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근무를 마치고 본사에 발령나던 날.....
아내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했던 말
"서울에 가면 20가지의 장점을 잃고 2가지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있다."
서울에 가지 못하고 김포로 들어온 것은 친구따라 강남가듯
어쩌면 그동안의 못남을 이기지 못하고 돈에 맞춰 김포를 찾은 듯 하다.
이삿짐을 싸고 여수를 떠나던 날....
2월초의 날씨는 무지도 추웠다.
신안아파트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8시... 모두가 눈을 감아 깜깜한 겨울 밤에
덩그러니 떨구어진 내 이삿짐 몇 덩어리와 그리 잘나지 않은 몇몇의 식구들.....
주변의 깜깜함보다 더 힘든 것은 어린 이아이들을 어디에 추위를 피할까?
그리고 오늘밤엔 잠이나 잘 수 있을까? 하는 맘이었다.
아이들을 다른 한쪽방에 가두어 놓고.... 아내를 거실 한켠에 앉게 하고....
그때부터 전쟁같은 이사를 시작했다. 대충 올려 놓은 이삿짐을 모두 풀어버리고 자리부터 잡게 했다.
그리곤 한쪽방 바닥만 겨우 닦아 피난민 같았던 4식구가 잠을 들었다.
풍무동의 첫날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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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났다. 난 작년에 다시 이사를 했다. 9년만에 새로지은 아파트로....
사실 말이 이사지 길만 건넛을 뿐이다.
난 새집이 싫다. 예상했던 대로 민감한 내몸이 날 가만두지 않는다.
새집증후군인지, 새가구 증후군인지, 아니면 내몸이 이제 헌것이 되어 그런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래르기가 풍년이다.
이 나이면 지식이 충만하고 용서와 화해가 충만해야하는데 두드러기만 충만하다.
풍사라는 곳을 알고 그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같이 노래하고 춤도추고....
김포경전철에 푹 빠져 지내고....
정보를 얻어오고 싸우고.....
10년이 지난 지금 변한게 하나도 없다.
풍무동이 변한 건 풍무시장 한켠에 생긴 빵부스러기같은 풀밭....
시청에 개같은 나리(개나리)들은 그걸 조각공원이라 한다.
비행기소리와 싸우느라 손목이 디스크가 올 정도로 클릭을 했어도.....
이번 연휴 비행기는 졸라게도 뜨고내린다.
풍무동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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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사운영진이 되어 무수히도 많이 만나고 얘기도 많이 했는데.....
그럼 난 풍무동에 이사와서 무엇을 했을까?
그래 그럼 지금부터 내흔적을 찾아보자!
내흔적이 과연 있을까?
어디에도 없다. 내흔적은....
추풍령감자탕에도, 호프집에도, 잘가던 노래방에도, 그리고 김군수집에도....
마지막 거울속에 나에겐 혹시 있을까?
그곳에도 없다.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만 있다.
이쁘게 늙자던 그 생각도 이미 아니다.
그래 이쁘진 않아도 깨끗하게 늙자던 그생각도 이미 생각이 아니다.
풍무동 속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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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풍무동에 올 때 난 이곳의 어느 누구도 몰랐다.
그리고 몇덩어리의 이삿짐, 그게 다였다.
변화? 엄청 많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아이들....
나도 할만큼 한 것같다. 비교적 열심히 살았다.
그러니까 내아이들이 저렇게 잘 자랐지.....
저 아이들이 대학을 가고나면 난 다시 보따리를 싸겠지?
그때쯤 정년퇴직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 앞으로 보내고....
다시 싸들은 내 보따리랑 풍무동을 떠 나겠지?
그리고 10년이 지나면 내맘속에 10년 이상 살아온 풍무동이 어떻게 기억될까?
모랫톳이 발달한 강가에 땅을 보고왔다.
햇빛이 비친 강가에 눈빛도 따가운 땅을 보고왔다.
그곳엔 간판도 없고, 비행기 똥구멍도 없다.
말만하는 전철도 없고, 말만 잘하는 인간도 없다.
부스러기 공원도 없고, 전신주도 없다.
그곳엔 개나리 시장도 없고, 지난 흔적도 없다.
하양 도화지에 내맘에 쏙드는 구리로된 간판도 만들고
앞마당에 큰 느티나무 심어놓고 말못하고 쑥스러워하는 이장님 모셔놓고
촛대에 불켜질 때까지 이바구 까며 살거다.
첫댓글 십년!..... 긴 세월이지요
지나온 시간과 사연들이 한편의 시로 승화되는군요
저도 이제막 십년입니다.
저도 이제막 흰머리가 쑥쑥자라납니다.
싱크님 흔적......................................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간의 수고가 전부 부질없었던 일도 아니였구요....*^^* 그리고 싱크님이 가시고 싶어 하는 그곳!!! 저도 따라 가고 싶어요....*^___^*
저랑 비슷하군요. 풍무동 10년...... 근데 풍무동 10년만에 이렇게 좋은일이 생기네요
좀 늦었지만 복뎅이가 태어 났습니다. 세번째라 처음엔 무덤덤했는데 날이 갈수록 아이의 눈속에 빠지게 되나 봅니다
풍무동에도 좋은일이 많이 생기겠지요....나처럼
부럽네요. 근데 저도 하고 싶긴한데.... 저지르면 회사에 업고갈 형편이니 그럴수도 없고....
풍무동이 있어 덕분에 2002년도에 싸고 넓은 집으로 이사와 잘 살아오고 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풍무동의 강산도 눈에 띄게 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맨 기대만 하고 살다가 이사가고 싶지는 않은데...
싱크님~! 오랫만에 글 읽어봅니다. 저도 풍무동으로 이사온 지 올해로 10년이 지났군요. 아직은 그래도 풀벌래소리, 맑은 공기내음이 귀와 코를 즐겁게 합니다. 슬로우시티같아요. 쬐끔씩 변해가더군요. 경제적으로 나아지지않았지만 시골틱한 풍경, 동네사람 인심이 그래도 정이 들었답니다.
토파즈 형님이시군요. 깜딱 놀랬습니다. 요즘은 어디에 근무하세요? 잘 계시죠?
풍무동에 이사올 때 초등학생이던 딸아이가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세월 많이 흘렀네요... 딸과 함께 처음 학교를 찾아가는데 딸아이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저도 이제 자식들이 사회에 자리를 잡으면 김포를 떠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데, 이제 어디에 자리를 잡을까 틈 나는 대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김포... 살기 좋은 고장 김포.... 아... 아이들에게 못할 짓 한 것 같기도 하고.... 후회가 됩니다.
힘내세요..^^
풍무동에 사신 세월이 저랑 비슷하시군요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래도 세월에 비해 무색하긴 하지만 10년전 보다는 생활편의시설이 많이 들어서긴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