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엄마가 되어서야 나이를 거꾸로 먹고 싶다는 생각에 동시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시인의 자기소개말처럼 박선영 시인은 한 발 한 발 동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2021년 한국아동문학 신인상에 「참나무 옥탑방」이 당선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등단 1년 만에 펴내는 첫 동시집인 『우리 집이 변신한다면』은 시인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상상의 나라로의 초대장이다. 시인이 제안하는 상상의 나라는 뜬구름 위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현실에 단단히 뿌리내린 상상의 나라라서 든든하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놀이를 만들어내는 능력자 우리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응원의 메시지도 스며있다.
목차
시인의 말_상상 속 나라로 여행 가자
1부 강동수 신발 선수
강동수 신발 선수 12 소라 13 학교 가기 싫은 날 14
비밀 작전 16 책가방 무게 18 우리 집이 변신한다면 21
3월 2일의 지우개 23 기억의 방 24 학교 다녀왔습니다! 26
잡채만두가 나타났다 28 새 학기 온도차 29
내가 선풍기를 좋아하는 이유 30 시험 점수 주의 사항 32
2부 느그 집 괘안나
느그 집 괘안나 34 가족의 탄생 36 김장하는 날 37
아파트 38 스마트한 제사상 40 세계화 수족관 42
엄친 새 44 우리 집엔 사자가 산다 46 진돌이가 좋아요 48
말 벗 50 동물 회의 52 일개미 일자리 54 고양이 번역기 56
3부 짝사랑
짝사랑 58 여름 산 59 안녕, 나는 플라타너스야 60
재롱이 가족 62 봄에는 숨바꼭질 64 고양이 패션 65
버찌 66 전학 68 어딜까 70 산 똥 71
쥐똥나무 식당 72 매미 74 얼음 땡 76 바퀴의자 78
4부 성냥팔이 고양이
성냥팔이 고양이 80 2월 83 층간 소음 84 재테크 86
소나기 양궁 88 얼굴은 몰라도 89 날씨 자판기 90
참나무 옥탑방 92 오늘의 주인공 94 우연일까 96
줄을 서세요 99 나무 선생님은 아세요? 100 도토리 냉장고 102
책 속으로
오복 슈퍼 할머니는
학교 가는 날 보며
“니 입학했을 때 느그 식당 문 열었제”
집에 가는 나에게
“니가 벌써 4학년이가?”
저녁에 과자 사러 슈퍼 들렀더니
“느그 가게 손님 좀 있나? 코로나가 왠수다”
요즘엔 말하려다 말고 내 눈치만 본다
할머니가 무슨 말 하려는지 다 알겠다
--- 「느그 집 괘안나」 중에서
참새 아줌마들
개나리 덤불에 모여
자식 자랑 늘어놓는다
우리 애는 그렇~게 벌레를 잘 잡지 뭐야?
우리 애는 또 어떻고, 귀가 얼~마나 밝은지 몰라?
우리 애는 앉았다 나는 폼이 얼~마나 멋진데?
가만히 듣기만 하던 참새
우리 애는 못 먹는 게 없어, 저것 봐, 나뭇잎을 물었잖아?
짹짹짹 짹째래잭!짹짹짹 짹째래잭!
짹짹짹 짹째래잭!짹짹짹 짹째래잭
--- 「엄친 새」 중에서
우리 할머니
로봇청소기 하나 생겼다
“야야 거기가 아니래이”
“야야 이쪽에 말라 또 왔노?”
“야야 빨랑 니 집 안 찾아가고 뭐 하노?”
하루 종일 말 상대 없던
우리 할머니
말하느라 바빠지셨다
--- 「말 벗」 중에서
사랑하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김치를 좋아하는
도마는
김치를 만날 때마다 얼굴이 빨개진다
“아! 사랑이란 맵고 시고 그런 거구나!”
--- 「짝사랑」 중에서
뒷산에
봄이 내려앉은 날
나물 할머니가 나타났다!
숨죽이고
살살 고개 드는 봄나물들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 「봄에는 숨바꼭질」 중에서
단풍나무
씨앗 하나
팽그르르 돌아
서우네 집 마당에서 은지네 집 마당으로 날아갔다
한 계절 조용히 있다
은지네 집 마당에서
새순으로 돋아났다
이젠
은지네 단풍나무가 되겠다
--- 「전학」 중에서
출판사 리뷰
‘느그 집 괘안나’라고 슬쩍 무심한 듯 여쭙는 마음-
우리 사는 세상에 단단히 뿌리내린 상상의 나라로의 초대
오복 슈퍼 할머니가 보낸 초대장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습니다. “느그 집 괘안나?” 이 문장은 너희 집에는 별 탈 없느냐고 무심한 듯 묻는 말입니다. 걱정하는 사람의 질문의 말이 너무 걱정스러워 걱정을 더 무겁게 만들기보다는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들립니다. 무심한 듯 연륜에서 생긴 배려가 짙게 배여 있습니다. 『우리 집이 변신하다면』은 그런 동시집입니다.
어느 도시에 살고 있을 동수, 어느 서쪽 섬에 살고 있을 민서, 여기저기에 살고 있을 소희, 준서, 수현이들……
모두 다 잘 지내고 있니?
-「시인의 말」 부분
시인은 어디에나 꼭 있을 것만 같은 동수, 민서, 소희, 준서, 수현이 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넵니다. ‘어린이’라고 통칭하지 않고 실제 있을 어린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눈을 마주치고 손뼉을 치면서 구르고 달리고 웃고 울고 할 수 있는 이름입니다.
엄마 다람쥐는
도토리를 차곡차곡 쌓으며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편지도 함께 넣어두었습니다
-「도토리 냉장고」 부분
엄마가 되어서 나이를 거꾸로 먹고 싶어 동시를 쓰게 됐다는 시인입니다. 도토리 냉장고에 탐스러운 도토리를 넣어두면서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 그런 마음. 『우리 집이 변신하다면』에는 “소희가 가족들끼리 캠핑 다녀왔다고 자랑”을 해도 “위이잉 철커덕! 우리 집을 캠핑카로 변신시키”면 되고 “연수가 할머니랑 해외여행 간다”라고 해도 단숨에 “슈우욱 슝! 비행기로 변신”시켜버리는 우리 어린이들의 무한 상상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펼쳐집니다.
우리도 뭔가 변신을 꾀해 오복 슈퍼 할머니의 초대장을 손에 쥐고 상상의 나라로 여행 떠나봅시다.
시인의 말
상상 속 나라로 여행 가자
얘들아, 안녕?
어느 도시에 살고 있을 동수, 어느 서쪽 섬에 살고 있을 민서, 여기저기에 살고 있을 소희, 준서, 수현이들……
모두 다 잘 지내고 있니?
너희들이 하루 중 아무것도 안 하고 상상하는 시간, 얼마나 될까? 나는 화장실에 있을 때, 잠자기 전 누워 있을 때 상상의 꼬리를 길게 늘이곤 해. 너희들도 이런 경험 다들 있지?
상상 속에서는 내가 온갖 말을 다 할 수 있고 슈퍼우먼처럼 잘하는 것도 정말 많아져.
우리 이렇게 할래?
하루에 한 번씩 상상 속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거야. 그 친구는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고, 얄미운 우리 반 아이가 될 수도 있어. 길에서 봤던 엄마 고양이가 될 수도 있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말들, 꾹꾹 담아두었다가 마음껏 수다 떨고 놀자.
자, 이제부터 시작~!
2022년 수다 떨고 싶은 어느 날
박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