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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07
씬1. 준희의 거실
(6부에서 이어지는).
은수, 문앞에서 강아지 안고 만지며 준희 물끄러미 보고 있다, 맘이 아프다.
준희, 가만히 전화기 들고 앉아있다. 맘이 떨린다.
씬2. 성우의 거실. 어두운.
성우, 전화를 하고 있다.
성우 : (눈물 그렁한, 애써 감정 누르려고 애써 웃으며) 이런 말하면 안되는데, 그치? (맘아픈) 근데, 오늘은
술 취해서 하는 말이다, 장난이다, 그렇게 말하기 싫다. (짐짓 밝게) 전화, 끊자. 낼 보자. (어렵게, 애써 웃으며)
아침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잘자. (끊고, 가만 앉아있는데, 눈물 그렁하게 차오른다,
베란다로 들어온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날린다)
씬3. 준희의 거실.
준희, 가만 있다가 천천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다.
카메라, 방문 앞으로 가면, 은수 방문에 기대 서서 그런 준희를 물끄러미 보다가.
은수 : 안자?
준희 : (천천히 고개 들어 은수 보고, 외면하며) 자야지..
은수 : (그런 준희 놓치지 않고, 본다)
준희 : (맘다잡고, 은수 못보고) 은수야.
은수 : (피하는) 피곤해, 잘래. (하고 방문 열고 들어가고)
준희 : (방으로 들어가는 은수 보고)...
씬4. 성우의 집, 거실.
성우, 전화기 앞에 앉아 눈물 그렁해 앉아있는 맘 아픈.
씬5. 준희의 집, 거실.
준희, 쇼파에 고개 숙이고 앉아있는.
씬6. 침실.
은수, 이불 덮고, 모로 불안한 눈빛으로 이 앙다물고 눈가 붉어져있다. 맘이 너무 아프다.
씬7. 성우의 집, 아침 전경.
영희 : (E) 성우야, 밥 먹자!
씬8. 성우의 집 주방+거실.
영희, 김밥을 말고 있다. 한쪽에 김밥 썬 접시 있고, 이쁜 도시락통 있는.
성우, 방에서 출근준비하고 나와 주방으로 오며.
성우 : (김밥 보며) 이거 뭐야?
영희 : (안보고) 김밥.
성우 : 아침부터 무슨 김밥?
영희 : (성우 보고, 갑자기 할말 잊고 버버대는) 무슨, 기, 김밥은...너, 너 맥일라구...
(못보고) 밤엔 항상 늦으니 뭐해서 맥이기기두 그렇구....니가...전번에 먹고 싶댄 것두 같구...
성우 : (앉으며) 내가, 언제?
영희 : (할말 없는) 안, 안먹고 싶댔니? (성우 앞에 있는 접시 집으려하며) 그럼, 먹지마라.
성우 : (접시 잡으며, 웃음 띤 장난) 왜 그래요, 먹을건데. (하나 집어먹으며) 엄마, 안 먹어?
영희 : (김밥만 말으며) 벌써 서너개 집어먹었어. 목맨다, 물 먹고 먹어.
성우 : (물 먹다가, 옆에 있는 도시락통 보며) 엄마 소풍가?
영희 : (성우 보고, 도시락 보고) 어, 엉, 그거...응.. (거짓말하기 땜에 성우 못보고) 선주, 유란이 아줌마랑 꼬,꽃놀이 가기로 했어.
성우 : (영희 유심히 관찰하듯 보며) 무슨 꽃?
영희 : (안 보고) 벚꽃.
성우 : (장난끼 많은) 벚꽃? 벚꽃은 벌써 지지 않았어? 꽃두 없는 나무를...보러 가?
영희 : (성우 안보고, 김밥 말다가, 아차 싶다, 잠시 생각하더니) 아....그게 처, 철쭉이다.
성우 : (영희 재밋다는듯 보며) 엄마, 철쭉두 졌어. (떠보는) 엄마, 현철 아저씨랑 어디 가지-?
영희 : 미쳤니? 그 사람하고.... 내가, 어딜가.
성우 : (김밥 먹으며, 무심히) 가면 어때.
영희 : (그러다 생각난듯) 성우야.
성우 : ?
영희 : 그 오빠, 부인 (손으로 천장 가리키며) 갔댄다.
성우 : 어머, 언제?
영희 : 벌써 오년 됐대.
성우 : (놀리는) 그래서?
영희 : (벙찐) 엉? (괜히 하는 말) 김을 잘못 샀나, 자꾸 터지네... (하며, 성우 눈치 보며, 김밥 말고)
성우 : (물 마시며, 엄마 보고 작게 웃고)
씬9. 서울역 대합실.
영희, 기둥뒤에 보자기에 싼 도시락통 들고 서서 현철이 오나 안오나, 보고 있다.
영희 : (궁시렁) 뭐한다고 여태 안와. (시계보고) 내가 너무 빨리 왔나?
카메라, 입구쪽으로 가면, 현철 두리번 거리며 걸어와, 대합실 의자에 앉아, 신문을 펴든다.
영희, 옷매무새 가다듬고 그 옆에 가서 앉고.
영희 : (되도록 덤덤하게, 수줍음 감추고) 빨리 왔네....
현철 : (그말에 조금 몰라 옆 보고) ? (웃고)
영희 : 내가 좀 늦었지? 언제 왔어?
현철 : (웃음 밴) 어....나, 나야, 일찍 왔지, 너만나는데...한, 30분, 그래 30분 전쯤 온거 같다.
영희 : (현철 건조하게 보며, E) 뻥두 잘쳐.
현철 : (영희 손에 든 보자기 보며) 그게 뭐냐?
영희 : (그말에 당황해, 보자기 보며) 어, 이거, 기, 김밥.
현철 : (좋다) 니가 쌌냐?
영희 : (말해선 안될 것 같다) 아, 아니. 오다, 김밥집이 있어서, 샀어.
현철 : (영희 맘 알겠다, 웃으며, 떠보듯) 요즘은 김밥집에서 보자기 까지 이쁘게 싸주나 보지.
영희 : ?!
현철 : (영희가 재밋다, 일어나며) 나, 표 사올께. 기다려라. (하며, 웃으며, 매표소로 가고)
영희 : (졌다, 들켰다 싶다, 작게 궁시렁) 생긴건, 곰 같이 생겨갖고. 하는짓보면, 여우가 따로 없어. 어후-
씬10. 달리는 기차.
씬11. 달리는 기차안.
영희, 창가 보며, 짜증을 간신히 참고 앉아 있다.
그 앞좌석엔, 40대 여자와 두 아이 앉아있다. (아이들, 자는).
영희 : (속엣말) 데이트를 해?...기두 안막히다. (하고 옆좌석에 앉은 현철 물끄러미 본다)
현철 : (코를 어쩌다 심하게 골며, 피곤하게 자고 있다)
영희 : (일그러진 얼굴위로, E) 아주, 자리를 깔고, 누우시지...주현철, 증말, 정떨어진다. (하고, 창가로 고개 돌리고있다가,
다시 현철 보며, 측은한 맘든다, E) 밤새, 칼럼 썼다드니 피곤했나.....
현철 : (갑자기 크게 코골며 졸다가, 영희의 어깨에 머리를 툭하고 기댄다)
영희 : (얼결에 피하면)
현철 : (목이 아주 불편하게 되고)
영희 : (잠시 생각하다가, 슬며시 현철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한다)
현철 : (더이상 코를 골지 않는다)
영희 : (코 안고는 현철이 이상하단듯 본다)
그더다, 현철의 숨소리를 들으려 자기 얼굴을 현철의 얼굴에 살짝 기댄다, 그때, 현철 빛이 눈부신지, 눈을 불편하게 감는다.
영희, 빛가리개를 내려 현철이 눈부시게 하지 않게 해준다. 현철, 곤히 잔다.
영희, 기분이 나쁘지 않는데, 그때, 앞에 앉아있는 여자 말을 건낸다.
여자 : (웃음 띤) 참 보기 좋으네요, 두 내외분이.
영희 : (순간 고개 들어, 여자를 본다)예?
여자 : 부부아니세요?
영희 : (당황한) 부부, 부부죠, 물론.
여자 : 두분 보니까, 어려서 봤던 만추란 영화가 생각이 나네요.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이 지금 아저씨처럼 자니까,
빛들지 말라고 신문을 창에 가려 주는데.. 참 보기 좋더라구요.
영희 : (어색한 웃음) 아, 네....
여자 : 어기까지 가세요?
영희 : (당황해 어색한) 그, 글쎄요. 어디까지 가나... (현철 작게 흔들며) 오, 오빠.. (그러다 지레 놀라, 여자 본다)
여자 : ?
영희 : (어색하게 웃으며) 전 펴, 평생을 이 이이가 하잔 대로 해서.. 어디까지 가는지 잘 모르겠네요...
(창가보며) 여름이 벌써 오려나 왜 이리 덥나.. (여자 눈치보며, 손부채질하고)
씬12. 성우 사무실.
성우, 준희, 하숙, 현주, 미선 사다리를 타기위해 모두 테이블 근처에 모여 즐겁게 왁자지껄하다.
한쪽 귀퉁이에 가서 사다리를 그리는 재석에게 '어서 빨리 해, 사다리 한두번 그리냐 왜 이렇게 더뎌?'하는 소리들 하고.
재석 : (종이를 반 접어, 오며) 갑니다, 가요! (하고 와서는 테이블에 종이를 놓는다) 자 됐습니다.
미선 '난 1번', 현주 '난 2번' 하고 나서는데.
하숙, '잠깐만, 잠깐만' 하며 정리 시킨다.
하숙 : (사다리에 적힌 돈 보며, 재석에게) 야, 이거 번호가 왜 여섯개뿐이야.
재석 : 여섯개면, 맞지 뭘그래요?
하숙 : (둘레 보며) 사람이 총 일곱명인데?
재석 : 참내. 직원들 사다리 놀이에 왜 사장님이 껴요.
하숙 : (반색하며) 난 공짜루 먹는 거야?
현주 : 아니죠. 내가 김대리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할 때, 사다리에서 모인 돈으로 우리가 밥을 먹는 건 맞는데,
그 돈이 모자랄 경우, 나머지를 모두 사장님이 댄다. 그뜻인거 같은데, (재석에게) 맞죠?
재석 : 역시, 심현주다.
하숙 : 뭐? (웃고 서 있는 성우에게) 야,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 얼핏봐두, 사다리에서 거칠 돈이, 삼만원을 못 넘는데....
이건 나한테 사란 소리 아냐?
성우 : (웃으며, 준희 보며) 역시 사장님은 머리가 좋아? 서준희씬 몇번 할꺼야, 난 4번 할건데.
준희 : (웃으며) 5번이요.
씬13. 하숙의 사무실.
하숙, 자리에 앉아있고, 성우 맞은편 자리에 앉아있다.
하숙 : (서랍에서 돈봉투 꺼내 주며) 기분 좋아보인다?
성우 : (받으며) 그래 보여?
하숙 : (무심히) 꼭 연애하는 사람 같다?
성우 : ?
하숙 : (일어나, 성우 안보고 옷입으며) 밥 맛있는 거 먹어. 토일일에 야근시키고 미안하다. 그래도 일거리 있는게 좋지, 안그래?
(하다, 성우 보면)
성우 : (생각하는)
하숙 : (성우, 어깨 치며) 무슨 생각해?
성우 : (흠칫해, 어색하게 웃으며) 아냐.
하숙 : 일 넘기면, 애들 기분 좀 풀어줘라?
성우 : (어색한) 엉. (일어나) 조심해, 가.
하숙 : 그래.
성우 : (돌아서서 가는데, 들켯나 싶어, 씁쓸한 웃음난다)
씬14. 사무실 안.
성우는 성우 자리에서 사물들 정리하고 있고, 준희는 자기 자리에서 전화하고 있다. 다른 사람 없는.
준희 : 한 두세시경쯤 갈거 같애, 결재건때문이라면 알거야. 그래, 선생님한테 그렇게 전해줘. (사이) 알았다, 사갈께. 작업해라.
하고, 전화 끊으면 어느새 성우 그 앞에 서 있다.
성우 : (편하게) 은수씨 갤러리 오늘 들어가기로 했니?
준희 : (조금 어두운) 네.
성우 : 아까, 사다리 타는거 재밋었지?
준희 : ?
성우 : (준희 안보고, 입가에 편안한 웃음 지으며) 어젯밤에 그러구. 널 어떻게 봐야할까, 걱정했는데, (준희 보며)
준희 : (서글프게 웃으며, 외면하고)
성우 : 이상하게 맘이 편하다. 이제 나...
준희 : (성우 보는)
성우 : (애써 편하게 웃으며) 너 그만 밀어내기로 했어. 맘 아프기 싫어. 좋은 사람 보는데, 맘 아플거 없잖아.
우리가 별다른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준희 : .....
성우 : (짐짓 밝게 웃으며) 점심 뭐 먹을 거니? 저 사람들은 부대찌게 아니면, 삼계탕 골랐을 텐데...난 회냉면 먹고 싶은데. 나와.
(하고, 나가고)
준희 : (나가는 성우 보고, 은수 생각에 전화기 보며 맘 무거워지고)
씬15. 작업실.
은수, 작업대 주변을 정리하고, 작업하려 앞치마를 입는데, 인정 들어온다.
은수 : (돌아보고)
인정 : 선생님, 준희아저씨 3시쯤에 오신대요. 떡복이 사가주구요.
은수 : (어렵게 묻는) 혼자 온다그러디?
인정 : 네.
은수 : 그래. (하고 앞치마 마저 입는데)
인정 : 저, 오후예요. 동진이 아저씨 만나기로 했는데, 일찍 나가봐두 되요?
은수 : 그래. 맛있는거 사달래서 먹구.
인정 : (신난) 네. (하고, 나가고)
은수, 의자에 앉아 생각이 많다.
인써트 - 6부 하숙의 집.
은수 : (주스마시며, 준희 본다, 맘이 조금 불편하다, 다시 눈길 성우에게 주고)
성우, 술잔 내려놓는데, 입가에 웃음져도 기분 서글프다, 다시 술 따르려는데, 준희 성우 손목을 잡는다. 성우 보면.
준희 : 그만해요.
성우 : (준희 보는)
현실.
은수, 심란하다.
씬16. 냉면집 앞.
현주, 재석, 성우, 미선 준희 나온다.
재석 : (성우 보며) 공산당이야, 공산당.
성우 : ?
재석 : 민주주의사회에서, 나 먹을 것도, 내가 못 정하면, 그게 어디 민주주의예요.
주실장님, 우리 사이에서 별명이 뭔줄 알아요? 공산당 서기장이예요. 우린 당원이고.
성우 : (주위둘러 보고) 설마?
재석 : (미선에게) 야, 진짜냐, 아니냐?
미선 : 말하기 싫어요, 사무실을 비워둬서, 저 먼저 가요. (하고, 뛰어가고)
재석 : (미선에게) 야! (하고는, 현주에게) 너 말해봐?
현주 : (괜히, 놀라는 척) 뭘?
재석 : 공산당이냐고, 아니냐고?
현주 : (놀란 얼굴로) 왜 그래, 난, 공산당 아냐? 울 아버지 공무원이야, 그런 말 하지도 마. 난리나. (빠르게 가고)
재석 : (벙찌고) 아후! 야, 거기 안서. (가고)
성우, 준희 그런 두사람 보며, 작게 웃으며 뒤쳐져 간다.
성우 : 곧바로 갤러리로 갈거지?
준희 : 네.
성우 : 포트 폴리오에 나온 작품은 완성된 거니까, 오늘 저녁 중에도 양수리로 갈 수 있는 거지?
준희 : 오늘 안되면, 낼이라도 보내라고 할께요.
성우 : 월요일에 양수리 들어가서, 일해야 하니까 차질 없게 해줘.
준희 : 네.
성우 : (준희의 팔짱낀다)
준희 : ?
성우 : (준희 안보고, 앞서 가는 현주에게) 현주씨!
현주,재석 : (돌아본다)
성우 : 우리 어때, 어울리지 않어?
재석 : 뭔짓이예요?
현주 : 글쎄요. 말하기가 그렇다, 잘못 말했다가 내말에 책임질 일 생길 것 같은데요. (재석, 이끌고 가고)
성우 : (웃고)
준희 : (성우 보면)
성우 : 이대로 조금만 가자. (걷고)
준희 : (가고)
성우 : (서글픈 웃음 띤) 밤엔, 사람 안 보는 곳에선, 니 팔짱 낄 용기가...나지 않을 것 같애.
이렇게 장난처럼, 지나가는 누가 봐도, 아무렇지 않은 사이처럼 조금 걷자.
준희 : (아무 말도 할 수 가 없다)
성우 : (앞만 보고 가며, 작게 웃음 띤) 아무렇지도 않네. 이런 마음으로 내내 널 만났으면 좋겠다.
(그러다, 멈춰서서 준희 보고 계면쩍게 웃음지며) 너, 보기보다 든든하다.
준희 : (보면)
성우 : (웃으며) 여기까지만 하자. (하고, 팔 풀고는 굳은 얼굴로 앞서 가고)
준희 : (그런 성우 서서 보고, 음악 흐르는)
성우 : (뭐가 뭔지 모르겠다, 맘이 흔들린다, 답답한 얼굴로 걸어가고)
씬17. 준희, 버스정류장에서 생각하며 서 있는 모습.
씬18. 성우, 사무실에서
일하다 문득, 텅빈 준희 자리보며 준희 생각하다, 작게 숨 몰아쉬고 다시 일하고.
씬19. 갤러리 작업실.
은수, 땀흘리며 사포질을 하고 있다. 그러다, 힘이 든지, 옆에 놓인 생수병을 들어 물마시고,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인써트 - 준희 거실에서 전화 받던 모습.
현실.
은수, 한쪽의자에 앉아 심란한듯 머리 흔들다가 한숨 쉬는데, 노크 소리나고.
은수 돌아보면. 준희 웃는 낯으로 서 있다. 음악 끝나는.
시간경과.
준희,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은수, 그런 준희 물끄러니 보다가.
은수 : 여기 어두운데, 위에 가서 차마시자.
준희 : (구경하는) 작품 구경 좀 하자. 요즘 통 니 작품 못봤잖아. (하다가, 생각난듯) 참.
(하며, 주머니에서 돈봉투 꺼내 주며) 작품료야. 우선 칠십프로다.
은수 : 감사합니다. (하며, 봉투 받아서 벌려보며) 혹시, 어음, 아니지?
준희 : (웃으며) 아냐.
은수 : 고마워. (하며, 봉투 웃옷 속에 넣고, 고개 들어 보는데, 가슴이 철렁한다)
준희 : (작업대로 걸어가 작업대 위에 있는 조각도를 들어본다, 얼굴은 애써 편안하려하지만, 손이 떨린다,
조각도 내려놓고 작업대 앞에있는 의자에 앉아, 은수 보고 웃으며) 내가 이걸 정말 했단 말이지? (은수 안보고) 안 믿긴다.
은수 : (의자에 앉아, 가라앉은) 준희야.
준희 : (따뜻하게) 왜?
은수 : 너, 나 원망하지?
준희 : (따뜻하게) 그런 말이 어딨어?
은수 : (맘아픈 것 참고, 준희 보며) 나 때문에, 좋아하는 조각, 못하게 됐잖아.
준희 : (서글프게 웃으며) 그게 왜 너 때문이야. (애써 담담하려, 은수 못보고) 아버님 말씀대로 조각할 팔자가 아닌가보지, 뭐..
은수 : (준희에게서 눈 안떼고, 어렵게 묻는다) 모레, 양수리, 주실장님이랑... 같이 가니?
준희 : (은수 보고) ......
은수 : 왜, 대답을 빨리 못해. (불안한) 같이 가?
준희 : (차마 은수를 못보고 고개 숙인다)
은수 : (서운한 맘에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참고) 두 사람 특별한, 관계지?..
준희 : (은수 못보고) 은수야.. 너한테 할 얘기있어... (담담하게 고개 들어 은수 보고)
은수 : (가슴이 철렁한다, 피하려 사포들고) 나 일해야 돼, 이제, 가.
준희 : 은수야....
은수 : (사포질하며) 들을 얘기없어.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아...
준희 : 나는, 할 얘기 있어.
은수 : (순간 고개 돌려 준희 보며, 원망하는 눈빛) 너 이상한거 알어?
준희 : (고개 끄덕이며) 그래.
은수 : 나두 알어. 아니까 됐어. 다 아니까, 들을 얘기 없어. 내가 다 아는데, 무슨 얘길 더 들어?
준희 : 너한테... 속이기 싫어.
은수 : (그말에 원망스레 준희 본다)
준희 : (안타까운 맘으로 은수 본다)
은수, 준희 팽팽한 눈빛 오가고.
그때, 노크 소리난다.
준희, 은수 그 소리에 돌아보면,
동진, 웃으며 문 빼꼼히 열고,
동진 : 정은수, 오라버니다.
카메라, 준희, 은수 무표정한 얼굴 잡고.
동진, 왜 그런가 싶은데.
씬20. 갤러리 앞.
은수, 준희 나온다.
준희 : 들어가라. 저녁에 보자. 동진씨, 기다리겠다. (하고 가려는데)
은수 : (팔짱끼고 건조하게) 준희야.
준희 : (돌아보면)
은수 : 아까.. 그 할 얘기란 거 말이야.
준희 : ......
은수 : 나한테 하기 전에, 먼저 아주 아주 많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거야.
준희 : ....
은수 : 괜히, 하고 나서 후회하지 말란 얘기야.
준희 : ......
은수 : 배웅 더 안할래. (하고, 들어가고)
준희 : (갤러리 문쪽으로 시선주고)
씬21. 갤러리 안.
은수, 담담한 얼굴로 탁자에 있는 서류들을 보며 앉아있다.
동진, 은수 걱정스레 보며 그 앞에 앉아있다.
동진 : 준희씨하고 심각한 거니?
은수 : (서류만 보고) .....
동진 : 말을 해야 알지? 왜 그런거야? 두사람다 얼굴빛이.... (안타깝다) 은수야....
은수 : (서류만 보며) 얘기하기 싫어. 묻지마.
동진 : 얘기해. 얘기하면, 어떤 문제든 단순해져. 머릿속에서 작은 생각 괜히 크게 부풀리지 말라고. 얘기하고 풀자. 단순해지자고.
여자 문제야? 어디까지야?
은수 : (동진 보며) 얘길 하면, 단순해져?
동진 : ?
은수 : (단호한) 아니. (사이) 얘길하면...아무것도 아닌것도, 기정사실이 되는 거야.
난 지금 기정사실로 받을 들일 수가 없어서, 얘기 하지 않는 거야.
동진 : 무슨 소리야?
그때, 인정 외출할 차림으로 그 옆에 와서.
인정 : 이기자님, 저 준비 다 했어요?
동진 : (인정 보며) ?
은수 : (인정 보며, 짐짓 밝게) 이쁘다, 데이트 잘해. 맛있는거 많이 사달라그래. (동진 보며, 가라 앉은) 가. 애 기다려.
동진 : (은수 보며, 걱정스런) ....
은수 : (동진 눈빛 피해, 서류 보고)
씬22. 커피숍.
동진, 인정 차마시고 앉아있다.
인정 : (눈치 보며) 저, 엄마가요. 이기자님 한번 뵙자고 하세요.
동진 : 엄마가? 날?
인정 : 제가 말씀 드렸거든요. 이기자님 사랑한다고. (동진 눈치보고)
동진 : (인정, 가만 보다, 잠시 생각하고, 맘 다잡고) 인정아.
인정 : (눈치) 네?
동진 : (아이한테 말하듯) 아저씨말 잘들어. 아저씬 말이다, (어렵다) 아저씬, 인정이 널 한번도 여자로(어색하게 웃으며)
여자로 생각한 적이 없어.
인정 : 왜요?
동진 : 여자라고 해서, 모두가 여자로 보이는 건 아니야. 너두 오빠나 아버질, 남자로 보진 않지? 그거랑 같은 거야.
인정 : 아직도, 우리 선생님 사랑하세요?
동진 : 은수? (피식 웃고, 따뜻하게) 좋아하지. 난 사랑한다고 말할땐, 무척 신중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야. 사랑한단 말은
큰 뜻을 가졌거든. 뭐랄까. 상대가 난지, 내가 상댄지, 분간이 안될때. 그래 이미 하나가 되서, 누가 누군지 모를때..
난 그게 사랑이라고 본다. 그런데, 은수는 남편이 있잖아. 은수랑, 준희씨랑, 난 두사람을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어.
그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난 은술 좋아해. 잘 살았으면, 안 아팠으면 좋겠고..... 친구니까.
인정 : .....
동진 : 난 너두 그렇다. 좋은 사람 만나서 지금처럼 맑게 살았으면 좋겠어. 나 남다르게 생각하는 거 아는데,
그런 거 내색하면, 널보기가 불편해. 다른 사람 만나, 그래서 나한테 청첩장 가져와. 부조 많이 해줄께.
인정 : (눈물 그렁해 지며, 감정 애써 참으며) 저 그냥 만나 주시면 안되요. 만나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다, 정 들면,
사랑두 할 수 있는 거 아니예요?
동진 : (인정 못보고, 편하게 웃으려 하지만, 말하기 어렵다) 아저씨는 말이다. 그 누구랑도 결혼 안해. 왜냐면...
(인정 보고, 맘아프지만, 웃으며) 나는 남자가...아니거든.
인정 : ?
동진 : (외면하며 씁쓸하게 웃는).....
씬23. 노래방안, 복도.
세미의 노랫소리 들리는.
장어(들어가려하고), 주인(못들어가게 하고)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장어 : (안으로 들어가려하며) 저요, 깡판치려는거 아니고요, 친구가 친구가 안에 있어서... 잠깐만 보고 나올께요, 네?
주인 : 안된단 잖아! 나가 자식아! 걸핏하면, 와서 손님들 방해하고, 안나가! (밀치고)
장어 : 잠깐이면 되요, 잠깐이면. (말하면서도 밀려나가고)
씬24. 노래방 앞+ 안.
주인, 장어를 밀쳐버리고, 장어 넘어지고, 주인 '들어오지 마.'하고 엄포 놓고 들어간다.
장어, 울상이 돼, 그 앞에 쪼그려 앉아있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벌떡 일어나 노래방 문 열고 소리친다.
장어 : 세미야! 나, 어디 잠깐만 갔다올께! 어디가지마, 꼭 기다려!
주인 : 저, 자식이!
장어 : (문닫고)
거리를 씩씩대며 뛰어간다. 아주 바쁜 모양이다.
그때, 주인 문 열고나와 뛰어가는 장어 보며.
주인 : 병신 같은 놈...누가 질 기다린다고, 으이그 꼴갑 떤다, 진짜...
씬25. 파출소 안.
순경, 두엇 전화를 받거나 서류들을 보며 앉아있다.
동진, 사건기록부 보고 앉아있다.
동진 : (걱정스런 표정) 일주일새에... 폭력이 스물 칠곱건에, 이건 강(간)... 말하기도 싫다. (서류 넘기며) 치사?
(순경 보며) 어제 몇시에 난 사건이예요?
순경 : (생각없이) 9시.
동진 : (기분 안좋은) 여기 우범지역인데, 우범지역은, 순찰 강화지역 아니예요?
순경 : (앗차 싶다) 어?
동진 : (사무적으로) 순찰일지 좀 봐요.
순경 : (애원하는) 이기자.....
동진 : (한숨 쉬고) 규정대로 안 돌죠? 규정대로만 순찰했어도, 어제 죽은애... 다치는 건 어쩔 수 없다고해도, 죽진 않았겠죠?
순찰일지 줘봐요.
순경 : (애원조) 저....이기자.
그때, 장어 파출소문 빼꼼히 열고 살금살금 와서는 동진을 툭치며. '형'한다.
동진 : (돌아보며) ?
장어 : (웃으며) 나다....장어.
씬26. 구멍가게 안.
장어, 우유랑 빵을 허겁지겁 먹고 있다.
동진, 그런 장어 보고 있다.
동진 : 아침, 점심 다 굶었니?
장어 : (먹으며, 끄덕)
동진 : 니 여자 친구는 어디갔어?
장어 : (다 먹고, 빵봉지며 우유곽이며, 큰 봉지에 담고, 입 닦고 웃으며) 세미, 내 여자 친구 아니예요.
동진 : 그럼 뭐야?
장어 : 세미는.. 음 (생각하더니) 내 형제예요.
동진 : 동생이야?
장어 : (아이처럼 웃으며) 아니요. 친동생은 아니구. 걔랑 나랑은....암튼 이 세상에 둘밖에는 없어요. 서로 젤로 사랑해요.
하지만, 결혼은 안해요.
동진 : (웃음 띤) 왜?
장어 : (아이처럼 웃으며, 괜히 바닥에 있는 흙 만지며) 난, 좀 모잘라서 안되요. 세미는 똑똑한 사람 만나야 되요.
(동진 보며) 형처럼요.
동진 : (피식 웃고) 너희들 도대체 뭐해먹고 사니?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장어 : 우리요? (동진 안보고, 아이같은 웃음짓고) 난 아무것도 안하구요. 세미가 다 벌어요. 어떻게 버냐면요. 형들하고 놀아주구.
(동진보고, 고개 저으며) 이상하게는 안놀아요. 우린 이상한건 안해요. 그냥, 춤추고, 노래하고. 형? 세미 노래 되따 잘한다.
(하늘 보며) 노래하고 춤추면, 형들이 돈 줘요.
동진 : (한숨 난다) 일 왜 안하니? 너는 아프니까 그렇다쳐도 세미는 멀쩡하잖아.
장어 : 세미 일 못해요. 엄마 찾아야 하거든요.
동진 : ?
장어 : (막대기 하나 줏어, 탁자에 그림그리며) 울엄마도, 걔엄마도 동두천 텍사스촌에서, 양공주했어요.
울엄만 죽었구, 걔네 엄마는 걔 일곱살때, 수세미 공장에 걔 버리고 갔어요. (동진 보며) 형, 세미 원래 세미 아니다.
동진 : ?
장어 : 동네 애들이 수세미 공장애라고... 숫자 빼고, 세미라고 부르는 거예요.
난 왜 장어냐면요. 울 아버지가 장어집해서 장어예요. 재밌죠?
씬27. 노래방.
세미, 허탈한 얼굴로 앉아있고, 손님들 나가며 세미 얼굴을 툭치며 잘놀았다 하며 나간다.
세미, 그 사람의 손을 제손으로 치고. 손님들 웃으며 나가면, 노래방문을 잠가 버린다.
주인 와서는, 유리창문 두드리며 '야, 영업끝났으면 나와!'하지만, 아랑곳 않고, 앉았다.
씬28. 공사장 입구.
동진, 장어 앉아 얘기하는.
동진, 장어 안된 얼굴로 본다.
동진 : .....
장어 : (막대기로 땅에 그림 그리며) 반년전 쯤에, 우리 동네 살던 애가 강남역에서 세미 엄말 봤대요. 그래서, 세미랑 나랑 여기로
찾으러 온거예요. 세미 양아버지가 세밀 맬마다 때리고 귀찮게 했거든요. (동진 보며, 웃으며 자랑하듯) 형, 우린 세미 엄마
찾으면, 미국 갈거예요. 텍사스에. 우리 영어도 잘해요. 읽진 못해도..말은 잘해요. 미군들한테 입으로 쏼라쏼라 배웠어요.
동진 : 미국엔 왜?
장어 : 세미 아버지 만나러요. 세미, 튀기예요. 아버지가 태국하고 미국하고 섞인 사람이라는데, 암튼...미국 사람이예요.
앗차, 내가 이런말 한거, 세미한테 말하면 안되요, 나 혼나요.
동진 : (착찹하다, 고개 숙이고)
장어 : (눈치 보며) 형, 세미랑 결혼하면 안되요?
동진 : ?
장어 : 걔 이쁜데 결혼하면 안되요? 난 형이 세미랑 결혼했으면 좋겠는데... (갑자기 서글퍼 진다, 웃으려하지만 잘 안된다.
눈가가 그렁해지며) 그래야, 나중에 나 죽어두 세미가 안 심심하고.... (더는 말 못하겠다, 땅에 그림 그리고)
동진 : 너, 요즘도 많이 아프니?
장어 : (땅에 그림 그리며) 많이는 안 아퍼요. 약 먹으면....괜찮아요. (눈가 점점 그렁해지더니, 눈물 뚝하고 흐르고, 눈물 닦고)
형, 난 내가 여자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형들하고 놀아주고. 우리 세미 고생 안시킬텐데....
여자들은요, 나 별로 안좋아해서 돈, 안주거든요. (눈물 가득차, 동진 본다) 형.....
동진 : 말해.
장어 : 형은 우리 별로 안 드럽게 생각하지?
동진 : (맘이 짠하다) 전혀.
장어 : (흐르는 눈물 닦고, 하늘 보며, 웃으며) 난 다 안다. 세미는 형 좋아해. 형 오나 안오나, 전철역에서 기다리고...
(동진 보며) 사실 샘이 조금 나지만, 세미가 형 좋아하는 거 좋아요.
동진 : ?
장어 : 세미는 이 세상 사람들 다 죽이고 싶대요. 그런데, 형은 아닌가봐요. 지난번에 양식집에서 깽판치고, 되게 속상해했어요.
자기가 자기를 막 때렸어요. 바보 같다고, 성질 나쁜 기집애라고....
동진 : ......
장어 : 형, 만약요. 세미 좋아하는데 내가 부담스러우면요 (눈물나지만 웃으며) 난, 없어져 줄 수 있어요.
동진 : !
장어 : (울며, 웃으며) 약 안 먹으면, 죽거든요. 히히히......
동진 : (맘아프게 장어 본다)
장어 : (더는 못참고, 훌쩍훌쩍 운다)
동진 : (장어의 머리 흐트려놓으며, 장난치듯) 울지마, 사내 자식이... 우리 세미한테 갈래? 셋이 만나서 신나게 놀래?
장어 : (반색) 정말이예요? (그러다 얼굴 굳어지며, 어색한 웃음) 아니예요. 난 안가두 되요.
동진 : 너 안가면, (일어나며) 나두 싫다.
장어 : (벌떡 일어나, 동진 잡고, 눈물 닦고 인사하며) 고맙습니다.
동진 : (맘 짠하다)
씬29. 노래방.
세미, 혼자 넋을 놓고 '마더 오브 마인'을 부르고 있다.
작은 소쿠리 안에 지폐 여러장 놓여 있다. 눈물이 주룩흐른다.
카메라, 돌아가면, 노래방 유리창 너머에 장어과 동진 서 있는게 보인다.
씬30. 노래방 밖.
장어, 동진(유리창안 세미만 보고 있다)에게.
장어 : 형, 문 열까?
동진 : (세미만 보는) .....
장어 : 형?
동진 : (그제야 장어 보며, 편하게 웃으며) 놔둬. 쟤 노래 마저 듣자. (하고, 유리문 안 들여다 보고)
장어 : (웃으며, 유리벽에 귀대고 듣고)
그렇게 동진, 세미, 장어 한 화면에 보이고.
씬31. 역 안, 매표구 앞. 밤.
사람들 왁자하게 모여있다. 표를 돈으로 바꾸려 난리다.
'무슨 누무 사고가 뻑하면 나냐?, 밀지마요, 누가 밀어'하는 말들이 무수히 오고 간다.
현철, 창구 앞에서 표를 돈으로 바꾸고 난감한 얼굴로 묻는다.
현철 : 도대체 언제, 고친답니까?
창구 : 모른다잖아요! 낼 아침에 와봐요!
현철, 열받아 확 뭐라고 말하고 싶지만, 참고 돌아서서 사람들 사이를 빠져 나간다.
씬32. 역 앞.
영희, 현철 서서 얘기하고 있다.
영희 : (O. L 거의 울지경이다) .....
현철 : (눈치 보며, 난감한) 아침에나 된대....이 일을 어쩌냐?
영희 : (짜증난다) 뭐, 아침? 정말 짜증나 못 살겠네. 난 몰라, 난 모르니까 오빠가 책임져. 오빠가 길 모르는 사람 여깃까지
끌고 온 거니까, 오빠가 책임지라구.
현철 : (짜증난다, 그래도 참으려하지만, 잘 안된다) 내가 무슨 책임을 져!
영희 : (현철, 밉게 보는) ?!
현철 : (영희 안 보고) 택시 알아보자. 따라와. (하며, 영희 손을 잡고 끌고 가려 한다)
영희 : (잡힌 손을 황당해 보다가, 놔! 하고 뿌리친다)
현철 : ?
영희 : 뭐하는 거야?
현철 : ?
영희 : 아무리 임자 없는 과부손이라지만, 덥석덥석.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현철 : (황당하다) 너..임마.. 내가 무슨...
영희 : 그러게 내가 뭐랬어? 강인지 나발인지 애지간히 구경하고 오후나절부터 그만 일나자 그랬지? 저녁 집에 가서 먹자 그랬지,
왜 사람 말을 안들어? 별달리 재밋는 일도 없는데, 주절주절 말만 많고.....걸음은 또 왜 그렇게 늦니? 어쩜 예나지금이나
세상에 급한 일이라곤 없어. 이런데까지 와서 꼭 삼시세때를 챙겨먹여야 되, 돼지 새끼처럼?
현철 : (서운한, 답답한) 뭐?
영희 : 짜증나, 증말. (하고는 현철 툭치고) 비켜. (하곤 가버린다)
현철 : (저 자식이, 하는 얼굴 이다)
씬33. 길가변.
영희, 택시 안의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현철은 뒤쳐져 서서 영희하는 양을 불안하게 보고 서 있다.
영희 : (O. L) 삼십? 삼십!...이 사람이 증말....여기서 서울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삼십이예요! 메다 따블 받으면 되지.
오늘 철로사고가 아저씨 봉 잡으라고 벌어진 줄 알아요!
기사 : (갖잖게 본다)
그때, 남녀 한팀 끼어들며.
남자 : 서울!
기사 : (탈라면 타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 삼십 만원이요.
남자, 여자 타고.
영희 : (황당해) 아니. 나랑 흥정하면서, 손님을 왜 태워요!
현철 : (영희를 끌며) 가자!
택시, 영희가 잠깐 뒤로 물러난 뜸을 타 가버린다.
영희 : 어머! 저, 저 택시 남바 뭐야, 남바 적어! 고발해 버리게, 남바 적어!
현철 : 좀 진정해라.
영희 : 진정하긴 뭘 진정해. 저 택시 이렇게 영업하는 거 불법이야 아니야, 불법인데, 왜 안적어?
현철 : (말하기 싫다) 불법인지, 아닌지 나두 몰라. 이제 그만해.
영희 : (비아냥) 아으, 아으, 30년 기자 생활에 저런게 불법인지 아닌지도 모르냐?
현철 : (소리 지르려는) 너 임마... (참고) 그래 모른다. 난 기자지, 죄를 따지는 검사도, 판사도 아니야.
그리고 차 떠났어. 그럼 끝난 일 아니냐? 그만해!
영희 : (너무 황당해 말이 안나온다)
현철 : (짜증스레 머리 긁다가, 영희 눈치 조금 보며) 우리, 여기서 자고 가야겠다.
영희 : 뭐?
현철 : (한숨 한번 쉬고, 담배 피워물고, 사이) 너 하루진종일 도대체 왜 그렇게 화를 내?
시간이 늦은 것도 그래. 니가, 밥 두공기만 안먹었어도 버스는 탈 수 있었어. 안그래?
영희 : (기가 막혀, 웃음이 다 난다) 하!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만.
현철 : ?
영희 : (비아냥조) 배부르다는 사람, 맛있다, 맛있다 해가면서, 굳이굳이 공기 추가 시킨 사람이 누군데?
이러지마. 마치 내가 오빠 꼬드겨 의도적으로 (어이없다) 사람 우습게 만들지 마라.
현철 : 사람을 우습게 만들지마? 너, 임마 지금 누가 할 소릴 하냐? 내가 니 발목 부러 붙든것처럼, 길길이 날 뛰고, 면박주고..
좋아, 나두 몰라. 나 따라오든, 너 갈길 가든, 알아서해, 임마! (하고 가버린다)
영희 : (열받는) !
씬34. 여관전경.
씬35. 여관방 안.
영희, 옷 입은 그대로 전화하고 있다.
욕실 쪽에서 물소리나는.
영희 : (괜히 방바닥에 있는 먼지집으며, 버버대며) 서,선주? (거짓말하는게 기분 안좋아 얼굴이 일그러진다) 있지. 유란이도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 혼자 자기 안 무섭지?
성우 : (E, 노랫소리도 들리는, 웃음 진 목소리) 무섭긴..엄마는?
영희 : 나야, 다 늙었는데 잡아갈 사람이나 있냐? 뭐가 이리 시끄러?
성우 : (E) 회사 사람들하고 노래방 왔어요.
영희 : 열두시 다 됐는데, 어서 들어가. (사이) 그래. 낼봐. (전화 끊는다)
영희, 전화기 내려놓고, 욕실쪽으로 시선간다. 그러다, 현철이 뭐하나 슬금 슬금 욕실문에 귀를 대본다.
씬36. 욕실안.
현철, 세수다한 얼굴로 손닦으며 거울에 제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본다. 무척 맘에 드는 모양이다.
한번, 씩 웃고는 문을 연다.
씬37. 여관방안.
영희, 현철이 문여는 바람에 문을 맞고 뒤로 버러덩 나자빠지고.
현철, 놀란 얼굴로 나와, 영희 잡으며.
현철 : 왜, 그러니, 왜 그래?
영희 : (손으로 제 뺨 잡고, 아픈지 울상이 되있다가, 현철 보고는) 쟈크나 잠궈!
현철 : (그 말에 바지밑 내려다 보면, 쟈크가 열려져 있다)
시간경과.
이쁘게 깔려진 이부자리.
영희, 현철 어색하게 앉아있다.
현철 : 넌 안 씻어?
영희 : 난 안 씻어두 자.
현철 : 그래. (하고 와시셔츠를 벗는다)
영희 : 지금 뭐해?
현철 : 옷벗어. 걱정마라. 덮칠 생각은 없으니까.
영희 : (기두 안차 웃음이 난다) 오빠가 덮치면, 내가 순순히 당할 거는 같구, 말 같지도 않은 소릴, 실없이 해대고 있어.
현철 : (웃으며) 넌 어디서 잘 거냐?
영희 : (벽에 기대며) 난 잠 안와. (현철 안보고) 이렇게 앉아있다가... 날 밝으면 갈래.
현철 : (담배 피워물며) 불편하지? (투덜거리는) 철로사고로 여관방마다 꽉 꽉 들어차서는, 좋은데도 없고,
이 나라는 무슨 사고가 그렇게 잦은건(지)
영희 : (말꼬리 자르며) 그만해. 오빠두 보기보다 참 말많다. 이미 벌어진 일, 시끄럽게 말해 뭐해. 부탁인데, 코 앤간히 골아.
냉장고 옆에서 자는 것처럼, 드르렁거리지 말라고, 가뜩이나 울렁증있어 멀미나니까.
현철 : 내가 기차안에서 코 골디?
영희 : 골디? (웃음 난다) 골디? 아이고....
현철 : (멋적게 웃으며) 안자고 날 새지뭐. (하며, 벽에 기댄다)
영희 : (보며) 안자긴 개뿔 안자. 또, 안자면 뭐하게? 나랑 밤새고 고도리를 칠 것도 아니고, 할일두 없는데....자슈, 자. 단,
현철 : (보면)
영희 : (눈치 보며) 바, 바지는 입고 자기다.
현철 : 허허 (웃다가) 자라, 자.
영희 : (외면하며) 안졸려.
현철 : 그러게, 나두 잠이 영 안오네. (영희 곁눈질로 보는)
씬38. 여관방 전경.
창으로 보면, 환한 방안에 두사람 벽에 기댄게 보인다.
현철, 코를 골며 자고 영희도 작게 코를 골며 잔다.
그러다, 현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툭 영희 어깨에 기대고, 여전히 자고,
영희는 현철이 기댄지도 모르고 현철 머리에 자기머리를 살짝 기댄채 잠을 잔다.
서로에게 머릴 기댄 순간 두사람 다 코를 골지 않는다.
씬39. 단란주점 앞.
미선, 성우 문을 나온다. 미선, 성우에게 '월요일에뵈요, 조심하세요'하고, 성우 '어서 가'하는데.
그 뒤에서 현주와 재석 어깨 동무를 하고 신나는 노래(요즘 여자, 요즘 남자)를 부르며 나온다.
성우 : (웃으며, 현주에게) 너무 쎄게 논다. 이차 하지 말고 가. 두사람 취해 오늘 많이 불안하다.
재석 : (노래하다, 성우보며, 많이 술 취한) 그건 주성우씨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근무시간 끝난 지가 언젠데, 사석에서까지
이래라저래라, 실장이면 다야, 주성우! (하고는 술 취해 고개 떨군다)
성우 : (재석 취한 모습이 밉지 않다, 장난처럼) 뭐요? 주성우?
현주 : 또 시작이네. (성우에게) 주실장님이 이해 하세요. 술 먹으면 개되는 거 아시죠?
그때, 준희 달려오며 현주에게 '택시 잡았어요'한다.
성우 : 김대리님, 조심해가세요?
재석 : 물론 난 조심해서 가지. 그리고, 당신 내가 반말한다고 기분나빠하지마. 내가 말이야. 지금은 당신보다 밑에 있어두
언젠간, 위로 갈지도 모르고. 사실 나이도 당신이 나보다 한살 어리잖어.
성우 : 이상하다, 난 내 밑으로 아는데.
재석 : 아니지. 나 호적이 그런 것뿐이지. 실은 육오야, 육오.
성우 : (웃음띤) 아, 네. 죄송했습니다, 선배님.
준희 : (재석 끌며) 형, 갑시다. 재석이형, 김대리님 가요.
현주 : (재석 끌며) 그래, 가자. (성우에게) 죄송해요, 실장님.
성우 : 어서 가. 차 기다린다.
준희, 현주 '가자, 가자'하며 재석을 양쪽에서 부축해서 가다,
준희 : (돌아보며) 주실장님 저랑 데이트하고 가요?!
성우 : ?
시간경과.
성우, 샷다문내린 노래방 앞에 앉아있다.
준희, 자판기커피를 들고 와 성우에게 하나 건내주고 옆에 앉는다.
준희 : 드세요. 속 거북할텐데.
성우 : 넌 괜찮아?
준희 : (마시며) 이거 마시면 괜찮을거예요.
성우 : 몇시야? 가야 되지 않아?
준희 : 조금만 있어요. (커피만 마시고)
성우 : (눈치 보듯) 너 사람들 앞에서 데이트하잔 말 너무 쉽게 나오더라?
준희 : (멋적게 웃고)
성우 : (대수롭지 않게) 하긴, 아무 사이도 아닌데..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나만 그런 건가?
(차 마시다가, 주위 둘러보며 피식 웃으며) 기분 묘하다. 너랑나랑 꼭 오갈데 없는 거리 부랑아 같애, 그치?
준희 : 학부때 생각나요. 가게문 다 닫히고, 술은 더 먹고 싶고 그럴때,
이렇게 길거리에 앉아 애들하고 새우깡에 소주먹구... 그랬었는데..
성우 : 뉴욕에서 학교 다녔다며?
준희 : 여기서 한 2년 다녔어요. 국비유학생으로 건너갔거든요.
성우 : 잘나갔었네?
준희 : (씁쓸한) 잘나갈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은 그림을 안하니까, 나랏돈만 축낸 셈이예요. (착찹해져 커피마시고)
성우 : (준희 보는) ....
시간경과-
텅빈 도로를 달리는 차 한대.
준희 : (성우를 보고만 있다) ....
성우 : 세상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며 살라고 하지. 그런데 내가 사랑하면? 그건 거짓이래, 안된대.
마치 같이 어울려 놀자고 꼬드겨놓고 먼저 가버리는 어릴때 동네 아이들과 다르지 않아. (사이) 난 요즘 매일, 내게 물어,
주성우 어떻게 할래. 세상사람들한테도 물어. 나 어떡해? 그럼 환청 같은 소리가 들려. 니가 알아서해, 우린 몰라.
준희 : (성우 보고)
성우 : (준희 보고) 너랑.. 선후배처럼 지내고 싶어. (안 보고) 오늘은 좀, 자신이 생긴다. 아직은, 그래 아직은 너한테 난 아무런
욕심도 생기질 않아. 널 보는게 힘들지도 않고, 부인이 있다는 게 (작은 웃음) 샘도 안나. (사이) 보고 싶지않은건 아니지만,
이 정도의 감정이 죄는 안되겠지. (준희 보고 웃으며) 어쩌면 다행히, 우리 이 감정이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을 것도 같고.
준희 : (성우 보다, 고개 숙이고, 어렵게) 만약에, 만약에 말이예요. 이 마음이, 이 감정이, 이대로 지나가지 않으면,
(맘 아픈) 그땐 어떡하죠?
성우 : (준희 보고, 아무말도 할수가 없다) 노력은 해봐야지. 이젠 정말 틀린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이 바라는대로 살고 싶어.
(하며, 손바닥이 보이게 손을 내민다, 짐짓 친구처럼) 손 좀 줄래?
준희 : (성우 보는) .....
성우 : 친구하자는 의미에서 악수 하자구.
준희 : (성우를 보다가, 가만히 성우 손을 잡는다, 그리고는 성우 손을 자기 품속으로 끌어와 꽉 잡는다,
가슴이 답답하고, 떨리고 아무말도 할수가 없다, 성우를 안보고 외면하는데, 눈가가 그렁하게 차오른다)
성우 : (준희를 눈을 안 떼고 본다. 자기의 의도와는 너무도 다르게 마음이 벅차 오른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하게 차오른다,
손을 그대로 잡힌채, 준희를 외면해 고개를 튼다, 말은 하지만, 자기가 하는 말이 자기가 하는 말이 아니다)
거봐, 아무렇지도 않잖아...
준희 : (감정을 누르려, 이를 앙다물고, 눈물을 참으려 눈을 부릅뜨고, 잡은 성우의 손 놓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성우 : (고개 천천히 돌려 준희 보는데, 눈물이 그렁하다, 이게 뭔가 싶다)
씬40. 준희의 침실.
은수, 잠옷차림으로 침대위에서 강아지와 괜히 으르릉거리며 재미있게 놀고 있다.
그러다, '아빠가 너무 늦네'하며 시간을 보면, 1시 되가고 있다. 그때, 문 소리 나고,
은수, 굳은 얼굴로 문쪽으로 고개 돌리고.
씬41. 현관 + 거실.
준희, 들어와 방문을 연다.
씬42. 침실. 불꺼진 어두운.
은수, 등돌리고 자는척한다.
준희,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앉아, 생각이 많다.
카메라, 은수쪽으로 가면, 은수 눈뜨고 입술 앙다물고 있다.
씬43. 준희의 집, 아침 전경.
씬44. 침실.
은수, 편한 옷으로 외출준비하고, 화장하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문쪽으로 시선가고.
씬45. 거실.
은수, 방에서 나오는데, 거실에 준희 그런 은수 보며, 일어난다.
은수 : (준희 안보고, 현관까지 와 신발 신는다)
준희 : (은수에게로 온다)
은수 : (보며) ?
준희 : 같이 가자.
은수 : 같이 가기 싫어.
준희 : 같이가, 할 얘기 있어.
은수 : !
씬46. 대형슈퍼.
은수, 굳은 얼굴로 건성으로 야채코너를 보고 있고,
준희, 그 옆에서 캐리어 끌고 간다.
준희 : (편하게) 콩나물 살까?
은수 : (딴짓만 한다)
준희 : (은수 보다가, 답답한 얼굴로 콩나물을 캐리어에 넣는다)
은수 : (그런 준희를 보다가, 캐리어 안에 든 콩나물을 빼, 제자리에 놓는다)
준희 : 콩나물 산다며?
은수 : 안사. (하며, 아무거나 대충대충 신경질 적으로 장을 본다)
준희 : (그런 은수 답답한 얼굴로 보다가) 은수야.......
은수 : (준희말 무시하고, 계속 아무거나 캐리어에 담는다)
준희 : (물건 넣는 은수의 손목을 잡아채고) 은수야!
은수 : (원망스런 눈빛으로 준희 보며) 너, 내가 여기 따라 오지 말랬지?, (언성 높은) 도대체 몇날며칠 무슨 얘길하고 싶어서,
내 뒬 졸졸 따라다녀?
준희 : (안타깝게 본다)
은수 : (작심한 얼굴로) 좋아. 좋아, 좋아. 니 얘기 듣자. 무슨 얘긴지, 들어보자구, 집에 가, 따라와. (하고 뒤돌아 나가고)
준희 : (은수 무겁게 보고)
씬47. 준희의 집, 거실. 낮.
은수, 쇼파위로 다리 모으고 앉아, 차마시며 준희를 원망스런 눈으로 보고 있다.
준희, 맞은편자리에 고개 숙이고, 앉아있다.
준희 : (가라앉은, 은수 얼굴 못보고) 은수야.
은수 : (차 마시다, 눈만 들어, 준희를 본다, 원망하는 눈빛이 가득하다)
준희 : 난, 너한테.. 거짓말하기 싫어.
은수 : (보는) .....
준희 : 난 내가, 지금 이순간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라. 고백?
은수 : ?
준희 : 그건 아니야. (말하기 너무 어렵다) 상의, 그래, 상의라고 하자. 성우, 성우 선배...
은수 :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아, 말꼬리 자르며) 성우선배, 뭐?
준희 : 성우선배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 너무 많이 생각이 나.
은수 : (눈가가 그렁해진다, 어이없는 웃음 짓고, 애써 태연하려 하며) 무슨 뜻이야? 지금 그 여잘, 사랑... 한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거니?
준희 : (차마 아무말도 할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아버린다)
은수 : (차마시고, 애써 태연을 가장하지만, 준희 보며, 원망스런) 오늘은 니가 솔직한게 참 싫다. (안보고) 언니가 전에 그러더라,
자긴 형부 바람 피는거 상관없대. 자기만 모르면 어떻든 상관없대. 바보같은 소리라고 생각했어.
자기가 모른다고, 이미 피운 바람이, 안 피운게 돼? 그런데(어이없이 웃으며) 정말 그러네.
(준희 보며) 대충, 너혼자 끝내고 나 모르게 그럼 안돼?
준희 : (은수 못보고) 그런게, 아니야.
은수 : (화난다, 참고 비아냥조) 바람 피는게 아냐? 바람이 아니라, 사랑한다, 그거야?
준희 : (여전히 은수 못보고)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싸우고 싶지도 않아. (사이) 감정이 가볍질 않아. 상의하고 싶었어..
이런 감정 처음이야. 친구처럼 들어줘. 방법을 찾자....어떡하면, 모두, 안다칠 수 있는지. 우리 아무도 안 다칠 수 있는지...
은수 : (원망스런 눈빛) 우리? 그 여자까지 껴서 우리? 친구처럼 들어줘? (눈물이 나는 걸, 눌러 참고, 웃으려하며, 또박또박)
서준희... 넌, 언제나 그랬지. 날 친구같은 사람이다. 우린 친구같은 부부다. 하지만, 그건 아니야. 우린 친구, 아니야. 부부야.
부인 앞에서 딴 여잘.. (강하게) 사랑? (기막힌 웃음) 하! 넌 다른 남자들처럼 지금 바람피는거야.
(외면하며) 하지만, 눈감아줄께. 밤 12시, 새벽 1시까지 그 여자랑 어제처럼 쏘다니든 말든,
그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든 뭘하든 그것도 맘대로해. 그정도쯤은 다 눈 감아줄 수 있으니까. (준희 보며) 넌, 돌아올거니까.
준희 : (은수 흔들리지 않고 안타깝게 보는)
은수 : (준희 눈빛 안 피하고) 그런데.....
준희 : ......
은수 : (눈가에 눈물 가득 차오르며, 입술까지 떨리는) 제발, 제발... 자지는 마. (눈물 한줄기 뺨으로 흐르는)
은수, 얼굴에서 엔딩 타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