 아침에 밥을 한다는 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아침밥을 출근길에 산다. 서울 역삼동 지하철역에서 사무실까지 가는 길에 커피전문점, 도넛가게, 편의점, 제과점 등이 줄지어 서 있다. 조씨는 9년 전엔 아침을 아예 굶었지만 요즘엔 아침 메뉴를 출근길에 고를 수 있어 굶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침밥을 들고 출근하는 직원은 조씨뿐 아니다. 14명의 같은 사무실 직원 중 6명이 아침밥을 사온다. 샌드위치나 김밥은 기본 죽, 샐러드, 베이글, 와플 등 메뉴도 가지각색이다. 집에서 먹는 따뜻한 국과 밥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간편한 아침 메뉴가 등장하면서 아침식사 결식률도 낮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3년 단위로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05년에는 20대의 38.0%가 아침을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의 59.4%, 2001년의 45.4%에 비하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수치다. 올해 조사는 7월 초부터 시작해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만성병 조사팀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아침을 픽업(pick-up)해 먹을 수 있게 돼 아침 결식률이 점점 낮아지고 앞으로도 꾸준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1월 통계청은 2007년 기업인이 주목해야 할 한국의 블루슈머(Blue Ocean Consumer) 6 중 하나로 20대 아침 사양족을 꼽았다. 20대 중 49.7%, 총 370만8000명이 아침식사를 거른다는 통계(2006년 통계청 자료)에 따라 이들의 수요를 생각해낸 것. 웰빙 열풍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침을 챙겨먹으려는 욕구는 높아진다. 반면 바쁜 일상으로 아침을 굶을 수밖에 없는 직장인과 학생이 증가하면서 아침식사 시장은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외식업체들 덩치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이나 편의점은 물론, 커피전문점이나 베이커리를 찾는 소비자 그룹이 새로운 블루슈머로 떠오르는 것이다. 외식업체들은 20대 아침 사양족을 겨냥해 앞다퉈 아침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맥도날드는 서울 관철점 등 4개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아침 메뉴 맥모닝 세트를 지난 2월부터 전국 3000여 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롯데리아는 서울역점에서만 시범적으로 팔던 아침 메뉴 세트가 좋은 반응을 보이자 지난 1월 전국 39개 매장으로 늘렸다. 이강욱 롯데리아 마케팅 팀장은 아침 사양족을 잡기 위해 오전 6시부터 문을 여는 매장과 아침 메뉴 수를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던킨도너츠는 커피&도넛이란 광고문구를 올해 초부터 아침&베이글로 바꾸고 아침 메뉴 판매에 적극적이다. 다양한 베이글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던킨도너츠는 베이글 매출이 지난해보다 5배 늘었다. 스타벅스는 아침 메뉴를 따로 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에 판매하던 샌드위치, 베이글, 케이크 등을 찾는 직장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광화문점은 오전 6시 개점과 함께 10시30분까지 샌드위치, 크림치즈와 베이글 등 아침식사거리가 될 만한 메뉴를 판매한다. 이는 20~30대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박종훈(32)씨는 출근 전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카페 믹스앤베이크 서초점에서는 2005년 말 4개 매장에서 아침 뷔페를 선보였다. 하지만 손님들이 예상 외로 폭주하는 바람에 서비스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믹스앤베이크 관계자는 아침식사를 원하는 직장인들의 수요를 새삼 확인했다며 조만간 다시 준비해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식업체 아침 상품 봇물 과거 환자 식(食)으로 인식되던 죽도 바뀌고 있다. 죽도 못 먹고 다니느냐는 말이 있었지만 현재 죽 시장은 아침 대용식 중에는 고가 음식으로 간주된다. 본죽은 2002년 9월 창업한 후 5년 만에 가맹점 730개를 거느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매출액도 2004년 1500억원에서 지난해 2100억원으로 증가했다. 본죽 관계자는 맞벌이 증가 등으로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아침식사의 영양학적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토 토마토는 기존에 점심이나 저녁 식사만 판매했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아침식사 시장에 뛰어들었다. 샐러드, 소시지, 수프를 곁들이는 아침 메뉴 판매에 나선 것이다. 오므토 토마토 관계자는 아침을 사먹는 직장인들이 이젠 건강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패스트푸드나 김밥이던 아침 식사가 이젠 웰빙, 유기농 트렌드와 결합돼 다양한 건강식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식품 제조업체에서도 아침 대용식 신제품 출시에 바쁘다. 커피나 빵 일색이던 메뉴도 다양하게 진화됐다. 바쁜 직장인과 학생을 위해 편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것. 샘표식품에서는 물만 넣고 2분 정도 끓이면 아침식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브로콜리수프를 출시했다. 맛과 영양이 풍부해 젊은 층에게 인기다. 농심에서는 최근 보노라는 수프를 내놓았다. 기존 수프와 달리 수프 가루에 따뜻한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즉석제품이라 직장인과 학생들이 선호하는 식품이다. 오뚜기에서는 용기 그대로 2분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낙지·김치·참치 덮밥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CJ에서는 녹차죽, 송이죽, 단호박죽, 전복죽 등 다양한 죽 제품을 선보였다. 패밀리마트에서는 삼각김밥이 많이 팔린다. 개당 700원으로 하루 전국 판매량은 약 50만 개에 달한다. 한국식품영양재단 김주현 책임연구원은 테이크아웃(Take-out) 문화로 정착된 아침식사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 밥과 국 중심의 식단이 간편하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점도 지적했다. 주 메뉴가 서양식 중심이라 열량이 높고 영양은 부족하다. 영양학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또한 길거리 음식의 위생과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소비자의 책임이며 선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