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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에서 가족이나 이웃이 눈앞에서 폭행 당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자신이 직접 그런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또는 이런 폭력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쳐 국경을 건넌 것이죠. 이런 상황은 난민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캠프에서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와 상담사가 있는 정신건강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보건증진교육 활동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터부시함을 극복하고,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한 전통 산파(traditional birth attendant)에 의해 이루어지는 가정 내 분만의 위험성을 알리고, 분만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도록 주민들을 교육했습니다. 산파들을 팀원으로 고용해서 직접 병원 내 분만을 유도하도록 하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제가 활동한 캠프에서는 병원 내 분만율이 1년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답니다.
난민 캠프는 많은 인구가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감염병의 위험이 큽니다. 실제로 매해 취약계층 아동들은 홍역이나 디프테리아 등 감염병으로 고통받았습니다. 따라서 보건증진교육 팀은 분기별로 캠프 내 모든 가정을 방문해 사망률과 그 원인을 모니터링하고, 감염병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발견하면 이웃 가정을 추적조사해 조기에 확인하고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마스크 제작 활동 중인 로힝야 난민 가정. ⓒ Hanna Yu / MSF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는 활동의 많은 부분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었습니다. 지난 4월 코로나19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처음 확산될 무렵 난민 캠프 내에서는 잘못된 정보와 거짓뉴스가 만연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보건증진교육 팀은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전파하고, 발생 현황을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했습니다.
로힝야 난민들이 재정적인 부담으로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거나 가족이 마스크 한 개를 돌려쓰곤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집에서 마스크를 직접 제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만들어서 캠프 내 가정과 재단사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캠프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에는 사람들이 이웃의 눈총을 받거나 관계 기관에서 자신을 쫓아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검사 받기를 꺼려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을 조기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환자와 가족이 이웃에게 차별 받지 않도록 보호용품을 지원하고 일일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또한 지역 지도자와 협력해 ‘낙인 반대(Anti-stigma)’ 캠페인을 벌이고, 모든 관계 기관이 위협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로힝야 환자의 격리와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대화에 나섰습니다.
3. 이번 활동에 참여하며 인상깊었던 일이나 얻은 교훈이 있나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고단한 현실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들의 강인한 생존력’이 가장 기억에 남을 같습니다. 우리 보건증진교육 팀원 중에는 고향에 어마어마하게 큰 농지와 집을 소유했던 사람도 있고, 공무원으로, 한 기관의 장으로 근무했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하루 아침에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낯선 땅으로 와야 했지만,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감사하게 여기고,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로힝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제한된 가부장적인 사회입니다. 우리 팀의 여성 팀원에게도 일을 하는 것이 정숙하지 않다고 비난하거나 단체에 항의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로힝야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찾아나서는 모습을 봤습니다. 한 예로, 우리 팀에서 10명 정도의 여성 팀원을 더 찾기 위해 공고를 냈을 때, 3일만에 300개가 넘는 지원서가 도착했습니다. 어렵게 지원서를 작성하고 사진을 붙여 보낸 그 정성에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지금도 많은 로힝야 사람들이 자녀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지로 향하는 배에 오릅니다. 그 험난한 여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얻기도 하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죠.
보건증진교육 팀을 교육하고 있는 유한나 활동가. ⓒHanna Yu / MSF
교육을 받고 있는 보건증진교육 팀원들. ⓒHanna Yu / MSF
4.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아마도 몇 달간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다음 활동을 준비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조금 더 다양한 활동 기회를 얻기 위해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얼마나 걸릴 진 아직 모르겠지만, 천천히 해보고 싶습니다.
5. 미래 보건증진교육가에게 한마디
제가 보건증진교육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건강과 관련된 행동을 결정하는데 아주 다양한 요인이 있고, 이 요인들이 합리적인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예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걸 알지만, 실제로 운동을 하는지 여부는 개인마다 다릅니다. 이 경우 운동의 이점을 설명하는 건강 교육뿐 아니라, 편리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거나 함께 운동할 수 있는 또래 그룹을 결성하는 등의 전략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실제 현장에서 보건증진교육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간호사나 의사 등 의학적 배경을 가진 사람부터 교육학, 인류학, 심리학 등 배경을 가진 사람들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와 협업하는 것을 즐기고, 사회문화적 감수성이 높다는 점은 공통 사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긴급 의료를 제공하는 것과 환자 중심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이루도록 프로젝트 팀 내에서 협의하고 제안하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팬데믹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병상과 진단키트를 긴급히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으면 무의미하듯이, 환자 중심적인 활동을 통해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첫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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