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딸내미는 아침 여덟시경 현장에 와 있다는 친구 전화받고 공연개시 열시간 전부터 현장
에서 기다렸고, 칠순엄마랑 중1아들 우리 부부 넷이서 오후 다섯시경 집을 나섰는데,
그야말로 인간산태 날 정도로 구경꾼이 몰려 들었고, 우리 식구 넷도 도로까지 길게
뻗어 있던 인파들 틈으로 빨려들어 갔는데.........
잠시후 무질서의 극치를 보고 소방관으로서 "아하! 이러다가 오늘 큰 사고 나겠구나" 고
직감했습니다.
이미 와이프랑 아들은 대열에서 사라졌고...........나는 칠순엄마 손을 꼭 잡고 출입문
세곳을 들렀다가 마지막으로 사고가 난 직3문에 이르렀는데...그곳은 더욱 무질서했지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엄마랑 그곳을 벗어나 출입문에서 20미터 가량 떨어진 화단에 앉혀
놓고(절대로 움직이지 마실 것을 수차례 당부하고), 상산고등학교 언덕으로 갔더니 리허설이 막 끝나더군요. 그리고 조금 있으니 구급차가 군중속을 억지로 헤집고 오는 것을 보고서야 인사사고가 났음을 알았습니다.
한 이십분간 현장상황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사무실로 전화를 하는데, 통화 폭주로 연결이
도무지 안되더군요. 그길로 소방서로 들어가 상황처리하는데 그 와중에도 속속 들어오는
사상자 명단에 내가 아는 이름(가족????)이 나타날까봐 가슴을 조였습니다.
돌이켜보건데, 내 생명은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사에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침착함을 갖었다면, 이런 슬픈 일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겠지요??????
지하술집에 들어가는데 입구에 들고 다니는 기름난로불이 켜져 있거던 돌아 나오세요.
집을 나설 때 꺼진 불도 다시 보고........
야외 물놀이 가서 고스톱에 빠져 있다가 금쪽같은 자식들 먼저 보내지 말고..........
5분 빨리 가려고 신호무시 과속 음주운전 등 일삼다가 수십년 빨리 가지 말고......
준비운동 안하고 구명조끼도 안 입고 물놀이 하다가 영원히 숨 못 쉬는 우를 범하지 말고...
원칙과 기본 그리고 상식을 준수하며 책대로 살려고 노력해 봅시다!!!!!!!!
그리고, "사고 당한 후 어느 놈을 걸고 넘어질까? 하고 궁리하다가, 소방차가 늑장 출동
했다느니...."구급차가 늦게 도착했다느니" 하는 불공장사람들 속터질 소리 제발 좀 하지
마이소!!!!!!
그렇게 간이 배 밖에 나온 상태로 근무하는 형편없는 직원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아무튼 매사에 경험을 통하여 세상살이를 터득하는 바보같은 사람이 되지 마시고,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보며......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합시다.
"한 세상을 풍미하며 살다간 재벌보다 살아있는 내 목숨이 더 소중함"을 다시한번 되새기며,
지금 이 순간 딸을 잃은 슬픔을 당하여 영안실에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를 내 모습을 상상하면,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집니다.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 받은 소중한 육신을 고이 간직하는 것이야말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지요.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지 못한 모두의 잘못으로 불귀의 객이 되신 11위 고인의 영전에 삼가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부상자 여러분의 빠른 쾌유를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