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ben... Ne andrò lontana
그렇다면?... 멀리 떠나갈 뿐
Ebben... Ne andrò lontana,
*참고로 이 가수를 좋아해서 올린 것이 아니다. 단지 영화에도 등장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되어서. 이 노래 자체는 백 개도 넘는 절창들이 있으니 각자의 감성에 따라.
이 오페라 아리아는 근래가 아니라, 내가 18세 부터 좋아했던 노래다. 카탈라니의 라 왈리(초연, 1892) 대표곡이다.
이 오페라 내용 부터도 꽤 흥미롭다. 왈리는 부권에 저항을 결심한 그 순간에 이 노래를 부르고 집을 떠난다. 그런데 그 계기가 되었던 자기 연인마저도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버린다. 다른 여자와 정분이 난 그 남자를 죽이기까지 하려다가 결국에 실패하고, 용서를 빌기보다 왈리는 산속 오두막에 자기 세계를 꾸린다. 1890년경 이 유럽 여성은 수녀원으로 가지 않았다 . 이때는 내내 같이하던 동지마저도 돌려보낸다.
내가 흥미롭다한 점은 왈리가 아버지의 세계와 그리고 지아비의 세계와 그리고 연인의 세계를 염오할 때는 고통스럽게나마 생의 역동이 진행되는데, 마지막 단 한번 이 세계에 복종을 결정하자마자 온세계가 붕괴해버린다는 것이다. 즉, 눈이 하 많이 내리던날 찾아온 남자와 화해하자마자, 남자가 서있던 지반이 무너지고, 절망한 여자도 따라서...
이 결말을 죽음의 세계가 최후의 최고의 경이 세계라는 낭만주의적 테마로 쉽게 해석해버릴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bben은 그렇다면. 이라는 수긍을 뜻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Ne andrò lontana는 멀리 떠나겠다는 거부를 뜻한다. 이 수긍과 거부가 부닥칠 때 생기는 절절함과 격렬함이 이 아리아의 힘이다. 그런데 사실 이 노래의 의의는 수긍에 있는 것도, 심지어 거부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의미의 방향은: 노래에서의 그 힘이 담은 한동안의 지속 그 자체에, 나아가 이 왈리의 실존의 길고도 짧은 항거기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성스러운 종소리가 흘러가는 것처럼" "그곳은 희망인 한, 슬픔, 슬픔 고통인 곳이죠."
생은 네.도 아니오.도 아니다. 심지어는 네.로도 아니오.로도 대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만도 아니다. 필경사 바틀비가 범하는 오류를 따라 범하지 말자ㅡ그러고보니 나탈리에.의 희곡 속 테마이기도 한데, pour un oui ou pour un non.도 후기를 쓰지 못해 게시를 못했구나. 내 노력이 부족했다. 생은 제 삶을 생성하려는 노력인데, 이는 노력을 생성하는 것이 제 삶이라는 말과 같다. 동지도 함께하겠지(!?). 그러니 요령있게 잘 대답하려는 자기 재량의 자유가 아니라, 정말로 생생하게 살아가려는 일신우일신이 필연이다. 만듦을 사유해보자. 아니 만들어보자, 세계와 더불어 나 자신을.
Ebben... Ne andrò lontana,
come va l'eco della pia campana,
là, fra la neve bianca,
là, le nubi d'or,
laddove la speranza, la speranza
è rimpianto, è rimpianto, è dolor!
O della madre mia casa gioconda,
la Wally ne andrà da te lontana assai,
e forse a te, e forse a te,
non farà mai più ritorono,
nè più la rivedrai!
Mai più, Mai più!
Ne andrò sola e lontana
come l'eco della pia campana,
là, fra la neve bianca,
ne andrò ne andrò sola e lontana
e fra le nubi d'or....
Ma fermo è il pie'! Ne andiam
che lunga è la vie! Ne andiam!
그렇다면?... 여기서 멀리 떠나갑니다.
마치 경건한 종소리가
저 흰 눈 사이로 흘러가듯이
저 금빛 구름사이로 흘러가듯이.
허나 그 희망인 한,
슬프고 슬프고 괴로울 테지요.
오 어머님의 즐거운 집에서
왈리는 아득히 멀리 떠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리고 아마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고,
다시 만나는 일도 없을 겁니다.
결코, 결코 없을 겁니다.
여기서 홀로 멀리 떠나갑니다.
마치 경건한 종소리가
저 흰 눈 사이로 흘러가듯이.
여기서 홀로 멀리 떠나갑니다,
저 금빛 구름 사이로 흘러가듯이.
발이 움직이지 않아도 가겠습니다.
길이 멀어도 가겠습니다.
https://m.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71502&cid=58995&categoryId=58995
이 오페라는 여기에 꽤 잘 정리되어있다.
나는 가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알프레도 카탈라니(Alfredo Catalani, 1854~1893)는 39세에 죽었다.
송별. 2023년 8월 5일 토요일 17시 금별맥주 강남신사점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2길 49 1층. 자릿값 20000원. 10000원 정도 추가될 수 있습니다.
첫댓글 벗이 떠날 때 썼던 서신을 그가 떠나 후 (지금에서야) 읽는 기분이란 어떨까(무얼까).
2학기 때부터 일이 없어져 생긴 공백 시간에, 미뤄뒀던 글들을 살피다 예까지..(읽으려 가방에 싸 들고 온 책들은 책상 위에서그냥 뒹굴뒹굴)
링크 단 곳에 들어가 보니, 낯익은 소리가. Ne andrò lontana가 낯익어서가 아니다(그렇다고 낯설지도 않은). 프랑스적이거나 낯설게 하기로 영화 만들었었던 장자크베넥스의 '디바' 목소리.
영화 '디바'에서의 남자주인공은 한 디바를 흠모하는 우편배달부였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는 또 다른 색감으로 영화가 전개(베넥스 영화가 거의 그렇듯)
주인공은 좋아하는 가수 노래를 현장에서 직접 (녹음해서)들으면 들었지 레코드는 절대 안 사는 사람. 그와는 다르게 쫑은 한때 열렬한 음악마니아여서 신나라레코드 가게를, 많이 사지도 않을 거면서, 들락거렸던... 그때 코묻은 돈으로 샀던 테이프들은 한물 간 지 이미 너무 오래돼, 언제 처분했는지 기억조차 안 남.
그나저나 여행(떠남)이란 보헤미안의 습성 아니었나
https://www.youtube.com/watch?v=ZGj
PLAY
저는 영화는 안 보고 소개하는 것들만 보았는데, 마지막 장면이 이 디바가 무대에서 자기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며, 묘한 수긍의 표정을 지으며 끝난답니다. 이 디바도 일체 어떤 레코드도 남기지 않으려는 사람이었거든요. 즉, 이 영화에는 감독의 매체적 기록에 대한 애정이 있어요-그러니까 영화 감독까지 하는 거겠지만./그 변화까지의 서사가 이 영화이기도 한데, 아마도 이 디바는 이렇게 음악사에 취입되지 않았을까./여기서 다 말할수 없지만, 범죄현장 테이프가 또 이 영화서사의 주요 축입니다.
영화(디바) 본 지 오래돼서 가물거리긴 해도, 영화 서사 한 축엔 갱스터들의 범죄 기록물(테이프)이 있다는 걸 기억... 그 갱스터들의 우두머리가 경찰국장인가 그랬다는 기억도... 오늘 한국의 정치현장과 (검찰국장이 지금은 나라 우두머리) 너무나 흡사한, 징그럽게 흡사한... 기억,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