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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18
17. 씬. 버스 정류장. (낮)
버스에서 내리는 수찬, 윤희.
수찬 : 윤희야?
윤희 : 응?
수찬 : 캄보디아에서 말이야.
윤희 : (보고)
수찬 : 너 뭘 봤길래, 그렇게 혜미씨를 싫어하는 거니?
윤희 : .....
수찬 : 뭘 본 거야?
윤희 : 말하기 싫어.
수찬 : .....
윤희 : 나 때문에 아픈 사람이잖아. 뒤에서 그 여자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거,
비열한 짓인 거 같아서 안할래.
수찬 : 혹시.....남자랑 있는 거 본 거니?
윤희 : ......
수찬 : 말해봐. 알아야겠어서 그래.
윤희 : 싫다니까. 남자까지 뺏어놓고, 그 여잔 뺏길만한 여자였다고 하는 거잖아.
수찬 : 남자랑 있는 거 본 거 맞구나.
윤희 : .....
수찬 : 니가 뭐라고 말해도 나 너 비열하다고 생각 안 해.
윤희 : (망설이다가) 어떤 남자, 뺨을 때리고 있었어.
캄보디아 장면, 스치고.
윤희 : 그 남자, 무릎을 꿇으면서 사정을 하는 거 같았어.
수찬 : .....
윤희 : 그냥 지가나면서 우연히 봤는데, 나랑은 다르게 사는 여잔 거 같아서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어.
야, 저렇게 멋지게 사는 여자도 있구나, 뭐 그런 거.
수찬 : 근데 한국에 와서 우연히 만나고, 캄보디아에서 보지 않았냐고 하니까
아니라고 딱 잡아떼서 왜 저러나 화가 났던 거구?
윤희 : ......
수찬 : 알았다. 됐다.
윤희 : 근데, 그건 왜?
수찬 : (걸어가면서) 아니야, 아무 것도....
18. 씬. 경찰서 사무실. (낮)
강형사, 반장, 김형사 회의 하고 있는.
반장 :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은 사건이야. 최대한 비밀 유지하고 조용히 조사해야 해.
강형사 : 만약 연수연이가 유회장의 딸이라면 가장 큰 수혜자는 유준석인데.
김형사 : 유준석이 실질적으로 살해에 관여 했을 거 같진 않아요. 사건 당시 한국에 없었구.
반장 : 연수연과 유만호 회장이 친자 관계란 사실을 우선 증명해야 하는데.
연수연 사체가 이미 없는 상황에서 참.
강형사 : 그렇진 않아.
반장 : 미연고 사체라 대학 병원으로 이미 넘어갔을텐데?
강형사 : 다행인 게 연수연이 폐암 말기 환자였잖아.
그래서 과장님이 박사 학위 논문으로 암연구를 하려고 암조직 일부를 떼어놓았대.
반장 : 하늘이 이상하게 도왔구나. 유만호 회장 유전자 샘플은?
강형사 : 그게 좀 문젠데, 의식 없는 환자한테 샘플 체취 동의서를 받을 수도 없구.
반장 : 유준석 있잖아?
김형사 : 반장님은? 지금 지가 제일 불리한 상황인데 내 유전자 샘플 가져가십쇼 하겠어요?
반장 : 그럼 어쩌냐?
19. 씬. 동네 길. (밤)
하니, 영재를 부축하고 산책을 하고 있는.
하니 : 자기 너무 잘 걷는다.
영재 : .....
하니 : 쉬어갈까?
영재 : .....
하니 : 조금만 더 걸어볼래?
영재 : .....
걸어오는 희섭.
하니 : 지금 퇴근하세요? 늦으셨네요?
희섭 : 아, 네.
영재 : (풀썩 주저앉는)
하니 : 자기, 왜 그래? 힘들어?
영재 : (희섭을 안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하니 : 어떡하나. 자기, 조금만 더 힘내서....
희섭 : (굳어져서 주저앉은 영재를 바라보는)
20. 씬. 한여사의 방. (밤)
준석 서있고, 한여사 앉아있는.
준석 : 고사장님이 뭘 알고 있는 겁니까?
한여사 : .....
준석 : 뭘 알고 있길래, 제가 짊어지고 있는 짐이 뭔지 똑똑히 알라고 하는 겁니까?
한여사 : .....
준석 : 어머니?
한여사 : 혜미와 결혼해라.
준석 : .....
21. 씬. 고사장의 서재. (밤)
고사장, 혜미 앉아있는.
고사장 : 이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가 뭔지 너도 알아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혜미 : .....
고사장 : 연수연이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냐?
혜미 : .....
22. 씬. 한여사의 방. (밤)
준석, 분노하는 표정으로 서있는, 한여사 앉아있는.
준석 : 설마.....제 누이를.....제 누이를......죽이신 겁니까?
한여사 : 널 위해서였다.
준석 : 어머니.
한여사 : 다른 여자의 자식에게 당연히 내 자식이 받아야 할 몫을 나눠줄 수는 없었다.
준석 : 제 누이였다구요. 제 누이요.
한여사 : 그래서.....더 용납 할 수 없었다. 길에 가는 거지에게는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니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라서.....
준석 : 제가.....제가......제 누이를 죽이는 사람의 아들이었던 겁니까?
한여사 : .....
준석 : 그랬던 거냐구요?
한여사 : .....
준석 : 그 비밀을 덮기 위해 고혜미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지금 말씀하시는 거냐구요?
한여사 : ......
23. 씬. 고사장의 서재. (밤)
혜미 : (굳어져 있는)
고사장 : 유준석, 그 친구 출구 없는 터널에 갇혀 있는 거다.
그 터널 속에 같이 있어줄 사람은 너 밖에 없다는 거. 이젠 알게 됐을 거다.
혜미 : 무서운 사람의 아들이었군요. 그 사람.
고사장 : 난 그 친구가 알콜 중독이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혜미 : (보면)
고사장 : 이 모든 걸 감당할만큼, 그 친구 강하지 못해. 곧 지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앉게 되겠지.
혜미 : .....
고사장 : 넌 그 무덤 위에 서게 될 거구.
혜미 : .....
24. 씬. 룸싸롱.
준석, 만신창이가 될 정도의 느낌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넘어져 있는 술병들.
마담 들어오는.
마담 : 저 아가씨라도.....
준석 : (술병을 집어던지는) 나가.
마담 : (놀라서 나가는)
준석 : (술을 마시는)
25. 씬. 예슬의 방. (밤)
예슬 잠들어 있고, 윤희 앉아있는.
고사장과 준석의 사무실에 있던 모습이 스치면서 마음에 걸리고.
울리는 핸드폰.
윤희 : (준석인가 해서 반가운 마음에 번호 보면, 준석의 번호다) 저예요. 여보세요? 누구세요? 네?
(굳어지는 표정에서)
26.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수찬, 평상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급하게 뛰어나오는 윤희.
수찬 : (보고 일어서며) 왜 그러냐?
윤희 : 그, 그 사람 병원에 있대.
수찬 : 왜?
윤희 : 몰라. (뛰어나가려고 하면)
수찬 : 뭐 타고 가려구? 택시도 안 들어올 시간인데? 들어가서 언니 차 키 가져 나와.
27. 씬. 길. (밤)
운전하는 수찬. 그 옆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윤희.
수찬 : 큰 일 아닐거야. 약골도 아니고..... (그러면서도 윤희 슬쩍 보면서 걱정이 되는)
28. 씬. 응급실. (밤)
윤희, 수찬 급하게 뛰어 들어가는.
준석, 의료진에게 응급처지 받고 있는.
윤희 : (다가들면서) 어떻게 된 거예요?
의사 : 이 분 보호자 되십니까?
윤희 : 네.
의사 : 과도한 음주로 일시적이 쇼크가 온 거 같습니다.
윤희 : 음주요? 이 사람 술 못 마시는데. 한 모금도 못 마셔요, 이사람.
수찬 : (나서며) 알콜 중독 병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의사 : 아, 네.
윤희 : (준석 손잡으며) 왜 이래요? 왜?
29. 씬. 병실. (밤)
준석, 의식 없이 누워있고. 그 옆에 서있는 윤희와 수찬.
의사, 간호사 옆에서 체크하고 있는.
의사 : 위세척을 했으니까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윤희 : 고맙습니다.
의사, 간호사 나가고.
윤희 : (안타까운 심정으로 준석 옆에 다가서는, 준석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는)
술 마시면 안 된다면서요? 그런데 왜 이랬어요? 나.....때문인 거예요?
수찬 : (그런 윤희를 보다가 안쓰럽게 돌아서서 나가는)
30. 씬. 병원 복도. (밤)
쓸쓸한 모습으로 걸어와 의자에 앉는 수찬.
31. 씬. 병실. (밤)
준석, 옆에 앉아 있는 윤희.
준석 : (천천히 눈을 뜨는)
윤희 : (일어서며) 괜찮아요?
준석 : .....
윤희 : 술집에서 쓰러졌대요.
준석 : .....
윤희 : 왜 그랬어요? 술 마시면 안 되잖아요? 평생 한모금도 입에 대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준석 : .....
윤희 : 미안해요.
준석 : (보면)
윤희 : 나 때문인 거 알아요. 많이 힘들 거 알았지만.....(눈물을 흘리는)
준석 : (윤희의 손을 잡는) 당신....때문 아닙니다. 그냥 내가 못나서 그래요. 내가 못나서.....
윤희 : (울음을 터트리며) 나.....사랑하지 말지 그랬어요? 그냥 푼수때기라고 무시하지 그랬어요?
왜 나 같은 여자랑 결혼을 하겠다고..... (고개를 숙이고 울면)
준석 : (그런 윤희의 머리를 안으면서) 그런 거 아니예요. (답답하기만 한 심정으로)
32. 씬. 병원 복도. (밤)
수찬, 앉아있고, 윤희 걸어오는.
수찬 : (일어나며) 깨어났니?
윤희 : (끄덕이며) 응. 집에 가. 난 여기 있어야 할 거 같아.
수찬 : 그래.
윤희 : 고마워.
수찬 : 윤희야?
윤희 : 응?
수찬 : 저 친구, 지금까지 니가 만나온 사람들 중에서 제일 여리고 약한 사람인 거 같다.
윤희 :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뭐. 많이 시달렸을 거야. 어머니한테도 그렇고.
수찬 : 꼭 너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어.
윤희 : (보면)
수찬 : 고니 삼촌이잖냐. 죽은 수연이 때문에 어머니와 대립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윤희 : .....
수찬 : 윤희야?
윤희 : (보면)
수찬 : 저 친구, 많이 사랑하지?
윤희 : .....
수찬 : 그럼, 니가 강해져야 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윤희 : .....
수찬 : (윤희의 어깨를 잡아주고)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사랑해줘야 할 거다, 저 친구. (걸어가면)
윤희 : (그런 수찬을 향해) 진짜.....내가 많이 고마워하는 거......알지?
수찬 :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
33.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수찬, 선우 서있는.
선우 : 난 자다 말고 이 물건이 어디로 내뺐나 했더니.
수찬 : 크게 다친 건 아니구요, 접촉 사고니까 금방 나을 겁니다.
선우 : 정말 많이 다친 건 아니지?
수찬 : 네.
선우 : 이래저래 뒤숭숭한데 어쩌다 차사고까지 내나.
하긴 지 심정도 오죽할 건가. 그 드센 어머니하고 싸우랴. 에고, 사랑이 뭔지.....(집으로 들어가는)
34. 씬. 회사 전경. (낮)
혜미 걸어오면.
혜미 : 팀장님 계시죠?
미나 : 오늘 출근 안하셨는데요.
혜미 : .....정윤희씨는요?
미나 : 정윤희씨도 오늘 출근 안했는데.....
혜미 : .....
35. 씬. 병실. (낮)
준석, 창 앞에 서있는.
윤희, 물주전자 가지고 들어오는.
윤희 : 일어날 기운 있어요?
준석 : (돌아보고)
윤희 : (다가오며, 억지로 농담하는 느낌으로) 다리 막 휘청거리고 그러지 않아요?
준석 : (미소 짓는)
윤희 :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위세척까지 해서 속이 허할텐데.
준석 : (윤희의 손을 잡는)
윤희 : 내가 너무 좋고, 사랑스러운 건 알겠는데요.
우선은 먹고, 멜로 영화를 찍어도 찍어야 하지 않겠어요?
준석 : 회사에 좀 다녀와요. 내일 회의 때 보고 들어가야 하는 서류가 있는데.
윤희 : 지금 그런 거 검토할 기운 있겠어요?
준석 : .....
윤희 : 일 벌레 남자 매력 있는 것도 알거든요. 지금 술 마시고 쓰러진 거 만회 하려고 그러는 거면.....
준석 : (끌어안고)
윤희 : 어, 이런 반응 나올 멘트도 아니었는데. 하긴 내가 입만 열면 너무 사랑스럽긴 하지.
준석 : (괴로운 심정으로)
36. 씬. 회사 복도. (낮)
윤희, 걸어오면, 마주 걸어오는 수찬.
수찬 : 병원에 있어야 하는 애가 왜 회사엔 나왔냐?
윤희 : 뭐 좀 가져다 달라고 해서. 서류 볼 게 있대.
수찬 : 참 대단한 친구긴 하다.
윤희 : 엄마한테 접촉 사고라고 했다면서? 전화 와서 어딜 얼마나 다친 거냐고 하시더라?
수찬 : 그럼, 어머님 사위 될 놈이 술을 떡이 되게 먹고 쓰러져서 병원까지 실려 갔답니다, 그러냐?
윤희 : (툭툭 치며) 여러 가지로 고맙네 친구. 그 사람 이미지 관리까지 해주고.
수찬 : 나중에 차장 자리 하나 주라.
윤희 : 부장까지는 내가 보장함세.
37. 씬. 비서실. (낮)
걸어오는 윤희.
미나 : 연락도 없이 어떻게 된 거예요?
윤희 : 그냥 좀.....(준석의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면)
미나 : 오늘 팀장님 출근 안하셨어요? 운도 좋아요. 팀장님 출근 안하시는 날 맞춰서....
윤희 : 그러게요. 난 왜 이렇게 운이 좋나..... (준석의 사무실로 들어가는)
38. 씬. 준석의 사무실. (낮)
윤희, 들어와서 책상 위를 찾아보는.
윤희 : (아무 것도 없다, 의아해서 갸웃거리는 핸드폰 들고) 왜 안받지.....
39. 씬. 병실. (낮)
윤희, 들어오면. 비어있는 병실.
간호사, 링거병 들고 들어오는.
윤희 : 혹시 이 방 환자 퇴원하셨어요?
간호사 : 아닌데요.
윤희 : (의아한)
40. 씬. 길. (낮)
준석, 초췌한 모습으로 차를 운전하고 있는. 그 위로.
한여사 : 그래서.....더 용납 할 수 없었다. 길에 가는 거지에게는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네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라서.....
준석 : 제가.....제가......제 누이를 죽이는 사람의 아들이었던 겁니까?
괴로운 심정으로 운전하고 있는.
41. 씬. 병실. (낮)
멍하니 앉아있는 윤희.
42. 씬. 경찰서. (낮)
반장 종이 들고 들어오는. 강형사, 김형사 일어나는.
강형사 : 받았냐?
반장 :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겨우 겨우 설득해서 받아낸 거니까 실수 하면 진짜 안 된다.
본인 동의 없이 채취한 유전자 샘플이라서 나중에 법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강형사 : (종이 뺏어서 나가는)
43. 씬. 유회장 병실. (낮)
강형사, 김형사, 검사요원이 유회장 머리칼 채취하는 거 보고 있는.
김형사 : (약간은 걱정스러워서) 연수연이 이 양반 딸인 거 틀림없겠죠?
강형사 : 그거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사건이잖냐? 혹시 죽은 연수연이 이 양반과
내연 관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안해 본 건 아닌데. 그건 상식적으로 말이 않되잖냐.
이 양반이 유서에 유준석과 똑같은 권리를 다른 자식에게도 주겠다고 한 거 말야.
딱 하나 있었던 연수연의 애도 죽었고. 그것도 5년 전에.
그럼 유산을 받을 수 없다는 건 뻔한 거구.
김형사 : 그러니까요. 저도 그래서 이것 밖에는 없다 싶긴 한데.
강형사 : 죽어가는 딸한테 마지막으로 뭔가를 해주고 싶었던 거야.
자기 자식이었다는 것만이라도 밝힌 상태에서 떠나보내고 싶었던 아버지 마음이겠지.
44. 씬. 별장 정도의 장소. 야외. (낮)
준석,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45. 씬. 동네 길. (밤)
윤희, 걸어오는. 수찬 뒤에서 걸어오는.
수찬 : 그 친구 벌써 퇴원 한 거냐?
윤희 : (돌아보는)
수찬 : 며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윤희 : 그 사람.....사라졌어.
수찬 : 사라지다니?
윤희 : 나 회사로 심부름 보내놓고 사라졌어.
수찬 : .....
윤희 : 사무실에 가 보니까 가져오라고 했던 서류가 없잖아.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했는데, 그때부터 전화도 안되고.
수찬 : ......
46.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윤희, 들어오면, 선우 앉아있다가 일어서며.
선우 : 왜 와?
윤희 : .....
선우 : 간호는 누가 하고 오냐구?
윤희 : 퇴, 퇴원해서 집에 갔어.
선우 : 겨우 하루 있어도 될 만큼만 다친 거야?
윤희 : 응.
선우 : 그건 천만다행이네. 네 언니 저러고 있지, 그 사람은 또 차사고 났지,
왜 이런 일만 생기나 걱정스럽더니만. 저녁은?
윤희 : 먹었어. (방으로 들어가는)
선우 : 금방 퇴원 했으면 됐지, 왜 저렇게 풀이 죽었어.
47. 씬. 병실. - 영자의. (밤)
영자, 멍하니 고사장과 혜미를 보는.
영자 : 퇴원이라뇨? 사람이 다 죽게 생겼는데.
고사장 : 여러 말 말고 내일 퇴원 해.
영자 : 의사한테 여기 저기 아프다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3주 진단 받은 건데,
내일 당장 퇴원을 하면 그 집 큰딸을 폭행으로 어떻게 고소를 해요.
고사장 : 고소는 무슨 고소야? 여기서 더 망신을 당하고 싶은가?
영자 : 우리가 망신일 게 뭐가 있어요? 망신은 그 인간들이 당하는 거지.
고사장 : 제발 좀 수선 좀 떨지 마. (나가버리는)
영자 : (발악하는 느낌으로) 전 그렇게 못해요. 그 인간들한테 이런 식으로라도 분풀이를 안 하면....
혜미 : 저 준석씨와 결혼해요.
영자 : 정윤희한테 미쳐서 날뛰는 놈하고 무슨 재주로?
혜미 : 해요, 결혼. 그러니까 제발 조용히 퇴원 하셔서 집으로 가세요.
48. 씬. 경찰서 앞. (밤)
미희, 걸어 나오는. 덕길, 고개 푹 숙이고 앉아있는.
미희 : (옆으로 다가가는)
덕길 : (무심히 시선 들다가 놀라서 벌떡 일어나는) 아니, 워떻게?
미희 : 고소 취하 됐다고 가도 된다네요.
덕길 : 그려요? (눈물이 찔끔 나고) 천만다행이어라.
지는 얼매나 더 사장님이 그 안에서 고초를 당하셔야 허나 가심이 무너질 거 같았는디.
미희 : 아까 면회 하고 계속 여기 있었던 거예요?
덕길 : 집에 가봐야 맴이 편치도 않을거 겉고 혀서....기양 조금이라도 가차이 있고 잡은 맴에.....
미희 : (살며시 덕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나 정말 댁 같은 촌놈하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49.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윤희, 핸드폰을 드는.
50. 씬. 야외 장소. (밤)
괴로운 심정으로 생각에 잠겨 앉아있는 준석. 핸드폰에 삐하는 신호음.
준석 : (핸드폰을 들고 버튼 누르는)
윤희의 동영상.
윤희 : (눈물 글썽한 눈으로) 전화기가 꺼져 있지는 않아서.....왜 전화도 안받아요? 어디 있는 거예요?
우리.....많이 힘들어도....아니 많이 힘들수록 같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내가 옆에 있는 것도 싫은 거예요?
보고.....싶어요. 못 본지 몇 시간 안됐는데, 겨우 하루도 안 지났는데......너무 많이 보고 싶어요.
준석 : (핸드폰을 접고, 허공을 바라보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51. 씬. 윤희의 집 마당. (밤)
윤희, 혹시나 전화가 올까 하는 심정으로 핸드폰 보고 있는데.
수찬 나오는.
수찬 : 아직 전화도 없어?
윤희 : 진짜....많이 힘든가봐, 그 사람.
수찬 : ......
들어오는 미희, 덕길.
윤희 : (일어나며) 언니? 어떻게?
미희 : 큰 죄 지은 게 없으니까 바로 나가라더라.
수찬 : 잘 됐네요. 걱정 많이 했는데.
덕길 : 고라믄 들어가서 쉬서요, 사장님.
미희 : 잠깐만요.
52.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선우, 덕길, 수찬, 윤희, 예슬, 고니 뭔 일인가 해서 미희를 보고 있는.
미희 : (뜸을 들이면서, 우아하게 물을 마시는)
선우 : 다들 불러놓고 왜 말이 없어?
미희 : 이런 일일수록, 쉬쉬하는 게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서 이렇게 다들 모이시라고 했어요.
선우 : 너 무슨 기자 회견하냐?
미희 : 엄마. 저 지금 진지하거든요.
선우 : 아니, 왜 목에 힘은 잔뜩 주고 그러는 건데.
미희 : (헛기침하고) 제가 드디어 결혼을 결심 했어요.
선우 : (놀라서, 얼른 수찬을 보고) 미스터 백하고? 아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둘이.....
미희 : 양덕길씨랑 저 결혼해요. 엄마.
덕길 : (놀라서 눈 커지는)
고니 : 아부지, 이게 워쩌케 된 일이래요?
수찬 : (약간은 예상했던 일이라 흐뭇한 미소 짓고 있는)
예슬 : 엄마, 진짜야? 고니 아빠랑 진짜 결혼 할 거야?
미희 : 그래, 예슬아. 엄마, 고니 아빠랑 결혼 할 거야.
선우 : (놀라서 미희 앞에 놓인 물컵 들어 벌컥 벌컥 마시고) 그,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둘이 결혼을 한단 말이지.
수찬 : (덕길 어깨 툭 치며) 축하해. 형.
미희 : 다들 놀랬겠지만, 일이 그렇게 됐으니 기쁜 마음으로들......(하는데)
덕길 : (벌떡 일어나는) 안 되여라.
미희 : (놀라서) 뭐가요?
덕길 : 지가 어찌 언감생심 사장님겉은 분허고. 안 되여라. 그것은 참말 안 되는 일이구만요. 사장님?
미희 : 네?
덕길 : 참말로 저를 고로코롬 생각해주시는 맴은 고마운디요. 그려도 이것은 아니여라.
세 번이나 갤혼을 실패 하셨는디, 다시 갤혼 허것다는 놈이 꼴랑 지 겉은 놈이믄...
안 되여라. 이것은 참말 안 되는구만이라. 지보다는 백배 천배 잘난 남자허고 갤혼하셔야지라.
미희 : 덕길씨?
덕길 : 지는 (흑 하면서) 사장님의 그 맴만으로도 참말 가심이 찢어지게 고맙구만요.
(입을 가리고 울면서 뛰쳐나가는)
미희 : (감동한 눈빛으로) 사람이 정말 왜 저렇게 물러 터진건지.....
53. 씬. 창고. (밤)
덕길, 쪼그려 앉아 울고 있으면,
수찬. 고니 들어오는.
수찬 : (덕길 앞에 앉으며) 형, 선수지?
덕길 : 뭐시?
수찬 : 나 또 이런 촌스러운 수법은 처음 봤네. 아, 그래도 감동 있드라.
(덕길 어깨 툭툭 치며) 신파긴 했지만, 효과 확실하드라. 장해, 아주 장해.
고니 : 지도요. 예슬 엄니 같은 분허고 아부지가 결혼을 하신다는 것이 참말로 장하시다 그런 맴이 드네요.
덕길 : 갤혼을 우째고롬 한디야? 나가. 나가 뭐 볼 것이 있어서.
수찬 : 아, 진심이 담긴 이 수법. 내가 이런 게 좀 모자랐는데, 배우지도 않고 터득하다니.
타고 났네, 타고 났어.
덕길 : 너는 시방 뭔 소리를 씨부려쌌냐.
54. 씬. 윤희의 집 거실. (밤)
선우, 미희, 윤희, 예슬 앉아있는.
예슬 : 그러니까 이제 고니하고 내가 남매가 된다는 거지?
미희 : 싫니?
예슬 : 난 괜찮은데, 고니가 어떨지 모르겠어.
미희 : 왜?
예슬 : 고니가 나랑 결혼하고 싶어하는 거 같았거든. 그치만 남매가 되면 그럴 수 없는 거잖아.
어쨌든.....(일어나며) 축하해, 엄마.
고니 아빠는 바람 피고 그럴 분 같지는 않아서 나도 마음이 놓여. (하고 쓱 방으로 들어가는)
윤희 : 저렇게 쿨하게 엄마 결혼 축하하기도 쉽지 않은데. 그것도 저 나이에.
미희 : (선우 눈치 보며) 좀 실망 했지? 좀 더 번듯한 사람이 아니라서?
선우 : 잘 골랐다. 그래, 잘 골랐어. 아까 울면서 뛰쳐나가는 거보니까 니 사람 맞는 거 같구.
미희 : 실망 했어도 아닌 척 해줘, 엄마.
선우 : 실망은 내가 왜 해? 넌 내가 고사장 여편네처럼 그런 속물로 보이냐?
양씨가 뭐가 어때서? 돈 없는 거? 학벌 달리는 거? 애 있는 거?
윤희 : 엄마, 고니는.....
미희 : 그 얘긴 나중에.....(윤희 손잡고, 가만있으라는 표정)
선우 : 뭔 얘기야?
윤희 : 고니 착하다구.
선우 : 하여간 이 물건은. 고니 착한 거 누가 몰라? 이 물건 때문에라도 내가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다.
사람하고 사람하고 인연 맺고 사는데 돈 같은 건 아무 문제 안 되는 거야.
돈이 끼니까 사람만 지저분해지지 않디.
됐다. 이제 둘 다 짝들 찾았으니 오늘부터 내가 발 뻗고 자겠다.
미희 : 엄마?
선우 : 왜?
미희 : 나, 진짜 엄마 많이 존경한다.
선우 : (픽하고) 그거야 내가 존경 받을만한 인품이니까 그렇지.
55. 씬. 윤희의 집 마당. (아침)
미희, 덕길, 수찬 나오는.
수찬 : 윤희는요?
미희 : 아침도 안 먹고 출근 했어요. 연애 하니까 배도 안 고픈가봐요.
조금이라도 빨리 가서 좋은 사람 얼굴 보겠다 그거죠 뭐.
(눈 마주치지 않는 덕길 보면서) 왜 사람 얼굴로 똑바로 안 봐요?
덕길 : .....(다른 데만 보면)
수찬 : 순진 무구로 밀고 나가려나봅니다.
미희 : 그거 이미 먹혔으니까 그만 좀 해요.
강형사 급하게 들어오는.
강형사 : 아니, 미희씨? 풀려나셨다면서요? 아침 사드리러 서에 들렀다가 소식 듣고 어찌나 반갑던지.
미희 : 그러셨어요? 고맙네요.
강형사 : 제가 담당 형사한테 잘 말해놓긴 했지만, 이렇게 쉽게 해결이 될 줄은.....
미희 : 참. 강형사님도 아셔야겠네요.
강형사 : 네? 뭐를요?
미희 : 저, 양덕길씨랑 곧 결혼해요.
강형사 : (멍해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덕길 : (수줍어서 뛰어나가는)
미희 : 같이 가요. (따라가는)
강형사 : (휘청거리며 평상에 주저앉는)
수찬 : (어라, 이건 또) 혹시.....마음에 있으셨어요?
강형사 : .....
수찬 : 물이라도 가져다 드려요?
강형사 : ......
56. 씬. 동네 길. (아침)
강형사, 힘없이 걸어가는. 옆에 걷는 수찬.
수찬 :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곧 좋은 분 만나시겠죠.
강형사 : .....
수찬 : 근데요. 저기 뭐 하나 부탁 좀 해도 될까요?
강형사 : .....
수찬 : 강형사님? 제발 정신 좀 차리시고, 뭐 하나 부탁 좀 하자구요.
강형사 : (그제서야 시선을 주는) 무슨 부탁이요?
57. 씬. 사무실. (낮)
수찬, 일하고 있는. 울리는 핸드폰.
희섭 자리에 앉아있고, 대한 그 앞에서 서류 보여주고 있는.
수찬 : 여보세요? 아, 네, 강형사님? (일어나 나가는)
희섭 : (형사란 말에 긴장해서 보는) 형사랑 무슨 일이지?
대한 : 네?
희섭 : (당황해서) 아, 아니야.
58. 씬. 회사 복도. (낮)
수찬, 전화 하면서 걸어오는.
수찬 : 알아보셨어요?
59. 씬. 경찰서. (낮)
강형사 : (전화) 이런 거 정말 알아주면 안 되는 거거든요.
60. 씬. 회사 복도. (낮)
수찬 : 실종 사건이라고 생각해주시라니까요.
61. 씬. 경찰서. (낮)
강형사 : 그러면 실종 접수부터 하셔야죠.
수찬 : 그럼 못 알아주시겠다 그거시네요?
강형사 : 이거 정말 어찌보면 권력 남용이다. 그럴 수 있는 사안이거든요.
62. 씬. 산길. (낮)
수찬, 쪽지를 들고 땀을 흘리며 산길을 오르고 있는.
63. 씬. 별장 앞 정도의 장소. (낮)
준석, 괴로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수찬 : (E) 술 마신 건 아니죠?
준석 : (돌아보고, 놀라는)
수찬 : (다가서는)
준석 : 여긴 어떻게?
수찬 : 다방면으로 능력 있는 사원이 입사 한 거 같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핸드폰 위치 추적이라는 게 꽤 유용한 거네요.
준석 : .....
수찬 : 왜 여기 와 있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뭐가 그렇게 힘든 거냐고 묻지도 않겠습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겠죠.
준석 : .....
수찬 : 윤희한테도 말 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겠죠.
다만 정윤희 친구로서 한가지만 부탁 하러 왔습니다.
뭐가 어찌 됐든,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이 있든 그게 뭐든 그 녀석 옆에서 해주십쇼.
술을 마시고 또 쓰러져도 좋고, 살기 싫다고 소리를 질러도 좋고,
미치겠다고 머리를 쥐어뜯어도 좋습니다. 그냥 그 녀석 옆에서만 해주십쇼.
준석 : (보는)
수찬 : 그 녀석, 유준석씨가 없어진 하루 동안, 겨우 하루 동안 몇 십 년이나 늙어버린 것처럼
어깨 늘어뜨리고 있는 꼴 보기 싫습니다.
제 친구가 그렇게 맥 없이 늙어버리는 거 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준석 : 돌아가는 게......돌아가서 부딪혀야 할 일들이.....두렵습니다.
수찬 : 그것도.....두려워서 벌벌 떠는 것도 그 녀석 옆에서 해주십쇼.
준석 : (보는)
수찬 : 하지만 그 친구, 벌벌 떨고 있는 유준석씨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
주먹질을 할지 발길질을 할지 모르지만,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돌아가십쇼.
준석 : ......
수찬 : 무슨 일이든 그 녀석하고 같이 겪어내 주십쇼. 정윤희의 친구로.....부탁하겠습니다.
64. 씬. 고사장 사무실. (낮)
고사장, 혜미 앉아있는.
혜미 : 오늘도 출근 안했어요. 집에도 안 들어가는 거 같구요.
고사장 :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내가 뭐라고 했냐? 허약한 친구라고 하지 않았니?
혜미 : 이대로 사라지는 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그럼 준석씨 어머니 심경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을지 모르는데.
고사장 : 글쎄다, 두고 봐야겠지. 하지만 다 시간문제일 거다. 언제 백기를 들고 나타나느냐는.
65. 씬. 공원 일각. (밤)
윤희, 힘없이 걸어오는. 서있는 수찬.
윤희 : 나오기 싫다니까.
수찬 : (어깨 툭 치며) 가봐라.
윤희 : (수찬의 시선을 따라 가면, 준석 벤취에 앉아있는, 놀라서 수찬을 보는)
수찬 : 가서 시원하게 주먹 한방 날려서 정신 차리게 만들어줘라. (걸어가는)
윤희 : ......(준석에게로 걸어가는)
수찬 : (걸어가다가 돌아보고, 준석 앞에 서는 윤희를 보는.
조금은 쓸쓸하지만, 하지만 개운한 느낌으로 걸어가는)
윤희 : (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준석 : 나......바보 같죠? 나......정말 못났죠?
윤희 : (옆에 앉는) 주먹 한방 시원하게 날려주라고 하던데, 나 바보죠 하고 자백하니까 맥이 빠지네.
준석 : .....
윤희 : (초췌해진 준석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픈) 우리...같이 가는 게......도저히 안 될 거 같으면......
너무 힘들어서 자꾸 도망치고 싶은 거면......난 괜찮아요.
다 이해하니까. 한모금도 입에 대선 안 되는 술까지 마셔야할 만큼 힘든 거 알았으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거 더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우리.....이제 헤어져도 나 아쉬워 안 할거예요.
너무 많이 사랑했으니까, 그냥 가슴에 묻고 살 수 있어요.
그런 사람이 나한테 있었다는 거.....그거 하나만 가지고도......나머지 시간들 채워나갈 수 있어요.
준석 : (윤희의 얼굴을 감싸는)
윤희 : (눈물을 흘리면서) 나 버린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준석 : ......
윤희 : 같이 가지 않아도 우리.....헤어지는 거 아니잖아요?
우리 서로 가슴 속에 죽는 그 순간까지 같이 있을 거잖아요?
준석 : (윤희의 입에 입을 맞추는)
윤희 : ......
66. 씬. 길. (밤)
운전하는 준석, 그 옆에 윤희.
준석 : 걱정 시키지 않을게요. 도망 같은 거 치는 바보짓도 하지 않을게요.
윤희 : .....
준석 : 나 윤희씨.....가슴에 묻고 안 살아요. 가슴이 터져 버릴테니까 그렇게는 안 살아요.
윤희 : .....
준석 : (윤희의 손을 꼭 잡는)
67. 씬. 동네 길. (밤)
혜미, 차에서 내리고 있으면, 수찬 걸어오는.
수찬 : .....
혜미 : .....
수찬 : 지금 윤희, 유준석씨와 함께 있을 겁니다.
혜미 : 그래서요?
수찬 : 이제 그만 해요, 혜미씨. 여기서 더 가겠다고 하면 혜미씨만 초라해져요.
혜미 : 그렇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수찬 : 혜미씨가 아무리 그래도 그 사람들 갈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알잖아요? 혜미씨도 느끼고 있잖아요?
혜미 : 아니요, 내가 알고 있는 건 단 한가지예요. 유준석과 나, 예정된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거.
수찬 : 진짜 딱한 사람이군요. 대체 그 병적인 집착은 뭡니까?
난 그동안 혜미씨가 부모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서 운명에 순응하고 있는 착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점점 그게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혜미 : 백수찬씨가 날 어떻게 보든 상관없어요.
그리고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남의 일에 이렇게까지 나서는 백수찬씨가.
오지랖 넓은 친구를 둬서 닮아가는 건가요?
수찬 : 남자한테 버려진 게 아니란 거 압니다.
혜미 : 그래서요? 제가 유산했던 걸, 알리기라도 하겠다고 지금 협박하는 건가요?
수찬 : 그렇게까지 치사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꼴사나운 욕심으로 제 친구의 사랑을 방해하진 말아달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준석의 차 다가오는.
차 멈추고, 준석, 윤희 내리는.
혜미 : (날카롭게 보는)
윤희 : (당황하고)
준석 : (혜미를 싸늘한 시선으로 보는)
혜미 : (다가오는) 결근 하셔서 걱정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꼭 할 얘기가 있었는데, 마침 잘됐네요.
준석 : (무시하고 수찬에게) 고맙습니다.
수찬 : .....(미소 짓고)
혜미 : (자존심 상해서) 준석씨, 얘기를.....
준석 : (무시하고 수찬에게) 이 사람이 좋은 친구를 뒀다는 거 오늘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수찬 : .....
준석 : 가겠습니다. 이 사람 집까지 좀.....
수찬 : 알겠습니다.
준석 : (윤희 어깨 잡고) 잘 자요. 내일 회사에서.....
윤희 : .....
혜미 : 준석씨?
준석 : (차에 올라타고, 차 출발 시키는)
혜미 : (입술을 깨물며 어쩔 줄 모르는)
수찬 : (윤희에게) 가자.
윤희, 수찬 걸어가는.
혜미 : (바르르 떠는 느낌으로)
68. 씬. 혜미의 방. (밤)
혜미, 들어오는.
혜미 : 유준석. 하나도 안 잊을 거야. 니가 준 수모. 살면서 천천히.....아주 천천히 하나하나 그대로 갚아줄 거야.
그리고 똑똑히 지켜 볼거야. 서서히 니가 미쳐가는 모습을.....
69. 씬. 준석의 집 거실. (밤)
준석, 들어오는.
준석 : (한여사의 방 쪽을 보는)
70. 씬. 한여사의 방. (밤)
준석, 들어오면, 한여사 의자에 앉아있는.
한여사 : 회사에도 안 나갔다던데?
준석 : .....
한여사 : 이젠 좀 진정이 된 거냐?
준석 : .....
한여사 : 마음이 무겁겠지만, 그냥 네가 짊어져야 하는 인생의 몫이라고 생각해라.
준석 : 죄를 지셨으면 벌을 받으세요.
한여사 : (보고)
준석 : 어머니의 죄 때문에 그 여자를 버리진 않겠습니다.
한여사 : 계집 하나 때문에 부모 자식간의 연을 끊겠다는 거냐?
준석 :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라면, 이런 굴레 자식에게 지우지 않습니다.
한여사 : 널 위해서였다. 당연히 니꺼여야 하는 걸 빼앗기는 걸 볼 수 없어서....
준석 : 재산일 뿐입니다. 그냥 돈일 뿐이라구요. 그게 사람 목숨과 바꿀만큼 대단한 겁니까?
한여사 : 이 세상에 너 아닌 다른 네 아버지의 자식이 있다는 걸 난 용납 할 수 없었다.
그런 수치를 내가 왜?
준석 : 어머니의 자존심 때문이었을 겁니다. 자식인 저 때문이 아니라.
한여사 : 니가 어떻게 나한테, 하나 밖에 없는 내 자식이 어떻게....
준석 : 길을 찾아주세요, 어머니. 전 어머니 때문에 가지 말아야 할 길로 가지는 않을 테니까.
이제 어머니가 가셔야 할 길은 어머니가 찾아주세요.
한여사 : .....
준석 : 어머니가 지으신 죄에 대한 벌을 받겠다고 하시면.....그럼 저도 용서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턴 진심으로 어머니로 대하겠습니다. (나가는)
한여사 : ......
71. 씬. 윤희의 집 전경. (낮)
72. 씬. 창고. (낮)
수찬, 고니의 옷매무새 만져주고 있는.
덕길 그 옆에 앉아있는.
고니 : 지랑 아저씨랑만 놀러가는 거여요?
수찬 : 니 아버진 결혼 준비 때문에 바쁘시잖냐?
고니 : 워따. 뭣땜시 얼굴이 빨개지시고 그러신대요? 모르는 일도 아닌디?
덕길 : 자꾸 갤혼 갤혼 그러지 마야. 돈 한푼 없이 장가갈라구 헌게 남사스러워 죽겄어야.
수찬 : 형 능력이지 뭐. 야, 그거 쉽지 않은 능력인데, 돈 한 푼 없이 달랑 몸만 가는 거,
그거 진짜 하늘이 내린 능력 아니고는.
어렸을 때, 나 몰래 산삼 같은 거 먹은 적 있어?
고니 : 산삼 먹으믄 돈 한 푼 없이 장가가게 되는 거여라?
수찬 : 응? 뭐 그런 게 있다. 어른들만 아는 심오한 세계가. 변강쇠도 아마 그쪽이었지? 형?
덕길 : (발로 차면서) 잘 헌다, 애 앞에서.
73. 씬. 장미원. (낮)
준석, 윤희 앞에 서있는.
윤희 : 까, 다로 끝나는 말 하지 말구요.
준석 : (끄덕이고)
윤희 : 그런데요?도 하지 말구. 하긴 애니까 존댓말은 안하시겠다. 아, 왜 이렇게 떨어요.
준석 : 내가 지금 떱니까?
윤희 : (손잡으며) 어머, 땀. 지금 식은땀까지 흘리시는 겁니까?
준석 : 놀리지 말아요.
윤희 : 그렇게 긴장 되요?
준석 : .....
윤희 : (애잔하게 보면서) 진짜 나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대요.
요새 이런 허약 체질 선호하는 여자 별로 없는데.
준석 : 그 녀석이.....나 좋아해줄까요?
윤희 : 아니요.
준석 : (보면)
윤희 : 그렇게 호감가는 스타일 절대 아니시거든요. 특히 애들한테는.
준석 : 나 지금까지.....
윤희 : 지금까지 뭐요?
준석 : 애들하고 말 해본 적도 거의 없는데.
윤희 : 오죽 하시겠어요. 아, 제발 긴장 좀 풀어요.
수찬 : (E) 윤희야?
윤희 : (돌아보고, 반색하고 뛰어가는) 어머, 어머. 여긴 어쩐 일?
수찬 : 그러게. 넌 여기 어쩐 일이냐?
윤희 : 나 데이트.
수찬 : 아하, 그렇구나, 데이트 하러 왔구나. 와, 진짜 우연이다.
윤희 : 저번에 와보니까 좋아서 같이 왔는데. 준석씨?
준석, 다가오는데, 참으로 어색한 걸음걸이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준석 :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있고)
수찬 : 어이구, 이렇게 우연하게 만나네요.
준석 : 아. 네. 우연이네요.
수찬 : 고니야, 인사해. 아저씨 회사에 높은 분이셔.
고니 : 안녕하신게라?
준석 : ....
윤희 : (준석 옆구리 찌르며) 안녕하시냐고 하잖아요?
준석 : 어.
윤희 : (맛가고) 안녕하시냐구요?
준석 : 어. 안녕해.
수찬 : (윤희 보면서 왜 저러냐?)
윤희 : (귓속말로) 긴장 했어, 긴장.
고니 : 말씀 많이 들었어라.
수찬 : 니가 언제 이 분 말씀을 많이 들었다고 그러냐?
고니 : 예슬이헌티 이모부 되실 분이 엄청 부자시라구.
수찬 : 아.
고니 : 고라믄 윤희 누나. 즐겁게 데이트 하서요.
아저씨, 우린 방해 허지 말고 가요. (수찬 손잡고 가려고 하면)
수찬 : 야, 야. 이렇게 우연하게 만났는데 따로 노는 것도 그렇잖냐.
고니 : 그러코롬 눈치가 없으서요? 윤희 누나랑 이 아저씨가 시방 우리랑 놀고 싶으시겄어요?
데이트 하러 오셨다잖아요?
윤희 : 아니야, 고니야. 이 아저씨 무지하게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둘이만 데이트 하는 건 지루하거든.
그러니까 우리 같이놀자, 응?
고니 : 누나는. 그런 말을 워째 듣는 데서 막 허고 그러신대요.
74. 씬. 장미원 일각. (낮)
준석, 고니 떨어져 앉아있는.
수찬, 윤희 벌떡 일어나며.
수찬 : 윤희야? 저거 저게 디게 희귀한 꽃이거든.
윤희 : (오버하면서) 어, 그래?
고니 : 워디요? (따라 일어나려고 하면)
수찬 : (고니 잡아 앉히며) 저 아저씨 혼자 두고 가면 그렇잖냐? 말동무 좀 해드리고 있어라.
나 윤희 누나한테 돈 좀 꿀 일이 있거든. 그 얘기 하러 가는 거니까. (눈 찔끔거리고 가는)
윤희, 수찬 가버리면,
고니, 준석 어색하게 앉아있는.
고니 : 근처에 말갱주 하는데도 있는디... 가 보셨어라?
준석 : 아니.
고니 : 윤희 누나 참말 이쁘지라?
준석 : 응.
고니 : 사람이 월마나 착헌지 몰라요.
준석 : 응.
고니 : 우리 아부지는 윤희 누나를 천사라고 허는구만요.
준석 : 응.
고니 : 아따 참말로 지루하신 성격 맞으시나보네요.
준석 : (물끄러미 보는)
고니 : 지 얼굴에 뭣이 묻었남요?
준석 : 아니.
고니 : 근디 왜 그러코롬 뚫어지게 보신대요.
준석 : 저....우리 악수 한번 할까?
고니 : (의아하게 보는) 뭐 꼭 하시고 싶으시다면야..... (일어나서 준석 앞으로 가서 손 내미는)
준석 : (고니의 손을 잡는. 눈물이 나려는 거 억지로 참는)
멀리서 그 모습 보고 있는 윤희와 수찬. 두 사람 다 눈물이 글썽하고.
수찬 : 안아보고 싶을 텐데......
윤희 : 수줍어서 그렇게도 못해, 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