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 경상도의 산_분성산 382.4m│경남 김해시 동상·어방동] 금관가야의 역사를 걷다 Season Special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입력 2018.06.19 10:04
김해평야 조망하며 분성산 환종주
임호산전망대에 서면 드넓은 김해평야와 낙동정맥의 끝자락을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이 감동적이다.
김해는 지리산에서 뻗어온 낙남정맥의 끝자락에 펼쳐진 도시다. 강원도 태백에서 1,300리를 흘러 온 낙동강이 비옥한 벌판을 만들어 풍요로운 곳이다. 또한, 500여 년간 고대 전기 가야연맹의 맹주국으로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금관가야의 도읍지였다. 도시뿐만 아니라 도시를 감싸고 있는 산줄기에도 가야시대의 많은 유적과 이야기가 전해진다. 역사도시 김해의 옛 금관가야를 산길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유다.
신록이 짙은 숲 그늘 아래 봄소풍 나온 유치원생들의 모습이 귀엽다.
임호산 정상에는 기와를 올린 육각의 임호정이 날아갈 듯 자리한다.
산행은 부산-김해 경전철 봉황역에서 시작한다. 이후 임호산(179.7m)~함박산(165.1m)~경운산(377.2m)~삼계교차로~동남병원~가야대학교~403.4m봉(삼각점)~낙남정맥~분성산~김수로왕릉 입구~부산-김해 경전철 부원역까지 약 20km를 잇는 김해시 환종주 코스다.
제법 빡빡한 거리지만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의 표고가 높지 않아 큰 어려움은 없다.
그렇지만 도심지의 산이라 곳곳에 샛길이 많아 헷갈릴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체력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면 도중에 탈출로가 많아 언제든지 김해시내로 하산이 가능하다.
봉황역 육교를 건넌 뒤 김해 여객터미널 옆길로 진행하면 ‘흥부암’이라는 입간판이 서있다. 암자로 오르며 바라본 김해시가지는 가깝게 김해 여객터미널이 자리하고 봉황대 뒤로 분성산 능선이 시가지를 울타리처럼 둘렀다. 석가탄신일이 멀지 않아 절에서 색색의 연등을 내걸었다.
흥부암興府庵은 깎아지른 절벽 아래 자리한 조그만 암자이다. 하지만 창건 배경은 옛 가락국과 임호산이 연관돼 예사롭지가 않다. 가락국을 세운 수로왕의 왕후 허황옥의 오빠인 장유화상(허보옥)이 서기 48년 흥부암을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사로 어수선한 절집에서 되돌아 나와 주차장 옆 산길로 오른다. 바위가 뒤섞인 비탈길로 임호산林虎山 정상에 닿는다. 기와를 올린 육각의 임호정林虎亭이 날아갈 듯하고, 앙증맞게 세운 정상석은 산객을 반긴다. 임호산은 유민산留民山·流民山, 가조산加助山, 호구산, 안민산安民山, 봉명산鳳鳴山, 임어산, 악산惡山 등 별칭이 많다. ‘유민산’이라는 명칭은 가락국 제9대 겸지왕(숙왕)의 딸 유민공주에 관한 전설에서 유래됐다.
정자는 수리 중이라 오를 수 없다. 발걸음을 조금씩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주변 조망이 기가 막힌다. 드넓은 김해평야 건너 남쪽은 금정산과 백양산, 엄광산, 구덕산이 낙동정맥의 끝자락을 이어가고, 승학산을 휘돌아 다대포로 흘러가는 낙동강이 김해 벌판을 적시며 유유히 흐른다.
낙동강 하구 봉화산, 가덕도 연대산, 보배산, 옥녀봉 등 부산과 창원·김해의 경계를 이루는 산봉우리가 겹겹을 이루고, 북쪽에는 빼곡한 아파트 숲을 거느린 경운산이, 뒤쪽 멀리로는 금음산에서 나전고개로 이어가는 낙남정맥의 산봉우리가 조망된다.
서쪽 분성산의 복원한 성벽이 또렷하고 김해천문대와 뒤로 신어산이 김해시가지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감동적이다.
정자 뒤편으로 길을 이으면 곧바로 삼각점을 만나고 내리막길에 평상이 놓인 쉼터를 지난다. 경사가 완만한 능선 길을 직진하면 이정표가 선 갈림길이다. 우회길이 아닌 정면 나무계단으로 가면 함박산으로 연결된다. 계단 길에서 뒤돌아 본 임호산 능선은 마치 엎드린 호랑이의 등허리 같은 형상이다.
함박산 정상은 오석의 표석이 지킨다. 조선시대에 전국이 장마철에 접어들어 온 집과 산은 물에 잠겼으나 이 산 봉우리만은 함박꽃 크기만큼 잠기지 않았다고 해 함박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쉽게도 잎이 무성한 나무들 때문에 주변 조망은 좋지 않다. 정상에서 하산 길은 두 갈래로 나 있다.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로 잠깐이면 먼지떨이가 있는 갈림길에 닿는다. 아파트단지를 바라보고 진행하면 건물 벽에 기대 선 이정표를 만난다.
경운산으로 잇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 외동 사거리에 이른다. 분성로를 따라 주촌 방향이다. 협성엘리시안 아파트 공사장 정문에서 건널목을 건넌다. 이곳이 주촌고개로 주공아파트 뒤로 들어가면 이정표(2.8km 경운산 정상)가 서있다.
김해 천문대는 천체투영실과 전망대를 갖춘 영남 유일의 천문대다.
분성산은 실제 정상과 지형도상의 정상, 정상 표석이 서있는 곳이 각기 다르다.
산행 내내 볼 수 있는 김해시가지. 분성산과 임호산 사이 트인 남쪽으로 넓디넓은 벌판이 펼쳐진다.
개활지를 올라 무덤 3기를 지나면 가야초등학교 갈림길이다. 나무계단 두 곳을 연이어 오르면 김해시가지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조망지가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시가지는 남쪽만 뚫린 형국이다. 분성산과 임호산 사이, 트인 남쪽으로 넓디넓은 벌판이 낙동강 따라 하구까지 펼쳐진다. 경운사 갈림길을 지나 있는 271.5m봉 바위 위에는 ‘봉명산’이라 새긴 표석이 보인다.
완만한 내리막길로 안부에 닿으면 체육시설이 있는 갈림길이다. 곧장 직진하면 수인사 갈림길이 나온다. 능선 길로 발걸음을 옮기면 다시 한 번 김해시가지를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데크다. 갈림길이 있는 349.1m봉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부산장신대로 빠지는 하산 길이다. 직진해 수인사 갈림길에서 우회한 길과 합류, 2시 방향으로 진행한다. 곧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경운산慶雲山 정상에 올라선다.
경운산은 가락국 시대 유민공주가 따랐다고 전하는 경운도사慶運道士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향토지에 운점산雲岾山 또는 운참산雲站山으로 기록돼 있다.
정상에서 길을 이으면 쉼터를 지나고 10분이 못 돼 갈림길인 355m봉이다. 아무런 표식이 없어 잘 살펴야 한다. 왼쪽은 낙남정맥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오른쪽이 삼계교차로로 내려서는 길이다. 송전철탑을 지나치고 14번국도가 지나는 삼계교차로 날머리에 이정표가 서있다. 이제 분성산으로 가야 한다.
분성산 주능선으로 잇는 길은 교차로에서 도로를 건너 가야대학교 방향에 있다. 동남병원으로 꺾어들어 정문을 통과한다. 계곡을 끼고 올라 가야대학교 안으로 들어선다.
체육관인 12동 뒤편 대각선 방향의 콘크리트길로 오르면 이정표(천문대 4.3km)가 선 임도를 만난다. 갈 길은 천문대 반대방향 임도다. 5분쯤이면 길이 급하게 꺾이는 지점에서 왼쪽 개울을 건넌다. 폐건물 터를 돌아 능선에 이르면 호젓한 산길이 나타난다.
경사가 보통이 아니다. 한바탕 땀을 쏟으며 올라서면 삼각점이 있는 403.4m 무명봉이다. 여기서부터는 한동안 낙남정맥 길이다. 입산금지 표석을 지나 직진해 올라선 봉우리에 ‘수로봉’이라는 표석이 서있다. 신록이 짙은 능선 길로 곧 낙남정맥이 갈리는 임도에 다다른다. 정맥과 헤어져 다시 나지막한 산봉우리를 넘는다. 사각 정자가 있는 쉼터에서 임도를 따른다. 김해천문대 직전은 구 삼각점이 있는 382.4m봉이다. 본래 이곳을 분성산 정상이라 했다.
김해천문대로 들어선다. 분성산 주변에 천체투영실과 전망대를 갖춘 영남 유일의 천문대다. 관측소 앞으로 오르면 숲속에 분성산 표석과 삼각점(김해 412, 1995 재설)이 있다. 분성산盆城山의 이름 유래는 김해의 옛 지명이 분성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도 분산盆山으로 기록돼 있으며, 김해부의 진산이었다. 도로를 몇 차례 건너 지름길을 통해 해은사로 향한다.
해은사 표지판이 가리키는 돌계단을 오르니 옛 분산성盆山城이다. 사적 제66호인 이 성은 축조방식으로 미루어 가야시대의 성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해은사海恩寺는 가락국이 건국되고 7년 후에 세워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곳이 지형도상 표기된 분성산(326.9m)이다. 분성산은 실제 정상과 지형도상의 정상, 정상 표석이 서있는 곳이 각기 달라 혼란스럽다.
성 안에는 충의각忠義閣을 비롯해 만장대 각석萬丈臺 刻石, 고인돌, 봉수대 등 볼거리가 많다. 뿐만 아니라 침략에 대비한 각종 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어 군사적 요충지였음을 알 수 있다. 천문대를 포함한 이 일대는 가야 역사 테마파크 조성과 함께 가야 역사 주요 탐방코스로 인기를 끌 전망이다.
봉수대서 하산은 활천고개 방향이다.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체육시설을 지난다. 활천고개 너머로 야트막한 고조산顧祖山이 보인다. 조선시대 말기까지 이 산에 성황당과 기우단祈雨壇이 있었다. 능선 길은 체육공원을 거쳐 동상동 주택단지로 빠져나와 시내로 접어들면 긴 여정의 마무리다.
산행길잡이
부산-김해 경전철 봉황역~흥부암~ 임호산~함박산~경운산~삼계 교차로~동남병원~가야대학교~임도~403.4m봉(삼각점)~수로봉~분성산~김해 천문대~분산성~봉수대~김수로왕릉 입구~부산-김해 경전철 부원역<8시간 소요>
교통
김해는 각 지역과 연계된 시외버스가 많아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산행을 위해서는 김해여객터미널(1688-0117)이나 부산-김해 경전철을 이용, 봉황역에 내리면 수월하다. 경전철은 부산 사상역 앞이 기·종점이다. 김해시내 어디서든 산행들머리까지 도보로 2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숙식(지역번호 055)
김해 부원동, 봉황동 일대에 깨끗하고 저렴한 숙박업소가 많다. 특히 김해를 대표하는 먹을거리 아홉 가지가 있다. 불암 장어, 동상시장 칼국수, 진영 갈비, 김해 뒷고기, 한림 화포메기국, 내외동 먹자골목, 서상동 닭발골목, 대동 오리탕, 진례 닭백숙이 김해 9미다. 이 중 동상시장 칼국수, 김해 뒷고기, 내외동 먹자골목, 서상동 닭발골목 등은 시내에 있다.
김수로왕릉 인근의 글로벌 푸드타운은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 등 10개 나라 30여 개의 음식점이 골목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식당 ‘타지마할’에서는 100여 종의 인도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치킨마크니’와 ‘버터 난’, ‘탄두리 치킨’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다.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봉리단길’도 한번 들러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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