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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세 생태학교 핵심이자 보물인 곤충 표본 박물관에서 자신이 채취해 만든 멸종위기종 곤충 표본을 들어 보이며 생태계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는 이강운 교장. 횡성/정태욱 |
1997년 30대에 직장 버리고 횡성 산자락 곤충 사랑 시작
국내 첫 생태학교 설립
애기뿔 소똥구리 등 인공증식 ‘서식지외 보전기관’ 지정
국민포장 수상·대학 겸임교수
곤충박물관 표본 12만점 보관
아들·딸 후계자로 양성
“미쳤다구요? 그럼요, 곤충보다 예쁜 것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요?”
횡성군 갑천면 하대리에는 청정 자연속에서 일생의 대부분을 곤충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파브르’를 만날 수 있다. 바로 홀로세 생태학교 이강운(55) 교장.
이강운 교장의 곤충 사랑은 ‘한국의 파브르’라 불릴 정도로 남다른 것을 넘어 유별나다. 이 교장은 지난 1997년 39살의 젊은 나이에 언론사 직장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가족 모두와 함께 이곳 횡성 산골마을로 들어왔다. 곤충을 살리고 보존하겠다는 그의 유별난 곤충사랑 때문이다.
무작정 횡성에 정착하지도 않았다.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언론사에 다니며 6년간 ‘전국 자연 생태계 학습 탐사 단장’을 맡아 전국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청정 자연 횡성의 곤충 및 식물의 다양성과 가치를 점찍어 왔다.
당시 가족과 함께 하대리 2만여평 산자락을 사들여 이주한 그는 산자락을 여러개로 쪼개 곤충 애벌레 먹이 식물들의 군락을 만들기 시작했다.
산자락에 없는 식물은 사거나 채집해 심었고 좀처럼 구하기 힘든 수서곤충의 먹이활동을 위해서는 직접 연못을 파고 올챙이를 길렀다. 초등학생이었던 아들과 딸은 무려 4㎞가 넘는 산길을 넘어 학교를 다녔다.
이 산자락에 학교도 세웠다. 바로 ‘홀로세 생태학교’가 그 곳. ‘홀로세’란 17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를 일컫는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말이다. 생태학교라는 명칭도 국내에선 처음 사용한 사례다.
생태학교라는 이름답게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의 마을 이장 생활에도 불구, 길을 내거나 전기도 끌어 오지 않는 등 자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기도 했다. 생태에 대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불모지에서 부터 시작된 홀로세 생태학교는 잠자리와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그랜드 피라밋을 비롯해 나비 보금자리로 국내 최초 모델인 △UFO 나비동 △풍뎅이 교육센터 △워터 월드 △식물 생태관 △수목원 △실험실 △홀로세 본부 등 수많은 교육동을 갖춘 전국적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애기뿔 소똥구리를 비롯한 붉은 점모시나비, 물장군의 인공증식에 성공하고 지난 2005년에는 국내 최초로 환경부 주관 ‘서식지외 보전기관’에 지정되기도 했다. 이 교장 개인적으로도 국민포장을 수여받는 것은 물론 한국서식지외 보전기관협회 회장과 안동대 식물의학과 겸임교수를 맡아 더욱 왕성한 곤충 보호와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곤충에 대한 그의 열정의 결과다. 이같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보물은 바로 학교의 핵심인 ‘곤충 박물관’. 채집한 곤충의 표본을 모아 놓은 곳으로 멸종하는 곤충을 복원하기 위해 그가 십수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일명 ‘생명 복원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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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세 생태학교 UFO나비동. |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곤충 표본은 멸종 위기종 등을 포함해 대략 4000여종, 약 12만점에 이른다. 국내 최대 규모다.그는 “생물자원은 인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며 “멸종을 대비해 가능한 많은 표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 나는 대로 곤충 표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최근에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쇠똥구리에 가장 큰 애착을 보이고 있다. 쇠똥구리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몽골까지 원정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쇠똥구리를 찾을 것을 대비해 소까지 방목해 기르고 있다.그가 최근 들어 또 하나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후계자 양성이다. 20여년에 가까운 곤충 외길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아들과 딸이 이제 20대 후반을 훌쩍 넘어 든든한 후원자에서 후계자로 발을 들여 놓은 것.아들과 딸에게 그는 언제나 학교 운영이나 규모를 키우는 것 보다는 곤충을 이해하고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이강운 교장은 “우리 생태계 위기와 자연, 생명을 함께 생각해 보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가족은 물론 뜻을 같이 하는 이들과 함께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애벌레 먹이를 관리하기 위해 자리를 뜨던 이강운 교장은 “최근 학교가 알려지면서 길이 나거나 집이 들어서며 곤충 서식에 악영향을 주는 것 같아 곤충들에게 미안함이 적지 않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의 파브르라 불리는 이유를 알게 해 주는 또 하나의 대목이다. 횡성/정태욱 tae92@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