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깨달았다는 진리 / 일중 스님
사성제는 담마의 심장이다
출가 전 붓다 화두는 생로병사, 고통 굴레서 벗어나고자 수행
진리, 괴로움 밀접함 알아차려, 초기불교서 사성제, 진리 핵심
“붓다(Buddha)는 깨달은 자, 각자(覺者)라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붓다는 무엇을 깨달았다는 것일까요?
그 깨달음의 내용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여러분은 아시나요?”
대학이나 사찰의 법회, 그리고 온라인 명상 강의에서
필자는 종종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한다.
초기불교의 관점에서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배우거나
들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깨달음을 너무 거창하고 형이상학적으로 어렵게 생각해서일까?
그래서 필자는 이번에 진리가 무엇이며 붓다가 깨달았다는
진리의 내용이 무엇인지 쉽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출가 전 붓다의 화두는 생로병사였다.
‘왜 병들어야만 하고 늙어야만 하며, 왜 죽어야만 하는 걸까?
어떤 원리가 작동하고 있기에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걸까?
괴로움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이런 커다란 의문 덩어리를 가지고 태자는 출가했고,
그 문제의 근원을 통찰할 때까지 붓다는 철저하게 수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리를 깨달아 정등각자, 붓다가 되었다.
그럼 초기불교의 입장에서 진리는 어떤 뜻일까?
팔리어로 ‘진리(眞理)’는 ‘삿짜(Sacca)’이다.
이 ‘삿짜’는 ‘진실’ ‘사실’ ‘진리’ ‘실제’의 의미이다.
이 말이 형용사로 쓰이면
‘존재하는’ ‘진실한’ ‘사실인’ 등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니까 참된 이치라는 뜻의 ‘진리(Sacca)’를 어원적으로 해석하면
지금 현재 우리 삶에서 ‘존재하고 실재하며 사실이고
진실인 어떤 것(현상)’을 말한다.
그럼 진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초전법륜경’에 의하면, 진리는 생로병사 우비고뇌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삶의 실상인 괴로움(苦, Dukkha)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면 혹자는 ‘아니 진리가 괴로움과 관련이 있다고?
어떻게 괴로움이 진리가 될 수 있지?’라며 놀라실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괴로움(苦)’이 진리인 이유는
현재 이 순간에도 모든 인간이 실재로 경험하는 사실이고
실재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붓다는 이것을 괴로움의 진리(苦諦)라고 했다.
그리고 윤회 재생을 가져오는 갈애와 무명은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진리(集諦)이고,
갈애가 완전히 소멸한 열반은 괴로움의 소멸이라는 진리(滅諦)이며,
바른 견해, 바른 사유 등 팔정도를 실천하고 수행하는 것이
괴로움의 소멸로 인도하는 길의 진리(道諦)라고 했다.
괴로움을 중심축으로 한 이 네 가지 측면들과 현상을
붓다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사성제(四聖諦)라고 했다.
그러니까 초기불교에서 인간 붓다가 가르치는 진리는
언어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우주의 비밀이나
고차원 방정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붓다가 말하는 진리는 ‘나’라는 존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모든 존재가 다 괴로움의 기반에 놓여 있다는 것,
거기에는 반드시 원인과 조건이 있다는 것,
괴로움이 완전하게 소멸한 열반의 경지도
분명코 실재하고 존재한다는 것,
팔정도 수행을 통해서 그 경지에 도달 가능하다는 것,
바로 이런 점을 붓다는 사실이고 실재하는 ‘진리’라고 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성스러운 진리’라고 했다.
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며 실재적인 가르침인가?
“사성제를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했기에
나와 그대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윤회의 굴레에서 헤매야만 했다”고
붓다는 ‘대반열반경(D16)’에서 회상하신다.
‘심사파숲경(S56:31)’에서는 최상의 지혜와 바른 깨달음,
열반으로 가는데 가장 요긴한 가르침이 바로 사성제라고 했으며
‘코끼리 발자국 비유경(M28)’은 모든 동물 중에서
코끼리 발자국이 가장 큰 것처럼, 사성제도 모든 선법을 포함한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했다.
또한 월폴라 라훌라 스님은 4성제를
법의 심장(The Heart of Dhamma)이라며 그 중요성을 피력하셨다.
그렇다. 초기불교와 남방불교에서 고집멸도 사성제는
연기법과 더불어 붓다가 깨달은 진리의 핵심 내용이자
누진통(지)의 내용이며, 우리들이 명상수행을 통해서
직접 실천하고 깨달아야 할 가장 중요한 진리이다.
일중 스님 동국대 강사
2022년 8월 17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