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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제가 이곳 게시판에 썼던 앞선 장신화와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가져와봤습니다.
큰 주제는 한국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빅리그에 도전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지만, 저는 그보다 "기술이 생각보다 뛰어나고 슛이 매우 좋았지만, 신장이 작아 단점이 명확했다"는 라쇼 네스트로비치와 조엘 앤소니의 생생한(?) 회고가 눈에 띄네요. 아시다시피, 두 선수는 2008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우리나라와 실제로 경기를 했던 선수들입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종전의 대표팀이 주구장창 보여주던 횡패스에 이은 3점농구를 배제하고, 철저히 안에서 나오는 패스만 슛으로 연결했으며, 1-3-1을 기본으로 각종 변칙적 지역방어를 통해 실점을 줄이는 전술을 펼쳤습니다. 이전까지 무모한 슛과 리바가담 부족으로 상대편에게 쉬운 속공을 내주며 패했던 것과 다르게 슬로베니아, 캐나다를 상대로 나름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결과가 나왔고요. 그러나 수비의 완성도에 비해 공격전술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슬로베니아전의 김주성 대폭발, 캐나다전의 전정규 대폭발, 그리고 정영삼의 계속 되는 돌파력, 윤호영의 공수 균형 등이 특기할만한 사항이었으나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죠. 물론 양희종, 하승진, 이광재 등의 부상도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이전의 3점 아니면 하승진 골밑 공격이라는 단순 패턴보다는 나아졌으나) 하프코트 오펜스 상황에서 대부분 선수들의 활동폭이 위축된 것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핸드볼이나 축구처럼 공격, 수비 혹은 슛, 패스를 구분지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농구는 그렇지 못하죠. 농구는 몸싸움이 매우 중요하고, 공수전환이 순식간에 일어나며(현대농구의 템포는 더더욱 빨라지는 추세죠) 공격기술이 늘어날수록 팀디펜스의 조직력도 높아졌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은 수비수를 몸싸움으로 제압할 수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오프 더 볼 무브(기본적인 스크린-컷인마저)도 상대방의 팀디펜스를 흔들 수준이 되지 못했습니다. 정영삼, 윤호영의 1대1 돌파력은 뛰어났으나 위크사이드에서 수비를 동시에 흔들면서 움직여주는 선수가 없다보니 제 2, 제3의 파생효과도 나오지 못했고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팀내 최장신 신동찬이 박수교, 이충희, 신선우, 임정명의 각종 공격옵션이 실패할 때마다 탑과 양쪽 45도에서 부지런히 볼을 다시 받아서 반대편으로 연결하던 모습과 비교되는 장면이었습니다. 97년 ABC에서 지능적인 센터(?) 정재근, 전희철이 지속적으로 하이-로우를 오가며 돌파와 패스를 통해 중국 수비를 흐트러 뜨리고, 결과적으로 존디펜스까지 쓰게 만들면서 후반전에 3점 폭격을 유도한 것과도 비교되었고요.
갈수록 수비 패턴은 정교해지고 조직력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이를 뚫으려면 당연히 공 안잡은 4명이 내외곽을 부지런히 가로지르며 수비를 흔들어야 하고요. 그러나 피지컬이 대등하지 않다면 안쪽에서 공을 잡아도 공격옵션이 현격히 줄어들거나 스크린 플레이가 안되서 수비에 별 영향을 못주게 됩니다. 기사에서 이치엔리엔이 "한국선수들의 기술은 훌륭하다. 다만 NBA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육체를 가진 선수가 별로 없다”라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면서도 참으로 기본적인 지적이 아닐까요?
ps>
점프볼 기사 하나 덧붙입니다. 제목을 클릭하시면 연결됩니다.
[매거진] 한국 남자국가대표팀에 대한 제언
추측일뿐이지만, 립서비스가 아닐까요..다 개판인데 그나마 봐줄만한것이 슛이다..NBA리거들은 언론을 대하는데 있어 성숙하니까요. 대체 어떤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선수들의 드리블이 수준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오오, 라쇼와 조엘이 이런 말을 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