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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까지는 집에서 걸어서 5~10분 정도 걸린다. 집카가 차를 도시 곳곳의 주차장에 세워놓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객이 차를 찾아 카드를 대면 차 문이 열린다. 키는 차 안에 꽂혀 있다. 고객은 시동을 걸고 목적지로 향한다.
차를 반납할 때에는 고객이 직접 청소를 한다. 휘발유가 4분의 1 미만으로 남았다면 휘발유까지 직접 채운다.
집카는 회사 입장에서는 참 편하다. 차를 빌려주기 위해 직원이 고객을 만날 필요가 없다. 고객이 차가 있는 곳으로 와서 차를 가져간다. 차를 청소하고 기름을 넣는 직원도 필요 없다. 고객이 직접 하기 때문이다.
앤 모리스(Anne Morriss) 콘사이어 리더십 인스티튜트 창업자는 집카에 대해 "일반 회사에서는 직원이 할 일을 대부분 고객이 한다"고 평가했다.
집카뿐만 아니다. 고객이 직원처럼 일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가구 할인점 이케아가 그렇다. 가구 부품의 배송부터 조립까지 모두 고객의 몫이다. 이케아는 독일 뮌헨 시장에 진출할 때 "우리는 고객을 왕으로 떠받들지 않으려 한다. 고객이 직접 일을 해야 할 때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티셔츠 회사 스레드리스는 한술 더 뜬다. 고객이 직접 티셔츠를 디자인한다. 어떤 디자인의 티셔츠를 생산할지도 고객이 결정한다. 고객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티셔츠 디자인을 제안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골라 투표한다. 스레드리스는 최다 득표한 디자인 10개로 티셔츠를 만든다.
이처럼 고객이 마치 직원처럼 서비스ㆍ제품의 생산ㆍ판매에 직접 참여하면서 고객의 역량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집카 고객들이 차를 깨끗이 청소해 반납하지 않는다면 집카는 성공할 수 없다. 스레드리스 고객이 엉뚱한 디자인을 선택한다면 판매에 실패할 것이다.
모리스 창업자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고객과 직원의 구분이 흐릿해지고 있다"며 "고객도 직원처럼 훈련시키고 관리해서 역량을 높여야 회사의 경쟁력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모리스 창업자와 일문일답.
-고객을 관리하고 훈련해야 하는 까닭은.
▶호텔을 예로 들어보자. 고객이 예약한 날짜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호텔 비즈니스는 굴러갈 수가 없다. 병원ㆍ제약산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제때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객의 행동은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고객의 행동은 서비스 비용과 품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고객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관리해야 성공한다.
특히 서비스 산업에서 고객 훈련이 중요하다. 고객이 TV를 사는 경우라면 원하는 TV를 골라서 매장을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서비스 산업에서 고객은 기업과 함께 가치를 창조한다. 따라서 기업은 고객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당신이 제시하는 고객관리 시스템과 직원관리 시스템의 3요소는 똑같다. 고객(직원) 선택, 고객(직원)의 직무 디자인, 고객(직원) 훈련 등이다. 직원관리 기법을 고객 관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인가.
▶일부 회사들은 위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에게 의존하는 만큼 고객에게 의존한다. 따라서 직원 관리와 고객 관리는 겹치는 부분이 있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기법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직원들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대가로 머리를 숙이고 열심히 일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기업은 고객들이 고통 없이 또는 즐겁게 관리를 당할 수 있는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객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게 좋다.
-고객은 기업이 나아갈 바를 보여주는 별이라거나 고객은 항상 옳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고객이 훈련의 대상이라고 한다면 별일 수도, 항상 옳을 수도 없겠다.
▶고객은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따라서 항상 옳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고객은 기업의 서비스가 모든 면에서 뛰어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바람에 맞추려는 시도는 기업에 득이 되지 못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모든 위대한 서비스 기업들은 일부러 일부 고객을 실망시키는 선택을 한다. 그래야만 위대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낮은 가격에 훌륭한 제품을 공급한다. 그러나 매장에서 고객을 도울 판매 직원은 매우 적다. 매장 디자인 역시 아름답지 않다. 만약 월마트가 일부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매장 직원을 늘리거나 디자인을 강화했다면 저가 정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월마트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은 붕괴됐을 것이다.
이 병원이 높은 성과를 올린 비결은 고객 선택, 고객 훈련, 고객 직무 디자인 등 고객관리 시스템의 3요소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먼저 고객 선택. 이 병원은 치료에 적합한 고객만 받는다. 탈장만 없었다면 건강했을 환자가 대상이다. 과체중이거나 심장에 문제 있는 사람은 거절한다.
다음은 고객 훈련. 입원 당일 오후 4시 30분부터 신입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다. 오후 9시 시작되는 저녁과 간식 시간에는 이미 수술을 받은 고참 환자가 신참 환자들을 훈련시킨다. 수술 진행 과정과 회복 과정 등을 설명한다. 마지막은 고객 직무 디자인. 수술 후에 스태프의 부축을 받아 수술실에서 걸어 나오는 게 핵심 직무다. 오후 9시면 식당까지 걸어가는 것도 중요한 직무다. 그래야 신참 환자에 대한 멘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 같은 고객관리 시스템 덕분에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 그 결과, 의사들은 할 일이 줄어들었고 수술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숄다이스 병원이 의사 1인당 1년에 700건의 수술을 할 수 있는 이유다.
-숄다이스 병원은 적합한 고객만 받는다. 경영 구루인 짐 콜린스가 말했던 "적합한 사람은 (회사라는) 버스에 태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버스에서 내리게 하라"는 명언을 떠올리게 한다.
▶옳은 얘기다. (숄다이스 병원처럼) 기업이 특정한 고객 집단을 위한 서비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하자. 그런데 타깃 고객층이 아닌 고객들이 찾아온다면 기업의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잘못 온 고객들이 버스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뿐이다.
-적합하지 않은 직원들은 평판 조회 등을 통해 버스에 못 타도록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을 버스에 못 타도록 막는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 평판 조회는 활용할 수 없는 사치품이다. 따라서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고객과 나쁜 고객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한 다음, 좋은 고객을 유치하고 나쁜 고객은 쫓아버리는 메커니즘을 디자인해야 한다.
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 인슈어런스가 좋은 예다. 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만들어 자사와 경쟁사의 보험료를 모두 공개했다. 그 결과, 프로그레시브에 맞지 않는 고객들은 자발적으로 다른 보험사로 옮겨갔다. 반면 경쟁사가 보험료를 과잉으로 청구하는 특정 고객층은 프로그레시브로 넘어왔다.
-숄다이스 병원에서는 고참 환자들이 신참 환자들을 훈련시킨다. 고객들이 서로를 훈련시키는 예인가.
▶물론이다. 수술이 끝나 회복 중인 환자들은 신참 환자들이 모르는 것들을 많이 안다. 이 때문에 열정적이고 뛰어난 트레이너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신참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심어준다. 병원 직원들은 하기 힘든 일이다.
-집카는 놀라운 사례다. 고객들이 직원처럼 일한다.
▶집카는 고객들이 차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고객들이 직접 차를 청소하고 기름을 넣는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키기 위해 집카는 강력한 '고객 책임의 문화'를 구축했다. 환경보호(차를 공유하면 차 소유가 줄어들고 차량의 오염물질 배출이 감소한다)라는 미션에 동참하는 멤버십 조직이라는 점을 인식시킨 게 주효했다. 반면 돈을 벌기 위한 자본주의적 측면은 드러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고객들은 동료 회원들에게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차를 청소하지 않은 채 반납해 다른 회원에게 불편함을 끼치면 죄책감을 느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인 회사에 불편을 끼칠 때보다 훨씬 강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집카 고객들은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덕분에 고객 책임의 문화가 더욱 강해졌다는데.
▶'우리는 모두 하나(We are all in this together)'라는 집카의 핵심 가치는 이 회사가 하는 모든 것에 스며들어 있다. 로고 디자인부터 렌트하는 차종, 공동체 행사 등에 새겨져 있다. 집카 비즈니스 모델의 기반은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지 않다. 한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신념'에 있다. 집카는 모든 의사결정에 핵심 가치가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벌금은 고객에게 반납 지체를 허가하는 '증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원래 고객들은 연체를 하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감정은 고객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훈련시키는 강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연체료가 도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20달러의 연체료를 내면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연체료 부과 후에 연체가 늘어났다는 증거는 많다. 좋은 행동을 한 고객에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썩 효과적이지는 않다. 다만 벌금보다는 좋은 정책이다.
-고객이 눈치 채지 못하게 고객을 훈련시킨 사례로 당신은 스타벅스를 든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스타벅스 초기에는 고객들의 주문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고객 주문에 맞추어 서비스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당연히 고객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고객들을 훈련시켜 주문 방식을 통일시켰다. 고객이 스타벅스 용어를 써서 주문하지 않으면 직원이 큰소리로 교정을 해주었다. 고객이 "에스프레소 투샷"이라고 주문하면 직원이 "더블"이라고 외치는 식이다).
▶고객들은 스타벅스의 신조어를 배우고 사용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다. 진짜 바리스타처럼 말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동기 부여가 됐다. 고객들은 새로운 용어를 맞게 사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스타벅스의 교훈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들이 자신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훈련이 즐거우면 훈련은 자동으로 진행된다.
-고객의 직무를 디자인할 때 고객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게 먼저이며 비용 절감은 그다음이라고 당신은 말한다. 이는 고객 직무 디자인의 핵심 원칙인가.
▶그렇다. 대부분의 셀프서비스 전략이 실패하는 이유는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용은 줄어들지만, 고객에게는 더 불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공항에 설치된 '셀프 체크인 단말기'는 모범 사례다. 고객들은 카운터 직원보다는 단말기로 티케팅하고 싶어한다. 사용하기 매우 쉽고 고객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기 때문이다.
■ She is…
프랜시스 프레이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함께 콘사이어 리더십 인스티튜트를 창립해 대표를 맡았다. 세계은행과 파트너십을 맺고 40여 개의 개발도상국에서 기업가정신과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포천 50대 그룹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컨설팅했으며 미국ㆍ중남미ㆍ아프리카 정부를 대상으로 리더십과 전략 등을 컨설팅했다.
중견기업 차장인 김 모씨(42)는 휴가나 출장으로 가끔씩 미국 여행을 간다. 출장 때는 일반 항공사를 이용하지만 휴가 시에는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종종 이용한다. 김씨는 사우스웨스트 비행기를 탈 때마다 신속하고도 독특한 탑승 절차에 놀라곤 했다.
2005년 최초로 사우스웨스트를 경험했을 때였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댈러스로 가는 비행기 보딩패스를 받았을 때 당황했다. 좌석 번호는 없고, A라는 글씨만 적혀 있었다.
게이트 앞에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게이트 위로 AㆍBㆍC라는 글자가 보였다. 승객들은 그 아래에서 보딩패스에 적힌 대로 줄을 섰다. A줄 승객들이 먼저 입장했고 BㆍC 순서였다. 비행기 안의 어떤 자리든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였다. 이 때문에 비행기에 들어간 승객들은 원하는 자리를 찾아 최대한 빨리 착석했다.
김씨는 "사우스웨스트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10분 턴어라운드의 기적'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웨스트는 비행기가 승객을 내리고 정비를 마친 다음 새 승객을 태우고 이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인 턴어라운드가 짧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사우스웨스트는 더 적은 수의 비행기로 더 많은 도시를 운항할 수 있게 됐다. 9ㆍ11테러 이후 규제 강화로 사우스웨스트 턴어라운드 시간은 10분에서 25분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처럼 짧은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려면 신속한 탑승 절차에 따르도록 승객들을 훈련시키는 게 필수다. 사우스웨스트는 원하는 자리에 앉고 싶은 고객 욕망을 활용해 탑승 시간을 확 줄였다. 좌석 번호를 없앤 덕분에 고객은 빨리 좋은 자리를 찾아 먼저 앉으려고 했다.
사우스웨스트는 탑승 절차를 개선하면서도 지정좌석제만큼은 도입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2009년 디트로이트 공항에서 사우스웨스트 비행기를 탔다"며 "게이트 앞에 사람 키만 한 푯말을 세웠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푯말에는 '1~5' '31~35' 등 번호가 적혀 있었다. AㆍBㆍC 그룹별로 탑승 순서가 되면 승객들은 보딩패스에 적힌 번호에 맞춰 푯말 앞에 서서 순서대로 입장했다. 역시 지정좌석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은 원하는 자리를 찾아 신속하게 착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