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후략)
'겨울 판화2'란 부제가 붙은 시다. 눈도 사람도 썩은 꽃잎도 하나의 공간, 하나의 점으로 수렴하고 있다. 녹아 사라질 것들, 썩어 없어질 것들, 흔들리는 모든 것들은 언제나 기댈 어깨와 엎드려 울 등이 필요해 홀로인 몸으로 자주 모이는 것만 같다. 연약했던 것들은 모여서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인적 끊어진 도시의 눈길을 걸을 때면 이 시를 생각해보자. 말끔하게 털지 못했던 그런 감정들이 당신 안에 고여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