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관음전주련
딱한 중생 구제하는 관세음보살 찬탄
법화경 보문품경에 실린 게송
삼독을 여위면 저절로 이익 와
불교는 신행으로 증득하는 것
순천 송광사 관음전 / 글씨 성당 김돈희(惺堂 金敦熙 1871~1936).
具足神通力 廣修智方便
구족신통력 광수지방편
十方諸國土 無刹不現身
시방제국토 무찰불현신
신통한 힘 갖추시고
지혜와 방편을 널리 닦아
시방의 모든 국토에
몸을 나타내지 않는 곳이 없으시네.
‘법화경’ 가운데 제25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무진의보살이 부처님에게
“관세음보살은 어떠한 인연으로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게 되었느냐”고
묻자 부처님께서 관세음보살의 능력에 대해서 말씀하는 부분이다.
이 게송은 ‘작법귀감’ 등 관음청에서 관세음보살을 찬탄하는 탄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보문품을 ‘당도왕경’이라고 하는데 당도는 ‘도로에서 가장 중요한 요지’라는 뜻이다.
‘법화경’을 널리 알리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왕이 되므로
이를 당도의 왕경이라고 하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에서 관음(觀音)은 중생의 모든 일을 보고 듣는데 있어서
전혀 걸림이 없으므로 관세음이라고 하는 것이다.
세(世)는 중생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보문(普門)은 관세음보살이 널리 문을 열어 놓아 언제나 중생의 소리를 듣는 것이며
아울러 관세음보살의 능력을 찬탄하는 것이다. 보문으로 인해 중생과 함께하고자
적절한 몸을 나투시니 응신(應身)이 되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은 우리에게 이익을 주고자 함이 사명(使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 중생에게 이익을 준다고 하는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삼독을 여의면 저절로 이익이 온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음이다.
관세음에서 음(音)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아니라 곧 근기를 말한다.
부처의 근기가 다르고 보살의 근기가 다르기에 응당 중생의 근기도 다르다.
고로 중생의 근기를 부처의 근기로 이끌고자 함이다.
널리 지혜와 방편을 닦았다고 하는 것은 관세음보살이
능히 중생의 혹업(惑業)을 끊어 주심이니 이는 곧 지혜장엄이 되는 것이다.
중생의 혹업을 단절시키기 위해 가지가지 방편의 말씀을 했으니 이는 복덕장엄이다.
시방세계의 모든 국토에 현현(顯現)한다고 하심은 좁게 보아서는
32응신이 그러하며 넓게 보면 중생 모두가 불성을 갖고 있기에 이
를 바로 알면 내 안에 관세음보살이 있으니 시방 국토에 빠짐없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문품에서 말하는 왕, 거사, 장자, 바라문, 비구, 비구니,
남동녀, 궁자, 음녀가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가르침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기에 불교는 신앙이 아닌
신행으로 증득해야 비로소 자신의 살림살이가 되는 것이다.
그 몸을 나타내지 않는 바가 없다고 했으니 이는 수행으로 얻은
공덕을 말하는 것이다. 보문품에 보면 “무진의보살이여!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였기에 갖가지 모습으로
온갖 국토에 노닐면서 중생을 구제한다”고 말한다.
고로 관세음보살을 시무외자(施無畏者)라고 한다. 공포에 떨고 있는
중생을 상대로 하여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 안심시켜 주기 때문이다.
다시 보문품의 게송에 보면 “중생이 딱하고 어려운 상황을 당하거나
헤아리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더라도 관음보살의 미묘한 지혜의 위신력으로
세간의 모든 고통에서 능히 구제하여 주리라” 했으니 관세음보살의 능력은
자재(自在)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다.
참고로 위 주련의 글씨는 성당 김돈희 선생의 글로 송광사 외에도
여주 신륵사, 안동 석수암, 청도 대비사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법상 스님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88호 / 2021년 6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김돈희金敦熙공숙(公叔), 성당(惺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