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방가지똥 순 채집
엊그제 주말 진해 군항제가 개막된 삼월 넷째 월요일이다.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고 비가 잦아서인지 예년보다 초본이나 목본의 꽃도 일찍 피어난다. 며칠 전 아침 기온이 살짝 내려간 꽃샘추위로 꽃망울이 잠시 주춤해도 벚꽃도 화사하게 피어날 테다. 아침 식후 산책 차림으로 현관에서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나간 아파트단지 내 벚꽃은 분장을 끝내고 무대 전면으로 등장하려고 했다.
아파트단지 인근 정류소에서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소답동에서 내려 낙동강 강가 신전 종점으로 가는 마을버스 1번으로 바꾸어 탔다. 이른 아침이면 대산산업단지 출근 회사원과 가술의 고등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로 버스가 혼잡한데 그 시간대가 지나 빈자리가 있었다. 아침에 강변으로 나갈 때면 그들보다 비닐하우스로 일을 나가는 부녀들이 서서 가는 경우 마음이 쓰였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두세 사람 더 태워 용강고개를 넘어간 버스는 동읍 사무소 앞을 지나 주남삼거리와 주남저수지 앞을 거쳤다. 올봄부터 오후에 대산 파출소 아동안전지킴이 역을 맡아 자주 다니는 버스 노선이라 주변 풍광이 눈에 선했다. 지난 금요일은 새벽녘 가월마을에서 내려 주남저수지 둑길을 걸어 주천강 돌다리 건너 들판을 지나 가술 마을도서관에서 책을 펼쳐 읽었다.
오늘 아침 지기들에게 사진과 함께 보낸 시조가 ‘주남 돌다리’였다. “주천강 물길 건널 판신과 주남 사이 / 굄돌로 기둥 삼아 널따란 판돌 걸쳐 / 베잠방 젖지 않고도 지름길로 오갔다 // 자동차 질주하는 달라진 도로망에 / 농사용 트랙터가 못 다녀 아쉽지만 / 다리는 기능 잃어도 선대 삶터 지킨다” 주천강 냇바닥에 선인이 남긴 돌다리가 비바람에도 오랜 연륜 온전하게 남아 있다.
마을버스는 주남에서 들녘을 지난 대산면 소재지 가술과 모산을 거쳐 종점 신전에 닿았다. 신전은 전형적인 강변 농촌으로 벼농사 뒷그루로 비닐하우스 당근과 노지 감자를 재배했다. 일부 구역은 벼농사를 대체한 연근을 가꾸었다. 인기척이 나질 않는 마을 안길을 지나 들녘으로 나가자 당근이 한창 자라는 비닐하우스단지가 펼쳐졌고 씨감자를 심어둔 봄 감자 이랑 경작지가 나왔다.
동읍과 경계 하옥정에서 상옥정으로 올라 강변으로 개통된 60번 국도변으로 갔다. 60번 국도는 대산 들녘에서 한림으로 내려가 김해 생림으로 가도록 뚫는 신설 국도로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대산 강변 일대는 먼저 개통되어 시원스레 뚫린 도로로 차량이 질주했다. 내가 아침 이른 시각에 강변으로 나감은 신설도로와 강둑 언저리에 자라는 야생초 방가지똥 순을 따기 위함이다.
이른 봄 방가지똥 순은 가시상추와 왕고들빼기와 함께 상춧잎을 대신한 푸성귀 삼아 먹을 수 있다. 올봄 구룡산 기슭에서 엉겅퀴와 함께 방가지똥 순을 뜯어 같은 아파트단지 꽃대감 친구와 밀양댁 안씨 할머니 댁에 보냈다. 약간 쓴맛이 비치긴 해도 하얀 유즙이 나오는 방가지똥 순은 항암이나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어 성인병 예방에 효과 있다는 산야초라 약초나 마찬가지였다.
찻길 언덕 방가지똥 순을 따서 봉지를 채워 들길로 나오니 농막을 찾은 한 아낙이 쪽파를 한 줌 건네주어 고마웠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어 시내에 산다고 했더니 그도 향토 사단이 떠난 아파트단지에 산다면서 반가워했다. 전원생활을 누리는 이는 달팽이가 집으로 기어들 듯 스스로 고립을 지향하거나, 더듬이 뿔로 바깥세상과 소통하려는 두 유형으로 나뉘는데 그 아낙은 후자였다.
아낙은 귀로 차편을 염려해 주었는데 신전마을로 가면 1번 버스가 온다고 했다. 그 아낙과 헤어져 1번 마을버스 종점으로 갔더니 버스는 와 있지 않았다. 마을 어귀 예전에 쓰던 공동 우물터에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신발에 붙은 모래흙을 털고 씻었다. 요즘 버스는 차내가 깨끗해 흙이 묻은 신발로 승차하면 기사한테 실례였다. 복귀 후 방가지똥 순은 인연 따라 이웃과 나누었다. 24.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