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제 285차 산행기
☆일시: 2010.10.1.10:15 ~ 13:00 (점심 13:00 - 14:00 )
☆참가: 헤종,태화,연암,흰내,청암,춘성,국은,매일생한.
☆간길: 학생문화회관-성지호-산림욕장길-만남의숲-옥천약수터-공원정문-식당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인 한 해의 4분의 3이 지나고 어느 듯 10월에 들어섰다. 농부가 뿌린 씨앗이 움이 트고 올 여름같이 뜨거운 햇볕에 무럭무럭 잘 자라 수확의 낫질을 거쳐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 숙성 시키는 계절, 그것도 仲秋의 한가운데에 섰으니 세월의 흐름이 강하게 느껴지는 속에, 성지곡 학생문화회관 쉼터에서 반가운 친구들 7명을 만났다.

춘성이는 7명이 고스톱 치는데 가장 알맞은 숫자라고 한다. 6명은 게임하고 1명은 데라 관리하여 뒷 풀이 할 수 있는 자금을 모아야 하는 인원이라는 것이다.
산삼회의 산행에서는 多多益善 이지만, 7명 정도면 쉼터에서 앉아 나누는 대화의 장에서 서로 얼굴을 보며 웃음을 보여 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마련에 적당한 면도 있고 친숙한 분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학생문화회관 - 여기 온 횟수는 여러 번이다. 많은 학생들이 모이고 가끔 학생들의 행사가 치루어 지는 곳으로만 생각 했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의 24%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흡연, 음주, 도박, 자살충동, 가출 등 위험행동에 노출돼 있는 `위기학생` 이란 통계를 보면 청소년의 문화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공부와 입시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이, 그들이 추구하는 정서를 표출하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이런 학생문화회관이 더 많이 있어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낫고, 그보다 즐기는 것이 으뜸이라고 했으니, 지난 26일 `트리니다드 토바코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열린 U-17여자 축구 일본과의 결승전 하루전날인 25일 , `이의수` 전 여자축구연맹회장은 `17세 여자대표들이 성인대표나, 20세 대표 보다 더 경기를 즐기니 보나마나 우리가 이긴다`고 장담했다고 한다. 이는 어릴 때부터 즐기는 문화를 길러주어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그래서 인생을 즐기는 신세대의 앞날은 희망적이고 밝을 것이다.

고종임금님이 즉위하던 대한제국시절 신사 사절단으로 미국을 다녀온 사신이 임금님에게 `미국에는 철로 만든 상자가 저절로 달립니다` 고 말씀 드렸다. 이해가 안가는 대신들에게 말 타고 사나흘씩 걸릴 부산길을 하루정도에 갈수 있다고 하니, 그분들의 말 `그렇게 빨리 가서 뭘 할 것인데 `- 천천히, 그리고 느림의 시대, 그때가 더 행복했는지 모른다.
성지곡 어린이 대공원은 모든이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느림의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 다리 불편한사람, 지팡이 짚은 노인뿐아니라, 휠 체어탄 장애인도, 유모차탄 유아도 성지호를 보고, 호수주변 산책길을 한 바퀴 돌아 갈수 있도록 편한 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삼면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산정호수 성지호 - 횐내는 외국관광가서 몇 시간 버스를 타고 찾아간 곳 중에서도 이 보다 더 나은 곳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엉금엉금 기어 오는 봄과는 달리, 소리 소문 없이 어느 사이에 우리 앞에 닥아 와서는 바람 따라 가 버릴 가을이 발 앞에 떨어 졌다. 앞서 가던 연암과 혜종이 길위에 떨어진 밤송이를 등산화로 밟아 알밤을 솎아 냈다. 길 한쪽켠에는 알밤을 빼낸 빈 밤송이가 숱하다. 새벽녘에 등산한 부지런한 사람은 솔솔한 재미를 봤을 것도 같다. 놀이동산 앞에서 잠깐 쉬며 산행길을 의논했다. 무릎이 시원치 않은 청암과 매일생한을 생각하여 부담 없는 삼림욕장을 거쳐 가는 평탄한 코스로 가기로 했다.

사명대사 동상은 사해중생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 주변은 성벽을 쌓고, 성역화 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아래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조용해졌다. 그 토록 소리 내며 콸콸 힘차게 흘러가더니, 왜 그렇게 조용해 졌느냐? - `친구를 부르고 연인과 속삭이는 저 풀벌레들의 소리가 서로 잘 들리도록 내 소리를 작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성벽도 쌓고 단장도 해야 하겠지만, 이름 모를 잡초가 밟히지는 않을 런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하네.`
삼림욕장으로 들어섰다. 아침보다 기온이 올라 제법 덥다. 의자가 있는 쉼터에 앉았다. 춘성이가 `아`하고 말한다. 치과 의사가 친구인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갔다. 마침 급한 용무가 생긴 산부인과 의사가 친구에게 잠깐 자리를 부탁한 사이에 환자가 왔다. 응급결에 환자를 받은 치과의사는 아래를 벗은 여자에게 `아`소리만 연발 했다. 탄성인지, 아니면 평소 자기 환자에게 습관적으로 늘 하던 말이었는지는---

석천 약수를 한 바가지씩 마셨다. 적합 검사 畢을 받은 좋은 약수다.
`우리가 사회를 책임질 테니 젊은이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하고 `이심`대한 노인회 회장이 일갈 했다. 노인들이 등산도 하고 좋은 약수도 많이 마시고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건강이 좋아져서 의료비가 줄고, 또 적당한 소비경제 운용을 하여 국가재정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느냐. 그리고 노인이라고 너무 대우만 받으려 말고 봉사와 사회활동을 하여 젊은이에게 모범을 보이자고 했다.
맞는 말이다. 뒷 처져 있지 말고 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정열을 바치고, 동기들과 친구들을 자주만나 즐거움을 나누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이듬의 멋을 보여주며. 인생의 아름다움을 추구해 가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남문→, 만덕↑,대공원↓ 이 표시된 이정표가 있는 길목에서 잠깐 쉬고, 만남의 숲쪽으로 걸었다. 낯익은 길은 정다움이 더하다. 밴치에 앉아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음미하는 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그냥 지나갔다. 으례히 그 자리에 서 있거니 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측백과 삼나무 숲, 그리고 이제 막 피어올린 억새의 청순한 속대가 우리의 시선을 자연속으로 끌어들이는 신비한 힘이다.

호수전망대 못 미쳐 있는 쉼터에서 땀을 닦으며 잠깐 쉬었다. 수확의 계절이니 농부는 한해의 땀방울을 거둬들이는 기쁨이 있는 시기다. 볕에 그을린 목마름에 농주 한잔의 맛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있으랴. 술 참을 이고 온 며느리가 술잔을 빠뜨렸다. `야-야 술잔 어딨노`, 재치 있는 며느리 `아버님 주전자 ㅈ 을 빠이소`
그 맛있고 소중한 술독을 단속 나왔을 때 숨기느라고 애쓴 정성을 생각하면 주전자 ㅈ 을 빤듯 어떠리오.
산행길을 줄이는 의미로 쉰 자리에서 아래로 난 오솔길을 타고 내려 갔다. 비탈진 길을 얼마간 내려와서 기슭을 걸어가니 옥천 약수터가 나왔다. 빙 돌아 올 길을 지름길로 해서 온 셈이다. 국은이 전화가 왔다. 건강검진하고 좀 늦어 초읍 고개에서 찬물 샘으로 와 있다고 했다. 연암이 공원입구로 내려오라고 했다.

전망 좋은 집 앞에서 국은과 만났다. 호수 둘레 길을 걷는 사람은 많다. 다리가 불편하여 절룩거리는 사람도 가고, 휠체어를 타고 밀어주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도 지나간다. 대한민국 부산성지곡은 복 받은 천혜의 호수다.
작고한 전 조선일보 논설고문 `이규태`씨는 `한국인의 힘`에서 한국인에게는 세계가 주목할 만한 긍정적인 의식구조가 많다고 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정, 외세에 굴복하지 않았던 도도한 선비정신, 끈기 있는 깡, 무한한 잠재의식`이러한 통합된 힘의 결집체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행복한 복지 인것 같다.

성지곡에서의 2시간 산행은 초읍동의 단골집, 순두부 돌솥밥집에서 마무리 된다 언제부터인지 소문난 집이 되어 시간을 잘못 맞추면 앉을 자리가 없다. 마침 우리자리가 마련되어 앉고 보니 앞좌석에 선배님들 16분이 식사를 하고 있어 국은, 흰내, 춘성, 혜종이가서 인사를 드렸다. 그 선배님들 중에 `윤민헌`교장선생님도 계셨다. 우리보다 5년 이상 연배이시건만 귀골풍의모습과 미남의 용모가 여전하시니 건강관리를 잘하신 교장선생님이 존경스러운 것은 당연하고, 깨끗하고 멋있는 입성과 인자하고 자애로우며, 덕스러운 인품이 돋보이도록 알뜰히 내조한 `이숙자`동기에게 무한한 경의와 신뢰를 보내는 바다.
정은 주고 받아들이는 바탕이 중요하다. 남모르게 종이에 물이 배어들듯이 아래쪽으로 베풀어 주는 마음 - 어느새 우리자리에 약주 2뚝배기가 놓여졌다. 감사히 잘 마시는 것이 주신분에 대한 답례라고 생각하고 기분 좋게 잘 마셨다. 혜종이 윤교장선생님은 원래 그런 분이시라니 `교장선생님 감사합니다.`

술에 얼음이 떠 있다. 헤종이 술에도 뼈가 있다고 표현하니, 국은이 감동적이고 시적인 표현이라고 격찬 했다. 술은 불의 성질이 있어 몸에 들어가 열을 내는데, 얼음이 그 열을 제어하니 천상의 조화라고 국은이 설파한다. 그리고 술은 술시도 중요하지만 누구하고 마시느냐 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라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 시켰고 우리는 매사를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가슴으로 생각하고 대화하자는 시인의 마음을 내 보였다. 술은 많이 마시면 취하는 단군자손의 체질은 다 같으니 술에 뼈가 있나 살피고 조심해서 마셔야한다는 뜻을 잘 새겨야 한다는 헤종의 부언이다.
무릎이 안 좋은 청암은 오늘 산행코스를 무리 없이 잘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길로 잘 이끌어준 연암대장과 모두에게 감사 한다고 했다.
시월을 연 산삼회는 다음 또 만나면 즐거울 것이다.
첫댓글 매일생한님! 건강과 우정이 넘치는 시월의 첫 산삼회 금요산행기 함께 한 듯이 잘 읽었다오. 재미 있습니다.
바쁜신중에도 관심과 격려를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매일생한님의 산행기 한 편의 시를 감상하듯 합니다. `친구를 부르고 연인과 속삭이는 저 풀벌레들의 소리가 서로 잘
들리도록 내 소리를 작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가을 타는 남자들의 마음이 나타나있는 듯 합니다.
언제나 청춘처럼 건강히 산행하는 동기님들의 모습에 홧팅을 보냅니다.
이렇게 산행기를 자세히 써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어제 들은 이야기인데
'친구 남편에게 보험을 하나 들어 달라고 찾아 갔더니 익살맞은 친구 남편이 이야기도 채 끝나기 전에
나는 절대 3가지 'ㅂ' 은 하지 않으니 가라고 했답니다. 그 3가지 'ㅂ'은 첫째-? , 들째-보험, 셋째는 보증이랍니다.
첫째가 무엇인지 알아 맞추어 보세요.호호
화이팅을 보내 주시는 동기친구가 있으니 더욱 힘이납니다. 함께 만나서 재미난 이야기와 웃음을 주는 친구들도 고맙지요. 좋은 계절 가을에, 즐거운 일 많이 만드시고, 문제가 상당히 어렵네요. 혹시 `보석`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