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라 별 기대없이 충전금이나 채울까 생각하고 장비를 챙겨서 집을 나서는 8년차 대리기사.
오토바이 시동을 걸고 두개의 스마트폰이 계기판위에 설치된 거치대에 장착.
플을 켜고 방향을 모색해 본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뭐니 뭐니 해도 상암동 노을캠핑장과 난지캠핑장이 그런대로 콜이 나오는 곳.
난지캠핑장에 몇개의 콜이 떠있었다. 그런데 가격과 착지가 8년차 기사의 눈에 들어 오지 않는 가격(요즘은 오지라도 가격이 좋으면 무조건 감/착지가 강남이라도 가격이 않좋으면 절대로 안감)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콜 발견 노을캠핑장 주차장>>>길동역 00K
캣취하고 전화를 하니까 여자의 목소리
손: "기사님 어디세요?"
나: "예, 손님과 10분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손: "저희가 캠핑장에서 내려가야 하니까요 15분 정도 후에 만나면 어떨까요?"
나: (평상시였다면 무조건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만 요금도 괜찮고 일요일이니까)"예 제가 시간 맞춰서 올라갈께요."
시간도 여유가 있고 편의점에 들러서 아메리카노 한잔 뽑아서 오토바이를 축구장 앞에 주차하고 커피향을 음미하며 열병합발전소 언덕길를 올라 도착하니 손에게 전화가 온다.
손을 만나 운행을 시작하는데 다문화가정(남편은 미국인).
운행전부터 아이가 계속 울어제낀다. 여손이 "기사님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애기가 많이 졸린가 봅니다."
강변북로를 타는데 갑자기 "기사님 이태원으로 가주실 수 있나요. 그럼 요금 얼마드리면 되나요?"
이 시간에 이태원 가봤자 별로일거 같고, 길동요금 다 받기는 좀 그렇고, 손도 요금 얘기 하는 것은 덜 줘도 된다는 생각에서 하는 말인데, 음~ "네 알겠습니다." 요금 얘기는 하지 않고 가면서 속으로 말한다.
(처음엔 아이의 울음 소리가 운전하면서 거슬렸는데) 얘야 계속해서 울어 제껴라.
아이가 계속 울어서 도저히 않되겠는지 남편이 말한다. "그냥 집으로 가자." 남편이 미국인인데 한국사람 말하듯 한국말을 유창히 하는 사람이었다.
길동에 손 가족을 내려주고 플을 켜니 콜이 읍다.
순간 길동자이>>가평.. 000K확정
전광석화처럼 손꾸락이 작동 캣취함. 도착지가 가평군 북면 가화로 2901. 망설임(갈까/말까)
전에 가평 북면사무소까지 가본 기억이 났다.
콜도 없는데 가자
손을 만나니 젊은 손이었다.
네비켜고 천호동쯤 오는데 손이 말한다.
손: "기사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취소하시고 내리셔도 됩니다."
나: @@&%@@!!!??? 복잡..."왜 그러죠?"
손: "거기 가시면 못 나오십니다 지금이라도 취소하시고 내리시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이것봐라 병주고 약주네, 이 말을 들으니 대리기사 더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나: "요즘 미세먼지 많이 먹고 살았드니 기관지가 나빠진것 같아 존 공기좀 마시고 와야할 것 같아 가는 것이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라고 응대하고 아우디 S5의 성능을 테스트 해본다.
손: "기사님 몰아보신 차 중에 외제차 어떤 것이 좋은가요?"
나: "뭐 차를 타는 나이나 지위 또는 용도에 따라 다르겠죠. 최근엔 롤스로이스 마석에서 춘천까지 몰아 봤지요. 조용하고 편안하더군요. 젤로 싼 것이 10억이 넘는 차다 보니 젤로 기억에 남네요."
나: "근데 이 시간에 거긴 왜 가는거요?"
손: "장인 될 사람하고 저녁 먹고 술을 마셔서 낼 가려고 했는데 룸메이트 동생이 사고를 쳐서 가는 겁니다."
나: "근데 거기가 뭐하는 곳인가요?"
손: "다이어트 캠프 입니다."
손도 담 달에 결혼을 하는데 살을 좀 뺄려고 이곳에 와있다고 했다.
지난번 왔던 북면사무소를 지나 네비는 계속 직진을 시키고 있다. 아 오지중에 상오지에 가는구나!!
손이 자꾸 걱정이 되는지 계속해서 여기 가면 못나오니 자기하고 거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란다. 거기 여자가 30명 있고 남자가 자기까지 4명 밖에 없다고 하면서 누나들 불러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남자가 귀한 곳이라 여자들이 막 들이 댄단다. 음~
네비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어두운 길을 따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손이 "기사님 가지마시고 잠깐 기다리세요. 여기서 주무시고 가야 하니까요."그런다.
내려서 하늘을 쳐다보니 별들이 8년차 대리기사님 오셨다고 반겨주는 것 같다. 서울서 보기 힘든 별들이 빤짝 반짝 ...!!!
좀 있으니 사고를 쳤다는 동생이 나왔고 막 뭐라고 닥달을 했다. 그리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국주급 여자들이 그 손 주위에 모여 들었다.
다이어트캠프...
햐~이런 곳도 있구나!! 집단으로 모여서 그동안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던 자기 몸에 봍어 기생하던 지방을 저주하며 학대 하면서 그것들을 떨쳐버릴려고 애쓰는 곳. 다이어트캠프
손이 "기사님 같이 2층으로 올라가시죠." 그런다.
(겨울이면 모를까,,, 물론 겨울이면 아무리 가격 좋아도 가평쪽은 안옴) 나: "대리기사는 어떠한 오지에 가더라도 손과 같이 잠은 안잡니다. 택시비나 좀 주면 어떠한 방법으로 든 가평터미널갈테니 걱정마슈."
손이 세종대왕 상이 그려진 우리가 좋아하는 머니 몇장을 주면서 "기사님 그래도 주무시고 내일 가시는 것이 좋은 것 같은데..나가시다가 안돼겠으면 다시 오세요."한다.
뒤돌아 나오면서 입구에 간판을 보니 <라온다이어트캠프>라 적혀있다.
픽업을 올려놓고 가평 터미널까지 거리를 살펴보니 22km.
30대만 같아도 구보로 나가겠는데 40대 후반 8년차 대리기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철인경기 코스.
픽업을 올려도 감감무소식. 어차피 손에게 택시비도 받았겠다. 알고 있는 가평콜택시 호출... 바로 기사배차. 택시기사님한테 전화가 왔다. "손님, 어디쯤 계십니까?"
나: "예 라온다이어트캠프에서 북면사무소방향으로 한 2킬로미터정도 떨어진 곳에 쓰러져 있으니 좀심히 오셔유?"
길이 안좋아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았다. 하기사 22km면...그러고 있는데 가평 콜센타서 전화가 왔다. 기사님 픽업해 드릴께요. 어디계세요.
나: "콜택시 불렀시유..쫌만 일찍 전화주시지.."
택시를 타고 나오면서 보니 길도 꾸불꾸불 않좋고 고라니들 왔다갔다하고 대리 8년만에 이런 심산유곡(深山幽谷)은 처음이네요.
월말인데 탈만한 콜은 업구 휀님들 존 콜 마니 타시구 돈 마니 버세요.
※... 가평지역은 콜센타서 가격 찍어준다고 말도 되도 않는 단가로는 절대로 들어오지 마세요. 특히 겨울철은 얼어죽습네다.
첫댓글 고생하셨네요 ^^
겨울엔 일 안하시나봐요^^
재밌었습니다 안전운행하세요
님도 안전운전 하시고 돈 마니버세요^^
아깝습니다
솜씨가 ㅋㅋ
수고하세요^^
진짜로 가평지역은 대리계의
최고 무덤입니다! 지역콜만 가끔
뜨고 로지로는 뜨지도 않아서
죽음입니다....
거의 지역 기사분들이 소화시키는 것 같더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전운전 하세요^^
참 고생하셨네요.콜택시타고 잘 나오셨어요.다이어트캠프라니 첨듣습니다
택시 기사분 말로는 근처에 한군데가 더 있다고 하더군요. 잘하면 장사 되겠더라구여 손 말로는 그곳에 30명 넘게 투숙하고 있답니다^^
글이 재미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가평 우습게 봐다 귀신 댄 대리기사
많습니다.. 특히 겨을엔 얼어
디진 대리기사 됄수 있으니..
나의 살던 고향은 가평읍 읍내리ᆢ
북면 가셨네요 조금더 직진하면 화학산
ㅎㅎ 올만에 한콜소회방에 좋은글 봤씀네다
닉이 조으시네요. 오늘도 안전운전하시고 꿀콜 마니타세요^^