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난한 젊은 부부의 슬픈 사랑 이야기
<은방울 자매의 "마포종점">
-글:김장실 (전) 국회의원-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남해 상주면 출신
1960년대 마포는 강가에 갈대숲이 우거지고 비행장이 있는 여의도로 나룻배가 건너다니며,
새우젓을 파는 등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가난한 서민들이 많이 살았던 이곳은 청량리를 오고 가는 전차의 종점이 있었으나, 1968년 없어졌다.
겨울밤이나 비가 내리는 저녁이면 늦게 전차를 타고 오는 남편과 자식 등
가족들을 마중나온 여인들이 종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마포종점>을 작사할 당시 작사가 정두수는 연속으로 히트곡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박춘석 작곡가와 밤을 새워가며 작품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밤샘 작업 후 마포종점 인근에 있는 영화 녹음실의
성우, 배우, 스태프 등이 새벽마다 모여드는 유명한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다.
어느 날 그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설렁탕집 주인으로부터
어느 가난한 젊은 연인의 비극적 얘기를 들었다.
어떤 젊은 부부가 방세가 싼 마포종점 부근의 허름한 집에 사글세로 살고 있었다.
대학강사로 재직하고 있는 남편과 살고 있는 여인은
가난한 살림에도 악착같이 남편을 뒷바라지 하였다.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 이불에 밥을 묻어두고 남편을 기다리던 그녀는
남편이 일찍 귀가하면 마포종점에서 손을 잡고
인근 당인리로 이어지는 긴 둑길을 걸으며 얘기를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갔다.
그러다가 더 큰 도약을 위해 남편은 미국유학을 갔는데
너무 과로하여 뇌졸중으로 쓰러져 졸지에 사망하였다고 한다.
그런 비극적 소식을 접한 여인은 밀려오는 충격을 견딜 수 없어
마침내 실성을 하게 되었다.
정신착란 상태인 그녀는 이미 돌아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궂은 비 내리는 마포종점을 배회했는데 결국 종적을 감추어서
이제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1966년 여름에 이런 비극적 사랑 얘기를 설렁탕집 주인으로부터 듣고
작사가 정두수 선생은 밤잠을 설치면서 가난 속에서도 서로 사랑하며 성실하게 살았으나
불행한 결말에 이른 젊은 부부의 서러운 삶을 그리는 작사를 하였고
박춘석 작곡가는 이런 비극적 요소가 담긴 가요시의 뜻을 살린
애절한 곡을 만들어 깨끗하고 독특한 화음을 구사하는 은방울 자매의 입사 기념으로
1968년 지구레코드에서 발매하였는데, 크게 히트하였다.
현재 마포 어린이공원에는 이 노래를 기념하여 <마포종점> 노래비가 서 있다.
https://youtu.be/swgiGwCVFSQ?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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