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소풍 끝내고> 박강옥 권사님을 보내드리며...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 말하리라’ <귀천>이란 천상병 시인이 쓴 시의 일부입니다. 이 시에서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 삶을 소풍이라 하였습니다. 박강옥 권사님은 천상병 시인의 표현대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다 끝내고 이제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돌아간다’라는 표현은 우리가 왔던 본래의 고향, 본향으로 간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에게서 왔으며 그분께로 돌아가게 됩니다. <예언자>를 쓴 칼릴 지브란의 표현대로 슬픔의 산과 기쁨의 평원을 떠돌며 살다가 우리가 태어난 곳, 사랑과 아름다움의 바다,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평생 친구 김성갑 권사님과 함께 뜻을 모았던 안나 장학회란 씨가 영락에 뿌려진 그 효시에 우뚝 서 있는 박강옥 권사님을 추모하는 자리에 와있습니다. 믿음의 소풍 다 끝내고 소망하던 하늘나라 보내드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권사님은 구십해 하고도 다섯달에 이틀이 모자라는 세월을 이 세상 흙을 밟으며 희노애락의 성정을 체감하셨습니다. 열성으로 믿음의 공동체 호흡을 나누며 사랑의 씨앗을 뿌리심을 저희는 목격해 왔습니다. 모든 성도님들의 본이 되신 권사님의 너그러운 손길을 은혜입어 왔음을 또한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슬하에 5남매를 두사 (4남1녀) 자손 번성축복을 누리셨고 친구 박소자 권사의 자당님으로 우리에게는 더 가까운 권사 어머니셨습니다. 제 기억에 자리 잡은 권사님은 성실한 성경대학 개근 학생, 친교실 한 가운데 맨 앞자리는 어머님의 지정석이셨습니다. 모녀가 함께 성경 공부반에서 강의를 열심히 경청하던 모습, 만나면 항상 기분 좋은 신식 어머니, 조금만 늦을세라, 저만 보면 ‘소자 안왔어?’ 제 옆자리를 채근하시던 어머니, ‘엄마, 나, 여기’ 모녀의 모습은 딸과 어머니기도 했지만 맏 언니와 손아래 동생처럼 늘 정다워 주위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습니다.
용수산에서 있었던 지난번 생신축하모임도 간소하게 차려 한 학생에게라도 더 지급되도록 장학기금에 몰두하신 알뜰 큰 후원자 권사님, 평생 믿음의 경주를 완주하신 상생의 생각으로 무장된 신식 어머니, 항상 흐트러짐 없이 아름다운 용모의 권사님, 우리 모두의 어머니시며 믿음의 본이 되시는 권사님을 이제는 성전 뜨락에서 더 이상 못 뵙게 된다고 생각하니 슬픔이 파도로 밀려옵니다.
사랑이 넘치는 권사님, 하나님 사랑 안에 거했기에 그 사랑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고 그 나눔의 기쁨을 누리신 권사님, 어려운 영혼들에게 희망을 주시며 손 뻗는 일에 부지런하셨습니다. 우리는 지금 권사님의 영혼이 하나님 품에 안겼음을 확신하며 안도하며 기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작별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동반되기에 슬픔의 눈물을 허락하게 됩니다.
우리는 믿음의 지체들입니다. 2천년 전에도 지금도 살아있는 예수와 접 붙은 우리 영혼, 그렇습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단지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감이요, 영원한 삶으로 이어지는 문이라는 것을!
그러나 우리 모두 피조물은 본향이 있는 인간이기에 죽음을 통해서만 주님의 부활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하나님을 뵈옵는 영광이 얼마나 크리라는 것을 헤아려 볼 때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슬픔만을 바라보지 않게 되고 영생의 소망을 마음속으로 부르짖게 됩니다.
우리는 힘들어도 받아드려야 합니다. 왜냐하면 삶이 그분의 선물인 것처럼
죽음 또한 그분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감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동료로서,신앙공동체로서, 목양 양무리로서 서로 서로 나누었던 사랑에 대해,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에 대해, 떡을 떼는 사귐에 대해, 하나님 안에서 맺어졌던 인연에 대해, 하나님이 허락하신 모든 관계에 대해 감사드리는 게 마땅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박강옥 권사님의 그 반짝이던 눈빛, 그 다정한 목소리로나, 서로 체온을 나누는 손 마주 잡을 수 있는 모습으로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주 떠난 것은 아닙니다.
잊히지 않을 사람이기에 죽은 것이 아니며, 우리들의 가슴 속에 사랑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주님이 선택해서 사랑한 우리들의 어머니 권사님, 안식하소서.
2009년 7월 16일 딸 소자 친구
김영교 삼가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