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쉬언이 들려주는 달리기와 존재하기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의자 장거리 러너인 조지 쉬언.
마흔 네 살의 나이에 의사 노릇을 그만두고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장거리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달리는 철학자라고 불렸던 그가 쓴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달리기에 대한 책 중 최고의 고전이다.
조지 쉬언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이건 천재적인 사람이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고독을 느끼면서 진실을 추구하는데 달리기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장거리 러너는 달리면서 관찰하고 느끼고 분석하고 명상한다.
러너는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잊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고통을 반기게 된다.
그것은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흡사한데 결국 죽음을 반기게 되어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몸의 이야기를 들어라
조지 쉬언은 심장병 전문의답게 자기 몸으로 실험해서 알아낸 정보를 가르쳐준다.
우리 몸은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말해주므로 몸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충고해준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가 몽롱하거나 맥박이 불규칙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주의해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맥박과 몸무게와 호흡수를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몇 주에 걸쳐서 이렇게 기록해 나가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면 매주 체력이 향상되면서 심장박동이
평탄해지는 것을 알게 된다. 분당 50회 정도다.
매일 달리기를 하다보면 몸이 들려주는 정보를 매일 듣게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리는 이유
일본의 베스트셀러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문난 러너다.
마라톤을 수십번 완주했고 1백킬로미터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톤도 뛰어봤다.
하루키는 작가 생활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달리기를 선택했다고 말한다.
어디까지 나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은가?
어디까지가 타당한 일관성이고 어디서부터가 편협함인가?
얼마만큼 외부의 풍경을 의식해야 하고 얼마만큼 내부에 집중하면 좋은가?
얼마만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얼마만큼 자신을 의심하면 좋은가?
하루키는 달리면서 이런 것들을 고민했다.
그렇게까지 오래 살고 싶으냐고 비웃는 사람들에게 그는 살아있는 동안
온전한 삶을 살고 싶어서 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어진 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신을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사는 것(작가인 하루키에게는 글쓰는 것)의 의미이다.
비난을 받았을 때 마음이 상했을 때 하루키는 여느 때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달린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육체적으로 소모해서 자신이 능력에 한계가 있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분한 일을 당하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단련하면 된다.
그게 하루키가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는 괜히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 - 본 투 런
미국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맥두걸이 지은 '본 투 런'은 울트라 러너에 대한 이야기다.
멕시코의 오지에 사는 원시부족 타라우마라는 한번에 7백 킬로미터를 달린다.
저자는 물고기는 헤엄치려고 새는 하늘을 날려고 태어난다면 사람은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 초기 인류가 관절을 펴고 일어서서 두 발로 걷게 된 것은 목구멍을 열고
가슴을 부풀려서 지구상의 어떤 피조물보다 공기를 많이 빨아들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힘과 스피드를 희생하면서 공기를 많이
빨아들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 이유는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다.
인간은 빨리 달리기가 아니라 멀리 달리기 위해 설계된 기계였다는 것이다.
남아공의 루이스 리덴버그는 부시맨들과 4년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이것이 단순한
가설이 아님을 알게 됐다. 영양보다 큰 쿠두를 쫓는 끈질긴 사냥을 통해서였다.
쿠두들은 흩어지고 뭉쳤다가 다시 흩어졌지만 부시맨들은 단 한 마리만 쫓았다.
사냥꾼들은 목표물이 무리에 섞이려고 할 때마다 길을 막고 떼어놓은 다음
교대로 뒤를 쫓아 달렸다. 쿠두는 술 취한 사람처럼 좌우로 몸을 흔들더니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활로 사냥을 하면 냄새를 맡은 맹수가 몰려오거나
놓칠 수 있지만 이 방법은 완벽했다.
인간의 특별한 능력은 달리기에서 비롯됐다
크리스토퍼 맥두걸에 따르면 인류의 집단상상력은 달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언어, 예술, 과학, 우주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혈관 내 수술 등 모든 것은
인간의 달리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달리기는 우리를 인간이라는 괴물로 만든 초능력이고
모든 인간은 이 초능력을 타고 났다고 한다.
나도 어렸을 때 단거리는 잘 못달렸지만 장거리 달리기에는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단축마라톤에서 상을 탄 기억도 있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달리기를 시작해봐야겠다.
체력에 맞게 조금씩 달리면서 차차 늘려가기로 하자.
어차피 요즘은 세상도 어수선하고 화가 나는 일도 많지 않은가?
첫댓글 우리 나이에 달리기는 무리라고 말하던데?
무릎과 허리뼈 때문이라는데... 글쎄...?
어젠 저녁 먹고 산책로를 속보로 걸었는데 나중엔 그 자체에 도취되서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지더라구. ㅋㅋ
걷는 시간을 조금씩 늘여가는데 걷기가 꽤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
달리지는 못할지라도 걷기라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고독, 관찰, 명상을 위한 시간은 소중합니다. 달리기가 아니더라도 걷기나 숨쉬기라도. 하루키의 달리기 이야기에 감탄합니다. 발꿈치에서 글이 나온다는 말이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