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찾아서(14)...
~~~~~~~~~~~~~~~~~~~~~~~~~♤..♤..♤~~~~~~~~~~~~~~~~~~~~~~~~~
2015년 10월 26일(월)~(Tardajos~ Hontanas: 21.4km)
순례자숙소: Ref municipal 공용 알베르게, 5유로)
어제 묵었던 Tardajos 알베르게는 기부제로 운영하는 곳인데 너무 좁은방에
많은 침대를 들여놓은 탓에 답답하고 밤새 코골이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여~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아랫층 주방으로 내려와 젖은 빨래를 스팀에 널어 말리며 밤이 새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다반사로 겪는 일이긴 하나 머리가 띠잉하다.
그래도 새벽먼동 기다리는 이 시간의 고요가 어쩌면 나혼자만의 오붓한 사색일지도...
이른 새벽 다들 식탁에 모여앉아 알베르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빵과 커피 우유를 마시며 가벼운 아침인사를 나눈다.
무엇보다 카미노들을 위해 봉사하는 그곳 자원봉사자 분들의 마음과 노고가 고맙기만 하다.
동네 어느집 담벼락에 붙여진 파란색 바탕의 노란 조가비 표식과 아랫쪽 노란 화살표가 선명한데
'산티아고' 가는 동선을 알리는 무엇보다도 반가운 '길라잡이'의 으뜸이다.
작은성당의 은은한 정적이 머물러 있는 아담한 동네길을 스쳐 지나간다.
오늘은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저녁즈음 어떤 알베르게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젠 일상의 설레임이 되였다^^
-1-
-2-
어찌 이런 카미노(길) 풍경의 평화로움만 있을까 만은...
빈 공간의 먼먼 길을 혼자 걷다보면 텅빈 마음의 허전함이 오히려 아늑한 숲속에서 들려오는
맑고 고운 새소리처럼 무언의 심성으로 다가오는 이 아침의 상큼한 청량제일 듯도 싶다.
-1-
-2-
-3-
구불구불 신작로를 따라 세시간여를 걸어오니 Hornillos del Camino 마을 한적한 초입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안 벽면에 그려진 '나'를 닮은 사람들...
얼마나 많은 카미노들이 이길을 걸어왔을까.
천년여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먼 옛날의 순례자들이 고행의 길을 걸어왔고
현재의 내가 아니 우리가 걷고있고 그렇게 길의 동선이 끝없이 이어질 무한의 시간들...
무엇 때문에 이길을 걷는가?
설령 그 해답의 의미를 모른들 어떠하랴...
내욕심의 보잘것 없는 자투리만이라도 이 길섶가 어느 모퉁이에 내려놓을 수 만 있다면...
허나 어디 그게 쉬운 일이겠는가...
두고두고 평생 풀어 나가야할 진솔한 삶의 화두이고 보면...
창가에 벽면에 대롱대롱...
예쁘다 ... 곱다... 아름답다... 심성고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이정표'... 쭉 뻗은 메세타(대평원)의 대로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넓은 세상의 광대한 파노라마가 연일 압권이다.
문득 제주올레길 풍경이 떠올려진다.
조금만 휘돌아서면 아담한 돌담이며 옹기종기 모여앉은 동네의 처마들...
아기자기한 오름과 산과 푸른바다가 어우러진 내고향 제주가 무척이나 그립다.
'아이슬란드'에서 왔다는 키크고 잘생긴 청년을 그 길에서 만났다.
물 한모금을 청하니 선뜻 새 물병을 건네준다.
그러면서 솔잎 비슷한 약초를 한개 건네주며 물속에 30분정도 집어넣은 후 마시란다.
무척 고마운 마음에 올레쉼터 로고뱃지를 전하니 아주 좋아라 한다.
그가 먼저 총총 걸음으로 시야를 벗어날 즈음 시킨대로 약초를 물병속에 넣고 걸음을 재촉한다.
어제 잠을 못잔 탓인지 아주 피곤하다.
가끔씩은 발걸음이 휘청거리기도 하여 물을 한모금 들이마시니 정말 약초냄새가 그럴싸하다.
여섯시간쯤 걸어왔을까...
오늘의 목적지 'Hontanas' 마을은 메세타 지역의 언덕 아랫쪽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어 가까이 가기전에는
동네가 있는 줄도 몰랐다.
평원아래 분지에 형성된 조그마한 마을이다.
피곤한 탓에 그 언덕길을 내려가며 올망졸망한 동네풍경을 디카에 담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
마을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반경쯤...
더 갈 수도 있으나 오늘은 이곳에서 쉬기로 마음 작정하였다.
연일 강행군인 내몸에게 내가 미안한 탓도 있으리라.
그곳에서 한국청년을 만났는데 예의가 바르고 말이 조용조용 하다.
배도 고프고 먼저 빵 하나와 시원한 생맥주로 점심을 때웠는데 속이 좀 느끼하던 차에
과일 행상차가 마을에 도착한다.
안그래도 토마토를 좋아하는지라 작고 튼실한 것을 10개 정도 사고 그중 세개를 먹었는데
그렇게 새큼할 수 가 없다.
이젠 '토마토' 고르는 방법도 입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샤워를 끝내고 간만에 느긋함을 보내는 것 같다.
새로지은 알베르게라 깨끗하고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작은 창가너머로 비쳐지는 하늘가엔 산들바람이 고운햇살 가득안고 마실을 와 있다.
오후 여섯시쯤...
옆 침대에선 두남녀 커플이 한 침낭속에 들어가 껴안고는 누가 보든말든 소곤거리더니
심지어는 뽀뽀하는 소리까지 진동을 한다.
세상에나^^...
바로 옆 침대에선 할머니 한분이 책 삼매경에 빠져있고...
더욱이 맨 안쪽 침대에 있는 커플은 아예 큰 수건으로 침상을 둘러치고
저들의 사랑 속삼임이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네 시선으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서서히 어둠이 찾아온다.
내일은 다시 어떤 여정이 펼쳐질까.
작은 설레임의 기대가 왠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오늘로 열 이틀째를 걸어왔다.
첫댓글 님께서 걸으신 그 길들은
평온과 평화만이 있는 듯 보입니다.
걷는 분들의 마음이 그래서 그렇겠지요...
매번 고맙습니다.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이어지는 메세타(대평원)
지역의 평평한 길이 200여km 끝도 없이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걸어도 걸어도 그 길에 압도되는...
평온과 평화와 고독과 적막함이 존재하는
산티아고 그길의 여정인가 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잘보고 갑니다.
잘보고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길 느낌 좋으네요
가 보고 접고 걸어 보고접고... *^&^*
꿈은 이루어집니다.
소중한 여행길 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여정 건강히 귀환 하시길 기원 합니다
작년 11월 21일날 귀국하여
지금은 그때 추억들을 떠올리며
사진 편집중입니다.
잘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방진(제주) 그.큰요 아무렴 어떼요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담장의 꽃들이 이쁘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정서가 아름답네요~
오늘 꽃집에 들려봐야 겠어요~
매번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네요~^^
그런 풍경들을 보며 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였지요.
꽃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님의 마음도 꽃을 닮았는가 봅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