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구려 백두산 유적 답사기 6일째 (끝)

[김용만]

2025년 5월 6일 답사 6일차

아침 6시 눈이 떠졌다. 다른 날에 비해서는 조금 늦게 일어난 셈이다. 아침 7시 호텔 2층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11층 엘리베이터 앞 창문에서 요양백탑을 촬영했다. 70m가 넘은 요양백탑은 역시 거대하기는 하다. 아침 8시 답사출발.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길을 건너 요양백탑으로 향했다. 요양백탑 앞에서 간략한 설명을 하고, 탑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전탑이기 때문에, 화재에도 강하다. 신라 황룡사9층탑은 몽골 침략 때에 불탔고, 고려의 광통보제사(연제사)의 200척(60m) 높이 5층 목탑은 임진왜란 무렵 불에 타 사라졌다. 이런 거대한 전탑들은 한 시대의 유행이기는 하지만, 국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거대한 탑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꼭 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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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백탑을 보고, 가까이 있는 인공 해자를 소개하고, 요양백탑 남동쪽 지역이 고구려 시대에 요동성 터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2015년 인공 해자를 따라 요동성 터를 걸어본 적이 있었다.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해 헛 힘만 썼던 기억이 있다. 고구려 역사에서 안시성보다 더 중요한 성이 요동성인데 아쉽기만 하다. 요동성 터에서 버스를 타고, 한위벽화박물관으로 갔다. 그런데 공사 중이어서 휴관이었다. 다행히 바로 옆에 있는 요양박물관으로 향했다. 마침 9시 개관시간이어서, 10시까지 1시간 동안 관람을 했다. 1층의 특별전을 가볍게 지나고, 2층 요양시의 역사관을 둘러보았다.
한위벽화박물관에 가려고 했던 것은 요양시에서 발견된 벽화무덤 가운데 영수사벽화묘 등은 고구려와 관련성이 매우 높은 무덤이기 때문이다. 요양시박물관에는 벽화에 대한 전시물이 몇 년 전에 갔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1층 중앙홀에 요양시박물관 소개를 40개 판넬로 전시해 놓았다. 도록은 없지만, 이것으로 요양시의 역사를 한눈에 정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고구려와 관련성은 아예 다루지 않았다. 요동성 전투에 대한 기록은 박물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612년 수나라 100만 대군이 함락하지 못한 고구려 요동성을 중국인들은 아직도 기억에 담기 싫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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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가 조금 넘었다. 박물관을 출발해, 백암성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태자하 북쪽 길을 따라 백암성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태자하 남쪽에 보다 잘 정비된 길로 갔다. 요양시에서 1시간이 안 되어 백암성 입구에 도착했다. 백암성은 현지에서 연주성이라 부른다. 작년에 이곳을 방문한 주가이드가 백암성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미리 말해주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컸다. 가장 관심이 가는 남문 지역은 아예 출입을 막아버렸다. 발굴한 현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또 예전에는 태자하에서 배를 띄워 백암성 남쪽 절벽 아래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배타는 곳 자체가 없어졌다.
또한 발굴을 한다고 길을 막아 놓았다. 답사를 할 수 없다고 낙담하는 순간, 현지인이 백암성으로 올라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현지인도 그 길을 따라 답사하는 것을 보니, 백암성 관람 자체를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벽 위로 올라가는 길은 막아버렸다. 그리고 감시 카메라와 방송이 계속해서 나왔다. 우리가 성벽 가까이에 가면 방송이 나왔다. 성벽에 오르지 못하게 한 것은 성벽이 더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굳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점장대는 공사중인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래서 점장대까지 오르지 않고, 중간에 내려와서, 성벽 바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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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안보다, 성 밖에서 보는 백암성은 여전했다. 다만 치의 성벽이 무너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3호치와 4호치에는 철제 골조물이 부착되어 있었다. 10년 전까지 백암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돌을 캐내는 작업을 한 것이 성벽 보존에 악영향을 끼치더니, 결국에는 치 성벽에 금이 예전보다 크게 벌어졌다. 그 탓에 성벽에 오르는 것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아쉽다. 달라진 것은 성벽 아래쪽에 풀밭이던 곳에, 중간 중간 작은 나무를 심은 것이다. 백암성 앞을 지나가던 양 모는 목동의 모습은 올해에는 볼 수가 없었다. 백암성 북벽 1번 치 앞에서 단체로 사진을 찍었다. 잠시 그곳에 머물며 요동벌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1400년 전 고-돌, 고-수, 고-당 전쟁을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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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너무 오래 답사를 할 수는 없었다. 백암성을 마음껏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백암성의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백암성 아래 마을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공항으로 곧장 이동했다. 약 2시간 전에 심양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한적했다. 주가이드와 작별을 하고, 비출국장을 통과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이번에 함께 답사한 분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5박 6일간의 답사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지난 2월 답사를 준비할 때부터, 오늘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건강하게 답사를 마칠 수 있게 된 것에 함께 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yuki]

다른 만주 작년 답사팀 영상 보니 공안이 자주 방해하던데 요즘 심해진 모양입니다.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