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0만원권 화폐발행, 자산관리시장(부동산외)에 미치는 영향은?

[하이성공]

10만원권 화폐발행, 자산관리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1월 새 1만원권과 1천원권 지폐발행을 계기로 10만원권 화폐발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간 고액권 발행으로 한국은행이나 은행, 일반인 모두 유·무형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한은측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10만원권 도입여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 고액권 발행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정부 입장변화와 향후 로드맵
고액 화폐발행에 대한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 동안 인플레이션의 우려, 음성자금의 양성화라는 부정적인 면 등을 고려해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정부의 고액 화폐발행에 대한 입장이 발행쪽으로 가닥을 잡고 이를 추진할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월 임영록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국회에서 고액권 발행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고액권 발행이 결정되면 2년 반에서 3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2009년 하반기쯤 고액권이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고액 화폐발행 필요성의 진원지는 한국은행이다. 지난 2004년부터 한은은 고액권 발행과 위폐방지를 위한 새로운 화폐의 발행, 디노미네이션 등 화폐개혁과 화폐 선진화를 위한 새 화폐 발행문제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한국은행은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를 택해도 어차피 돈을 새로 발행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와 청와대의 부정적인 입장과 시민단체의 반대 등으로 별 진척을 보이지 못하다가 드디어 지난 연말 국회 본회의에서 고액권발행 촉구안까지 통과돼 올해부터는 10만원권 고액권 발행 진행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경제적인 부가 이익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실 유병학 과장은 ‘화폐대용지급수단의 확대가 현금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10만원권 도입에 따른 여러가지 경제적 부가이익을 도출해냈다.
그는 지급수단으로 현금과 요구불예금을 동시에 고려하는 Whitesell(1989) 모형을 새로운 고액권 발행에 대비해서 10만원권에 대한 잠재수요를 추정했다.
Kohli(1988)의 특성분석을 이용해 10만원권의 수요를 추정한 결과, 10만원권이 도입되면 10만원권이 총 화폐발행잔액 중에서 75%를 차지하고 1만원권의 비중은 현재 92%에서 21%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장수를 기준으로 볼 때 10만원권과 1만원권이 1 대 3의 비율로 유통됨으로써 화폐제조비용이 288억원(화폐제조비용의 30%에 해당)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10만원권이 도입될 경우 10만원권 자기앞수표가 거의 대부분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에 비춰봤을 때 민간부문의 지급결제비용이 35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고액 화폐발행에 대한 해외사례
고액 화폐발행에 대한 해외 사례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사용됐던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권에서 일시적인 경기부양이나 정치자금 조달의 수단으로 고액 화폐발행을 추진하는 경우 그 폐해는 막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차대전중 독일은 고액지폐를 남발하며 ‘편리하게’ 전비를 조달했고, 드디어 1924년에는 100조마르크 지폐도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 달러와의 환율이 1조마르크 대 1달러였으니, 100조마르크 라는 천문학적인 지폐도 100달러 가치밖에 없었다. 맥주와 빵 하나 사는 데도 수천억 마르크가 소요됐다고 하니, 지폐가치의 안정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터키 역시 고액 화폐발행 문제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어왔다. 터키의 경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고액화폐를 발행하다 보니 불과 3년전만 해도 신문 한 부에는 30만리라, 담배 한 갑에 350만리라가 될 정도로 고액 화폐발행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었다. 결국 지난 2005년 터키정부는 10년 전에 비해 무려 3만5000배나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화폐단위를 100만분의 1로 쪼개는(‘0’6개 삭제)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 현재 1달러에 약 1.34리라로 리라화 가치를 상향시켰다. 터키 정부는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새로운 화폐와 옛 화폐를 함께 통용 중이다. 이에 따라 터키의 모든 상점들은 각각의 물품에 대한 가격표를 옛 화폐와 새로운 화폐단위를 나란히 표시해두고 있다.
터키의 리디노미네이션으로 인해 OECD회원국중 한국화폐의 액면가치가 OECD 회원국 최하위로 추락했다. 만약 한국이 10만원권 고액 화폐발행을 추진할 경우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고 액면가치에서도 가장 높은 액면의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로 남을 전망이다.

자산관리시장에 미치는 영향
경기부양효과와 내수관련 주식의 가치상승
고액 화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폭발적인 내수경기부양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내수경기에 핵심적인 종목들이 주식시장에서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화폐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기존의 1만원, 1천원 단위의 물건값이 상대적으로 적어보이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소비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 침체된 한국의 내수경기를 타개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내수관련 산업이 가장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 증가 현상으로 인한 경기 부양 효과 현상은 단순한 소비의 증가로만 이뤄질 수는 없다. 소비의 방향이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측면으로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화폐가치의 인식 변화는 일반적으로 과소비를 조장하게 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 아르헨티나나 터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자칫 과열된 내수경기와 소비심리의 자극은 물가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는 문제도 야기할 수 있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 시장은?
고액 화폐발행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자료나 보도자료는 지금까지 전무하다. 하지만 그간 단편적으로 제기됐던 전문가들의 의견에 비춰봤을 때 고액 화폐발행이 부동산 시장에도 충분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연성은 상당히 크다.
그 이유는 10만원 화폐의 거래편익 때문이다. 10만원권 화폐는 기존의 1만원권 화폐에 비해 보관이나 운반이 쉽고, 수표에 비해 위험성도 적다. 1만원권 지폐 5000장이 들어가는 ‘007 가방’에 10만원권을 담으면 10배인 5억원이 거뜬히 들어간다. 2억원이 들어간다는 사과박스에는 20억원이 담길 수 있다. 이러한 거래 편익은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인 거래나 세금탈루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자금원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해서 상속,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나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인 부동산거래에 고액화폐가 쓰여질 가능성도 높다.
또한 화폐에 대한 심리적인 가치하락은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액권 화폐는 실제 거래가치에 관계없이 심리적으로 화폐가치의 하락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폐가치의 하락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러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부동산이나 금 등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이며, 실물자산 가치가 상승할 여지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