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여행기#1 - 펄프 콘서트 후기
https://m.cafe.daum.net/ilovenba/34Xk/463557?svc=cafeapp
간사이여행기#2 - 야마자키 증류소 후기
https://m.cafe.daum.net/ilovenba/34Xk/463628?svc=cafeapp
간사이여행기#3 - 교토 라멘 식당 두곳 리뷰
https://m.cafe.daum.net/ilovenba/34Xk/465166?svc=cafeapp
지난 달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광란의 콘서트를 즐긴 후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위스키바 “헤더 허니 Heather Honey"에 다녀왔습니다.
우메다 역 인근이고 정확히는 키타신치 역에 더 가깝습니다. 사실 이 근처 숙소 잡은 이유도 콘서트 공연장 접근성 + 헤더허니 접근성 땜에 잡았던건 안 비밀...
https://maps.app.goo.gl/UFwCgeBEPPAjNMzS6?g_st=com.google.maps.preview.copy
구글지도 주소이고요...
저는 이제 막 입문한 위린이라 식견이 짧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곳은 오후 5시에 오픈하여 익일 새벽 2시까지 영업합니다. 마스터는 한 분 계시고요 영어가 서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소통은 가능하십니다. 어려운 단어는 번역기 찬스 쓰시면 돼요.
저는 일본어 구사가 거의 불가능해서 영어로 저의 취향과 예산 등등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마스터께서 알아서 추천해주실 겁니다. 이날 총 예산은 1만엔 전후로, 용량은 한 잔당 하프(15ml)로 다섯잔 부탁드렸습니다.
마침 제가 들어가기 직전에 가게에 있던 일본인 손님들이 떠나서 이날 혼자 마스터와 대화를 나누며 편하게 마실 수 있었습니다. 혼자 여행이라 사람이 좀 그리웠거든요...(추후에 올릴 교토 편에서 어느정도 해소됐지만요)
소정의 자릿세가 있고 잔당 부가세가 10프로 부가됩니다만 잔단 가격을 미리 알려주시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기본 안주로 초콜릿과 망고가 나오는데(이건 그때그때 다른것 같아요) 정말 맛있더라고요...
본론으로 넘어가서...
바의 이름인 헤더 허니는 꿀의 한 종류인데 ‘하이랜드 파크’ 증류소에서 나오는 위스키가 가지는 특유의 꿀 향과 맛이 헤더허니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바 이름이 헤더허니인 이유도 여기 마스터가 하이랜드 파크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당연히 첫잔은 하이랜드 파크 18년으로 가야겠죠?
하이랜드 파크 18년. 43도, 하프 1500엔. 1/4 정도 남아서 에어링이 꽤 된 보틀이었으나 에어링된 하팍이 맛있다며 추천하셨습니다. 꽃향이 가미된 꿀향이 매력적입니다. 팔레트도 노즈처럼 꽃과 꿀의 달달한 맛이 주를 이룹니다. 피니쉬는 생각보다 짧아서 좀 아쉬웠지만 노즈와 팔레트가 정말 좋았습니다. 데일리로 마시기 정말 좋을 것 같더군요... 애버펠디나 듀어스에서 느낄만한 무겁고 찐득한 꿀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하이랜드 파크의 허니 향이 좀 더 제 취향에 맞는 것 같네요.
아란을 좋아해서 눈 앞에 보이는 아란 17년 깔바도스 캐스크 레어배치로 주문했습니다. 52.5도, 하프 1500엔. 아란이 위스키 중에서도 매운걸로 유명한데 이거 관련해서 물어보니 구형 아란은 그렇게 안 맵다, 스피릿보다는 캐스크가 바뀐것 같다라고 답했습니다(이건 증류소 오피셜은 아닙니다). 암튼 이 보틀도 꽤 맛있었는데 깔바도스 캐스크의 영향인진 몰라도 잘 익은 사과와 청포도의 향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의외로 팔레트와 피니쉬는 굉장히 몰티하고 곡물취가 강하게 느껴져서 의외였습니다. 에어링 좀 돌리니 팔레트에선 곡물취가 가시고 노트와 같은 사과의 달달함이 올라오더라고요. 아쉽게도 팔레트는 그리 달달하지 않아서 저의 기대에는 못 미쳤었네요. 그래도 충분히 좋았습니다.
다음은 20년 이상의 고숙성 보틀로 추천해달라는 저의 요구와 저의 위스키 취향에 맞춰 마스터가 추천해준 ‘글렌카담 1999 싱글캐스크’였습니다. 56.6도, 하프 2500엔. 글렌카담은 크리미한 것이 특징이니 한번 느껴보라고 하더군요. 이 보틀 정말 괜찮았습니다. 사과 오렌지 포도가 섞인 크림의 향이 느껴졌고 맛에서는 크리미한게 좀 더 강화된 느낌이었습니다. 마스터는 고급 호텔의 고급 카페에서 먹는 과일 케이크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피니쉬는 과일과 더불어 꽤 몰티하고 의외로 바닐라 향이 느껴졌습니다.
다음은 좀 재미있고 특색있는 위스키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해서 ‘휘슬피그 15년’을 추천받았습니다. 46도, 하프 1500엔. 라이 위스키라서 좀 특이할거라고 했습니다. 역시 라이라서 그런지 흔히 마시는 스카치, 버번의 느낌이랑 전혀 다릅니다. 처음앤 풀향이 강하게 느껴지면서 열대과일, 향수, 계피 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가 다시 느껴보니 풀보다는 민트 계열의 화한 노즈가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마스터가 풀보다는 확실히 민트가 맞다고 초보인데 향을 잘 찾았다고 칭찬(?)해줘서 기분이 괜시리 좋아졌습니다... 팔레트는 강한 민트향과 설탕이 첨가된 꽃향 나는 여자 향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재밌던 보틀이었습니다.
다음 보틀은 ‘글렌기어리 13년 숙성‘이었고, 일본 쪽 독립병입자에서 나온 보틀이었습니다. 54.4도였고 하프 1500엔이었습니다. 카페오레처럼 커피향이 진하게 날거라며 추천해준 보틀이었습니다. 진짜 마스터 말대로 커피, 다크초콜릿이 진하게 느껴지는 한잔이었습니다. 되게 직관적으로 블랙커피 향만 느껴져서 신기할 정도... 에어링 좀 오래 시키니 커피향이 거의 사라지고 과일향이 올라오긴 하는데 맛은 또 여전히 다크 커피와 다크 초콜릿이 느껴지더라고요. 취향에 완전히 맞진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잔으로 넘어가기 위해 피트 위스키를 부탁드렸습니다. 피트를 한동안 혐오하다가 이제서야 피트를 쥼 즐기기 시작했는데 ‘포트샬롯 SYC:01 2013 10년 숙성’을 추천받았습니다. 54.4도... 가격이 기억이 안 나요... 이때부터는 그냥 분석하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맛만 느끼고 즐기면서 대화하느라 바빴었네요;; 브룩라디 증류소에서 나온 보틀은 이게 생애 첫 보틀이었는데 진짜 맛있었습니다... 이날의 베스트를 꼽자면 이걸 꼽고 싶을 정도로요. 레드와인캐스크는 잘못 만들면 비릿한 오프노트가 느껴진다고 들어서 걱정반 기대반으로 마셨는데 오프노트 하나 없이 직관적으로 달콤한 포도시럽을 마시는 느낌이었습니다. 피트의 향을 많이 날리지 않아도 느껴지는 달달한 향. 팔레트는 노즈와 비교하면 피트에 비해 찐한 포도의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너무 맛있었습니다. 해와 리뷰 보면 초콜릿 향도 느껴진다는데.. 알딸딸해서인지 피곤해서인지 너무 세세하게 분석하진 못하고 그냥 대충 맛있었던것만 기억 나네요...ㅜ
그러다가 바가 위치한 지역인 키타신치가 일본어로 뭔뜻인진 몰랐지만 한자는 좀 읽을 줄 안다, 북쪽의 새로운 땅아니냐고 뜻풀이를 말하자 좋아하시면서 키타신치 지명의 유래도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사람이 그리워서인지 알딸딸해서인지 암튼 저의 잡소리도 다 받아주셔서 감사... 그러다가 바로 옆에 옥토모어가 한병 보였고 “이게 피트가 그리 강하다면서요? 얼마나 강한지 설명이나 묘사 좀 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한마디 했는데... 갑자기 보틀 뚜껑을 여시더라고요...? “아아 저 이제 예산 초과임 안 마실건데요...?”
“어이 젊은이 오늘이 2025년 내 가게 첫 영업일인데 매너도 좋고 대화도 좀 통하는거 맘에 듦. 옥토모어 15.1 하프 한잔 신년 선물로 드리겠음 ㅋ”
무친......!! 뜻밖의 신년 선물을 타지에서 받을 줄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날 제가 마지막 손님이었고 혼자기도 해서 기분이다! 하고 1800엔 상당의 한 잔을 그냥 선물로 주셨습니다. ‘옥토모어 15.1’ 59.1도... 원래는 1700~1800엔 이라고 들었는데 한잔 무료로 마셨습니다..! 현존하는 위스키 중 가장 강한 피트 농도를 자랑하는 옥토모어 시리즈. 캐스크 종류에 따라 n.1 n.2 n.3 으로 나뉘는데 15.1은 ex버번캐스크에서 숙성한다고 합니다. 포트샬롯과 비교하면서 마셔보라고 해서 음미하면서 마셨습니다. 100ppm이 넘는 고농도 피트지만 생각보다 타격감이 느껴지기보다는 부드러워서 놀랬더니, “너 사실 피트 좋아하는 거일 수도?”라고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차마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꽤나 진하고 졸인 과일이 느껴지던 포트샬롯에 비해 프레쉬한 과일들이 느껴지는게 특징이었습니다. 아마도 버번 캐스크의 영향 때문이겠죠. 공짜로 마신다는게 즐거워서 따로 메모해놓은게 없는게 아쉽네요. 포트샬롯과 비교하자면 저는 포트샬롯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마스터에게도 의견을 말하니 마스터가 포트샬롯 이번에 나온거 꽤 잘 만들었다고 저의 의견에 지지(?)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옥돔이 맛없는건 아니었습니다!! 이거 먹어보니 15.2 15.3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이렇게 저는 위스키 시음을 마쳤고 1.2만엔 살짝 넘는 가격을 지불했습니다. 가게를 떠나 엘리베이터 타는 순간까지 배웅해주셨습니다. 여기 주인장 아저씨 진짜 엄청 친절하십니다. 연거푸 감사 인사드리고 라멘 하나 조지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여기 바는 독립병입자도 많고 올드바틀들도 많아서 위스키 애호가라면 오사카 방문할 때 들리시는 걸 추천합니다. 예산 정해서 가시면 과소비할 여지도 없고 무엇보다 엄청 친절하셔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나중에 오사카(언제 또 갈지는 모르겠지만...) 가면 다시 한번 들를 것 같습니다. 강추!!
보잘 것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럽 회원 분들 중에 오사카에 거주하시거나 위스키 좋아하시는 분인데 오사카에 들를 예정이다하시는 분들은 한번 가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첫댓글 사진만 봐도 가슴이 웅장해지네요. 오사카 갈일이 있을때 참고해야겠습니다. 저도 일본에 가면 숨겨진 위스키바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라인업과 가성비, 접객수준 모두 대단히 만족스런 경험이 많았네요.
후쿠오카에 있는 바 히구치도 나중에 꼭 가보고 싶어요
해외에서 위스키바를 갈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기회되면 한번 시도해봐야겠네요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술이 너무 비싸서리...ㅜㅜ 대만이나 일본에 좋은 바들이 많다고 해서 갔는데 대만족이었습니다!
옥토모어 구하기 어렵더라고요. 다음에 혹시 일본에 가게 되면, 위스키바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와이프가 허락 안할 거 같지만....)
칵테일이라는 선택지도 있으니 기브앤테이크로 한번 가시죠!! ㅋㅋㅋ 옥토모어 15.1 15.2는 보이는데 15.3이 안 보이는거 같더라고요ㅜㅜ 물량이 적은데 인기도 많아서 그른가...
여긴 진짜 고급진 정통바 네요!
위스키 전혀 모르는 제가 보기엔 허억! 하는 가격이지만
즐겁게 즐기셨다니 다행입니다!
한번 플렉스 해봤습니다 술 마시기엔 일본이 참 좋은거 같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