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모두 바르고 건강한 인재 양성
발간일 2022.02.17 (목) 17:24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㉑ 인천체육고등학교
세상 모든 학교는 귀하다. 하나 그 속에서도 특별한 전통과 저력을 품은 곳이 있다. 학교를 통해 도시를 들여다보는 인천 명문교를 찾아서. 그 스물한 번째 등굣길을 따라 서구 청라국제도시로 발길을 옮긴다. 방학인데도 훈련에 여념 없는 학생들로 인천체육고등학교는 추운 겨울임에도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새 학기 학생회장을 맡은 2학년 정단비(18) 학생, 양봉열(46) 진로·진학 부장교사와 학교 곳곳을 거닐며 구슬땀을 흘리는 학생들을 만나보았다.
▲ 새 학기 학생회장을 맡은 2학년 정단비 학생과 양봉열 진로·진학 부장교사.
10대,
인생의 출발선에서 학생 선수로 살아간다는 건
연일 한파가 몰아치더니 모처럼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두꺼운 패딩 속에 몸을 웅크리고 다녔는데 오랜만에 굽은 어깨가 펴지는 것 같았다. 인천체육고등학교(이하 인천체고)에 들어서자 활기가 넘쳤다. 곳곳에서 기합 소리와 구령 소리가 들려왔다. 방학이라 해도 학생 선수들은 마냥 휴식을 취할 수만은 없을 터. 짧은 휴가를 마치고 한창 동계 훈련 중이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해요. 학생 선수이기 때문에 일반 학생과는 다른 일과를 보내죠. 우선 새벽 훈련을 하고 수업을 시작하고요, 수업이 끝나면 다시 오후 훈련과 야간 훈련을 해요. 방학 때도 하계·동계 훈련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거의 1년 내내 생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정단비 학생은 학생 선수이기 때문에 가져야 할 책임과 역할에 대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공부에 운동까지, 한 가지만 해도 벅찰 법한데 또래 친구들과 함께하는 만큼 가끔은 힘들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즐겁다고 한다. 인천체고는 육상, 체조, 수영, 사격, 역도, 유도, 태권도, 복 싱, 레슬링, 양궁, 펜싱 등 총 16개 종목 3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야구나 축구 같은 단체 경기가 아닌 개인 기록이나 투기 종목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종목에 맞는 훈련 시설은 물론 종목별 전문 교사가 배치되어 있으며, 정규 과목 교사를 포함해 전체 교사는 30명이 넘는다.
“체육에 특화되어 있지만 근본적인 목표는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사회에 꼭 필요한,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죠. 소수의 ‘영재’가 아니라 다수의 ‘인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체육고등학교에서 진로·진학을 맡고 있다고 하면 체육과 관련한 길로만 안내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학생들의 적성이나 소질에 맞는, 저마다의 개성과 특성을 존중해 진로·진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양봉열 부장교사는 엘리트 체육의 관점에서 벗어나 올바른 체육인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제공하 자 한다.
어떤 분야든 최고가 되는 길은 쉽지 않지만 체육 분야는 특히 그 길이 더 좁고 험난하다. 체육 특기생을 뽑는 대학이 계속 감소하고 있을뿐더러 종목별 실업팀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학생들의 상실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인천체고는 학생 선수들이 보다 현명하게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올바른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1학년 때부터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수시로 진학 상담과 심리 상담을 진행하면서 학생과 교사가 함께 머리를 맞댄다. 운동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원 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있다. 말 그대로 예기치 못한 상황이지만 그로 인해 학생 선수들이 겪는 좌절이나 실망 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인천체고는 스포츠 과학, 스포츠 심리학 등 체육 연계 과목을 개발해 학생들의 시선을 확장하는 한편, 다양한 학문과 직업을 제시해 그동안 갈고닦은 재능을 다양한 분야에서 마음껏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다.
▲ 인천체고 학생 선수들은 겨울방학 중에도 동계 훈련으로 여념이 없다.
목표는 달라도 열정의 크기는 같다
인천체고는 인천을 대표하는 공립체육고등학교로 꼽힌다. 1976년 개교 당시에는 선인학원 내 인천체육고등학교였다가 1994년 공립화되었으며, 2012년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인천체고는 내실과 외연을 두루 갖추게 되었다. 넓은 공간으로 옮기면서 환경을 대폭 개선한 것.
교정에 들어서면 우레탄 트랙과 천연 잔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학생 선수들이 부상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종목별 최고 시설을 갖춘 훈련장은 물론이고 최신 기구를 구비한 웨이트트레이닝 센터로 프로팀 못지않은 환경을 자랑한다. 인천체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바로 재활치료실이다. 이곳에는 차가운 냉매로 통증을 완화하고 피로를 회복하는 크라이오 세러피 기기가 마련되어 있다. 고가의 장비이지만 학생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투자했다. “저는 수영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인천체고 수영장은 50m 풀의 국제 규격을 갖추고 있어서 대회 현장과 같은 분위기를 매일 느끼며 훈련할 수 있습니다. 사격장이나 체조장, 실외 골프장 등도 시설이 무척 좋고요. 아무래도 시설이 좋다 보니 훈련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단비 학생은 학교 곳곳의 시설을 꼼꼼하게 소개하며 인천체고 학생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같이 먹고 자고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쌓이는 정이 깊다”는 말도 덧붙였다.
▲ 체조장에서 체조 선수들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 사격장에서 정조준을 하고 있는 사격 선수.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인천체고는 주요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체육대회에서 매 회 50여 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지난해 열린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박다윤(19) 학생이 400m 개인전과 1600m 계주 우승을, 제16회 제주 한라배 전국수영대회에서 김동혁(19) 학생이 2관왕을, 제51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에서 정승우(19) 학생이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는 등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렸다.
“과거 학생 선수들은 운동만 잘하면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운동도 잘하는, 몸과 마음이 바르고 건강한 학생 선수가 인정을 받지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학교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는 운동뿐 아니라 창의적 체험 활동, 방과 후 활동, 자율 동아리 등을 지원해 학생 선수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운동은 물론 전국 16개 체고 중에서 대학 진학률 1위를 자랑합니다.”
신재헌(61) 교장은 인천체고가 운동은 물론 대학 진학률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땀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한다. 노력한 만큼 결과는 반드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인천체고 학생 선수들이 방학 중에도, 추운 날씨에도 한결같이 훈련에 임하는 건 바로 자신이 세운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일 터. 학생과 교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인천체고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 인천체고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체육대회에서 매 회 50여 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 인천체고 교정.
■ 유명우 프로복싱 선수(5회 졸업생)
1980년대 장정구 선수와 더불어 한국 복싱을 양분했던 주인공으로 프로 데뷔 후 36연승과 17차 방어로 한국 복싱 역사상 최다 방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강한 체력과 빈틈없는 디펜스, 그리고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소나기 펀치가 트레이드마크다.
■ 이우석 남자 양궁 선수(38회 졸업생)
대한민국 남자 양궁의 주역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코오롱 엑스텐보이즈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고출처 : 굿모닝인천 웹진 https://www.incheon.go.kr/goodmorning/index글 김지은 자유기고가│사진 김범기 자유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