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불이 되어주는 사람들
재질이 단단한 참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타닥거리지 않고 불꽃이 화려하거나 높지 않으며
엷은 푸른빛으로 오래오래 잘 타오른다.
소리 없이 타면서 다른 것들의 밑불이 되어주고 타다가 꺼지면
참숯이 되어 다시 불을 일으킨다.
사람들 중에도 말없이 타오르며
다른 사람의 밑불이 되어주고
따뜻한 온기를 내는 참나무 장작 같은 사람들이 있다.
먼저 손을 내미는 일,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외롭고 소외된 마음들을 한껏 보듬는 일,
먼저 헤아려주고, 먼저 아파해 주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환한 빛이 되어주는 어떤 것.
그러한 것들이 밑불이 되어주는 일일 것이다.
거침없이 큰 목소리를 내며
타오르다 이내 불꽃이 사그라지고 마는 사람들보다 우리에게 믿음을 주고 힘을 주고 살맛을 주는 사람은 바로 참나무 장작 같은 사람들이다.
목소리가 낮고 불꽃의 키도 높지 않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굳이 이기려고 남을 해하는 일도 없고
굳이 빼앗으려고 차례를 어기는 일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따뜻한 인간애와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성취해내는 모든 일들을 진정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
그들이 있어 우리의 겨울은 춥지 않다.
-인애란 에세이집 <그대 홀로 있기 두렵거든> 중에서-
빛이 나는 사람/김호중
https://www.youtube.com/watch?v=KVQLtXgUDho
대목장
오가는 흥정소리 높다
그 속에 명절의 즐거움
만날 가족에 대한 정겨움도 담겼으리라
체조와 스쿼트
몸을 달구어야 시린 다리도 좋아지지 않을까?
스쿼트 5셋트를 했는데 몸이 묵직
어제 저녁 과음했나?
된장국에 밥 한술
된장국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가 보다
밖에 나오니 영웅이가 반긴다
고구마 한조각 주니 감지덕지
더 달라는 듯 졸졸 따라다닌다
집사람이 사료를 물에 말아주니 먹다 말아 버린다
저 녀석 사료에 맛을 들여야하는데...
병아리장에 가보니 물이 얼어 있다
얼음을 깨 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싸래기와 사료를 섞어 주었다
더 이상 죽지 말고 이대로만 컸으면 좋겠다
닭장에 내려가 닭들에게 싸래기외 미강을 버무려 주었다
미강을 다 먹지 않았다
이제 10여마리 밖에 안되니 먹는 것도 확 줄었다
기러기들이 꾹꾹 소리내며 고개짓 하는 걸 보니 교미하려는 것같다
교미하게되면 얼마 안 있어 알을 낳는다
빨리 알이나 낳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황룡장
설명절 앞에 서는 장을 대목장이라 부른다
설에 장만할게 별로 없지만 그래도 애들 오니 뭐라도 해야겠단다
그럼 일찍 장에 다녀오자니 오늘은 대목이라 늦게까지 장이 선다며 천천히 가잔다
집사람이 움직여야 나도 움직일 수 있지
동생이 왔다
내가 발이 시리다니 족욕하는 걸 가져 왔다
이건 전기로 가열해 건식으로 하는 거라며 사용법을 가르쳐 준다
동생도 발이 시려 샀었다고
나에게 한번 써 보란다
발이 시릴 때 사용해보아야겠다
빙어 얼려 놓은 것과 무 강화순무 봄동 하나 뽑아 주었다
빙어를 묵은지에 지져 먹어도 좋다
항룡장으로
장 입구에서부터 차가 뒤엉켰다
간신히 주차하고 장에 가보니 사람에 채여 제대로 걷지 못하겠다
참 대목장답다
여기저기 전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손님과 이건 아주 싸게 준거라는 주인 목소리가 높다
서로들 들떠 있는 듯 보인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집사람도 시금치 버섯 콩나물 오이 애호박 동태전감 떡갈비 낙지 피꼬막등 골고루
애들 오면 불고기와 잡채등을 해서 맛있게 먹잔다
그래 맛있게 해서 손주들 먹이면 좋겠다
김교장 전화
1월에 동창들 만나보자 했는데 연락들 없다고
나에게도 왜 아무 답이 없냐고
자기에겐 내 톡도 오지 않는다며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어? 난 보내는 줄 알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 톡에서 김교장 이름을 보지 못한 것같다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모임은 2월에나 해야할 것같단다
그러는게 좋겠다며 새핸 복 많이 받고 항상 건행하라고
시장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떡국을 대접하고 있다
장성 대한적십자 지사에서 준비한 거란다
지나가는데 우리에게도 한그릇 하고 가란다
집사람이 먹고 가자고
아이구 길가 탁자에 앉아 먹기가 좀 그렇다
그래도 한그릇 먹자고 해서 탁자에 앉아 떡국을 먹었다
이렇게 나누어주는 밥을 먹긴 처음
무척 어색하지만 눈 딱감고
떡국을 맛있게 잘 쑤었다
봉사하신은 분들이 고생 많았겠다
식육점 들러 불고기감을 샀다
요즘 소값이 예전 반값이라는데 식육점에서 파는 소고긴 여전히 비싸다
결국 축산농가만 사료값 올라 파산 지경
그렇게 되면 모두들 같이 망하지 않을까?
축산농가가 살아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었으면 좋겠다
관휘 어머님이 집사람에게 전화
집에 오셨단다
저런 우린 장보러 나와 버렸는데
포도 한상자 놔두고 가신다고
아이구 우리가 집에 있었으면 곶감이라도 들리건데...
주지도 못하고 받기만
다음에 뭐라도 보답해야겠다
집사람이 손주들 세뱃돈 주려면 새 돈으로 바꾸자고
농협에서 새 돈을 바꾸어 준단다
농협에 가니 일인당 30만원까지 새 돈으로 바꾸어 준다고
사거리 농협에선 1인당 10만원으로 한정되었다는데 읍내라 다른가 보다
그래 새해니 세뱃돈도 새돈으로 주는 게 좋겠지
집에 오니 1시가 훌쩍
점심은 먹었지만 막걸리 한잔 생각난다
돼지고기 굽고 피꼬막 삶았다
돼지고길 배추에 싸먹으니 맛있다
피꼬막도 짭쪼롬하니 입맛난다
막걸리가 술술
얼큰하게 한잔 마셨다
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4시
먹고 자기만 했다
날씨가 괜찮다
오랜만에 한바탕 걸어 볼까?
꾸준히 걸어야하는데 길 미끄럽고 춥다는 핑계로 걷질 않았다
오월리로 해서 덕실교까지
조양천이 얼어 있다
그래서일까?
청둥오리가 보이질 않는다
들판에 새들도 날지 않고
일찍 지들 집으로 들어갔나보다
걸으니 발바닥에 땀이 난다
시린기도 좀 가시고
그래 이렇게 걷는게 가장 좋겠다
어느새 여섯시
저녁은 막걸리 한잔으로
낮에 떡국 먹고 고길 먹어서인지 밥 생각이 없다
톡을 열고 김교장을 검색
친구나 채팅창에 뜨질 않는다
내 톡에서 사라졌나 보다
단톡방에 들어가 김교장을 찾아 1:1 채팅창 열어 나가기 되었다며 톡을 보냈다
하루 일과 대충 정리한 뒤 잠자리로
잠자는 게 가장 편하다
쥐 죽은 듯 조용한 가운데
가로등만 외로이 졸고 있다
님이여!
내일부턴 민족 대명절 설 연휴 시작
이제야 제대로 나이 한 살 더 먹는 우리 설이지요
마음은 이미 우리들 고향 품으로 달려가 있으리라
일가친척 함께 하는 즐겁고 복된 설 되시길 소원하며
귀향길 안전 운전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미소 가득한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