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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부터 대한문 앞에서는 매일 오후 6시 30분, 쌍용차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미사가 봉헌된다. ⓒ정현진 기자 |
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대한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매일 미사’가 시작됐다.
사제 23명을 비롯해 수도자와 신자, 일반 시민 등 250여 명이 모여 봉헌한 이번 미사는, 지난 4일 새벽 서울 중구청이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그 과정에서 56명이 연행되는 일이 벌어짐에 따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이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나승구 신부는 미사를 제안하는 글에서 “그 새벽, 노동자들은 동료들 죽음의 억울함을 풀고 사태 해결을 위해 호소할 수 있는 유일한 터전을 잃어버렸다. 잔인한 시대, 야만의 문명이 불러온 참극이며, 일하는 자들이 천대받는 죄 많은 시대”라고 한탄했다. 이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으로 대항할 수 있을지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함께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급박하게 내린 결정이지만,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이 자리로 부르고, 그 부름에 대한 응답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현진 기자 |
▲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정현진 기자 |
강론을 맡은 최영민 신부(예수회)는 “두려워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 신부는 “우리는 누구나 두려움과 걱정거리를 갖고 있으며, 그 궁극의 대상은 죽음이다. 두려움은 우리 안의 평화를 내몰고, 사랑도 용서도 할 수 없게 만든다”면서 “그러나 죽음을 뛰어넘은 부활을 믿는 우리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 평화를 통해 우리는 정의를 꿈꾸고, 희망하며, 사랑하고 투신할 수 있다”고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최 신부에 이어 소희숙 수녀(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 서울수녀원)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말씀을 굳게 믿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개입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악의 연대성’ 때문이다. 개인의 힘으로 맞서기에는 너무 큰 힘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는 이곳에 모여 기도한다”고 미사의 의미를 전했다. 소 수녀는 “기도하면서 서로에게 힘을 주고, 믿는 바가 옳다는 확신을 갖는 자리이기에 이 미사가 거룩하고 귀중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외로워하지 마라, 연대하는 우리가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하느님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면서 “도저히 우리가 이룰 수 없는 일에 하느님께서 개입해 그 뜻을 이루어 달라고 간절히 청하자”고 당부했다.
대한문 앞 미사는 매일 오후 6시 30분, 전국에서 모인 사제들이 공동집전하며, 요일별로 각 교구와 수도회가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13일 토요일은 특전 미사로 봉헌하며, 주일 미사도 예정돼 있다. 미사 후에는 8시까지 농성장 앞을 지킬 계획이다.
▲ 미사와 문화제가 끝난 늦은 밤, 다시 차린 분향소 앞을 지키는 노동자들은 비닐 한 장을 덮고 잠이 들었다. 김정욱 대외협력국장은 “지난 1년간 이곳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모든 이들이 숨을 쉴 수 있는 허파와 같은 곳이었다”면서 “권력과 공권력에 의해 사람취급 받지 못하는 아픔을 언제까지 겪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쌍용차 투쟁을 통해 세상을 바꾸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어둠의 터널을 지나 여전히 이곳에 서 있다. 결코 죽지 않고, 뚜벅뚜벅 인간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다. ⓒ정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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