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션 카운슬러] <34> Q: 영혼멸절설은 성경적인가요?
불신자 ‘죽으면 끝’ 아니다… 예수는 ‘영원한 형벌’ 강조
2024. 5. 23. 03:09
이탈리아 화가 루카 시뇨렐리(1445~1523)의 벽화 ‘저주받은 자들’의 일부.
최후의 심판과 함께 지옥에 떨어지는 영혼들을 표현했다. 국민일보DB
A: 저명한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1921~2011)는 불신자가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가 소멸된다는 영혼멸절설을 지지한다고 밝혀 교계에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여호와의증인 같은 이단이 지지하는 영혼멸절설을 스토트가 지지한 탓에 많은 목회자와 신자들은 혼란스럽다. 영혼멸절설은 과연 성경적인 견해일까.
하나님만 불멸, 인간은 조건적 불멸?
스토트는 영원한 형벌설이 교회사의 정통적 견해임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명랑한 태도로 지옥의 고통을 말하는 건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가학적 심리로 본다.
스토트는 영혼멸절설의 타당성을 4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로 그는 불신자들의 최후 상태를 의미하는‘멸망(아폴레이아)’이라는 단어에 주목한다. 그는 신약성경이 집행유예나 사면의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기 때문에 지옥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지옥에서 멸망에 처해진다’는 말은 영적인 생명과 육체적인 생명을 모두 빼앗아 소멸시킨다는 뜻으로 간주한다. 아울러 오직 하나님만이 불멸하신 분이고 사람은 조건적인 불멸성을 가질 뿐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따라서 불신자들은 마지막에 지옥에서 완전히 파괴되어 없어진다는 것이다.
영원한 고통 아닌 영원한 소멸?
둘째로 ‘지옥불’에서 불은 확실하게 소멸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불신자는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당하는 대신 영원히 소멸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성경은 행위에 따라 심판한다는 비례성 원칙을 갖고 있는데, 불신자들의 일시적인 죄에 대해 영원한 고통을 주는 것은 비례적으로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옥에서 고통당하는 악인들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은 외관상 그리스도를 통해 만물이 화해를 선언하는 성경 본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만유 안에 지옥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은 거룩한 하나님의 무한한 영광을 훼손하며 영혼의 소멸이 하나님의 공의와 선함과 잘 조화된다는 것이다.
성경은 ‘영원한 형벌’ 명시
하지만 영혼멸절설에는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다.
우선 성경 전체는 명백하게 지옥의 존재와 영원한 형벌을 강조한다.
개혁주의 조직신학자 루이스 벌코프(1873~1957)에 따르면 지옥은 ‘하나님의 은총이 완전히 결여된 곳’으로 실존한다. 다니엘은 세상 끝날에 영원한 생명을 얻는 자도 있고 영원히 부끄러움을 당하는 자들도 있다고 말한다(단 12:2). 예수께서는 누구보다도 영원한 형벌을 강조하셨다. “또 왼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저주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사자를 위하여 예비된 영영한 불에 들어가라.”(마25:41)
또한 예수님은 “그들은 영벌에, 의인들은 영생에 들어가리라”(마 25:46)고 가르치셨다. 영생과 영벌은 동일하게 영원하다. 천국처럼 지옥도 영원히 존재한다면 영혼이 멸절된다는 주장은 성경적이지 않다.
둘째로 성경적인 인간론의 관점에서 영혼은 불멸의 존재다.
스토트는 영혼불멸이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구약성경에 함유된 개념이다. 창세기는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물질(육체)과 비물질(생기)이 함께 작용하는 존재로 지으셨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그의 코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창 2:7) 유엔인권선언문의 초안문 작성자인 자크 마리땡(1992~1973)은 인간의 영혼은 비물질적인 것이라 부패하거나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영혼은 한번 존재하면 소멸할 수 없다고 봤다. 예수님은 갈보리 언덕에서 우편의 강도에게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육체와 구별되는 영혼이 사후에도 소멸하지 않고 별도로 존재함을 함축한다.
영원한 형벌, 복음전도의 이유
셋째로 모어랜드(미 바이올라대) 교수에 따르면 영혼멸절(영혼소멸)은 형벌이 아니라 모든 형벌에서 벗어나는 것을 함축한다.
예수님은 “오직 몸과 영혼을 능히 지옥에 멸하실 수 있는 이를 두려워하라”고 하셨다(마 10:28). ‘지옥에서 멸한다’는 말은 “지옥에 버려져 상실된 상태에 둔다”는 뜻이다. 사람을 소멸시켜 없애버린다(비존재화)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사람을 강제하지 않으며 하나님을 거부한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하신다. 인간의 선택에 따른 책임론은 멸절이 아니라 영원한 형벌설과 조화롭다.
결론적으로 스토트의 영혼멸절설은 고통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통이 불편한 개념이기 때문에 불신자가 지옥에서 영원한 고통없이 그 존재가 소멸된다는 주장은 복음주의 궤도를 벗어난 것이다. 영혼멸절은 ‘죽으면 끝’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예수님이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엄중한 경고로 지옥의 영벌을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은 마땅히 그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 영원한 형벌설은 죄의 심각성과 엄중함을 드러내고 복음전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김기호 교수 / 한동대 ·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 지옥논쟁 / 데니 버커 외 3명 지음·새물결플러스
지옥에 관한 4가지 견해, 즉 영원형벌설 멸절설 보편구원론 연옥설에 대한 신학자들의 토론을 담고 있다. 어떤 견해가 성경적 견해인지 비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40523030941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