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이 대중화되던 초창기엔 앞에 앉은 7인의 표정은 퍽 진지했습니다.
고갤 처박고 있었지만, 일곱 빛깔 표정들이 저마다 살아서 펄떡였습니다.
옆좌석 할배 할매들도 자기들끼리 신이 났었지요.
아, 그런데 지금은?
폰이 진화하더니 7인이 귀를 틀어막고 눈을 감고 미간을 찡그린 죽은 상을 하고 앉아 있습니다.
복색은 달라도 한결같이 무표정합니다.
옆좌석 3인도 품위를 버린지 오래 된 듯, 7인과 똑같은 형색에 표정들을 허고 앉아 갑니다.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표정만은 무지개빛으로 다시 반짝였음 좋겠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마당을 쓸었습니다' 한 구절 놓고 갑니다.
260427 지하철 단상, 박정욱
주>
파울 끌레의 엥겔누스 노부스(신천사), 천사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전령입니다. 쉬지않고 천상과 지상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살이 찔래야 찔 수 없는 날씬한 몸매가 전매특허이지요.
그런데 날지를 못하는 천사를 신천사라 하네요.
진중권의 '미학 강의'를 읽다가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이든 천사든 인간이든 본래의 기능(쓸모)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당을 쓸었습니다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 속에 시 하나 싹 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첫댓글 동감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