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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언지인(知言知人)
말을 알아야 사람을 안다
知 : 알 지(矢/3)
言 : 말씀 언(言/0)
知 : 알 지(矢/3)
人 : 사람 인(人/0)
子曰;
不知命이면 無以爲君子也오
不知禮면 無以立也오
不知言이면 無以知人也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으며, 예(禮)를 알지 못하면 설 수 없으며,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
(堯曰 3)
사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알 수 없는 것이 여자 마음"이라고 말하고, "세월이 흘러야 알 수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두 사람을 알기 어렵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알기 어렵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결국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뜻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자들은 일찍이 사람을 아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하는 말을 그대로 믿지 말라"든지, "누군가 생각 없이 하는 말 때문에 상처 받지도 말라"고 충고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들어 보면, 사람마다 말하는 방식이나 태도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시기 질투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말은 항상 변덕스럽다. 그래서 좀처럼 예측하기도 어렵다.
당연히 맞춰주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그런 사람의 행동은 참아주는 것만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그 사람에게 말려들기도 한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에 대해 깊이 후회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사람은 오래 사귀어 봐야 좋은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친구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현자들의 충고를 정리해 보면, '사람은 가급적 넓고 다양하게 그리고 오래도록 사귀는 것이 좋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멋진 말로써 감추기도 하고, 때로는 과도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은폐와 과장 때문에 사람의 진심은 더욱 알기 어렵게 된다. 특히, 중요한 대상에 대해 최상급을 써가며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경우에는 정신을 더욱 바짝 차려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과장된 표현이 우리의 올바른 판단력을 종종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자는 어떤 사람이 간사한지 아니면 지조가 있는지 알고자 한다면, 그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사람의 말에는 그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관, 경우에 따라서는 종교관과 우주관까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보면, 그 사람이 중요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예컨대 돈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말할 때마다 어떤 것이 이익이 되는지에 대해 말한다. 또한 종교와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말할 때마다 은근히 그의 종교관과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곤 한다.
자신을 내세우기 좋아하는 사람은 말하는 중간 중간에 은근히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비관적이거나 낙천적인 사람들도 은연중에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든 경우에서 중요한 매개가 바로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말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자는 만일 사람을 알고자 한다면, 그 사람의 말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역시 대인관계에서도 '아는 게 힘'이다.
지언지인(知言知人)
논어(論語)의 마지막 편(篇) 마지막 장은 다음 말로서 끝난다.
不知言이면 無以知人也니라
(요왈편 3)
논어(論語) 맨 마지막 장은 군자(君子)가 갖추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덕성(德性)으로서 知天命, 知禮와 함께 知人(知言)을 말하고 있는데(不知命이면 無以爲君子요, 不知禮면 無以立也며 不知言이면 無以知人也니라, 요알편 3), 윗글은 그 중에서 知言, 知人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부분이다.
사람을 안다(知人)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생활의 전제조건으로서 군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 자질이다. 우리가 사람을 안다고 할 경우 그 '안다'는 의미는 그 사람의 사람됨(지혜와 인품)을 믿고 신뢰할 수 있음을 말한다.
여기서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위가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미리 예측할 수가 있어 그 사람의 향후 행위로 인해 내가 예측치 못한 불이익을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으로서 신뢰의 바탕이 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윗글은 그것을 그 사람의 말을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을 알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드러내는 대표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知言에서의 '言'은 글자 그대로의 '말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그 言에 따르는 行'을 아울러 표현 하는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여기서의 言은 공부 방법을 지(知)와 행(行)으로 나눌 때 行을 대표하는 수사인 것이다.
자! 이런 생각을 전제로 하여 어떻게 知言이 知人이 되는지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 知言과 知人
論語는 知言과 知人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子曰; 視其所以하며 觀其所由하며 察其所安이면 人焉廋哉리오 人焉廋哉리오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그 하는 것을 보며, 그 이유를 살피며, 그 편안히 여김을 살펴본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
(위정편 10장)
여기서 視其所以의 ‘以’는 爲(행함)의 뜻이며 視, 觀, 察은 그 살핌의 정도가 정밀해짐을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이른바 誠於中 形於外(마음에 성실해지면 그것이 外面에 드러남)를 말하고 있는바 사람의 그 하는 짓이 사리에 합당한지를 살펴보고 난 다음, 여기에 더 나아가 그 짓을 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의중과 예의 바름과 인격을 알 수 있으니 곧, 그 사람됨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大戴禮' 文王官人篇에도 좀 더 자세한 글이 보이는 바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考其所爲, 觀其所由, 察其所安, 以其前占其後, 以其見占其隱.
그 하는 바를 생각해 보고 그 하는 바의 이유를 살펴보고, 그 처하는 바가 어떤 것인가를 살펴서 그 앞의 것으로서 그 뒤의 것을 점치고 그 보이는 것으로서 그 숨겨진 것을 점친다.
(大戴禮)
또 맹자(孟子)를 보면 윗글을 부연 설명하는 다음 글들이 보인다.
孟子曰; 存乎人者莫良於眸子하니 眸子不能掩其惡하나니 胸中正이면 則眸子瞭焉하고 胸中不正이면 則眸子眊焉이니라 聽其言也요 觀其眸子면 人焉廋哉리오
맹자(孟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 보존되어 있는 것은 눈동자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니, 눈동자는 그의 악을 은폐하지 못한다. 가슴속이 바르면 그 눈동자가 밝고, 가슴속이 바르지 못하면 그 눈동자가 흐리다. 그러므로 그의 말을 들어보고 그의 눈동자를 관찰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숨길 수 있겠는가!"
(孟子 이루상 15)
何謂知言이니잇고
曰詖辭에 知其所蔽하며 淫辭에 知其所陷하며 邪辭에 知其所離하며 遁辭에 知其所窮이니…
공손추가 묻기를, "무엇을 知言이라합니까?" 孟子께서 말씀하셨다. "편벽된 말에 그 가리운 바를 알며 방탕한말에 그 빠져있는 바를 알며, 사악한말에 그 괴리된 바를 알며, 도피하는 말에 그 논리가 궁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니…"
(孟子 공손추상 2)
윗글 첫 문장은 눈(동자)을 보면 그 속이려는 마음을 간파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문장은 말에 바르지 못함이 있으면 그 논리가 어딘가 어그러짐이 있음을 살피라는 것이니, 이 두 가지를 함께 살피면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읽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할 것이다.
○ 知人의 어려움
知人을 남을 아는 것이라고 풀이할 때 知人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는 바 그 하나는 남과 서로 交遊함을 통해 보인(輔仁)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래서 정자(程子)는 윗글 위정편의 孔子의 말씀과 관련하여 자신에게 있는 능력(지혜)이 능히 남의 말을 알고 이치를 궁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것으로써 사람을 헤아리기를 聖人처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위정편 제10장의 주석)
그러나 생각해보면 남을 아는 것만으로 속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한 면의 진리를 말한 것으로 다른 한 면인 자기 자신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역사를 보면 속지 않을 수 있었을 법한데 속는 것은 그 원인이 남에게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나에게 있음을 보게 되는 경우를 허다히 접하게 된다.
예컨대 유방(劉邦)과 항우(項羽)가 관중 땅을 놓고 천하를 다투는 장면이 그러하다. 잘 아는 바와 같이 관중 땅에 먼저 들어간 유방은 함곡관에서 항우의 진입을 막으려 했으나 실패하고 이에 항우가 유방을 죽이려 하지만 유방의 둘러대는 변명에 속아 넘어가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항우가 유방측의 행위를 제대로 視, 觀, 察함으로써 知人할 수 있었으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유방이 함곡관에서 항우를 막으려했던 이유를 밀고해 온 유방측 부하의 말을 항우가 제대로 알아 들었더라도, 또 사치와 향락을 일삼던 유방이 관중 땅에 들어가서는 약법삼장(約法三章)을 내걸고 부하들의 약탈행위를 금지시켰던 유방의 복심(腹心)을 항우가 제대로 살펴 읽었더라도, 그도 아니면 유방의 범상치 않음을 충언해 온 범증의 말을 새겨들었더라면 항우는 유방을 결코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항우가 유방에게 속은 것은 이러한 不知人(남을 제대로 알지 못함)의 탓도 있지만 오히려 자기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힘만 믿고 스스로 교만해짐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살피지 못한 데에 있었을 런지도 모른다.
이것은 남에게 속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속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가도멸괵(假道滅虢)이란 고사(古事)를 탄생시킨 우(虞)나라 군주를 들 수 있다. 그 역시 괵(虢)나라를 치려는데 길을 빌려 달라는 진(晉)나라 헌공의 말에 속아 길을 빌려 주었다가 끝내 자기 나라를 잃게 되는 비운을 맞게 된다.
여기서도 만약 우나라 군주가 보옥(寶玉)을 앞세운 진나라 헌공의 속내를 간파한 신하의 말을 제대로 알아 들었더라도, 아니면 자기 스스로 탐욕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었더라면 길을 빌려주어 자기나라를 잃게 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고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남에게 속지 않으려면 知人도 필요하지만 자기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덕성도 함께 길러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참된 군자가 되려면 知言을 통해 남을 아는 지혜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스스로의 능력과 분수를 알아 스스로의 본성을 지켜나가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함을 알 수 있다할 것이다.
하위지언(何謂知言)
무엇을 일러 말을 안다고 하는 것입니까?
맹자 공손추 상 2장
何謂知言. 曰, 詖辭知其所蔽, 淫辭知其所陷, 邪辭知其所離, 遁辭知其所窮. 生於其心, 害於其政, 發於其政, 害於其事. 聖人復起, 必從吾言矣.
"말을 안다 함(知言)은 무슨 말씀입니까?"
"한편으로 치우친 말(피사 詖辭)에 그 사람 마음 어딘가에 숨겨진 것(폐 蔽)이 있음을 알며, 음란한 말(음사 淫辭)에 그 사람 마음이 어딘가에 빠져 있음(함 陷)을 알며, 간사한 말(사사 邪辭)에 그 사람 마음이 道理에서 벗어나 있음(이 離)을 알며, 회피하는 말(둔사 遁辭)에 그 사람이 어딘가 궁지에 빠진 것(궁 窮)을 알 수가 있다. 이 네 가지 악(惡)한 생각이 사람의 마음 속에 생겨나면 반드시 그 정치를 해치게 되며, 그 정치에 그 생각이 나타나게 되면 그 일을 해하게 되는 것 이니, 聖人이 다시 나타난다 하더라도 내 말을 따를 것이다."
知言의 안목
세상에서 가장 큰 아픔이 '뒤통수를 맞는 것'이라고 한다. 육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지만 마음의 상처는 갈수록 도진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혹해서 뽑았다가 흑흑대며 애꿎은 내 손가락을 탓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돌아보면 정치인의 달콤한 유세보다 내 욕심 잘못이 크다. 보고 싶은 대로, 듣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 들어서 자초한 탓이다.
공자와 맹자는 사람 공부, 세상 공부의 요체로 '지언'을 꼽는다. 공자는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맹자는 자신의 강점으로 '지언'(知言)을 꼽는다. 공자와 맹자는 인생이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찾는 연대를 마흔으로 잡는 데서 일치한다.
공자는 마흔에 불혹(不惑; 주변 유혹에 흔들리지 않음), 맹자는 마흔에 부동심(不動心; 마음이 흔들리지 않음)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분명해졌다는 이야기다. 지언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 못지않게 내가 불혹과 부동심의 올바른 잣대를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공자라고 처음부터 사람 보는 데 눈 밝고 귀 밝은 것은 아니었다. 구변 좋은 제자 재아에게 혹했다가 된통 당하고선 "내가 예전에는 사람을 볼 때 말만 듣고도 믿었는데 이제는 그 말을 들으면 실제 행동까지 대조해 보고서야 그 사람을 믿게 되었다. 모두 재아 덕분에 바뀐 것이다"라고 토로한다.
맹자는 지언의 4가지 포인트를 제시한다. "치우친 말(피 辭)을 들으면 어느 부분이 가려졌는지를, 과장된 말(淫辭)을 들으면 어느 부분에 빠져 들었는지를, 거짓말(邪辭)을 들으면 어느 부분이 상식과 괴리되었는지를, 변명을 들으면 어느 부분이 궁색한지 알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사(詞)가 표면적 단어라면, 사(辭)는 내면적 의도와 복잡한 맥락까지 담아내는 말로서 구별된다.
맹자의 지언을 질문으로 바꿔보자. 첫째, 논점이 편파적이지 않은가. 둘째, 사실을 과장 왜곡하지 않는가. 셋째, 정도에서 벗어난 거짓말을 하지 않는가. 넷째, 곤경에 처할 때마다 오락가락 말이 바뀌지 않는가이다. 맹자는 '이 같은 판단 근거는 성인이 다시 나와도 동의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한다.
흔히 '언어는 생각을 표현한다'고 하지만 '마음을 감추는 수단'으로도 이용된다. 이때 상대의 감춰진 생각과 욕망을 속속들이 읽어내는 판단력이 '지언'이다.
만일 맹자가 작금의 대한민국 대선후보들의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평점을 매길지 궁금하다. 아니 5년 후인 2027년 21대 대선 때 우리는 20대 대통령 선택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나이 50세를 말함으로 50세에 드디어 천명을 알게 된다는 나이를 달리 이르는 말을 지천명(知天命), 천명을 알 나이라는 뜻으로 나이 오십을 이르는 말을 지명지년(知命之年),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 또는 서로 뜻이 통하는 친한 벗을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지명인사(知名人士), 지식과 행동이 한결같이 서로 맞음 또는 지식과 행동이 일치함을 일컫는 말을 지행일치(知行一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으로 믿는 사람에게서 배신당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지부작족(知斧斫足), 알면서 모르는 체함을 일컫는 말을 지이부지(知而不知), 형세가 불리한 것을 알면 물러서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난이퇴(知難而退), 모든 일에 분수를 알고 만족하게 생각하면 모욕을 받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지족불욕(知足不辱), 은혜를 알고 그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을 지은보은(知恩報恩), 지자는 도리를 깊이 알고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미혹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불혹(知者不惑), 사리에 밝은 사람은 지식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함부로 지껄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불언(知者不言), 밝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대우大愚의 덕을 지키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백수흑(知白守黑), 대우를 잘 받아서 후의에 감격하는 느낌을 이르는 말을 지우지감(知遇之感), 족한 줄을 알아 자기의 분수에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지족안분(知足安分), 족한 것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부자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지족지부(知足知富) 또는 지족자부(知足者富), 간악한 꾀가 많아 선을 악이라 하고 악을 선이라 꾸며 대어 상대방을 곧이 듣게 함을 이르는 말을 지족식비(知足飾非) 등에 쓰인다.
▶️ 言(말씀 언, 화기애애할 은)은 ❶회의문자로 辛(신)과 口(구)의 합자(合字)이다. 辛(신)은 쥘손이 있는 날붙이의 상형이고, 口(구)는 맹세의 문서의 뜻이다. 불신이 있을 때에는 죄를 받을 것을 전제로 한 맹세로, 삼가 말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言자는 '말씀'이나 '말'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입 구)자 위로 나팔과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생황(笙簧)이라고 하는 악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라는 설도 있고 나팔을 부는 모습이라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말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 '말하다'와 관계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갑골문에서의 言자는 '소리'나 '말'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래서 금문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여기에 획을 하나 그은 音(소리 음)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言(언, 은)은 ①말씀, 말 ②견해(見解), 의견(意見) ③글 ④언론(言論) ⑤맹세(盟誓)의 말 ⑥호령(號令) ⑦하소연(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 ⑧건의(建議), 계책(計策) ⑨허물, 잘못 ⑩혐극(嫌隙: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⑪이에 ⑫요컨대, 다시 말하면 ⑬여쭈다, 묻다 ⑭기재하다, 적어넣다 ⑮소송하다 ⑯이간하다(離間; 헐뜯어 서로 멀어지게 하다) ⑰알리다 ⑱예측하다 ⑲말하다 ⑳조문하다, 위문하다 그리고 ⓐ화기애애 하다(은) ⓑ화기애애 하면서 삼가는 모양(은) ⓒ위엄(威嚴)이 있는 모양(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말씀 화(話), 말씀 설(說), 말씀 어(語), 말씀 담(談), 말씀 사(辭), 말씀 변(辯),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글월 문(文), 호반 무(武),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말로나 글로써 자기의 의사를 발표하는 일을 언론(言論), 어떤 일과 관련하여 말함을 언급(言及),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을 소리나 글자로 나타내는 수단을 언어(言語), 말과 행동을 언행(言行),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을 언중(言衆),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입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언사(言辭), 말로 한 약속을 언약(言約),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변(言辯), 입담 좋게 말을 잘 하는 재주를 언설(言舌), 말로써 옥신각신 함을 언쟁(言爭), 상대자가 한 말을 뒤에 자기가 할 말의 증거로 삼음을 언질(言質), 말과 글을 언문(言文), 말 속에 뼈가 있다는 뜻으로 예사로운 표현 속에 만만치 않은 뜻이 들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골(言中有骨), 여러 말을 서로 주고 받음 또는 서로 변론하느라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거언래(言去言來), 서로 변론 하느라고 말이 옥신각신 함을 이르는 말을 언삼어사(言三語四), 말하고 웃는 것이 태연하다는 뜻으로 놀라거나 근심이 있어도 평소의 태도를 잃지 않고 침착함을 이르는 말을 언소자약(言笑自若), 말인즉 옳다는 뜻으로 말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언즉시야(言則是也), 말과 행동이 같음 또는 말한 대로 행동함을 언행일치(言行一致),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말이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말만 꺼내 놓고 실행이 부족함을 이르는 말을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말 속에 울림이 있다는 뜻으로 말에 나타난 내용 이상의 깊은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중유향(言中有響), 들은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는 뜻으로 들은 말을 귓속에 담아 두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언유재이(言猶在耳), 말 가운데 말이란 뜻으로 순한 듯 한 말속에 어떤 풍자나 암시가 들어 있다는 말을 언중유언(言中有言), 두 가지 값을 부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에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언무이가(言無二價), 남의 인격이나 계책을 깊이 믿어서 그를 따라 하자는 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언청계용(言聽計用), 하는 말과 하는 짓이 서로 반대됨을 일컫는 말을 언행상반(言行相反), 말은 종종 화를 불러들이는 일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언유소화(言有召禍), 태도만 침착할 뿐 아니라 말도 안정케 하며 쓸데없는 말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언사안정(言辭安定)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널리 세상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됨을 일컫는 말을 인구회자(人口膾炙), 인간 생활에 있어서 겪는 중대한 일을 이르는 말을 인륜대사(人倫大事), 사람은 죽고 집은 결딴남 아주 망해 버림을 이르는 말을 인망가폐(人亡家廢),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이 다 하늘에 달려 있어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산과 사람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인 모양을 이르는 말을 인산인해(人山人海), 사람마다 마음이 다 다른 것은 얼굴 모양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인심여면(人心如面),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게 잘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인중사자(人中獅子), 여러 사람 중에 가장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인중지말(人中之末),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사람은 곤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은 궁해지면 부모를 생각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인궁반본(人窮反本),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인비인(人非人),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사람의 근본은 부지런함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재근(人生在勤),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남의 신상에 관한 일을 들어 비난함을 이르는 말을 인신공격(人身攻擊), 아주 못된 사람의 씨알머리라는 뜻으로 태도나 행실이 사람답지 아니하고 막된 사람을 욕하는 말을 인종지말(人種之末),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인기기기(人飢己飢), 인마의 왕래가 빈번하여 잇닿았다는 뜻으로 번화한 도시를 이르는 말을 인마낙역(人馬絡繹),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은 목석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은 모두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목석과 같이 무정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인비목석(人非木石),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인사불성(人事不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