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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별의 삼선계(三仙界)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에는 지구와 다른 초월적 삶이 펼쳐지고 있으며, 그 세상은 인간들이 살지 않고 신선들이 살고 있었다.
샤르별의 존재들도 지구 인류들처럼 육신의 몸으로 태어나고 육신의 몸으로 살아가지만, 샤르별의 태생들은 스스로를 신선이라 부르고 지구의 태생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 부르는 점이 달랐다. 즉 지구는 인간들이 살고 있는 속세라면 샤르별은 신선들이 살고 있는 선경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어째서 두 세상 모두 육신의 몸으로 태어나는 용모와 태생과 살아가는 모습은 다르지 않거늘 한쪽 세상의 사람은 신선이라 부르고 한쪽 세상의 사람은 인간이라 부르고 있었을까?
지구에서 태어나는 태생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 생각하며 살고 샤르별에서 태어나는 태생들은 스스로를 신선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샤르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신선답게 살려고 노력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서는 인간다운 문명이 꽃 필 것이며 신선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에서는 신선다운 문명이 꽃 필 것이다.
이처럼 두 가지의 극명한 차이의 의식으로 인해서 극명한 차이의 이질적 문명세계가 우주의 공간에서 태어났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세상의 예로 보아서 우주의 질서는 환경이 지배하지 않고 사상적 의식이 지배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즉 우주 공간에는 삼천대천세상이라고 하는 다차원계의 다양한 현상의 세상이 존재하지만, 그 세상마다 태고적부터 만들어져 있는 자연현상과 일치하는 질서의 삶은 펼쳐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름다운 환경의 세상이라도 그 세상을 지배하는 의식이 비뚤어져 있으면 비뚤어진 질서의 세상이 되고, 환경이 열악한 세상이라도 그 세상을 지배하는 의식이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질서의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인 것이다.
샤르별은 지구와 비교할 수 없는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져 있고, 지금은 온 세상이 복사꽃 물결로 출렁거리는 무릉도원의 선경세상이 만들어져 있지만, 처음부터 그 세상이 초월적 4차원 문명세계도 아니었고 무릉도원의 선경세상도 아니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오랜 과거에는 오히려 지구보다 자연환경이 열악해서 먼지가 펄펄날리는 황폐한 땅으로 뒤덮여 있던 세상이었지만, 지금은 온 세상이 유토피아와 같은 지상낙원으로 만들어진 모습이 샤르별인 것이다.
샤르별의 태생들은 열악한 환경의 악조건을 극복하여 지금은 온 세상이 꽃과 푸르름으로 덮인 신천지 지상낙원을 만들어 놓고 날마다 신선놀음을 즐기며 선경세상의 주인들로 살아가고 있다. 반면에 우주의 낙원이라고 불릴 만큼 천혜의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온 지구 인류들은 샤르별과 비교할 수 없는 낙후된 삶을 살아야 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타산지석의 좋은 교훈으로 삼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후회할 일이 많을 것이다.
아무튼 물려받은 환경이 좋다고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고, 물려받은 환경이 불리하다고 불리한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결론은 정답인 것이다. 불리한 환경 속에서도 올바른 의식으로 지배하면 그 세상은 좋은 모습으로 바뀌고, 좋은 환경 속에서도 그릇된 의식이 지배하면 그 세상이 비뚤어진 모습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은 우주의 진리인 것이다.
곧 환경이 세상을 만들지 않고 의식이 세상을 만든다는 본보기의 이상향이 샤르별이었다.
우주의 이상향 샤르별엔 삼선계(三仙界)의 선경세상이 존재했다. 삼선계(仙界)는 세 개의 선경세상을 의미하며, 첫째 선경세상을 육선계(仙界)라 하고, 둘째 선경세상을 영선계(仙界)라 하고, 셋째•선경세상을 화선계(仙界)라 한다.
육선계(仙界)는 육신의 몸을 입은 신선들이 살아가는 현실의 선경세상이며, 영선계(仙界)는 육신의 허물을 벗은 영혼신선들이 살아가는 사후선계이며, 화선계(仙界)는 육선계의 신선들이 불로불사 빛의 화신이 되어 살아가는 도통진경의 선경세상인 것이다.
육신의 몸을 입고 살아가는 신선들은 350 세 수명을 누린 후 죽음을 맞이하여 그 영혼이 사후선계를 찾아가서 영혼신선으로 영생을 누리기도 하고, 죽음을 맛보지 않는 빛의 화신이 되어 불로불사의 삶을 살기도 한다.
그래서 샤르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육신의 신선들이 가장 선호하는 세상은 불로불사 빛의 화신으로 살아가는 영생불멸의 삶이지만, 그러한 빛의 화신으로 입신하기란 신선이라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경지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샤르별의 신선들은 죽음을 맞이한 후 그 영혼이 어두운 음부나 저승세계를 찾아가지 않고 밝고 밝은 사후선계를 찾아가 영생을 누리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다고 하여 억울해 하거나 슬픈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샤르별의 존재들은 죽음 후에 맞이하는 사후선계가 현실의 공간과 얼마나 멀리 떨어져 존재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지구 인류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찾아가는 곳이 멀리 떨어진 하늘나라가 아니면 어두운 음부의 저승세계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 관념이지만 샤르별의 존재들이 생각하는 사후선계는 다른 관념이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죽음 후에 맞이하는 세상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현실의 공간과 차원만 다른 모습으로 가까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즉 샤르별의 존재들은 우주를 다차원계(多元界)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러한 다차원계는 같은 공간에 겹쳐진 상태로 머물면서 서로 다른 파장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간섭을 받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생각하는 삶과 죽음이라고 하는 관념은, 우주의 다차원계 속에서 삶과 죽음이 서로 다른 파장계를 형성하며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영혼과 육신이 이질적 파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육신을 입고 있던 영혼이 육신의 허물을 벗어버리면 이질적 파장이 형성되어 육신의 존재들과 겹쳐진 세상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서로는 간섭을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관념일 것이다.
지구에서는 죽은 영혼이 현실의 공간에 출현할 때 유령이 나타났다고 표현한다. 지구 인류들은 유령의 출현에 대해서 심한 공포감을 느끼거나 두려워하는 습관이 있다. 유령은 육신의 존재들과 서로 다른 파장으로 형성되어 있어 어떤 위해를 가하거나 그럴만한 능력도 없지만 육신의 존재들은 유령의 존재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샤르별에서도 죽은 영혼들이 나타나 현실의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례를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지만 누구도 영혼의 출현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겁을 먹지는 않는다. 생전의 모습을 대하듯 평범하게 대해 주고 심지어는 대화를 나누거나 여행을 함께 떠나기도 한다.
그래서 샤르별에서는 현실의 존재들과 사후의 영혼들이 비교적 친숙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는 편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현실의 존재들이 죽은 영혼으로부터 도움을 얻기도 하고 현실의 존재들이 죽은 영혼을 위해 도움을 베풀기도 한다.
죽은 영혼은 생전에 못다 이룬 일들을 사후에라도 현실의 공간을 넘나들며 현실의 존재들과 도모하여 남겨둔 숙제를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살아 있는 존재들은 풀지 못한 숙제를 죽은 영혼과 도모하여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의 존재들은 삶과 죽음의 현상을 단절된 세상으로 느끼지 않으며 현실의 연속된 삶이 죽음의 현상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육신의 몸으로 살아가는 샤르별의 신선들은 대부분 향년 350세를 일기로 세상과 결별한다. 좀 더 장수를 누리는 신선들은 450세의 불로장수를 누린 후 육신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사후선계로 떠나기도 한다.
사후선계로 떠난 영혼신선들은 삶의 형태만 다를 뿐 현실의 삶과 연계하여 다음 생애를 펼쳐 간다. 다만 죽은 영혼들이 무조건 사후선계를 찾아가지 않고 목숨을 거둔 후 정해진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사후선계의 입문이 가능해진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죽음을 맞이한 후 반드시 사원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장례 3일 후 사제로부터 신선봉안식을 갖게 된다. 죽은 영혼이 신선봉안식을 마친 후에야 사후선계의 신선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사후선계에서 현실의 공간을 찾아오는 영혼들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 출몰한다. 마치 죽은 영혼이 살아서 돌아온 느낌을 받게 한다. 다만 죽은 영혼들의 특징은 땅을 밟고 움직이지 않고 공중에서 떠다니며 움직이는 모습이 살아 있는 존재들과의 차이이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죽은 후에 매장을 하거나 화장을 하지 않는다. 시신을 눕힌 관 위에 꽃으로 덮어두면 1시간 정도 지난 후 완전히 기화(氣化)되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샤르별에는 무덤이 없다.
장례를 치룬 후 3일째 되는 날에 인근의 가까운 사원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모인 가운데 죽은 영혼의 신선봉안식을 갖는다. 신선봉안식은 악대들의 경건한 음악과 함께 무희들의 춤으로 이루어진다. 사제는 향로에 향 가루를 태우면서 죽은 영혼을 사후선계로 인도하는 주문을 외운다. 주문의 내용은 죽은 영혼을 향해 빛을 따라 밝은 곳을 찾아가라는 부탁이고 또 하늘의 신명들을 향해서 죽은 영혼이 무사하게 사후선계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 달라는 부탁의 주문이다.
죽은 영혼이 사후선계에 무사히 도착하면 반드시 응답의 징표가 나타난다. 봉안식장에 향기로운 기운이 가득해지고 상서로운 빛의 파장과 함께 고인의 영혼이 생전의 신선복장으로 나타나서 행복한 표정으로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이때부터 삶과 죽음은 단절된 공간에 머물지 않고 왕래가 이뤄지며 죽은 영혼들은 생전의 모습대로 새로운 삶을 이어간다. 그래서 샤르별의 존재들은 죽음의 현상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절망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으로 살다가 좋은 모습으로 환생하기를 기다린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날마다 신선놀음을 즐기며 산다.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가는 신선들은 죽어서도 그 영혼이 신선으로 살게 된다. 샤르별의 온 세상은 복사꽃 물결로 출렁거리는 무릉도원이며, 온갖 기화 요초와 푸른 풀밭과 울창한 숲으로 덮인 선경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풀밭과 꽃그늘이 우거진 장소에서는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는 신선놀음을 목격할 수 있다.
신선놀음은 샤르별의 신선과 선녀들이 수십 수백 명씩 어우러져 신선주를 곁들이며 흥겨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온갖 낭만을 즐기는 마당놀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선놀음의 숫자는 반드시 정해져 있지 않고 때로는 두세 명 친한 사이끼리 조용하게 낭만을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수천 수만의 군중이 모여서 대집단의 축제를 벌일 때도 있다.
마당놀이와 같은 신선놀음은 대부분 실내보다 야외의 공간에 펼쳐지며, 신선놀음에 참여한 신선과 선녀들은 신명나는 기운으로 신명들을 부르면서 영성을 키워가는 장면을 수없이 목격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신명나는 신선놀음은 샤르별의 신선들이 단순하게 쾌락을 즐기고 흥청망청 삶을 탕진하기 위해 벌이는 놀이가 아니라 영성을 높이고 영적 에너지를 증폭시킬 목적으로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었다.
샤르별을 여행하거나 길을 걷다가 신선놀음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를 발견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끼어들어서 함께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흥겨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흥겹고 신명나는 신선놀음에는 참여하는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신명들도 찾아와서 함께 즐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신선들의 신선놀음에 빠지지 않고 끼어드는 신명들의 모습은 특별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오히려 신명들이 응감하는 신선놀음이 신명나고 흥겨운 잔치였다. 그 신선놀음을 함께 즐기는 신명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사후선계에서 머물고 있는 죽은 영혼의 신선들이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신명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신선놀음을 즐긴다고 설명할 수도 있었다. 신명들과 어울려서 신명나는 신선놀음을 즐기고 나면 무엇보다 영성의 힘은 놀랍게 증폭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의 신선들이 즐기는 신선놀음은 단순한 놀이문화가 아니라 신명들과 어울리며 영혼의 세계를 차원 높게 승화시킬 수 있는 빛 담금질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숙소로 머물고 있는 츠나음이 외계문명연구소 주변은 온통 꽃과 초원과 맑은 연못과 밀림의 숲으로 덮여 있는 전형적인 선경세상의 풍광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공원처럼 조성된 연구소 주변에는 항상 휴식이나 신선놀음을 즐기기 위해서 찾아온 신선과 선녀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았다. 연구소를 벗어나와 조금만 걸어서 야외의 꽃그늘이나 풀밭을 찾아가면 심심찮게 눈에 띄는 장면이 신선과 선녀들이 어울려 노는 신선놀음이었다.
그러한 신선놀음을 발견하면 아무나 지나가다가 끼어들어서 함께 즐기고 신명나는 흥을 즐길 수 있었다.
신선놀음은 낮에도 즐기고 밤에도 즐길 수 있었고, 특히 밝은 달밤에 꽃그늘과 풀밭에서 펼쳐지는 신선놀음은 무언가 특별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신선놀음으로 신선과 선녀들이 한 몸이 되어 신명나는 흥이 고조되고 있을 때 신명들의 출현이 두드러졌다. 신선놀음에 신명들의 기운이 감돌 때는 무언가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선과 선녀들이 한몸처럼 어우러지며 신선주의 술기운과 함께 노래와 춤판이 무르익어갈 무렵 홀연히 신명들의 정체가 안개처럼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신명들이 신선과 선녀들의 신선놀음에 끼어들어 춤을 추는 장면들은 바람에 비단천이 날리는 장면처럼 흐느적거리는 몸짓들이었다. 신선놀음에 끼어든 신명들은 땅을 밟지 않고 공중에 뜬 상태로 무아의 경지에서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는데 천상계의 황홀경을 눈 앞에서 목격하는 듯 했다.
밝은 달밤의 신선놀음에 끼어든 신명들의 정체는 대부분 사후선계에서 머무는 영혼신선들이었다. 사후선계에서 살고 있는 영혼신선들은 현실의 존재들과 멀리 떨어져서 단절된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실의 존재들과 어울려서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나는 샤르별의 신선과 선녀들이 신선놀음을 즐기는 장소에서 현실의 존재들과 한 몸처럼 어울리며 지내는 신명들을 자주 목격했다. 살아있는 신선들과 어울리는 영혼신선들은 그 영체들이 구름이나 안개 같은 현상이었다. 영혼신선들은 물체의 간섭을 받지 않고 움직였으며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땅을 밟듯이 춤을 추기도 하고 무아지경의 표정을 지으면서 황홀경에 취해가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 주었다.
샤르비네는 신선놀음에 출현하는 신명들의 모습을 보고 영혼신선들의 이름을 맞추기도 했다. 살아 있을 때 모습으로 사후선계에 머물고 있는 영혼신선들이 신선놀음을 찾아오기 때문에 그 이름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신선놀음 장소에서 가장 많이 출몰하는 신명들은 생전에 춤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바기스들의 영혼이었다. 바기스란 이름은 신선놀음을 즐길 때 전문 춤꾼으로 활동하는 신선이나 선녀들에게 붙이는 호칭이었다. 생전에 바기스로 활동했던 영혼들이 신선놀음 현장에 출몰하고 현실의 존재들과 어울려 무아경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은 황홀하다 못해 숨이 멎을 정도로 마음을 빼앗아 갔다.
신선놀음 현장에 출몰하는 바기스 영혼들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 생전에 입고 다니던 옷차림과 머리 스타일과 피부 색깔까지 일치했다.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 죽은 영혼들이 사후선계의 신선으로 살고 있다는 증표였을 것이다.
샤르비네는 바기스로 불릴 만큼 춤을 잘 추는 선녀로 유명했다. 그래서 어느 신선놀음에 참여해도 항상 춤판을 주도했다. 샤르비네가 무아의 경지에서 신들린 모습으로 춤을 추는 장면이란 천상계의 신명들이 반할 만큼 황홀했다.
신선과 선녀들이 휘영청 밝은 달밤에 신선놀음을 펼쳐 놓고 간드러진 음악소리와 함께 달빛을 휘감고 춤추는 장면은 신선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춤판일수록 신명들이 출현하는 횟수는 잦아지고, 신명들이 함께하는 춤판일수록 신선놀음의 흥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희롱했다.
특히 샤르비네가 무아지경에서 신들린 듯 춤을 추면 그 주변에 많은 신명들이 몰려들어 함께 춤추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신명들은 구름과 같은 현상으로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움직이거나 춤을 추기 때문에 살아 있는 존재들과 몸을 부딪치거나 충돌해도 느낌이 없었다. 다만 살아 있는 존재들이 기뻐할 때는 기뻐하고 슬퍼할 때는 슬퍼하며 흥이 솟구칠 때는 함께 흥겨워하는 신명들의 모습이 이채로웠다. 즉 살아 있는 존재들의 상태에 따라서 신명들이 함께 반응했다.
신명나고 즐거운 신선놀음일수록 신명들의 출몰이 잦았다
샤르비네와 내가 단둘이 밝은 달빛 아래서 춤을 출 때도 신명들이 나타났다. 비단결 같은 달빛을 휘어 감고 처연한 음악소리에 맞춰 꽃향기 물씬한 풀밭에서 넋을 잃은 듯 춤을 추고 있노라면 어느새 주변에 몰려들어 함께 춤을 추는 많은 무리의 신명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신명의 모습들 중에는 신선도 섞여 있고 선녀도 섞여 있었다. 모두 350세 수명을 채우고 사후선계에 머물고 있는 영혼신선들이지만 그 모습은 모두 동안처럼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신명들의 모습이라고 하여 음침하거나 어둡게 느껴지는 기운은 없었다.
샤르비네가 신선춤을 출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신명은 생전에 바기스로 활동했던 전설의 춤꾼 영혼들이 많았다. 그만큼 샤르비네의 춤에는 신명들을 부르는 파장이 강했다. 신선놀음을 즐길 때 파장이 약하면 신명의 기운도 응하지 않고 신명들이 찾아오지도 않았다.
샤르비네의 춤판에 찾아오는 바기스 신명들 중에는 샤르비네에게 낯익은 얼굴들도 있었다. 샤르비네가 어릴 때 신선무를 사사했던 룸즈키바기스였다. 룸즈키 바기스는 생전에 샤르별에서 전설처럼 불리던 춤꾼이었고, 룸즈키에게 춤을 사사했고 바기스 춤꾼으로 활약하는 선녀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샤르비네는 룸즈키의 분신이라고 소문날 만큼 춤 솜씨가 뛰어났고 룸즈키가 생전에 춤추던 모습과 샤르비네가 춤추는 모습은 판에 박은 듯 흡사하다고 소문 나 있었다.
그만큼 샤르비네는 룸즈키로부터 사랑을 받던 애제자였고, 룸즈키가 사후선계를 찾아간 지도 6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사제의 정을 끈끈하게 이어오며 샤르비네의 춤판에 어김없이 룸즈키가 나타나 신명의 기운을 북돋아 주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샤르비네는 스승이 죽은 후에도 스승의 영혼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서 신무도(神道)라고 소문날 만큼 춤을 도통한 전설의 바기스로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기스로 소문난 샤르비네와 함께 밤마다 숙소 주변의 풀밭이나 꽃그늘로 나와서 밝은 달빛을 받으며 춤을 추는 기분은 천상의 낙원에서 구름을 밟고 여흥을 즐기는 기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샤르별의 신명들은 신선놀음을 즐기는 춤판에만 출몰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학교나 직장이나 연구소 같은 장소에서도 심심찮게 출몰하고 있었다.
주로 사랑하는 제자 곁에는 존경하는 스승의 영혼이 나타나서 생전의 사제지간에 남긴 정을 사후까지 이어가는 장면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스승의 영혼이 함께하지 않는 제자는 도통의 학문을 완성하지 못한다는 속설도 제기되고 있었다.
샤르별에서는 사랑하는 제자 곁에 항상 존경하는 스승의 영혼이 맴돌면서 부족한 학문의 완성도를 높여 주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을 샤르별에서는 음양합덕의 조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샤르별은 무한이론을 근거로 한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진 초월적 세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지만, 그러한 고차원적인 문명은 살아 있는 존재들만의 노력으로 이룬 결실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자들과 죽은 영혼의 신명들이 공동합작으로 이루어 낸 초월적인 문명세계가 다름아닌 샤르별의 4차원 문명세계였던 것이다.
샤르별에서는 큰 정신세계에 도달하여 하늘과 땅의 이치를 크게 터득한 도통 각성자를 러우라고 호칭했다. 이러한 러우들은 대부분 사회의 지도자로 활동하며 학문, 종교, 문화 등의 중요한 자리에서 후진양성을 위해 봉사하고 신선대중의 멘토로 활약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러우들은 사회로부터 강력한 신뢰와 존경심을 한 몸에 받는 자들로서, 이들의 말이 법이요 이들의 언행이 샤르별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통솔적 잣대이기도 했다. 러우들이 사회로부터 강력한 신뢰감과 존경심을 바탕으로 신성불가침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유는 그들의 큰 각성과 높은 정신세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가 따로 있었다.
러우들의 곁에는 항상 위대한 신성이 함께하기 때문이었다. 러우들은 큰 각성과 함께 큰 영성에 도달한 자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는데, 러우의 큰 영성에는 러우의 주변에서 맴도는 신명들의 작용이 있었다. 그 신명들이 바로 생전에 러우의 스승으로 지내던 빛의 화신이나 사후 존재들이었다.
러우들은 사후선계에 머물고 있는 스승영혼들을 곁으로 불러들여 항상 멘토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생전의 스승으로부터 사사하지 못했던 영감 깊은 곳의 각성을 사후의 스승으로부터 사사하며 더욱 큰 하늘과 땅의 밝은 별이 되어 빛나고 있었다. 샤르별의 스승된 자들은 죽은 후에도 영혼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가르침을 이어가고 미완성의 제자들을 완성된 그릇으로 만들 때까지 봉사를 아끼지 않는 전통이 있었다.
샤르별의 러우들은 샤르별의 정신세계를 이끌어가는 별들이라고 소개할 수 있었지만, 러우들이 찬란한 별들로서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은 세상을 떠나 간 사후선계의 스승된 영혼들의 보살핌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었다.
물질문명이 발달된 지구적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거나 납득할 수 없는 현상이 샤르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내가 숙소로 머물고 있는 츠나음이 연구소 총책인 측요스도 샤르별에서 신선대중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러우 중 한 명이었다. 무변광대한 우주를 주름잡으며 우주여행의 대가로 알려진 초시도 우주천문의 각성자 러우로 알려져 있었다.
요스나 초시는 가끔씩 혼자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누군가와 혼잣말처럼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을 보이곤 했다. 중요한 결정이나 때론 중대사를 앞에 놓고 일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때 신명과 대화를 나누며 멘토를 청하는 장면이었다.
그 멘토의 신명들이 다름 아닌 생전에 스승으로 모셨던 사후선계의 영혼들이었다. 사후선계에 머물고 있는 영혼들이 현실세계의 제자들을 찾아와 중대사를 함께 의논하기도 하고, 상담을 해주기도 하며, 현실세계의 제자들이 고충을 겪고 있는 문제를 풀어주기도 하는 장면이었다.
측요스는 우주에 흩어져 살고 있는 외계문명을 연구하는 대가였다. 측요스의 할아버지가 본래 우주 외계문명에 관해서 깊은 통찰력이 있었고 관심도 많아 도통의 경지에 이른 신선으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요스는 그러한 할아버지를 스승으로 삼아 도통전문학교에서 우주 외계문명연구를 전수받아 할아버지에 이은 외계문명연구에 대한 전문가로서 활약하며 샤르별의 신선대중에게 외계문명을 알려주는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시와 같은 우주여행 전문가들이 무변광대한 우주를 여행하면서 다른 문명세계를 찾아가 수집해 온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를 연구분석하면서 그 세상의 역사와 사상과 정신적 수준을 분석하는 일이 측요스의 전담업무이기도 했다. 측요스가 분석한 외계문명의 연구자료를 샤르별의 신선대중에게 전달함으로써 샤르별의 신선들은 우주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갖게 되고 영성을 높여갈 수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샤르별의 존재들이 우주의 외계문명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된 계기가 측요스와 같은 전문가들의 활약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는데, 측요스가 그처럼 외계문명 분석에 대한 해박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했던 것이다. 바로 곁에서 큰 힘이 되어 주는 스승된 신명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측요스의 스승은 그의 할아버지였다.
요스의 할아버지는 40년 전 385세를 일기로 세상을 타계하고 지금은 사후선계에 머물고 있는 영혼이지만, 사후선계로 떠난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측요스의 스승으로 역할을 다하며 측요스가 우주 외계문명연구의 대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신적 뒷바라지를 다 해 오고 있다고 했다.
측요스의 할아버지가 본래 츠나음이 외계문명연구소 총책을 맡고 있었고, 요스는 생전의 할아버지를 스승으로 모시고 외계문명연구에 대해 사사하며 오늘날 샤르별에서 제일 가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그대로 물려받은 측요스는 풀리지 않는 외계문명에 관한 수수께끼를 항상 할아버지의 영혼을 불러 멘토로 삼으며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던 것이다.
나에게도 비슷한 체험사례가 많다.
나의 영적 멘토는 연화이다. 연화는 현실의 존재가 아니라 현실의 파장과 다른 이차원계 세상에서 살고 있는 영혼이다. 연화는 내가 어렸던 시절에 굶주림으로 고생할 때 나타나서 맛있는 음식을 날라다 주며나와 우리가족을 먹여 살렸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나타나서 실마리를 풀어주는 이차원 세상의 영혼이었다.
연화는 남의 눈에는 띄지 않지만 내 곁에 머물면서 내가 힘들 때 나타나 힘이 되어 주고 중요한 일들을 상담해 주기도 한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연화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혼잣말을 하고 있는 장면처럼 보일 것이다.
측요스나 초시도 가끔씩 혼잣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하곤 했었다. 측요스나 초시가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맴도는 구름 같은 그림자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공중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움직이는 그림자의 정체가 신명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러한 신명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샤르별의 신선대중들은 특별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샤르별에서 신명들의 출몰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지구에서도 가끔씩 죽은 혼령이나 유령의 출몰 현상으로 충격을 겪을 때가 있다. 심지어 집안에 유령이 출몰하면 누구나 살기 싫어하는 흉가로 변하기도 한다. 지구 인류들에게 죽은 혼령이나 유령은 기피의 대상이고 공포의 대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구에서 나타나는 유령들은 대부분 우정과 평화의 상징이 아니라 원한과 복수의 상징으로 구설에 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에서는 유령을 귀신이라고도 표현하며 귀신은 인간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대상이 아니라 해코지와 재앙을 몰고 오는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의 유령이 출몰해도 반기거나 품으려 하지 않고 쫓으려 하며, 종교나 퇴마사 등을 이용해서 유령퇴치를 위한 투쟁적 이벤트를 펼친다.
샤르별에서처럼 실제로 죽은 영혼이 존재한다면, 죽은 영혼은 육신의 허물을 벗은 삶의 연속적 존재가 사실이라면, 지구에서 태어난 영혼들은 불쌍하고 가련한 신세가 될 것이다. 생전에 사랑하고 아끼던 가족들에게 조차 냉대와 외면을 당해야 한다면 그 영혼은 두 번 죽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살아 있는 존재들의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못하고 살아가야 할 영혼들의 처지라면 살아 있는 자들의 외면이 더욱 큰 죽음의 절망을 겪게 하는 불행일 것이다.
지구 인류들은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따로 모여 살아가는 세상이 있다고 믿는다. 심지어는 영혼의 고향을 찾아가 편히 쉴 것이라고 믿는다. 주변에서 출몰하는 영혼들은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영혼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중에는 사실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을 것이다.
영혼들이 사후에 찾아갈 마땅한 곳이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사후의 세상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 복잡한 구조의 사후 세상을 영혼들이 올바르게 선택해서 머물기란 쉽지 않다.
영혼들이라고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쪽을 선택할지 저쪽을 선택할지 망설이게 할 현상들이 많다. 그래서 죽은 영혼들은 더욱 살아 있는 자들의 곁에서 맴돌거나 방황하게 된다.
살아 있는 존재들은 역설적으로 죽은 영혼의 도움으로 잘 살기를 소망하지만 죽은 영혼들의 입장에서는 살아 있는 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평안한 사후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살아 있는 자들의 처우에 따라서 죽은 영혼들의 처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죽은 영혼들의 능력보다 살아 있는 자들의 능력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죽은 영혼은 말이 없다는 속담처럼 영혼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해야 할 능력이 없다. 살아 있는 자들의 보살핌과 대우에 따라서 죽은 영혼들의 사후세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사후의 영혼들은 산 자들을 의지해서 살며, 산 자들이 버린 영혼은 사후세계에서도 버려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샤르별에서는 산 자들에 의해서 죽은 영혼들이 대접을 받고 살아 있을 때의 역할을 이어가며 사후세계의 신성한 모습으로 다시 부활하여 새로운 삶을 펼쳐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산 자들이 죽은 영혼을 다시 신성한 모습으로 부활시켜 산 자와 죽은 자의 합동으로 샤르별의 초월적 문명세계를 구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구에서 살아갈 때는 죽은 영혼들의 실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냥 단순하게 생전에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까 좋은 곳에 가서 사후세계를 잘 살고 있을 것으로만 막연하게 추측했다.
그러나 샤르별에 도착해서 죽은 영혼들의 실체를 확인하고 죽은 영혼들도 살아 있는 존재들과 의기투합하며 무언가 보람 있는 일을 펼치기를 소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죽은 영혼들이 살아 있는 존재들과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하며 생전에 이루지 못한 일들을 완성하려는 의지를 발견했을 때, 죽은 영혼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역할에 의해 영원히 죽을 수도 있고 다시 부활하여 영생을 누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무튼 샤르별의 신선대중들은 사후선계에 머물고 있는 신명들과 조화를 이루며 하늘과 땅의 이치를 풀어가고 있었다.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를 현실의 존재들 힘만으로 이루지 않고, 신명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펼쳐 가는 모습들이 더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샤르별의 죽은 영혼들이 지구에서처럼 기피의 대상이라면 살아 있는 자들과 의기투합하며 4차원 문명세계의 신천지를 펼쳐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죽은 스승의 영혼이 나타나서 사랑하는 제자를 도우며 생전에 펼치지 못한 꿈을 다시 부활하여 이어가는 모습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는 숭고한 삶의 재발견이었던 것이다.
곧 샤르별의 죽은 영혼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역할에 의해 현실 속에서 다시 부활하여 영생을 누리는 축복을 맞이하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죽은 영혼들에게 신선봉안식을 올려주고 그 신선영혼들이 사후에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사후선계로 인도하는 샤르별의 존재들이 지혜롭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나는 뵤시럿이 선경도시의 서도원西)에 위치한 서도원 사원의 수석사제를 찾아갔다. 보시럿이 선경도시는 다른 선경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가 복사꽃 물결로 덮여 있는 맑은 물과 푸른 초원의 선경세상이었고, 서도원 사원의 이름은 무릉도원 선경도시의 서쪽에 사원이 위치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우주의 유일신 샤스미를 숭배하고 있었으며 다른 우상이나 신을 믿지는 않았다. 그래서 샤르별에는 단일신앙과 단일종교를 가진 세상이었고 10일 간격으로 샤르별의 모든 사원에서 샤스미를 향한 성제(祭)를 올린다. 샤스미는 지구에서 말하는 하느님이나 상제님 등과 같은 지존을 일컫는 의미가 있었다.
나도 샤르비네를 따라서 10일 간격으로 샤스미 사원의 성제(聖祭)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고, 수석사제가 집전하는 예배의 설교를 들으면서 영적성장을 크게 도모할 수 있었다.
샤스미 사원은 샤르별의 모든 선경도시들마다 시민들을 수용할 숫자만큼씩 지어져 있었고 어떤 사원을 찾아가서 성제에 참여하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사원들의 건축양식은 거의 동일하게 피라밋과 우주양식을 곁들인 형태를 하고 있으며 사원의 크기는 일시에 14만 4천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샤르별의 모든 사원이 동일했다.
내가 자주 찾아가는 샤스미 사원은 뵤시럿이 선경도시의 서도원 사원이었다. 서도원 수석사제가 집전하는 성제 예배의 설교를 듣고 있노라면 잠자던 영감이 되살아나 무한영적성장의 계기가 되어 주곤 했기 때문에 즐겨 찾았다. 또 서도원 수석사제는 나에게 영적 멘토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끔씩 허락했고 그 때문에 영적문제를 많이 해결할 수 있었다.
미리 약속한 시간에 맞춰 샤르비네와 함께 서도원 수석사제를 찾아갔더니 그가 먼저 사원(院) 별채의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도원 수석사제는 300세가 넘은 러우 선녀로서 샤르비네 할아버지 추모제 때에 알게 되었다.
러우 선녀는 그때 서도원 사원에서 차석사제로 시무했었다.
추모제 후에 수석사제가 장거리의 우주여행을 떠나게 되어 러우 선녀가 신임 수석사제로 취임하게 되었던 것이다.
서도원 수석사제 접견실은 바깥의 선경세상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오는 장소였다. 풀밭에서 뛰노는 애완동물들의 모습과 푸른 초원 위에 활짝 핀 기화요초들의 모습과 수천 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복사꽃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들이 모두 한눈에 들어와서 선경세상의 정취를 저절로 물씬 느끼게 했다.
“사차느카아시! 어서 오너라. 사랑하는 영혼들아, 기다리고 있었다.”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도원 수석사제가 접견실로 들어오는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또 우리들 손을 잡아주고 다정하게 포옹해 주었다. 300세가 넘은 러우 선녀였지만 그녀의 손은 부드럽고 그녀의 살결은 소녀처럼 풋풋해 보였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곱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수석사제의 모습이었다.
"러우 선녀님께서 저희 할아버지 추도식이 성대하게 치루어 질 수 있도록 해주셔서 너무 행복했어요. 그때 할아버지 신명을 비롯해서 사후선계에 머물고 있는 여러 조상의 신명들이 함께 강림하셔서 축제를 즐기시는 모습을 보고 우리 가족들은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모두 리우 선녀님의 크신 기운이 신명의 기운을 불러 모아 벌어진 축제였다고 생각해요.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샤르비네가 반갑게 맞이하는 수석사제를 향해 꺼낸 말이었다.
수석사제 러우 선녀는 샤르비네의 말을 듣고 빙그레 웃기만 하고 다른 말을 피했다.
나도 수석사제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영적문제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러우 선녀님을 찾아뵙고 소중한 시간을 빼앗게 되어 염치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거절하지 않고 배려해 주시니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수석사제는 내 말을 듣고 어머니처럼 포근한 미소를 띠며 이렇게 답변했다.
"사랑하는 영혼아, 배고픈 아기가 엄마에게 젖 달라고 보채는 건 당연한 이치란다. 사랑하는 영혼이 목마를 때 갈증을 해소해 주는 건 또 우리 사제들의 몫이기도 하단다. 내가 너희에게 시간을 배려한다고 조금도 불편하지 않으니 염치가 없다느니 미안하다느니 하는 생각은 하지 마라. 우리 사제가 하는 일들은 목마른 영혼들에게 갈증을 풀어주고 허약한 영혼들을 튼튼하게 길러 주는 사명이 있으니 지금 내가 너희를 영접하는 건 그 사명을 다 하는 책임일 뿐이다. 마음 놓고 영적인 고민을 해결하여 튼튼한 영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서도원 수석사제의 말은 내 맘을 너무 편안하게 했다. 그리고 영혼을 바른 정신세계로 인도하는 성직자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 러우 선녀의 자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성스러움과 자비로움과 다정함이 응축된 러우 선녀의 모습에서 아무리 상처받은 영혼이라도 새롭게 치유 받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한 마음을 나는 수석사제에게 이렇게 전달했다.
"러우 선녀님의 말씀만 들어도 제 영혼은 다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러우 선녀님을 영적 지도자로 모시고 있는 샤르별의 신선대중들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지구에도 러우 선녀님처럼 훌륭한 성직자가 나타나 방황하는 영혼들을 참 길로 인도해 주셨으면 큰 축복이 될 것 같습니다. 지구에도 많은 종교가 나타나 영혼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러우 선녀님과 같은 성스러운 존재는 아직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수석사제는 내 말을 듣고 잠깐 미소를 짓더니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사랑하는 영혼아, 그건 아니란다. 지구에도 큰 신명의 영혼들이 태어나 살아가고 있고 장차 큰 빛이 나타나서 지구 인류들을 빛 담금질하여 아름다운 영혼으로 부활하게 할 것이니 지구에 훌륭한 성직자가 없다고 불평하진 말아라."
“제가 알고 있는 지구의 성직자들은 겉으로는 영혼의 구제를 외치고 있지만 재물과 명예에 대한 욕심이 많고 권력과 세도를 앞세우려는 경향들이 강한 것 같아요. 영혼의 구제보다 개인의 영달에 치중하는 성직자가 참 목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러우 선녀님도 지구의 환경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시잖아요?"
“물론 우리 사제들이 지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이 많지. 특히 종교계의 현실이나 영혼들의 자질까지 지구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내용들이 많긴 하지. 그렇다고 사랑하는 영혼이 생각하는 것처럼 지구의 성직자들이 모두 재물과 명예를 탐하며 사적인 영달에만 치우치는 건 아니란다. 큰 신명의 영혼들이 성직을 맡아서 지구 인류들을 빛 담금질하는 노고가 크니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판단하지는 마라. 우리 샤르별의 사제들도 지구에서 활동하는 성직자 중에 존경할 대상이 있으니 그 점을 사랑하는 영혼이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샤르별의 사제들이 존경할 정도의 성직자가 지구에도 나타나서 영혼들을 빛 담금질하고 있다구요?"
"그건 사실이란다. 지구에도 샤르별 못지않은 큰 별들이 나타나 지구의 영혼들을 참 길로 인도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니 머지않아 참과 거짓의 목자들이 지구에서 구분될 것이다."
"샤르별의 사제들이 존경할 만한 성직자가 지구에 나타나 활동하고 있다니 제 짧은 소견으론 납득하기 어렵군요. 아무튼 러우 선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그 말씀을 믿지 않을 도리가 없겠습니다만...."
"내 말은 사실이며 때가 되면 다 알게 될 일들이다. 그건 그렇고 오늘 너희들이 나를 찾아온 목적은 너희 스스로 풀지 못할 영적문제일 것이니 무슨 고민이든 다 털어놓아라."
"네. 러우 선녀님께서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저에게 풀리지 않는 영적문제가 있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그게 뭔지 어서 말해 보아라."
"제가 샤르별을 방문한 후로 지금까지 지내면서 삶과 죽음이란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함께 동행한 샤르비네와도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어오기도 했지만, 러우 선녀님은 그동안 죽은 영혼들을 위해 신선봉안식을 많이 올려주시면서 영혼에 대한 느낌이 남다를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리고 다른 신선대중들이 느끼지 못한 영혼들 세계의 특별한 체험도 해오셨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제 판단이 틀린 건가요?"
"음.... 글쎄 뭐랄까.. 물론 이제까지 내가 샤스미 사원의 사제로서 많은 영혼들을 신선으로 봉안해서 사후선계로 보내기도 하고 또 추모제 등을 통해 불러오기도 하면서 특별한 느낌이나 감정들이 남다르다고 표현할 순 있겠지... 그래서 나에게 질문하고 싶은 요지가뭘까?"
"영혼들의 세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내용들이 많아요. 너무 많아서 어떤 내용을 요지라고 정리할 순 없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질문 드릴게요."
“아무튼 상관없으니 어서 말해 보아라."
“질문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각명신선주 한 잔 하면 안 될까요?"
"각명신선주 한 잔을 하고 머리를 맑게 해서 깊은 생각들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는 의미구나?"
"네, 러우 선녀님...."
"좋은 생각이다. 모처럼 귀한 시간을 마련했으니 질문하고 싶었던 생각들을 놓치면 안 되겠지. 그럼 우리 다 같이 각명신선주 한 잔씩 나누고 토론을 이어가도록 하자."
이 말을 마치고 서도원 수석사제는 곁에서 대기중인 수행선녀에게 신호를 보냈다. 꽃처럼 아름다운 수행선녀는 즉시 몸을 가볍게 움직여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술상을 들고 와서 우리들 앞에 각각 잔을 나눠서 내려 놓으며 빈 잔에 각명신선주를 따라서 채워 주었다.
"자, 우리 모두 한 잔씩 하자!"
술잔이 채워진 것을 보고 수석사제가 건배를 제안했다.
수석사제가 먼저 술잔을 들자 샤르비네와 나도 따라 들며 입으로 가져와 먼저 살짝 술맛을 보았다. 목구멍으로 한 모금 들어가는 술맛이 특별한 기운을 만들면서 온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이 색달랐다.
연거푸 남은 잔을 마셨더니 각명신선주의 특별한 기운으로 머릿속이 명경지수처럼 맑아지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의 잊고 있던 기억들까지 모조리 떠오르며 머릿속이 갑자기 커다란 기억의 저장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명신선주 한 잔으로 흐릿하던 기억력이 새록새록 해지며 서도원수석사제에게 질문할 요지의 내용들이 확실하게 머릿속에 정리되고 있었다.
그러한 느낌을 알아차린 수석사제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떠오르지 않는 생각 없이 토론을 이어가도 되겠느냐?".
나는 약간 발개진 얼굴을 하면서 "네..." 하고 대답했다
"좋다. 그럼 어서 아까 시작했던 토론을 이어가도록 하자! 네 말대로 나는 이제까지 많은 영혼들을 사후선계로 보내기도 하고 현실세계로 불러오기도 했다. 그래서 영혼들의 세상을 잘 이해하고 있지. 그런 문제로 질문할 내용이 있으면 어서 말해 보아라."
나보다 수석사제가 질문을 독촉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며 궁금한 질문을 펼쳐가기 시작했다.
“러우 선녀님, 제 궁금증을 말씀드리자면... 영혼들이 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고한 후 사후선계로 떠나면서 어떤 표정인지 궁금해요. 정말 홀가분한 표정인지 아니면 무언가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지…. 물론 몇 분의 임종식에 참여해서 잠들 듯 편하게 떠나는 영혼들의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는 세상에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제 말이 틀린가요?"
“네 말이 맞다. 세상과 이별한 영혼들이 사후선계로 떠날 때 마냥 홀가분한 모습으로 떠나지는 못한다."
"어째서 홀가분하지 못할까요? 샤르별의 신선들은 마지막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엇이 떠나가는 영혼들의 옷깃을 붙잡고 망설이게 할까요?"
“네 말처럼 우리 샤르별의 존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진실이지만, 최선을 다 하는 것만으로 마지막 떠나는 영혼들이 홀가분하진 못할 것이다. 생전에 아무리 최선을 다한 삶이라 할지라도 미완성의 숙제는 남겨둔 상태이며, 또 사후선계라 하더라도 미완성의 숙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영혼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사후선계는 현실의 모습과 다른 세상인가요? 사후선계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은 현실세계와 많이 다른 모습인가요?"
"사후선계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사후세계의 진실을 알아야 한다. 사후세계는 현실의 공간과 멀리 떨어진 세상이 아니라 파장만 다른 모습으로 겹쳐진 세상이란다. 즉 현실의 공간 속에 사후세계가 겹쳐진 상태로 존재하지만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간섭을 받지 않고 살아간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 사후세계도 현실의 공간처럼 빛과 암흑이 존재하고, 행복과 불행이 존재하고, 기쁨과 슬픔이 존재한다. 우주에다차원의 문명세계가 존재하고 차원이 다른 문명세계마다 이질적인 삶들이 펼쳐지며 그 중에는 빛의 세상도 존재하고 어두운 세상도 존재하며 희망적인 세상도 존재하고 절망적인 세상도 존재하듯, 사후세계도 다차원계의 이질적인 삶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모든 영혼들이 선호하는 세상은 사후선경일 것이다. 사후선경은 근본적으로 영혼들의 억압이 사라진 세상이란다. 누구에게 구속되거나 속박됨이 없이 자유로운 삶을 누리는 존재들이 사후선계의 신선영혼들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우리들 세상에서는 죽음을 맞이한 영혼들에게 신선봉안식을 올려주고 사후선계로 인도하지. 사후선계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은 다른 사후세계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어떤 영혼들보다 밝은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너에게 들려줄 수 있겠구나. 그래서 우리들 세상의 신선대중(神仙)들이 빛으로 화신하지 못하고 죽게 되면 찾아가고 싶은 세상이 사후선계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후세계는 신선대중들이 죽어서 찾아가는 사후선계처럼 자유와 밝은 삶의 모습이 보장되지 못하나요?"
"사후세계도 선진계와 후진계가 존재하고 선진계에 머무는 영혼들은 계율이 엄격하고 후진계에 머무는 영혼들은 억압된 삶을 면치 못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살아서 억압을 받고 살아가던 영혼들은 죽어서도 똑같은 신세를 면하기 어렵지. 살아서 천박스런 영혼이 죽고 나서 갑자기 귀한 모습으로 바뀔 수도 없고, 살아서 귀하게 살아간 영혼이 죽고 나서 천한 대접을 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이 죽어서도 그대로 나타나며, 모든 죽은 영혼들은 각자의 모습에 걸맞는 세상을 찾아갈 수밖에 없겠지. 천한 영혼은 하등계의 천한 세상을 찾아갈 것이며 고귀한 영혼은 선진계의 고귀한 세상을 찾아가겠지. 그 고귀한 영혼의 세상에서도 엄격한 계율을 지키며 영혼들이 살아갈 수밖에 없고, 천박한 영혼의 세상에서도 억압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사후선계의 질서는 다르다고 너에게 설명을 들려 줄 수 있겠구나. 살아서 억압당하지 않는 영혼은 죽어서도 억압당하지 않으며 살아서 자유를 찾은 영혼은 죽어서도 자유를 찾게 되니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유로운 영혼이 바로 신선이다. 살아서 신선은 죽어서도 신선이니 우리들 세상의 신선대중들이 죽음을 맞이해서 찾아가는 세상이 또한 사후선경일 것이다. 사후선경의 세상에서 머무는 신선영혼들은 엄격한 계율이나 속박에서 자유롭고 현실세계의 신선들이 살아가는 모습처럼 밝고 여유로움 속에서 신선놀음을 즐기며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들 세상의 신선대중들은 살아서 빛의 화신으로 입신하지 못하더라도 영혼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후선계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담담한 심정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단다."
“결국에는 샤르별의 신선대중들이 가장 바라는 삶은 빛의 화신이지만. 그러한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차선의 선택으로 죽어서 찾아가고 싶은 세상이 사후선계의 세상이군요?"
“그렇지, 우리 샤르별의 신선대중들은 빛의 화신에 이르지 못하고 불가항력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할지라도 생전에 꿈꾸고 바라던 사후선계를 찾아가서 신선의 영혼으로 부활하여 생전과 똑같은 신선놀음을 즐기며 신선의 삶을 살아가게 되지.”
“그렇게 생전의 바람대로 사후선계를 찾아간 영혼들이 사후에도 여전히 현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다시 출몰을 반복하며 현실의 존재들과 어울리는 이치는 무얼까요?"
"현실세계에 남겨 놓은 미완성의 숙제를 살아 있는 존재들과 공동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란다."
“미완성의 숙제를 풀기 위해 사후의 영혼들이 현실의 공간을 다시 찾아온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단다. 사랑하는 영혼아, 다시 설명을 곁들이자면 우리들 세상이 무한이론의 법칙으로 탄생한 4차원 문명세계의 초월적인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지만, 아직도 우리들 현실의 세상에는 미완성의 숙제들이 많다. 그 미완성의 숙제는 산 자들의 몫으로만 해당되지 않고 죽은 자의 몫으로도 해당된단다. 살아 있을 때 아무리 큰 숙제를 풀다가도 남은 문제를 마저 풀지 못하고 불가항력적인 죽음을 맞이하여 대업을 중단한다면 산 자와 죽은 자의 입장에서 그보다 불행한 일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 세상에서는 죽음이란 단절로 미완성의 숙제를 미루지 않고, 그 미완성의 숙제를 산 자와 죽은 자들이 합심하여 공동으로 해결해 낸다. 즉 우리들 세상의 신선대중들은 살다가 죽으면 현실과 영원히 단절되어 이제까지 살아온 삶을 마감하지 않고 사후선계에서도 얼마든지 현실과 도모해서 4차원 문명세계의 완성된 작품을 이룰 때까지 사명감을 불태우는 것이란다.”
"살아서 이루지 못한 일을 죽어서도 다시 펼쳐갈 수 있다는 의미의 말씀이군요?"
"그렇단다. 사랑하는 영혼아, 우리들 세상에서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요인은 죽은 자들의 힘으로 산자들이 대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러우 선녀님, 그러면 사후선계에는 그 세상 나름의 질서 같은 건 없나요? 아무리 죽은 영혼들이라고 해도, 현실을 찾아오고 싶으면 찾아오고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도 되는 자유로운 영역의 공간에 죽은 영혼들이 살아가는 사후선계가 존재하나요?"
"사후선계는 사후에 찾아가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차원의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세상은 다른 영혼들이 죽어서 가는 세상이 아니라 살아서 신선이었던 영혼이 육신의 허물만 벗고 찾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살아서 신선은 죽어서도 신선이요 신선의 삶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자유가 보장된다. 곧 우주의 영원한 자유자가 신선이란 이름이다. 우주천하 아무리 큰 부귀공명이라 해도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삶이라면 허울에 그치리라. 그래서 모든 영혼들은 본능적으로 우주의 영원한 자유자인 신선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란다. 또한 사후선계가 죽은 자들이 머무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그 세상도 엄연히 현실을 토양으로 삼아 펼쳐지는 세상이다. 현실 세상에서 태평성대를 누리면 사후선계도 태평선대가 찾아오고, 현실 세상이 풍요로우면 사후선계도 풍요로움이 넘친다. 현실이 흥하면 사후도 흥하고, 현실이 망하면 사후세상도 함께 망한다. 또한 현실 세상이 영원하면 사후선계도 영원하고, 현실 세상이 진멸지경에 이르면 사후선계도 함께 진멸지경에 이른다. 그리하여 사후선계로 먼저 떠난 영혼들이 현실의 세상들이 영원하고 신선놀음으로 태평성대를 누리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사후선계로 떠난 신선의 영혼들은 현실의 존재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미완성된 세상을 완성된 세상으로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란다."
"러우 선녀님의 말씀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걱정한다는 의미로도 들리는군요?"
“산 자와 죽은 자의 세상을 별개로 생각하는 건 잘못이란다. 산 자들이 완전한 세상을 이루고 살아가야 죽은 자들의 삶이 평안하므로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세상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단다. 산 자들의 세상에는 미완성의 숙제가 많이 남아 있고 그 미완성의 숙제를 해결해야 산자의 세상과 죽은 자의 세상이 함께 풍요와 번영과 태평성대를 누리게 된단다. 곧 산 자들의 세상이 영원해야 죽은 자들의 세상도 영원하단다. 산 자들의 세상이 망하면 죽은 자들의 세상도 함께 망하게 되니 죽은 영혼들이 산 자들의 세상에 출몰하며 함께 천지공사를 도모함은 자연스런 이치일 것이다."
“산 자의 세상은 산 자들만의 세상이고 죽은 자들의 세상은 죽은 자들만의 세상인 줄 알았는데 산 자와 죽은 자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운명이 같을 줄은 몰랐어요."
“하늘과 땅은 같은 운명줄이란다. 하늘이 불편하면 땅도 불편하고 땅에 재앙이 찾아오면 하늘에도 재앙이 찾아온단다. 그래서 하늘과 땅은 서로 도우며 살고 서로 받들며 살아가는 것이 하늘과 땅의 참 이치란다. 사후선계의 신선영혼들이 현실의 세상을 찾아와 천지공사를 함께 도모함이 그러한 이치란다."
“러우 선녀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삶과 죽음의 경계는 형식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은 육신의 허물 하나만 벗어버린 차이이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이 함께 조화로운 세상을 펼쳐 간다는 말씀이제 가슴을 울리고 있어요."
“가슴의 울림은 영혼의 울림이란다. 지구에서도 샤르별처럼 신인조화의 세상이 열려야 하늘과 땅이 원하는 참 이치의 세상이 열릴 것이다. 땅에서는 하늘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하고 산 자는 죽은 자의 꿈을 바르게 읽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상의 숙제들이 풀리고 하늘과 땅의 참 이치가 제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산 자의 보이는 세상은 양이라면 죽은 자의 보이지 않는 세상은 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의 이치는 음양의 합덕이 이루어져야 가장 이상적인 질서가 바로서게 된다. 우리들 세상에서도 음양합덕의 질서가 가장 조화롭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래서 산 자와 죽은 자들의 음양합덕으로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란다."
"음양합덕의 조화로 완성된 세상을 펼쳐갈 수 있다니 놀라운 지혜의 말씀이군요. 지구 인류들은 죽은 자의 꿈은 커녕 하늘의 소리조차 제대로 들으려고 귀를 열지 않아요. 그래서 지구에서는 샤르별처럼 신인조화의 초월적 세상이 열리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같은 답답한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지구에서도 샤르별에서처럼 하늘과 땅이 공조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음양합덕을 이루어 대광명이 펼쳐진 빛의 세상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그렇다. 지구에서 온전한 세상이 이루어지려면 하늘과 땅이 만나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음양합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산 자는 산자의 힘만으론 온전한 세상을 이루지 못하고, 땅은 땅의 힘만으로 하늘의 뜻을 펼치지 못한다. 지구 인류들은 보이는 것들만 믿고 보이지 않는 것들은 외면하려 하기 때문에 아직 제한된 삶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큰 일을 펼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보이지 않는 힘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실은 항상 미완성의 세상으로서 보이는 힘만으로 그 미완성을 채우지 못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힘들은 항상 현실의 주변에서 맴돌며 미완성된 부분을 채워 주려고 기회를 엿본다. 보이지 않는 힘들의 통로는 마음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존재들의 마음이 열려 있을 때만 보이지 않는 힘들이 왕래하며 음양합덕으로 미완성을 채워준다. 우리들 세상에 무한이론의 4차원 문명세계가 펼쳐질 수 있는 동기는 무엇보다 보이지 않는 힘들의 도움이 아니면 불가했을 것이다. 이제 지구 인류들도 다람쥐 쳇바퀴 같은 단조로운 삶을 벗어나 신인조화의 큰 세상을 펼치기 위해서는 신명의 기운과 마음의 교류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우주에 삼천대천 세상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 서 있는 세상이다. 지구는 삼천대천 세상에서도 작은 별에 속하지만 그 위치는 중요한 자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지구가 바로 서야 한다는 주장이 우주정신세계의 중론이다."
"우주정신세계 중론이라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우주 삼천대천세상을 이끌어가는 큰 별의 신명들이 천상계 회의를 통해 얻어 낸 결론의 중지란 뜻이다.”
“지구가 그렇게 우주 삼천대천세상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 말씀입니다. 샤르별처럼 초월적인 문명이 발달하고 선경세상이 펼쳐진 아름다운 세상이 우주의 중심역할을 하지 않고 하필이면 우주의 하등 세상에 불과한 지구가 그 역할을 하게 되다니 이치가 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에서 빛나는 별이며 우주의 어떤 세상보다 큰 기운으로 뭉쳐진 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구가 망하면 하늘이 망하고 지구가 흥하면 하늘이 흥하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우주의 질서를 파괴시키려는 암흑의 왕과 멸주의 세력들이 총력으로 지구를 공격해서 진멸시키려는 작전을 펼치고 있다. 지구를 살리려는 하늘의 기운도 만만치 않아서 하늘의 큰 신명들이 지구를 찾아가 응원을 펼치고 있으나 지구 인류들의 맘이 열리지 못해 큰 신명들의 기운이 무기력하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서 신명의 기운이 약해질 때 하늘의 뜻을 펼치려 해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보이는 기운은 양이요 보이지 않는 기운이 음이니, 음양이 합덕을 이루어야 지구에서 큰 일이 펼쳐지고 하늘과 땅의 이치가 제자리를 잡게 될 것이니 아직은 그 때가 이르지못함을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지구를 응원하는 신명들이 지구를 찾아와 지구 인류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다. 지구 인류들의 마음의 문이 열리면 지구를 찾아와 기다리는 큰 신명들과 음양합덕을 이루고 우주역사의 유사이래 찾아볼 수 없는 우주개벽의 대역사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이 바로 하늘과 땅이 기다리는 순간이고 우주 삼천대천세상의 큰 경사이기도 할 것이다."
"우주 대역사의 중심에 지구가 서 있다니 놀라운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대 샤르앙이 지구에서 샤르별을 찾아온 이치도 하늘의 뜻과 맞물려 있으니, 이제 내 말을 듣고 샤르별에서 무엇을 얻고 지구로 돌아가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심중의 목표가 설정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느냐? 사랑하는 영혼아."
"네, 러우 선녀님. 이제 제가 지구로 돌아가서 실천해야 할 일이라면 지구 인류들의 마음 문을 열게 하여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보이지 않는 힘과 맘으로 교류를 나누며 음양합덕의 힘으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으로 역할을 다 할 때까지 노력을 다 하는 길이라고 사료됩니다. 그러한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러우 선녀님께서 앞으로도 제 영성을 더욱 크게 길러주시고 큰 각성을 깨우쳐 주십시오."
"사랑하는 영혼아, 그 약속을 지켜줄 테니 걱정마라. 나는 이미 너를 마음의 제자로 삼았고, 그래서 각별한 사랑과 관심으로 네 영혼의 성장을 위해 도울 것이다."
"감사합니다. 러우 선녀님, 제가 지구로 돌아가더라도 러우 선녀님을 제 마음속 스승으로 모시고 항상 크신 가르침을 거울로 삼아 주어진 사명을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냐. 사랑하는 제자야. 나는 이미 네 말을 믿고 있다. 나의 믿음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며 다음에 또 큰 가르침을 청하도록 하겠습니다."
"너희들과 만남을 기다릴 것이니 언제든지 찾아와 기쁜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이런 말을 마치고 샤르비네와 나는 서도원 수석사제의 접견실을 나와서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 수석사제는 나의 손에 각명주(覺銘酒) 한 병을 들려 주었다.
서도원 사제로부터 받아 온 각명주(覺銘酒)는 두고두고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깊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각명주 한 잔을 마시고나면 멀고 먼 전생의 기억들과 현실의 작은 기억들까지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래서 모처럼 정신계의 큰 별을 찾아가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 기억을 까먹고 하려던 이야기를 못 다하는 일은 없었다.
각명주를 마시고 전생의 기억들이 떠오르면 사색 저 너머의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곤 했다. 전생에 겪었던 일들과 전생에 맺었던 인연들과 전생에 펼쳤던 삶들이 또렷또렷 머릿속에 떠오르면 현실의 자아가 대견한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각명주를 마시고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면 지구를 찾아온 목적과 샤르별을 여행하게 된 동기와 샤르별의 신선대중들과 어울리며 신선놀음을 즐기는 인연까지 함축된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증명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샤르비네와 나는 잠들기 전 각명주 한 잔씩을 서로 권하면서 끝없는 대화의 삼매경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샤르비네와 나는 각명주 기운의 힘으로 전생의 기억 속을 여행하며 서로의 인연에 대하여 고찰해 보았다.
질긴 인연! 샤르비네와 나는 전생부터 질긴 인연으로 엮여 있었다. 전생의 질긴 인연들이 100억 광년 떨어진 세상에서 각각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며 다시 만날 약속을 기약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전생에서 이미 만나기로 한 약속을 우주 끝 100억 광년의 세상에서 다시 이루었다는 사실이 천우신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다음 분신의 생에서는 제가 샤르앙에게 약속을 지킬 차례군요."
전생의 비밀을 알고 나서 샤르비네가 내게 해 준 말이었다.
“전생의 약속대로 나를 일심동체로 다시 맞아주어 고맙소."
나도 샤르비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샤르비네와 나 사이에는 무언가 운명이란 힘이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은 하고 있었지만, 각명주를 마시고 전생을 기억하고 나니 그 추측의 내용은 너무 구체적인 사실로 다가왔다.
샤르비네와 나는 30만 년 동안 맺어 온 전생의 인연을 함께 기억 속에서 더듬으며 어제의 일처럼 또렷한 느낌으로 지난 추억들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각명주를 마신 후 샤르비네와 나는 함께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갈 때 드디어 마주하던 순간들을 포착했고 그 질긴 인연은 30만 년 동안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샤르비네와 내가 전생의 30만 년 동안 인연을 맺어 온 세상은 마이트레야 도솔천이었다. 그 도솔천에서는 신선의 영으로 태어나기 위한 구름떼 같은 천중(天衆)들이 마이트레야의 설법(說法)을 들으러 몰려들고 있었고, 샤르비네와 나는 마이트레야의 본 설법을 들으려는 천중들에게 예비 설법을 펼치고 있었다.
예비 설법이란 마이트레야 본 설법에 참가하기 전 기본적인 소양과 예절을 익히는 과정으로, 예비 설법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천중은 다음 차례를 더 기다려야 마이트레야의 본 설법에 참여해서 신선의 영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전생에서 겪었던 그 때 일들을 기억으로 떠올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땐 참 행복했어요."
샤르비네가 전생의 기억을 회상하며 꺼낸 말이었다.
“맞아요. 도솔천에서 우리들의 금실은 천상계의 신선과 선녀들이 부러워할 만큼 찰떡궁합이었으니까... 그 행복했던 순간들을 무엇으로 다 설명이 가능하겠소?”
나도 샤르비네의 말을 거들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전생에서 부르던 샤르앙의 이름은 백마 신선이었지요?"
샤르비네가 다시 전생을 회상하면서 내게 물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전생에서 부르던 내 이름은 백마 신선이었고 샤르비네의 이름은 연화 선녀였소."
그 말을 듣자 샤르비네가 전생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른 듯 눈을 지그시 감으며 대답했다.
“백마 신선과 연화 선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억의 이름이군요. 그래요, 우리들은 백마 신선과 연화 선녀라는 이름의 부부로 천중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내리며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했어요. 그때 우리 둘이 날개 달린 백마를 함께 타고 구름 속을 날며 천하를 주유할 때 하늘의 달과 별과 땅 위의 꽃송이들까지 숨을 죽이며 시샘의 눈총을 보내주는 것 같았는데…. 아무튼 다 망각 속에 묻힐 전생의 일들을 각 명주 한 잔으로 다시 회상할 수 있다니……. 지금의 행복한 감정을 무어라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나도 행복하오. 그리고 샤르비네와 내가 전생에 얽혀진 인연을 기억 속에서 다시 되찾고 나니 소중한 보물을 다시 찾아낸 기분처럼 만감이 교차되어 행복한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겠소.”
이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샤르비네와 나는 다시 각명주 한 잔씩을 곁들이며 더 또렷하고 확실한 전생의 기억들을 들추어내며 회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9 - 우주에 펼쳐진 다차원의 세계들
첫댓글 환경이 세상을 만들지 않고
의식이 세상을 만든다.
천우 신조
백마 신선
연화 선녀
감사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
신인합일의 조화로 세상이 움직이는 것이네요.
네 맞습니다 신명계 인간계 같이 움직입니다
감사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
현생 에서 자~알 살아야
사후 세계도 잘 갈수 있다는걸 믿으며 그래서 더욱 잘 살아보려고 한번 더 웃고
한번 더 밝은 미소 지으며
오늘도 잘 살았는지
점검해봅니다
네 맞습니다 이번생은 영원히 사셔야 됩니다
사후 아닌 현생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