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미와의 첫 만남
아침 청소가 끝난 시간. 한 학생이 도담도담실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9시도 안 된 이른 아침이라 졸려 보이는 눈과 함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로 들어온 아이. 교과서를 가지러 도담도담실에 들른 연미와 저는 그렇게 처음 만났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끝나고 도담도담실에 온 연미가 천화현 선생님과 어떤 얘기를 조용히 나눴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연미에게 ‘너가 얘기해봐. 할 수 있잖아.’라고 다독이셨습니다. 한참 고민하며 할 말을 연습하던 연미가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동사무소에서 여행가는 거 있는데 저랑 도담쌤이랑 같이 가주실래요?”
먼저 말을 꺼낸다는 게 참 어려웠을 텐데 용기내서 여행을 제안해 준 연미에게 너무 좋다고, 먼저 이야기해주어서 고맙다고 대답했습니다. 여행에 대한 일정은 차차 짜보기로 결정하고 연미와 함께 학교 주변 산책을 나갔습니다.
알파에 가서 필요한 무선 마우스를 고르고 학교 주변을 걸었습니다. 연미는 병원 안에 카페가 있다는 것도 얘기해주고, 병원 뒷길로 걸어가면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는 것도 먼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연미 덕분에 학교 근처의 지리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얘기와 함께 맛있는 마카롱을 꼭 먹으러 가자는 약속을 하며 연미와 함께 지역탐방을 마쳤습니다. 연못에 피어있는 꽃, 길에서 먹이를 먹고 있던 비둘기, 길 가는 길에 보게 된 큰 병원과 교회,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던 청년창업센터까지. 함께 하니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산책을 하며 연미에게 앞으로 멘토링이라는 1:1 활동을 연미와 함께 하고 싶은데 연미의 마음은 어떤지 물었습니다. 연미는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저는 좋아요.’라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연미가 하고 싶고, 연미의 삶을 지지해줄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며 알차게 활동들을 채워나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담도담실로 돌아온 이후 연미와 함께 무선 마우스 사용법에 대해 확인해보았습니다. ppt 템플릿을 고르는 일에도 함께 해주었습니다. 혼자 했으면 한참 걸렸을 일을 연미와 함께 하다 보니 금방 끝낼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 뭐 해야 하지 않아요?”
연미가 잠깐 제 컴퓨터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에 저에게 건넨 말입니다. 자신의 일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연미의 마음이 참 예뻤습니다. 그래서 배려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연미는 남을 배려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예쁜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어색해하면서도 먼저 말을 건넬 수 있는 용기가 있고, 학교 근처를 산책할 때 먼저 지역과 위치에 대해 소개해주기도 하는 등 조용하지만 힘이 있는 친구였습니다. 망설임 없이 ‘저는 좋아요’ 라고 대답해준 연미에게 고맙습니다. 연미를 만나 활동할 앞으로의 시간들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