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의 향기-3]
여류시인 인애 신지영은 서울지리가 익숙치 않아서 차를 가지고 가기에는 불안하여 목동에서 부터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한 후 운전에 대한 부담없이 머리를 미장원에서 하고 긴 머리를 뒤로 보기 좋게 묶었다. 짙은 곤색 투피스는 맑고 흰 살결을 더욱 부드럽고 희게 보이도록 하였으며 안에 받쳐 입은 흰색 실크 부라우스는 짙은색에 대비되어 그녀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
아직 탄탄한 가슴과 보기좋게 둥근 엉덩이는 자기가 거울로 봐도 스스로 섹시하다 생각하였다. 검은 하이힐은 그녀의 걸음걸이를 더욱 세련되고 우아하게 할 것이었다.
이 정도면… 하며 스스로 만족하여 지하철을 탔다.
한낮의 지하철은 후덥지근 하였으나 냉방이 잘된 지하철 안에서는 복잡하지 않아서 쾌적하였다. 컨디션은 다 좋았다. 길동역에서 지영은 내려 역을 빠져 나가는 에스컬레트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3분쯤 동쪽을 향해 걸어가니 알려 준 5층 건물이 회색 콘크리트를 입고 있는 채 높은 건물 사이에 숨어 있듯이 있었다. 바로 건물 앞에 계단이 있었다. 지영은 그 첫 계단을 딛는데 누가 아는 체를 하였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한영문학 사장 내사랑 박희철이 반색을 하며 달려 내려와 인사를 하였다.
“인애 신지영 시인님.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어서 오십시요.”
그는 밝은 회색 양복을 입고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가 좀 늦었지요”
“아닙니다. 적당한 시각에 도착하셨습니다. 어서 올라 가시지요.”
그는 위에서 지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지영은 무심결에 그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갔다.
“인애 시인님.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안 오시면 어쩌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마중 나오셨어요. 어머. 좋아라. 사장님이 저를 다 마중 나오시고… 그래서 저도 내 사랑 님을 좋아해요”
하며 지영이 의례적인 인사를 하였으나 지영의 음성은 맑았으며 촉촉하였다. 그러나 내사랑 박희철은 의례적인 말로 들을 수 없었다. 듣는 내사랑은 그 음성에 이미 혼미할 정도였는데 신지영의 곤색 투피스와 잘 어울리는 우아하고 섹시한 자태에 벌써 넋이 나가버렸다.
그 동안 한영문학이 운영하는 까페에서 여러번 쪽지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가까워졌는데, 지난 까페 정기 모임 때 얼굴을 익히고 함께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으며 그 때 지영과는 비록 두 겹의 옷이 가렸지만 흥분된 접촉을 하였지 않았었던가. 그 후 별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가 이런 말을 그녀로 부터 들으니 오늘은 뭔가 이루어 질 것 같은 예감이 스쳤으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50살이 석달전에 지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뛰고 말은 더듬거렸다.
“어서 올라가시지요. 지영님을 위하여 음향시설과 시낭송 녹음시설을 잘 준비해 두었습니다.”
박희철은 175센티나 되는 큰 키로 지영을 감싸 안 듯하여 지영의 귓가에 속삭이며 에레베이터를 탓다. 신지영은 그의 듬직한 체구와 여성같은 감미로운 음성과 숙녀를 잘 대하는 그의 매너에 남편과는 색깔이 다른 감정을 그 순간 느꼈다. 남편의 키가 167 센티로 작아 함께 외출할 기회도 많지 않았지만 그 때마다 높은 굽의 하이힐을 신어 보지 못했다. 그녀는 162 센티 였으므로 항상 짧은 힐의 구두를 신어야 했던 것이 늘 불만이었고 자기의 늘씬한 다리를 뽐내 보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꼈었다.
지금 그의 가슴에 안기듯이 하여 에레베이터를 타는 순간 만족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좌측 입구에서 입을 앙 다문 채 뚫어지듯 그 둘을 불타는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박희철의 아내 박선미가 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박희철의 여색 행각은 3년 전 도자기 도매상을 그만두고 인터넷에 한영문학이란 월간 문예지를 출판 한답시고 까페를 운영하면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녀 또한 그가 도자기 도매상을 그만두던 4년 전 혼자이던 그와 까페에서 만나 재혼을 하였었다. 그 동안 정기모임이다 번개모임이다 하면서 중년 여성회원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은밀히 만든 닉으로 까페에 들어가 여성 회원들과 접선하며 대체로 알고 있었다.
그 중 3번째 여자가 이소희 현 까페 운영자중 하나이며 한영문학 까페에서 아침의 편지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녀는 부동산 중계사무실 겸 한영문학 사무실로 쓰고 있는 이 빌딩 5층으로 일주일에 4번씩은 출근하다 시 피 하고 있었다. 박선미와 박희철 둘이서 사는 살림집은 그 빌딩 5층에 있었다.
박선미는 남편의 난잡한 여자관계에 대하여 환멸을 느꼈지만 그녀 역시 그 중 하나로서 부부가 되었으므로 불같은 질투를 가슴에 담고 참고 있었는데, 오늘 또 새로운 회원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는 폭발하려는 분노를 혼자서 가슴에 잠재우느라 숨을 고르게 쉴 수가 없었다.
건축한지가 오래 되었거나 낡은 작은 빌딩들이 다 그렇듯이 이 빌딩의 엘리베이터 내부도 역시 조명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지영은 들어가서 한켠 구석에 섰다.
안에는 다른 사람은 없었으며 박희철이 들어와서 버턴 패널 앞에 서서 5층 버튼을 누르며 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을 지영은 볼 수 없었다.
“신지영님! 제가 이렇게 불러도 되겠지요?”
박희철은 돌아서서 지영을 은근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 지영에게 물었다. 딱히 말한다면 묻는 것이 아 니라 그렇게 부르고 싶다고 전하는 것이었다.
“예. 내사랑님. 그럼요 제 이름인 걸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지영은 스스로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다. 내사랑님 ㅎㅎㅎ 그녀는 속으로 웃었다. 자주 부를 수 없는 닉네임(niackname)이라 생각하였다.
“사모님께서는 안녕하시지요? 오늘은 참석하셨어요?”
지영은 박선미가 이 빌딩 5층에 살림집을 만들어 박희철과 살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자 말하였다.
“아니요. 그 사람은 내가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 쪽은 신경쓰지 마십시요”
그는 감정없이 지나가는 듯 되받아 말하였다.
"오늘 인애 신지영님은 무척 아름답습니다. 섹시하고 매력적이고 특히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설레이게 합니다. 신지영님이 한영문학 까페의 운영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말을 하면서도 가식적이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옆에 샤넬 5 냄새를 은은히 풍기며 다소곳이 서 있는 신지영은 그가 본 여성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기 때문이었다.
"어머나! 내사랑님. 저를 너무 띄우시는 것 아니세요. 저는 내사랑님의 칭찬에 벌써 어지러운걸요"
하며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아~ 지영님. 정말 어지러운가요. 제가 부축해 드리지요" 하며 그는 급히 한 손으로 지영의 등을 안고 살짝 당겨 가슴에 않았다. 갑작스럽게 남자의 품에 안긴 지영은 깜짝 놀라며 그의 가슴을 밀쳐내었다.
"어머! 저 괜찮아요. 그런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어요"
지영은 뒤로 조금 물러나며 그제서야 아직 에레베이터 안 임을 깨달았다.
"아하~ 지영님의 자태에 취해 그만 버턴을 누르는 것을 잊어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다시 정지 버턴을 눌러 정지를 해제 하였다. 그는 속으로 지영을 오늘그냥 보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 역시 지영은 알리가 없었다.
신지영은 운영자 회의가 별 이슈없이 끝나 다음 순서인 시낭송을 준비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들떠고 약간 흥분되기 시작 하였다. 스무명 모인 회의실에는 곧 있을 신지영 시인의 시낭송에 더 관심이 있는 듯 하였다. 그 중 8명 정도는 운영자가 아닌 일반 회원이며 오로지 여류 시인들의시낭송을 듣고 녹음하기 위하여 참석하였다. 그들은 녹음기와 카메라를 준비하여 좋은 위치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웅성되었다. 그들 손에는 낭송될 시들을 인쇄한 페이퍼 백이 들려 있었으며 대부분 여류 시인 인애 신지영의 시를 보거나 읽고 있기도 하였다. 그 만큼 그녀의 인기를 반영하는 듯 하였다. 회의실 창문은 닫혀져 있고 커턴은 모두 햇빛을 막을 수 있도록 내려져 있었다. 실내는 에어컨이 잘 가동되고 있었지만 서서히 일기 시작한 열기로 후끈 달기 시작하였다. 그때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 잠시 후 운영자 중 한 사람인 해곡 김찬수가 소리쳤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현재 전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정전 상황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관계되는 여러 곳에 전화로 알아보고 확인하였습니다만, 이 빌딩은 자체 발전시설이 없답니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인하여 오늘 시낭송회는 다음 달로 연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정전은 오늘 늦게까지 갈 것같습니다. 이 점 양해하여 주시고 안전하게 비상구를 통해 나가주시길 바랍니다. 계단을 내려가시기 전에 안내데스크에서 기념품과 해당되시는 분은 상패를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비상구 계단에는 비상등이 켜져 있습니다. 추후 각 회원님들에게 메일로 통지하겠습니다.죄송합니다”
실내는 칡흙같이 어둠으로 덮혔으며 곳곳에서 회의실을 빠져 나가느라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대부분 질서있게 조용히 하나둘 비상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신지영은 황당하였다. 회원들은하나 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하여 또는 귀가하기 위하여 어둠속을 더듬어 밖으로 빠져 나갔다. 난감하여 앉아 있는 지영에게 내사랑 박희철이 다가왔다.
“신지영 시인님. 정말죄송합니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무산된 시낭송회를 다음 달에는 더 멋지고 화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타이틀을 ‘여류시인 인애 신지영 시 낭송회’ 로 정하였습니다. 괜찮겠지요?”
“황당하고 난감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위안이 되는걸요. 고맙습니다. 내사랑님”
지영의 목소리는 맑으면서 물기가 젖은 듯 섹시하게 들려졌다. 그것은 그녀의 천성적으로 타고 난 음성이었다.
첫댓글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오타 발견
탓다 ㅡ 탔다
아는채 ㅡ아는체
닉내임 ㅡ 닉네임
아이고~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렇게 지적해 주신 독자는 처음입니다. 퇴근해서 컴퓨터로 수정하겠습니다. 계속 관심가지고 지적해 주십시요. 거듭 감사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컴퓨터 자판에는 영어만 있고 한글 표시는 안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판 한글 표기를 외워 두드리기에 오타나 띄어 쓰기 등 잘못이 발생합니다. 치매가 오기 까지 그대로 조심해서 사용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지적은 아니고요.
교정의 의미로 받아주세요.
그리고 한글 키보드 얼른 구입하십시요.
또 한글앱을 깔면 오타와 띄어쓰기 감지하여 고치기 쉬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