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가 돈을 마다지 않았으면 틀림없이 누명을 썼겠다.
(2) 배움에 목말랐던 60, 70대 노인들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찾아 향학열을 불태웠다.
(3) 먹을 것을 마다니 아직 배가 덜 고픈 모양이지.
(4) 네가 술을 마다하니 참 어색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마다다'라는 우리말이 있었다. '싫다고 거절하다'라는 뜻이었는데, 위에 나온 보기 (1), (3)처럼 썼다. '서슴다'가 '서슴치'가 아닌 '서슴지'로 활용되듯이 '마다다'도 '마다지'로 활용됐던 것. '마다니'도 같은 방식의 활용이다.
하지만 이 말은 세력이 약해지면서, 즉 쓰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면서 사전에서 사라지더니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결국 모습을 감췄다. 우리말 하나가 없어진 것이다. '마다다'를 누르고 대신 살아남은 말은 '마다하다'다. 거절하거나 싫다고 하다는 뜻인데 보기 (2), (4)처럼 쓰인다.
여기 나온 '마다치'라는 말이 아무래도 눈에 설게 느껴진다는 독자도 있겠다. 하지만 '마다지'로 쓰면 안 된다. 어간의 끝 음절 '하'의 'ㅏ'가 줄고 'ㅎ'이 다음 음절의 첫소리와 어울려 거센소리로 될 적에는 거센소리로 적고, '하'가 아주 줄 적에는 준 대로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한글 맞춤법 제40항). '하다'와 결합하는 앞말의 받침이 'ㄱ, ㄷ, ㅂ, ㅅ'이면 '하'가 통째로 줄고 그렇지 않으면 'ㅏ'만 주는데, '마다하지'가 '마다치'(마다ㅎ+지)로 줄어드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거북하지→거북지, 깨끗하지→깨끗지, 섭섭하지→섭섭지'로 줄여 쓰고, '무능하다→무능타, 청하건대→청컨대'로 줄여 쓴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허송치, 무심치, 개의치'를 생각하면 되겠다. '세월을 허송지 말아라/하늘이 무심지 않았다/남의 말을 개의지 않았다'처럼 쓰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면 아랫글에 나온 '마다 않고'는 옳은 표기일까, 틀린 표기일까.
(5) 그는 힘든 일도 마다 않고 척척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다 않고'는 틀린 표현이다. 이 말은 '마다하지 않고, 마다치 않고'로 써야 한다. '마다하다'의 어근 '마다'만 떼어서 활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술을 마다 않고/돈을 마다 않고/궂은일은 마다 않고'처럼 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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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하다 [마ː---]
「동사」
【…을】
- 거절하거나 싫다고 하다.
¶ 그는 술자리를 마다하고 집에 일찍 들어갔다./그는 친구 일이라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도왔다./내 맘은 바쁘고, 기차 시간은 모르고 해서 그런 것이지 내가 어디 자네 대접을 마다했는가!≪조정래, 태백산맥≫
【<마다다<월석>←말-+-다+-】(국립국어원)
첫댓글 공부합니다
고맙습니다.^^*꾸벅
자주 올려주세요. ^^
공부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