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부원군(鰲城府院君) 이항복(李恒福)은 조선 선조(宣祖) 때의 명신이지만
우리에게는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과 함께 장난꾸러기 소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어느 때 오성 대감이 조정에서 조회를 마치고 돌아오고 있는데, 한 여인이 행차 앞을
가로 지나가자 앞에서 대감을 모시고 가던 하인들이 여인을 꾸짖어 땅바닥에 넘어뜨렸다.
집으로 돌아오자 공은 하인들을 꾸짖었다.
“내가 거느리는 사람 중에 혹 잘못이 있으면 그것은 곧 내 잘못이다.
길가는 사람을 밀어 땅에 넘어지게 한 것은 나의 권한을 빙자한 월권행위이다.
너희들은 조심하여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얼마 뒤에 그 여인이 집 앞에 와서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머리 허연 늙은것이 종들을 시켜 행패를 부렸으니,
네가 정승이 되어 나라에 무슨 유익한 일을 하였기에 이런 위세를 부리는 것이냐?”
공은 못들은 체하고 하인들에게도 모두 들어앉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그런데 마침 그 자리에 오성 대감과 동석하고 있던 손님이 해괴하게 여겨 물었다.
“저 여인은 지금 누구를 욕하는 것입니까?”
공이 웃으며 대답하였다.
“머리 허연 늙은이라면 내가 아니고 누구겠소?”
손님이 깜짝 놀라,
“왜 내쫓거나 잡아들이지 않고 함부로 지껄이도록 내버려 둡니까?” 하고 묻자 오성 대감이 대답하였다.
“내가 먼저 잘못했으니 그 여인이 성내어 욕하는 것이 마땅하오.
욕설로 분을 풀고 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옳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대신다운 도량이라며 감탄하여 마지않았다.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
첫댓글 지위가 높던 낮던 다 같은
사람은 사람들인데
잠시의 지위를 평생의 소유물같이 여기고
잘못을 저지르는 욕심부리는 일부
사람같지 못한 자들이 있어
질서가 어지럽고. 싸움도 일어나고
불안한 세상이되어 힘들고 어려운거겠지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옳으신 말씀입니다.
닭 벼슬보다 못한 벼슬을 달고
거들먹거리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무거워 감당을 못하는 자들도 있지요.
그런가 하면 그런 벼슬에 빌붙어
아첨하고 호가호위하는 자들도 있고....ㅎ
실로 사람들이 세상 살기 힘들어 하는 것은
인간들이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기 때문이지
다른 무엇이 있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