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의 유래 - 성 발랜티누스 축일에 여자가 초콜릿으로 사랑을 고백하게 된 이유
매년 2월 14일이 다가오는 시기가 되면, 제과점, 마트, 편의점, 공방 등 여기저기서 초콜릿을 상품으로 내놓는다. 밸런타인데이를 성수기 삼은 상술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밸런타인데이와 초콜릿이 마냥 상술인 것도 아니다.
2월 14일, 그날은 우리 생각보다 더 역사와 유래가 있는 연인들의 축일로 기원은, 인터넷 찾아보니 서기 269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 이때가 대체 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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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고트족을 정벌하기 위해 원정 채비를 할 때였다고 한다. 그때는 결혼을 하면 병역에서 면제될 수 있는 제도인지 법인지, 혹은 관습인지가 있었다는 모양이다.
- 오, 제법 신식이다. 우리나라 별주부전 판소리 어느 버전에서 보면, 이제 막 신접살림 차린 거북이 내지는 자라에게 용왕이 자기 죽을병 걸렸다고 육지로 올라가 자신을 치료할 토끼 간을 당장 구해오라고, 충심 테스트 혹은 위협을 하던데. 그래서 자라 혹은 거북이가 “난감하네~!” 하고 열창을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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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로마는 전쟁을 앞둔 상황이니, 군인이 필요하다. 즉, 신체 건강한 젊은 장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결혼한다고 죄다 군역에서 빠지면, 가축은 잘 키우고 농사도 잘 지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쟁은 누가 한단 말인가.
그래서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내린 명령이 ‘금혼령’이었다.
- 헐, 이런 단순한 결정을 내린 황제라니! 좀 어이가 없지만, 클라우디우스 2세는 의외로 외세 침략에서 로마를 잘 건사한 뛰어난 황제라고 역사는 평가한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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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이때 황제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몰래 찾아온 연인들에게 결혼식을 올려준 가톨릭 사제가 있었다. 그가 바로 발렌티누스이다.
조국이 있어야 사랑도 있다는 클라우디우스 2세와 사랑이 있어야 조국도 있다는 발렌티누스는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고, 끝내 답답함에 환장한 황제에 의해 발렌티누스가 처형당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날이 270년 2월 14일이었단다. 이 날을 추모한 것이 오늘날 밸런타인데이의 기원이 되었다.
- 오호라, 성스러운 의미 뿜뿜한 밸런타인데이 날짜로고!
하지만 밸런타인데이에 사랑을 고백하는 풍습은 그로부터 훨씬 후, 15세기 영국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 사연의 시작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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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리 부르스라는 아가씨가 존 패스턴이라는 청년을 짝사랑했단다. 사랑의 열병을, 아니 가슴앓이를 하던 그녀는 결국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1477년 2월 14일에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보냈다.
- 우와, 이거야말로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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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해피하게 끝난다. 편지를 통해 마침내 존의 사랑을 얻는 데 성공해서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 덧붙여 마거리 부르스가 존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그 편지는 현재 런던 국립 우편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는 모양이다.
아무튼 밸런타인데이가 왜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 되었는지 이 일화가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때는 초콜릿이 없었을 때라서 초콜릿을 선물하면서 사랑을 고백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럼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이 추가된 건 언제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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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초콜릿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18세기, 귀족들 사이에서였단다. 흔히 초콜릿을 ‘달콤 쌉싸름한 맛’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때의 초콜릿은 ‘달콤’이 빠져서 ‘쌉쌀음’인, 아니 완전히 ‘쓴맛’에 더 가까웠다.
- 그냥 쓴맛의 걸쭉한 액체 음료였다는데...... 대체 무슨 맛으로 먹었담,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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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이 그런 맛이었던 이유는 아스텍의 원주민들이 그랬듯, 카카오 빈을 갈아서 물에 녹여 마셨기 때문이다. 썼을 뿐 아니라 식감도 그다지 좋지 않았을 게 분명한 그 초콜릿, 아니 그보다는 카카오 음료를 귀족들이 예쁜 주전자에 담아 아침마다 고급스러운 찻잔으로 우아하게 마신 건 왜일까?
바로 카카오를, 그러니까 초콜릿을 강장제로 여겼던 까닭이다.
- 한마디로 보양식이라는 거. 뭐가? 초콜릿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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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1828년 네덜란드의 화학자 콘래드 반 후텐이 카카오 빈에서 지방을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 그는 지방을 분리하고 남은 덩어리를 분쇄했는데 이것이 코코아 분말이란다.
덕분에 귀족들은 전보다 간편하게 초콜릿 음료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여 년 후인 1847년 영국 프라이(J.S. Fry &Sons) 사가 후텐의 아이디어를 응용해 드디어 고형 초콜릿을 출시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예쁜 그림을 그려 넣은 선물 상자에 초콜릿을 담는다는 발상을 한 것은 경쟁사인 캐드버리(Cadbury) 사였다고 한다.
- 아니, 재주는 내가 부리고, 돈은 경쟁사가 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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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캐드버리’로 말할 것 같으면,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모델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초콜릿 회사라고 한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라는 선전 문구와 함께 밸런타인데이용 초콜릿을 출시한 것도 캐드버리가 최초란다.
- 역시, 장사꾼들의 상술은 대단하다. 끝내주게 머리가 잘 회전한단 말이지.
그러나 연인들의 축일에 초콜릿을 선물하라고 소비자들을 부추겼던 것에도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었단다.
동맥경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요즘의 초콜릿과 달리 그 당시 초콜릿은 영양이 풍부하고 건강에 좋은 강장제로 통했던 것이다.
심지어 최음제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실제로 초콜릿에는 페닐에틸아민과 카나비노이드라는 성분이 있어서 사랑에 빠진 것처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 읽은 《수상한 초콜릿 가게》에서는 초콜릿이 해독 작용을 하기도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 조만간 책 추천을 올릴 예정임. 그러니 광고를 살짝!
🍫 🍫 🍫
정리하자면, 밸런타인데이는 목숨을 걸고 젊은이들의 사랑을 이뤄주었던 성인 발랜티누스를 추모하면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며, 상대를 간절히 소망한 아가씨의 사랑이 짝사랑에서 둘이 같이하는 사랑으로 이루어진 날이고, 어쩌다 보니 그 축일에, 아니 기념일에 선물하게 된 초콜릿은 달달하기만 한 간식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을 고려한 건강 식품이었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편집: 카페 작은 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