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등 위헌소원(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처벌 사건)]
헌법재판소는 2015년 10월 21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제71조 제1항 제2호 중 제17조 제5호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합헌>.
□ 사건의 개요
○ 청구인 김○○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청구인 이○○은 어린이집 원장인바, 청구인 김○○은 피해자(3세)가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다가가 앉으려고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발로 밀치고 피해자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팔을 때리고, 피해자를 다른 원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혼자 복도에서 쭈그린 상태로 밥을 먹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고, 청구인 이○○은 그의 업무에 관하여 사용인인 청구인 김○○이 위와 같이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각각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 청구인들은 위 재판 진행 중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및 제71조 제1항 제2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거쳐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심판의 대상
○ 이 사건 심판대상은 아동복지법(2011. 8. 4. 법률 제1100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7조 제5호, 제71조 제1항 제2호 중 제17조 제5호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통칭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며,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다.
아동복지법(2011. 8. 4. 법률 제1100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7조(금지행위)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5.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제71조(벌칙) ① 제17조를 위반한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2. 제3호부터 제8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결정주문
○ 아동복지법(2011. 8. 4. 법률 제11002호로 전부개정된 것) 제17조 제5호, 제71조 제1항 제2호 중 제17조 제5호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이유의 요지
○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아동복지법의 입법목적과 기본이념,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아동의 인격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서적 학대행위의 특수성, 학대의 유형을 구별하되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와 유기 및 방임행위를 동일한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 아동복지법의 입법체계, 관련 판례 및 학계의 논의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정하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란, ‘아동이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마음의 자세나 태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이에 대하여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유기 또는 방임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행위’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해석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학대행위로부터 아동을 보호함으로써 아동의 건강과 행복,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고자 하는 아동복지법 전체의 입법취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아동에게 가해진 유형력의 정도,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피해아동의 연령 및 건강 상태, 가해자의 평소 성향이나 행위 당시의 태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등에 비추어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하여 구체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 정서적 학대행위가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그로 인한 피해는 신체 손상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치유가 어렵고 원상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아 아동에 대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신체적·성적 학대행위 못지않게 심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동 학대행위가 가정 내부의 문제 또는 아동훈육의 문제로 취급되면서 국가의 개입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졌고, 학대행위자가 대부분 부모나 보호자라는 이유로 ‘원가정보호’라는 목적 하에 비교적 경미하게 처벌됨에 따라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가해자에 대한 제재를 과태료 부과나 심리치료 등으로 대체하고 형사처벌을 아예 포기해 버린다면 아동학대의 예방과 근절이라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달성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학대행위자의 처벌강화와 피해아동의 보호를 목적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고, 보건복지부는 ‘어립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하였으며,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한 어린이집 설치·운영 및 취업 결격기간이 늘어나는 등 영유아보육법상 제재 수위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아동학대 근절대책들은 그동안 아동학대 문제를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징역형을 규정하면서 벌금형도 선택형으로 규정하고 있고, 법정형의 하한에 제한을 두지 않아 학대의 경위나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여 재량으로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선고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범죄의 죄질 및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