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의 향기-4]
“자. 제 손 잡고 함께 나갑시다. 그 계획을 설명도 하고 점심도 맛있는 걸로 제가 사겠습니다”
어둠속에서 내민 내사랑의 손을 잡았지만 결국 뿌리치지 못하였다. 그 순간 내사랑이 짓는 회심의 미소를 지영은 알지도 볼 수도 생각하지도 못하였다.
어두운 회의실을 빠져 나오며 지영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였다. 그만큼 시낭송회에 대한 기대가 컷고 무산된 충격이 황당하게 하여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였다.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좋아요? 돌아가야 잖아요? 다들 돌아가셨는가 봐요”
“걱정마십시요. 점심식사후 제 차로 역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저의 사과를 점심 사는 것으로 대신 하도록 기회를 주십시요”
박희철은 지영을 시낭송회의 프리마돈나로 대접하였다. 그런 그의 대접에 지영은 평생 처음이라 놀랐으며 한편으로는 우쭐하기까지 하였다.
지영은 머리를 미용실에서 하며 시낭송 준비를 하느라 아침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함을 느꼈다.
“사실 저도 이제 배가 고파요. 그러면 맛있는 점심 사주세요”
남편 외에는 처음인 다른 남자에게 잡힌 손에서 전해오는 따스한 열기는 지영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 때였다. 마지막으로 서성거리며 나오는 두 사람을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여자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나! 내사랑님 그리고 인애 신지영님. 보기가 아주 좋아요. 이쪽으로 나오세요. 출입구는 이쪽이예요”
어둠속에서 나오는 두 사람에게 질투로 가득 찬 마음을 숨기고 천사 이소희는 부드럽게 말하였다.
이소희. 그녀는 한영문학에서 2년째 아침편지를 회원에게 배달하는 아침의 편지 담당자이자 운영자의 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40대 후반의 한 아이를 가진 가정주부였다. 한영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한 후 여학교 시절 꿈이며 꼭 되고 싶었던 시인이 되자 그녀를 등단케 해준 한영문학에 열성을 다하여 봉사하는 중 잦은 만남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짐으로 인하여 사장인 내사랑 박희철과 사랑에 빠졌으며 가정보다는 뒤 늦게 빠진 그 사랑에 몰두하였다. 이 사실을 안 그녀의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였다. 그녀는 사랑하는 내사랑 박희철과 함께 시집을 출간하며 시인으로 살 결심을 하고 한영문학에 열중하였으며 박희철의 사랑에 매어 있었다. 그러다 신지영이 까페에 회원으로 나타나고서 부터는 불안한 상태였는데 오늘 둘이서 함께 손을 잡고 나오는 것을 보고는 불같은 질투심으로 그들을 갈라 놓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천성이 착하고 시인이 되었음을 늘 자신의 자랑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그들이 처음 내사랑의 손에 이끌려 찾아가서 사랑을 시작하였고 그 후 틈틈히 찾아가서 사랑을 나누던 그 모텔 그 방 516호로 갈 것이며 그는 사랑을 하기 전에 늘 했던 것 같이 성욕촉진제인 벡스를 마실 것이라는 것을 습관처럼 알고 있었다.
박희철과 신지영이 뒷 문을 통해 모텔로 들어간지 10분 뒤 담 옆에 주차했던 엘란트라에서 한 여인이 내리는 것을 보고 제임스는 모텔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신속하게 엘란트라로 가서 육군 이라고 커버에 쓰여진 알류미늄 담배케이스를 열고 얇고 긴 강철자를 뽑아 내어 앞문 핸들 윗쪽 홈에 있을 키 박스를 향하여 창틈으로 집어 넣으며 오픈 핸들을 들어 올렸다. 문은 쉽게 열였다. 의외로 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다. 급히 나가느라 문을 잠그지 않았음이 틀림없었다. 소리나지 않게 차 문을 열었다. 먼저 눈 시야에 들어 온 운전석 의자에는 일회용 주사기가 있었다. 그는 급히 나간 운전자의 주변부터 살폈다. 의자 사이에 있는 박스에서는 백색 가루가 묻어 있는 비닐 봉지가 있었다. 그는 다시방을 열었다. 다행히 다시방속에는 수퍼마켓에서 구했을 것 같은 똑같은 종류의 비닐 봉투들이 있었다. 깨끗한 비닐 봉투를 찾아 손수건으로 운전석에 떨어져 있는 그것들을 잘 싸서 다시 그 비닐봉투에 넣고 조심스럽게 양복 주머니에 넣었다.
그 일을 마치자 자동차 문을 잘 닫고는 습관적으로 차 번호를 메모하였다. 그리고 검은 세단 프레지던트로 가서 강철자를 이용한 같은 방법으로 문을 열고 자동차 바닥과 의자를 살폈다. 그는 엘란트라에서 꺼낸 다른 비닐봉투에 자동차의 다시방에서 페니테이트라고 영어로 쓰여진 종이박스와 벡스라고 중간에 쓰여진 담배갑 크기만한 은회색 박스등을 손수건으로 감싸 집어 올려 다시 그 비닐봉투에 넣었다. 조수석 바닥에서는 아프로틱이라는 음료수병이 아직 내용물이 담긴채 뒹굴고 있었다. 그것들을 손수건으로 그의 지문이 나지 않게 잘 싸서 또 다른 비닐봉투에 넣고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위치와 시각을 볼펜으로 기재하고 그 메모지를 찢어 각 각의 해당되는 비닐봉투에 넣고 그것들을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다시 한번 자동차 안을 살펴보고는 소리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그는 뇌리에 그려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급히 현대식 고급 분위기가 나도록 프레임이 잘 만들어진 통유리 출입문을 열고 호텔로 들어가 정문 입구와 라비를 지나 프런트 데스크로 가서 두 사람이 투숙한 방을 물었다. 그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한 프런트의 담당자는 마시던 커피 잔을 든채 의아한 눈으로 놀라며 그러나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고 물었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객실의 정보를 함부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사정이 다급할 것 같습니다. 나는 캐나다에서 온 사립탐정입니다”
그는 말하면서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캐나다 사립탐정 협회에서 발행한 프라이빗 디텍티브 라고 기재된 경찰 신분증 모양의 증명표를 내 밀었다. 그러자 그 카운터 담당자는 영어로 된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그들이 투숙한 객실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객실용 에리베이터 앞에 섰다. 바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고개를 숙이고 흰장갑을 벗으며 나오는 사람을 유심히 봤다. 그 사람은 여자였으며 엘란트라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제임스를 보자 당황한듯 놀라며 서둘러 뒷문으로 갔다. 제임스가 5층 510호의 손잡이를 돌렸으나 문은 잠겨 있었다. 크레딧 카드로 문을 열고 들어 간 제임스는 먼저 창가의 침대에 누워있는 나신의 여자를 보았다. 그리고 그 침대 아래 바닥에 벌거벗고 천정을 보며 누워있는 남자를 보았다. 왼쪽다리를 굽히고 허리를 숙여 그 남자의 목에 손바닥을 가져갔다. 그는 이미 절명하여 숨이 끊어진 상태였으며 서서히 경직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거실을 가로질러 욕실로 가서 내부를 확인 하였다. 욕실은 조금 전 샤워한 흔적으로 벽에 물기와 옅은 물안개만 남아 있었다. 내부는 온수로 훈훈하였다. 급히 돌아와 침대위의 여자를 자세히 봤다. 침대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채 누워 눈을 감은채 거칠게 숨을 쉬고 있는 그 여자는 신지영이였다. 그녀는 혼미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눈동자는 허공을 쳐다 보고 있었으며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볼에는 이미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제임스는 그녀를 안아 일으켰다.
지영이가 맞다는 사실에 반가움과 놀람이 교차되어 그의 얼굴은 잠시 일그러졌었다. 이렇게 만나다니. 첫 만남이 이렇게 이루어지다니. 아름답고 순결한 관계에서 가슴 두근거리며 만나야 할 지영을 다른 사람에 의하여 발가벗겨진 그녀를 안아 일으켜 세우는 잠시 동안 만감이 교차하였다. 그러나 감정적일 수 만은 없었다. 우선 이 사태를 수습하고 혐의를 벗겨야 하고 무사히 지영을 집에 보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이 다시 정신을 가다듬게 하였다. 그러나 한편 제임스는 난감하였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지영을 안고 나니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당황하였다. 그러나 이 상황을 원만히 넘기려면 그녀를 정신차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지영의 뺨을 가볍게 두드렸다.
“지영아~ 나 제임스야. 신지영! 나야 제임스. 지영아! 정신차리고 나를 봐”
그렇게 그가 몇 번을 흔들며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지영은 풀어진 눈동자를 게슴츠레 뜨며 그를 바라 보았다.
“아 아응~ 누구예요? 아~ 여기가 어디예요. 제임스? 당신 제임스예요? 언제 왔어요?”
“그래 지영아~ 나 제임스야. 어서 정신차려. 어서 응”
그는 탁자에 있는 주전자를 한 손으로 들어 그녀의 얼굴에 부었다.
“아이 차거워! 왜 이래요?”
그녀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화를 내며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 보다 사태를 파악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어맛! 이게 뭐야. 내가 왜 이렇게. 아~ 제임스. 내가 사람을 죽였나봐요. 아아악! 어떻해 이 일을”
그녀는 알몸인 것도 잊은채 울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 시작하였다.
첫댓글 젊은 여성의 선정적인 사진은 안올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