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자동차보험 중고차요율이 5년만에 인하돼 출고 후 4년 이상된 중고차 소유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 변경요율은 차종에 따라 다르나 승용차와 RV를 기준으로 보면 4~5년된 차는 현행 200~250에서 170~210으로, 6~7년된 차는 300~350에서 240~300으로 내린다. 중고차요율은 자동차보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보험)에 적용되는 것으로, 요율이 낮아지면 자차보험료도 적어진다. 이에 따라 해당 차 소유자들은 자차보험료의 15% 안팎, 전체 보험료의 2~3% 정도를 덜 낼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출고된 지 4년이 지난 중고차를 가진 소유자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출고 후 3~4년이 지나면 중고차가격은 절반 정도로 떨어지나 보험료는 비싸다는 지적이 있었고, 일부 가입자의 경우 출고 후 5년 이상된 중고차에 적용되는 보험료가 새차 때보다 비싼 ‘역전현상’이 발생해 요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번 보험료 인하는 '생색내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고차 보험료가 오른 건 2001년 8월이다. 당시 자동차보험료가 자유화되면서 110~200에 불과했던 중고차요율이 115~400으로 인상됐다. 이 때문에 손보사들이 차값이 비싸 보험료를 많이 내는 신차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신차 보험료는 내리는 대신 중고차 소유자에게 보험료 부담을 떠넘겼다는 비난이 일었다. 중고차요율은 2004년에도 한 차례 더 올랐다.
2001년 인상폭과 비교하면 이번 인하폭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다. 이에 대해 손보업계는 오래된 중고차의 사고율이 새차보다 높고, 수리비도 새차와 차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5년 전 인상 때도 같은 주장을 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2004회계년도에 손보업계가 지급한 평균 수리비를 승용차 연식별로 보면 새차 또는 출고 1년 이내에 해당하는 2004년식이 95만1,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2~2003년식은 90만2,000~92만8,000원, 2000~2001년식은 80만2,000원~85만1,000원, 96~99년식은 72만4,000원~77만7,000원, 95년식은 66만7,000원이었다. 10년 이상된 중고차는 65만8,000원에 불과했다. 연식이 오래될수록 수리비도 줄어들고, 새차와 4년 이상된 중고차의 수리비 차이가 15만~30만원까지 나는데 이를 두고 비슷하다는 건 말이 안되는 셈이다.
손보업계는 또 중고차요율을 올리면 새차(또는 새 차와 가까운 연식)요율을 내려 요율조정폭을 0%로 맞추기 때문에 손보사들이 이득을 보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수지상등의 원칙을 적용했다는 것. 올해도 이 원칙에 입각, 4년 이상된 중고차요율을 내렸기에(보험료 2~3% 인하) 새차를 제외한 1~3년된 중고차요율을 올렸다고(보험료 2~3% 인상) 설명한다.
언뜻 맞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체 연식별 자동차대수와 비교하면 문제점이 드러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지난해말 현재 등록된 자동차 1,539만7,095대를 연식별로 구분한 결과 출고 후 5~10년된 차는 36.4%, 10년 이상은 21.1%, 3~5년은 19.0%로 나타났다. 반면 3년 미만은 23.5%에 불과했다. 게다가 10년 이상된 고령차의 비율은 2001년 7.1%에서 2002년 9.7%, 2003년 13.2%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를 놓고 보면 2001년 8월과 2004년 크게 올린 뒤 올해 약간 내리는 데 그친 중고차요율 조정의 목적이 무엇인 지 알기 어렵다. 또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면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는 수지상등의 이면을 돌이켜보면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 지 궁금해진다.
현재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은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를 금융당국이 받아들여 지난 4월 자동차보험료가 4~6% 인상됐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이 ‘자동차보험 경영 정상화를 위한 특별대책단’을 구성하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자동차보험 적자문제를 거론했을 정도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적자의 원인이 소비자에게 있는 게 아닌 만큼 이해하기 힘들고 논리적으로까지 보이는 보험 요율체계를 앞세워 소비자에게 적자를 떠넘기는 건 안된다. 그보다는 적자의 원인인 손보사 간 과당경쟁과 과도한 사업비 지출, 방만한 경영, 진료비 부당청구와 정비업체 과잉수리 방지 노력 부족부터 해결해야 한다. 보험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줄여 신뢰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면 그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