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의 여파로 4년제 대학들이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을 올리기 위해 전문대학 인기학과를 무분별하게 모방, 개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이 8일 공개한 정책자료집 '전문대학 10년의 변화와 박근혜 정부 전문대학 정책 진단'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전문대학 학과 설치는 2004년 43개 교, 80개 학과에서 2015년 108개 교, 303개 학과로 증가했다. 이는 11년만에 4년제 대학에서 설치·운영되는 전문대학 관련 학과 수가 3.8배(대학 수로는 2.5배) 증가한 수치다.
분야별로 보면 전문대학의 대표 학과로 꼽히는 보건계열의 물리치료, 작업치료, 치위생, 임상병리 등의 학과가 급격히 늘어났다. 즉 2004년 물리치료학과를 설치한 4년제 대학은 11개 교였으나 2015년에는 46개 교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작업치료학과를 설치한 대학도 2004년 7개 교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32개 교로 크게 늘었으며 치위생(학)과 설치 대학은 3개 교에서 28개 교로, 임상병리학과 설치 대학은 4개 교에서 25개 교로 증가했다. 또한 보건계열의 방사선학과, 안경광학과, 치기공학과 설치도 모두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4년제 대학에 설치된 전문대학의 보건계열 학과는 2004년 대비 4.6배 늘었다.
실용음악 관련 학과 또한 대폭 증가해 2015년에 실용음악 관련 학과는 29개 4년제 대학에서 설치·운영되고 있다. 조리 관련 학과의 경우 2004년 5개 교에서 2015년 24개 교로 늘었고 뷰티·미용·메이크업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도 같은 기간 14개 교에서 34개 교로 증가했다. 아울러 2004년에는 설치되지 않았던 전문대학 학과도 4년제 대학에 설치, 현재 3개 대학에서 항공운항서비스학과를 그리고 1개 대학에서 장례지도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유 의원은 "2004년에는 전체 4년제 대학의 22.8%(43개 교)에서 전문대학 관련 학과를 설치·운영한 데 비해 2015년에는 전체 대학의 절반 이상(57.8%, 108교)이 전문대 학과를 설치·운영하고 있다"면서 "2005년 이후 4년제 대학이 전문대학을 흡수·통합하거나 전문대학이 4년제 대학으로 승격해 전문대 학과가 설치된 경우(13개 교)를 감안하더라도 급격한 증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있듯이 대학교육에서도 전문대학만이 유지할 수 있는 학과를 법·제도적으로 보장해 전문대학의 특성을 살리고, 직업교육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취업률 중심의 대학 평가는 4년제 대학들이 기초학문이나 순수학문보다 취업률 중심으로 학과를 재편할 수밖에 없고 인기 있는 전문대학 학과를 침범케 하는 원인이 되는 만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