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서] 미쓰비시중공업 대표 전

[이국언]

2020년 1월 17일

미쓰비시중공업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이즈미사와 세이지(泉澤　清次) 殿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광주소송 변호단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 전 징용공 소송 한국 변호단

・히로시마·미쓰비시중공업 전 징용공 소송 변호단

・나가사키·히로시마 미츠비시중공업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회

・나고야 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변호단

・나고야 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회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과거 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 요청서 -

<요청의 취지>

- 즉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원고들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피해자 원고 측과 협의할 자리를 마련할 것.　

- 즉시 히로시마 징용공 피해자 원고들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피해자 원고 측과 협의할 자리를 마련할 것.　

■한국 대법원 판결과 귀사의 대응

귀 회사도 잘 아는 바와 같이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1월 29일 아시아태평양전쟁 시기 귀 회사의 나고야항공기제작소 및 히로시마기계제작소, 히로시마조선소에 동원된 피해자들이 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 귀 회사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 하였습니다.

그러나 배상 명령이 내려진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귀사는 판결 명령을 전혀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세계적인 조직망을 갖고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글로벌(global) 기업이 해당 국가의 사법부 명령을 거부한 경우는 그 전례조차 찾기 어렵습니다. 지금 미쓰비시중공업만이 특별한 경우입니다.

앞서 귀 회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마저 거부했습니다. 2019년 1월 18일과 동년 6월 21일 등 2차례에 걸쳐 이 사안이 갖는 역사적 무게를 설명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귀 회사는 이를 모두 뿌리쳤습니다.

귀 회사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일본정부의 견해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나의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는 적절한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 한일 간 관계 악화로 얻은 것과 잃은 것

지난 1년간 한일 간 관계는 어느 때 보다 악화상태에 있습니다. 한국 내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귀 회사만 하더라도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일부 자산이 한국 법원에 의해 압류된데 이어, 현재 이를 현금화하기 위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한일 양국 관계도 골이 깊게 패여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지만 결과는 전혀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하나의 생활운동으로 광범위하게 자리 잡는가 하면, 일본 방문객이 격감하는 등 오히려 그 부정적 결과가 일본에 더 크게 미치고 있는 것은 이미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잘 알다시피,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바로 귀 회사가 한국 대법원 판결 이행을 거부한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지난 1년의 결과를 통해 과연 귀 회사가 얻은 것이 무엇인지, 이제 곰곰이 살펴봐야 할 때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오히려 국제적 규범과 상식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긴 것 이외에 과연 무엇이 있습니까?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교역활동과 문화교류를 가져 오고 있는 한일 양국 및 국민들 사이에 불신감만 높아진 것 이외에 또 무엇이 있습니까?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과정을 얼마나 더 이어가야 하겠습니까?

■ 인권피해자 권리회복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조류

지난 1년여의 뼈아픈 과정은 통해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이 문제의 출발점은 인권문제라는 점입니다.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권리가 회복되는 것 이외에 다른 해결책은 있을 수 없고, 이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조류라는 사실입니다.

잘 알다시피 인권문제는 누가 무엇을 부당하게 잃거나, 반대로 누가 무엇을 부당하게 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권은 그동안 인류가 부단히 축적해 온 상식과 보편적 정의에 기초한 것이며, 우리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뚫고 가야할 인류 공동의 목표이자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 기업은 독립적 주체...부당한 압력에 동조할 이유 없어

귀 회사는 지난 2010년~2012년 여자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16차례 피해자 측과 협의의 장을 가진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소송이 제기되기 전에 이미 이 사건의 역사적 무게를 알고 무릎을 맞댔던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법원으로부터 배상 명령까지 내려진 상황에 이르러 오히려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은 모순된 태도이며, 누구도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 직후 귀 회사를 포함해 연관 피고 일본기업들에 대해 ‘개별 기업차원에서 대응하지 말 것’을 주문한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월권이자, 개별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력입니다. 주주들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일입니다.

알다시피, 일본정부와 귀 회사 미쓰비시중공업은 각각 별개의 주체입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미쓰비시중공업은 기업 자체로서의 독립적, 자주적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세계적인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본정부와 협력 하더라도 세상을 한 발 전진시켜 나가는 것에 협력할 일이지, 세상의 보편적 이치를 거스르는 일에까지 동조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보편적 상식 외면할 경우 더 큰 도전 직면

귀 회사에 동원된 피해자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거나, 생존자라고 하더라도 모두 90대 고령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비록 유한하지만, 인류가 추구해 온 보편적 가치와 상식은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한 명 두 명 피해자들은 쓰러지겠지만, 만약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끝내 외면할 경우 앞으로 미쓰비시중공업은 오히려 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밝혔듯이, 피해자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를 보다 더 나은 사회로 이끄는 인류의 공통된 상식이자 시대적 조류입니다. 따라서 귀 회사가 한국 법원의 명령을 계속 거부한 채 한국 시장에서 온전한 위치를 유지할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러나 귀 회사가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든지 건설적인 방향에서 논의할 의사가 있으며, 지금도 그것은 유효합니다.

귀사의 용기와 결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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