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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천문> 제5장 일수사견(一水四見)
27. 경신년(庚申年) 주인공은 누구
천문을 해석하는 용화의 눈빛은 샛별처럼 빛났다.
“저는 특히 차혁일 총경님과 차법사님의 관계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차총경과 차법사는 부자지간 아닙니까?”
조기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차총경은 증산 상제님과 똑같은 연령인 39세에 돌아가셨고, 특히 돌아가신 날짜도 양력 8월 9일과 음력 6월 24일이 같아 상제님 화천일과 일치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인연이 아닐 수 없지요.”
조기자와 지천태는 도수의 기묘한 일치에 눈이 다 휘둥그레졌다. 그럴수록 용화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갔다.
“물론 증조부이신 차치구 동학접주를 비롯하여 법사님 가계인물들이 모두 상제님과 인연이 깊기는 하지만요.”
“차혁일 총경님의 전생(前生)은 누굽니까?”
“최근 차혁일 총경님의 전생이 누구일까 궁금해 하다가 책을 다시 살펴보니, 차경석의 부친이 차치구 동학접주인 것을 알고 차총경의 전생과 현생의 관계에 놀랐습니다. 차치구 동학접주께서는 전생에서는 동학혁명에 참전하여 붙잡혀 공주 우금치에서 화형당하셨는데, 이번에는 공주에서 물에 빠져 돌아가신 것을 보고 그 인과관계가 신비했지요.”
“차치구의 후신을 차총경이라고 보시는 군요. 전생까지 도수로 점지하는 건가요?”
“아주 오래전에 《빨치산 토벌대장 차혁일 수기》라는 책을 읽고 그 책의 저자를 만나 증산사상을 포교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이리저리 수소문했더니 법사님은 당시 미국 가서 언제 오신지 모른다고 해서 까마득히 잊고, 저는 오로지 도수공부에만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는 최근에 이렇게 만나게 되었지요. 천문에서 중요한 것은 도수 곳곳에 경신년이 들어 있다는 겁니다.”
“혹시 현세의 미륵이 경신년생입니까?”
조기자의 넘겨짚는 추측에 흐름이 끊기자 용화는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몇 번 헛기침을 하고 해설을 이었다.
“조사해보니 1920년 경신년(庚申年)생 중엔 큰 인물이 많이 나왔지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린 굴지의 기업인, 윤총재 같은 종교인, 그 중에 나라를 구한 차총경도 있습니다. 제 스승님도 경신년 출생이셨지요.”
스승 이야기가 나오자 용화는 잠시 눈을 감고 감회에 젖었다.
“저희 도반들은 스승님을 출세한 미륵으로 믿었습니다. 허나 너무 허망하게 가시니 도반들은 뿔뿔이 흩어졌지요. 저도 한때 방황하다가 다시 천문공부를 하고는 경신년은 1920년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세상이 훤해지더군요.”
“현무경에도 경신년이 몇 번 나오고 증산 유서 도수 풀이에도 나오는 것 같던데......”
“물론 성장공사도에도 있지만 상제님께서 평소에도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책에 보면,
칠월칠석삼오야 동지한식백오여
(七月七夕三五夜 冬至寒食百五除)
삼인동행 칠십리 오로봉전 이십일
(三人同行七十里 五老峰前二十一)
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여기 숨겨진 도수를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도수란 말에 조기자와 지천태는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해석은 ‘칠월 칠석에 태어나 8월에 상제께서 세상을 떠나니 단주수명서 전하는 날은 동지한식 같이 험난한 105년이 지나야 하는구나. 성부, 성자, 성신 즉 유불선 삼인을 함께 수행하라’는 뜻이고, 칠십리(七十里)는 칠화 십토(七火 十土)의 마을로서 인체로 치자면 단전(丹田)과 같은 중요한 자리를 상징합니다. 오로봉이 그런 곳이지요. 정(精)과 기(氣)와 신(神)은 각각 떨어지지 말고 함께 수행하여 단전에다 도를 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증산이 떠나고 105년 뒤면……2014년을 말합니까?”
“미륵이 세상에 드러나는 해이지요. 그래서 경신년은 1920년이 아니라 1980년이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석 하신다…….”
지천태는 자신의 턱을 슬슬 쓰다듬었다.
“물론이지요. 상제님이 짜놓은 도수는 물샐틈없이 치밀하지요.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딱 들어맞아요. 그러니 천문이지요.”
“음.”
지천태의 입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깊은 신음소리가 새나왔다. 용화는 개의치 않고 자기 이야기를 끌고나갔다.
“상제께서는 왕후장상의 그릇된 뜻을 품고 동학혁명에 참가하여 희생된 수십만의 동학신명들을 차경석(車京石) 한 사람에게 붙여서 일시에 해원시킨 전례가 있었으며, 또 차경석에게 강령(降靈)을 내리신 기록이 경전에 나옵니다. 전생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생에 태어나서도 지리산 빨치산 영혼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영가들을 구명시식을 통하여 해원시켜 천도시키고, 산 사람에게까지 그 혜택을 누리게 하시니 실로 놀랍기만 합니다.”
조기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의문은 일행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었다.
“그럼 법사님이 미륵이신가요? 단주의 후신 말입니다.”
용화는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해원은 앞으로 벌어질 천지공사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해원 없이는 세계통일은 불가능하니까요. 상제께서 전생에서 차경석에게, 그리고 현생에서 차법사에게 해원시킬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을 부여하신 것은 반드시 까닭이 있겠지요.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은 하지만 아직 밝힐 시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잠시 그러나 깊은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법사님께선 경신년 생은 아니지요.”
용화는 그렇게 서둘러 매듭짓고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증산의 강령을 받았다면서 미륵은 아니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지천태는 가슴에 무거운 맷돌을 얹은 듯 답답해졌다.
“말 나온 김에 제 생각을 숨김없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도수는 글자획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인위적으로 그려진 도수는 도수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천명이 도수라고 봅니다. 가령, 탄생지와 생년월일, 이름 수리 같은 것이지요. 저는 용화 선생께서 말씀하신 증산 선생, 차경석, 차법사님의 출생지, 생년월일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지천태의 치밀한 준비에 좌중은 조용해졌다.
“증산 선생의 본명은 강일순(姜一淳)입니다. 1871년 9월 19일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에서 태어나 신축년(1901) 7월 7일 인도통하십니다. 1909년 음 6월 24일(양력 8월 9일) 39세의 나이로 화천하시구요.”
“…….”
“법사님의 선고(先考)이신 차혁일(車赫一) 총경도 금산사 근방인 전북 김제군 금산면 성계리 출생입니다. 1920(경신)년 음 7월 7일(칠월칠석) 태어나 1958년 음 6월 24일 (양 8월 9일) 39세의 나이로 요절합니다. 이상한 점 못 느끼셨습니까?”
조기자는 갸우뚱했다.
“희한하게 사망 음양력이 같네. 차혁일 총경의 출생지가 금산사와 매우 인접한 성계리 아닙니까? 증산께서 돌아가시면서 금산사 미륵불로 태어난다고 하셨는데……. 차총경은 해방 전후 독립운동과 6․25당시 혁혁한 전공을 세워 풍전등화 같았던 나라를 지키셨던 분인데…….”
묘한 일치에 소름이 돋았다. 지천태는 거침없이 자기주장을 폈다.
“월곡 차경석 선생과 차법사님의 도수도 그렇습니다. 월곡 선생은 1880년 7월 3일 태어나 1936년 윤 음 3월 10일(양력 4월 10일) 돌아가셨지요. 게닥가 차경석(車京石)과 차진길(車辰吉)의 이름 획수가 20수리로 일치하구요. 가계도를 봐도 월곡, 차혁일, 차진길로 이어집니다.”
지천태는 돌부처처럼 표정변화가 없는 용화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증산 선생과 차혁일 총경이 돌아가신 월일과 나이가 같은데, 그건 전에 용화선인께서 해설하셨어요. 차경석(車京石)과 차진길(車辰吉)의 한자 획수도 20수리(數理)로 같다고 하셨지요.”
용화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치하는 건 그것뿐 만이 아닙니다. 강일순(姜一淳), 차혁일(車赫一) 이름에 ‘일(一)’자가 같고요, 차혁일의 호적에는 본명이 차갑수(車甲洙)라고 되어있습니다.”
용화는 차법사 가계까지 연구한 지천태에 흠칫 놀랐다. 지천태는 종이 위에 볼펜으로 글자를 써가며 획수를 표시했다.
姜(9), 一(1), 淳(11)=21. 車(7), 甲(5), 洙(9)=21.
“이처럼 ‘姜一淳’과 ‘車甲洙’의 획수가 같습니다. 모두 21획이지요. 용화 선생께서 강조하시는 21수리가 되는 거지요.”
용화는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도수를 지천태가 발견하자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획수를 다시 세며 사실을 확인했다. 도수가 척척 들어맞는 묘한 설득력에 빨려 들어갔다. 턱의 수염을 쓰다듬는 용화의 얼굴은 굳어져갔다.
“월곡이 증산 선생의 뜻을 이었던 것처럼, 법사님도 군신(軍神)이신 차총경님의 뜻을 열심히 받들고 있는 게 우연이라고 보기엔 범상치 않은 도수입니다.”
“음……다시 말해 증산상제님께서 차총경으로 환생하셨다는 건가요?”
“잘은 모르겠으나 도수상으로는 그렇게 되지 않나요?”
증산이 군신으로 환생했다는 발상에 용화는 어색한 표정이었다. 지천태는 재빨리 천문해석과 연결 지었다.
“그래서 저는 신장공사도와 성장공사도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흰 기러기 백안은 그 뜻을 펴지 못하고 새장에 갇혀 있다. 새장이란 러시아에 국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일제에게 넘겼던 36년간의 일제 통치를 말하며 을유년(1945)에 마감한다. 백안은 증산인데, 증산의 뜻은 38선으로 분단되는 과정에서 활약하는 청조에게 전해져 오랜 동안 고독한 믿음을 지키는 장신궁에서 33수로 완성된다. 장신궁의 주인은 송파나루 이제원에서 21년간 구명시식으로 해원을 하며 인고의 세월을 지내다가 기축년에 105년 만에 상제님의 유서(뜻)을 전달받아 온 세상 사람을 미륵불로 만들라는 상제님의 뜻을 펴게 된다.”
“…….”
“증산의 뜻을 잇는 사람이 두 명 등장하는 게 크게 다른 점입니다. 신장공사도에 백안이 청조에게 뜻을 전하고, 성장공사도의 경신생이 위패가 있는 이제원에 뜻을 전하는 것입니다.”
조기자가 불쑥 또 다른 문제를 들고 나왔다.
“제가 알기론 호적상으론 월곡과 차혁일은 같은 가계가 아니던데요. 적어도 호적상으론 차경석의 자손이 아닙니다.”
그랬다. 분명 월곡 후손들의 호적이나 차혁일 호적엔 서로 다른 출생자로 적혀 있었다. 지천태가 당연하다는 듯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건 시대상황 때문입니다.”
“시대상황?”
“당시엔 일부다처 시대라 나중에 정리된 호적은 사실과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법사님 가계의 사생활이라 제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는 없지만, 차총경은 월곡의 정실은 아니었습니다. 차총경은 제사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차별을 받았고, 다른 분 앞으로 호적이 올라간 것이지요. 당시에는 첩실의 자손으로 호적에 없는 자들이 많았어요. 일제는 이것을 모두 정리하는 작업을 했고, 상속문제와 관련하여 문중에서 다른 자의 호적에 올린 겁니다.”
지천태의 해박한 지식에 다들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호적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중요한가요?”
조기자의 맞장구에 지천태는 한층 여유롭게 대답했다.
“호적상 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신적 계승자가 후신이 아닌가요. 티벳의 달라이 라마도 호적이 아니라 환생한 후신으로 평가하지 않습니까.”
오랜만에 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도수로 보자면 차법사님이 차경석이 틀림없네.”
조기자가 거들자 지천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요. 열석자의 유언이란 것도 ‘진길’이란 이름의 13획이라고 하셨잖아요?”
“지선생께선 짧은 시간에 참 많이도 연구하셨소.”
“증산 사후에 27년간 허송세월을 한다고 되어 있는데 전생에 증산의 제자가 차경석이었듯이, 27년 후에 차혁일과 차진길이 부자지간으로 만나 가르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용화는 못마땅한 듯 말이 없었다.
“월곡 차경석의 선고인 차치구는 공주 우금치에서 화형을 당했고, 14살이던 차경석은 그런 아버지 시신을 직접 수습하지 않습니까. 법사님은 공주 곰나루 부근에서 12살에 선친 차혁일 총경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잖아요. 월곡은 동학혁명으로 죽은 수많은 원혼들을 위로하였고, 법사님 역시 구명시식을 통해 6․25사변으로 돌아가신 많은 원혼들을 위로해오고 있잖습니다. 법사님께서 구명시식을 하시게 된 계기도 선고 때문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데 지천태의 말을 가로 막은 것은 용화가 아니라 조기자였다.
“형님이 미륵이라는 지선생의 해석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열석자 유언에 안 맞으니까요.”
“열석자요?”
“책을 보면 증산은 열 석자로 온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열 석자란 이름 획수가 아니라 예수의 열세 번째 제자를 뜻한다고 봅니다.”
“기독교의 예수님의 제자들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증산도 생전에 성경책을 보았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13이란 숫자는 천상의 숫자입니다. 예수는 열두 제자를 두었습니다. 미완성의 수였죠. 그래서 열세 번째 제자, 즉 기독교의 형태로 온다고 전합니다.”
지천태가 어이가 없다는 듯 조기자를 바라보았다.
“그럼 기독교식 증산의 환생은 누굽니까?”
“세계교의 윤총재가 아닐까 합니다. 또 그분이 공교롭게도 경신년 생입니다.”
새로 등장한 현생 미륵 후보자의 출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국내에서는 이단 취급받지만 해외에서는 윤총재를 세계적인 종교인으로 알아줍니다. 세계 200여 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유일무이한 초종교이지 않습니까. 정말 대단한 조직입니다. 증산이 세계를 종말에서 구할 메시아라면 현생에는 그 정도 영향력과 조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지천태가 의문을 제기했다.
“기독교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요? 증산은 불교의 형태를 빌려 온다고 했고 불교라면 오히려 법사님에게 보다 더 가까운 것 아닙니까? 정해년 4월 8일생에게 단주수명서가 전해진다고 해석이 되구요.”
지켜보던 용화는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로 선을 그었다.
“그렇게 아전인수로 해석해서는 안 되지요. 이 단주수명서를 받을 분은 분명 소만부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사(巳)는 12지지의 뱀이면서 천문을 말하는 겁니다. 천문을 받들 분이 소만부에 명시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그렇게 단편적으로 견강부회할 게 아닙니다. 현무경과 유서는 상제님께서 치밀하게 행하신 천지공사 도수를 아무도 알 수 없도록 퍼즐처럼 분리해 놓은 겁니다. 마치 청동거울을 몇 조각 낸 것처럼 말입니다. 이 다섯 가지 오행(五行)을 맞추면 종합적으로 공통분모를 추출해서 맞추어야 합니다.”
“용화선생께서는 뭐든지 음양오행의 틀에 맞추시는데, 많은 현무경 중에서 굳이 5장의 천문만이 퍼즐의 전부라고 하는 증거는 뭡니까?”
조기자의 날카로운 눈빛에 용화는 잠시 주춤했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반전을 시도했다.
“에, 천지가 음양오행의 산물이니 당연히 상제님께서도 그리하셨을 겁니다.”
지천태가 진지하게 용화에게 물었다.
“법사님께서 출세한 미륵이 아니라면 용화 선생께서 법사님께 천문을 전하는 이유가 뭐지요? 법사님이 전생에 증산의 제자였던 차경석의 후신이라면서요?”
용화는 속이 타서 식은 차를 벌컥 들이마셨다.
“이건 천기누설이라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심한 듯 용화가 입을 뗐다.
“이 천문은 상제께서 갑진년(1904)년에 그린 그림인데, 상제께서 1909년 어천하신 100년 후에서야 그림의 비밀이 완벽하게 풀리게 되었지요. 현무경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제 스승이신 동곡 선생님은 무려 20년 동안 연구했고, 그래도 완전히 해독하지 못하고 2007년도에 세상을 떠나셨지요. 저 또한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현무경을 연구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원본 천문 크기의 사본을 얻어 작년부터 단서를 잡기 시작하여 올 초에야 완벽하게 천문의 비밀을 해독하게 되었습니다.”
“…….”
“그 벅찬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으며, 2009년 8월 14일(음력 6월 24일) 증산상제 100주년 화천 기념일에 상제께서 어천하신 장소에 찾아가서 그 기쁜 소식을 보고 드렸으며 술잔을 올렸습니다. 제가 이미 설명은 드렸지만, 성장공사도, 예장공사도, 신장공사도 그림에는 미륵불(彌勒佛)이 천명을 받아 출세하는 연도와 날짜와 시간까지 아주 정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늘의 병풍으로 가린 천문과 제가 설명하지 않는 절문(節文)이 그것입니다. 모두 같은 성씨의 인물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천기 중의 천기에 속하므로 여기서는 밝힐 수는 없습니다.”
진지하게 듣고 있던 조기자와 지천태는 밝힐 수 없다는 말에 맥이 탁 풀렸다.
“천문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스승님과 제가 그동안 들인 정성과 노력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 비밀을 풀고 보니 허탈하기도 하고 또한 그 비밀에 따라 일을 추진해야 하는 책임감이 뒤따르는군요. 다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천문은 미륵의 출생을 위한 정지작업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미륵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조바심이 난 조기자는 이제 아예 따지는 기세였다.
“제가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천문을 빨리 전하려는 욕심에 너무 서둘렀나 봅니다. 스스로 공부해서 알아야 하는 데 말입니다. 누가 미륵이냐에 앞서 왜 미륵이 출세할 수 없는가 하는 배경부터 알아야 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왜 미륵이 출세해야 하는 겁니까?”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지요.”
“예? 인류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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